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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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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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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DUMMY

[유료전화 060-****-****]


한편 의심됐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네, 여보세요.


차분하고 걸쭉한 남자 목소리. 제법 신뢰 가는 톤이다.


“종목 좀 알고 싶어서요.”

- 아, 전화 잘 주셨습니다.

“정말 한 달 만에 두 배 가는 종목 추천하는 거 맞나요?”

- 그럼요, 당연하죠. 거기다 제가 특별히 서비스로 두 종목 더 추천해드립니다.

“서비스요? 아 네 감사합니다.”

- 아, 근데 이거 유료전화인 건 알고 계시죠?

“네.”

- 자, 그럼 통신법상 선생님의 동의가 필요한데요. 삐 소리 이후 전화요금 이외에 분당 5천 원의 서비스 이용료가 부과될 거에요. 그리고 3분이 지나면 다시 10초당 5천 원이 더 부과되구요.

“···네?”


생각보다 너무 높은 요금에 순간 당황했다.


“헉! 그렇게나 많이요?”

- 많다니요. 제가 알려드릴 종목으로 수익을 내시는 분들은 오히려 고맙다고 다시 전화가 오는걸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알려주세요.”

- 그럼 동의하셨으니 삐 소리와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삐~


한 손에 펜을 든 채, 핸드폰을 귀에 바싹 가져갔다.


- 자, 이제부터 세 종목을 추천드릴 건데요. 앞의 두 종목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추천드릴 종목이 진짜 두 배 가는 메인종목이니까 끝까지 잘 들으셔야 합니다.

“그냥 메인종목부터 말하면 안 되나요?”

-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합니다.

“네 알겠어요.”

- 그럼 서브 종목부터 추천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종목부터 설명하자면요. 이 회사는 최근 온라인 이커머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각광을 받고있는 종목인데요······.


시간이 돈인데 너무 느리다. 그냥 서비스 종목은 안 받을 걸 그랬나?


“저, 좀 빨리 말씀해 주시겠어요?”

-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 종목은 최근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영업이익이······


종목명은 얘기 안 하고 계속 회사 설명만 하는 남자. 속도 또한 별로 바뀌지 않았다.

끼어들면 시간이 더 지체될 거 같아 시계만 보며 참고 기다렸다.


그렇게 5분이 지나서야 첫 종목명이 나왔다.


- ···그래서 이 종목 이름은 바로 ***센터입니다.


얼른 종이에 받아적고 다음 종목을 기다렸다.


- 그다음 두 번째 종목은······


다시 5분 경과 후,


- ···그래서 두 번째 종목은 **테크입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분을 넘긴 시간.

이게 돈으로 따지면 얼마냐?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메인종목 만큼은 들어야 한다.


- 자, 그럼 오늘의 메인 종목! 세 번째 종목 들어갑니다.


그러고는 점점 더 느려지는 남자의 목소리.

시간을 끌며 요금을 최대한 키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이 종목으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1965년 화학제품 제조, 가공 및 판매를 위해 설립되었으며, 197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마치 해당 회사의 역사와 유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읊을 셈이군.


마지막 종목은 무려 장장 20분간을 설명한 뒤 이름을 공개하는 남자.


- ······그래서, 종목명은 바로, **일렉트릭입니다.


딸칵


전화를 바로 끊고 해당 종목을 검색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 놔!···’


쓰벌 당했군!


차트를 보니, 지금 들어가면 말 그대로 세력들의 청소도구로 전락할 고점에다, 100억을 트레이딩할만한 싸이즈도 아니다.


이래저래 돈만 빼먹는 놈들.


시간을 봤다. 전화 통화 시간이 총 40여 분.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날아갔다.


어쩔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내 힘으로 찾는 수밖에···.


인터넷을 검색했다.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내 손가락이 마우스 스크롤을 멈췄다.


[주식으로 XX이 하실 뿐 들어오세요.]


‘······어라?’


어쩐지 익숙한 자극적인 멘트의 주식 리딩방.

문득 집히는 게 있어서 클릭하고 들어갔다.


[승률 100% NDM투자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NDM이라면 혹시?···’




***



그날 밤.


“주식은 언제나, 재료! 수급! 타이밍! 요 삼박자가 딱딱 맞아야 잘 가는 겁니다. 돈 꼬라박고 한강 가지 마시고 딱 한 달만 끊어보세요.”


“ ···그리고 괜찮다 싶으면 3개월! 허벌라게 좋다 싶으면 6개월! 아주 꼴려 뒤지겠다 싶으신 분은 12개월 특별 할인가로!······우리 NDM 회원이 되시면 제가 여러분 계좌를···.”


역시 예상대로였다.

놈들의 정체는 양아치 세력인 남대문 투자클럽이었다. 그리고 NDM은 남대문의 약자.


리딩방 남자는 평소 강희성 멘트를 그대로를 흉내 내고 있는 걸로 봐서 그의 하수인이 분명했다.


놈들을 이렇게 만나다니···.


자세히 확인해 보니 놈들이 운영하는 방은 총 세 개.

N번방, D번방, M번방.

그중 N번방은 초보, D번방은 중급, M번방은 VIP 멤버전용 즉, 유료회원들을 위한 방이었다.


각각의 방을 들어가 보고 방의 특성을 파악했다.

당연히 놈들이 나를 알기에 다른 사람 명의로 들어갔다.


놈들은 나를 충남 공주 시골 마을에 사는 60대 여성, 채천순 여사로 알고 있다. 바로 우리 엄마다.


회원전용인 M번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120만 원이란 돈까지 지불했다.

큰돈이지만, 내게는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M번방 입장


충성도 높은 회원들이 많은 방이라 그럴까? 종목 추천뿐 아니라 일명 ‘클릭맨’이라고도 부르는 알바도 모집 중이었다.


“··· 자 여러분 이제 아셨죠? 계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여러분들이 모아서 관리하는 모든 계좌의 수익 중 10%는 무조건 여러분 것입니다.”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댓글로 달렸다.


- 자기 돈을 넣어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여러분들 돈으로 낸 수익은 회사와 반반 나누게 됩니다. 그러니 50%가 여러분 몫입니다.”


- 손실이 나면 어떡하죠?


“그런 걱정 하실 분들은 여기를 떠나주세요. 저희가 한두 번 보여드렸습니까? 지금까지 손실 난적 한 번도 없습니다. 승률 100%입니다.”


- 정말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거죠?


“여러분들은 그저 저희들의 손만 되어주시면 되는 겁니다. 트레이더의 가장 큰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빠른 손놀림?

- 정확한 손놀림?


“아닙니다. 바로 정직한 손놀림입니다. 여러분들은 회사의 매수, 매도 싸인에 따라 정직하게만 매매해주시면 됩니다.”


역시 전에 강희성이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현혹하자, 아니나 다를까 지원하려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그 일 하려면 어떡하면 되죠?


“안내해 드린 대로 주식계좌와 신분증을 들고 회사로 직접 찾아오시면 됩니다.”


옛날 생각이 나면서 화가 치밀어올랐다.

‘또 누군가 손가락이 잘리겠군!’


여기 참여한 이들은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고발도 못할 것이다.

본인의 계좌로 거래를 하는 데다 수수료까지 받으면 이들도 놈들과 한통속이 되는 것.


잠시 후, 놈들이 추천종목을 제시했다. 내가 이 방에 들어온 이유다.


나는 놈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양아치들의 수법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잘만 이용하면 큰 수익을 낼 수도 있겠군!······.’



***



1주일 후 오전 8시.


라스트인베스트 사이버 트레이딩룸.


트레이딩룸은 탁 트인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매매팀을 위한 공간이었다.

팀원들끼리 소통하며 집단 매매할 때 쓰는 방이라 좌우가 모두 터져 있고 앞뒤로는 투명한 통유리로 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개인적인 매매에 집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1주일간의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팀장님, 제가 집중을 해야 해서요. 저쪽 개인실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원래 개인실은 사적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여간해서는 쓰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는 이유는 매매팀장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설계자의 지시로 100억이란 돈을 따로 트레이딩해야 한다는 것을.


*


주위가 꽉 막힌 구석의 작은 개인 트레이딩룸.

나는 두 대의 모니터를 동시에 보고 있다.


한쪽에는 HTS 화면을 켜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NDM 투자클럽의 실시간 리딩방송이 진행 중이다.


오전 8시 30분.


낯익은 얼굴의 익숙한 목소리.


“자, 승률 100% 남대문 투자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막엔 [NDM 투자클럽 VIP 리딩방 무료 공개 방송]


“NDM VIP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강한 남자, 강희성입니다. 오늘은 남대문 활짝 열고 다른 많은 여러분들을 초대했습니다. ···바로 종목추천 나갑니다. 여기 모니터를 보세요!!”


쳇, 여전하군!

한결같은 놈의 멘트에 코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놈의 낯짝을 보니 나도 모르게 상승하는 전투력이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 저놈 밑에서 일하던 내가 아니던가!

그러다 피 같은 돈을 거의 전부를 날렸고, 친구는 손가락까지 날아갔다.


하지만, 나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이도 변해서 돌아왔다.


‘내 돈 떼이고는 못 참지!’


이제는 내가 놈에게 비수를 꽂을 차례다.


나도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리고 현재 내게는 100억이란 총알도 있다.


이 총알로 오늘 놈을 당장 죽이지는 못해도 피를 흘리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건 내가 다른 놈의 세력이 되어 저놈을 만났다는 것.


참 재미있는 운명이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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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놈들의 최후 +1 23.06.17 211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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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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