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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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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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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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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누가 보내는 문자일까?

DUMMY

동네 삼겹살집.


눈앞에 한결이와 혜림이가 의아한 눈빛으로 앉아있었다.

이들과 따로 만난 일은 간혹 있었지만, 셋이서 함께 모인 건 몇 달만이다.


“웬일이냐? 한동안 연락도 끊고 살던 놈이 갑자기 삼겹살을 다 사주고.”

“우진 오라버니 로또 맞았어요?”

“그런 게 있다. 다들 먹기나 해. 대신 9만 원 안쪽으로 먹어라. 오바하면 니들이 내야니깐.”

“짜식 그럼 그렇지 니가···”

“호호, 그럼 일단 로또는 아니란 얘기네.”

“잔말 말고 짠이나 하자.”


짠~!


술잔을 한 잔 기울이고, 삽겹살을 집어먹는 한결이의 젓가락질이 다소 불편해 보였다.

잘려 나간 검지 손가락 대신 중지와 엄지로 젓가락을 잡고 있다. 손가락이 잘려 나간 자리는 아물었는지 실밥자국만 조금 보였고.


“너 괜찮냐?”

“아직 적응이 안 돼서 힘들긴 하지.”


혜림이도 애처로운 표정으로 녀석의 젓가락질을 지켜보다가 입을 연다.


“왼손을 쓰지 그래요. 애널 오빠. 왼손 쓰면 머리 좋아진다던데.”

“나도 첨엔 그래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오른손이 먼저 나가더라고, 그리고 이게 더 편해.”


한결이 녀석은 남대문 양아치놈들에게 당한 후, 한동안 방황했었다.

그러다 결국 아내와 아이를 생각했는지 정신 차리고 얼마 전 다시 작은 증권사에 들어갔다.


“회사는 적응 잘하고 있냐?”

“응.”


갑자기 김한결을 쏘아붙이는 이혜림.


“애널 오빠 또 이상한 데는 절대 가지 마요. 우진 오빠 꼬시지도 말고.”

“안가 임마. 나도 이젠 욕심 안 부리고 살려고···.”


말끝을 흐리고 당황한 김한결.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혜림이를 힐끔 쳐다봤다.


“···어라, 너 우진이 걱정하는 거냐? 그리고 나는 왜 애널오빠고 우진이는 그냥 우진 오빠냐? 기분 나쁘게.”

“어머, 내가 그랬나? 버릇됐나 보네. 호호.”

“그러고 보니까 둘이 제법 친해진 거 같은데, 음···무슨 관계일까? 둘.”


혜림이 무안할까 봐 내가 끼어들었다.


“관계는 임마 무슨. 그냥 혜림씨 어머님이 우리 동네 사시니까 가끔 들리다 마주친 거지.”

“맞아 애널, 아니 한결 오라버니. 그래서 우진 오빠랑 몇 번 만나서 술 한잔 했어요.”

“오호라, 나는 유부남이니까 빼고 둘만 마셨다 이거지?”

“호호, 어떡해 한결 오빠 삐치셨나 봐.”


재미있다는 듯 환하게 웃는 이혜림.

그녀와는 지난번 편의점에서 만난 이후 몇 번 더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환한 미소를 보였지만, 그 속에는 약간의 그늘 또한 드리워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좀 어떠시니?”

“얼마 전 요양원에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자꾸 집이 편하시다고 나오려고 그러네.”

“그럼 어떡하니? 너도 일해야잖아.”

“울 엄마 고집을 누가 꺾어. 나와봐야 관리 안 될 거 뻔한데··· 아마,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전에 포장마차에서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

와인바 서버 일을 관두고 기자가 되고 싶어 했지만, 비싼 엄마 치료비를 대느라 마음을 내려놓은 듯싶었다.


혜림이 딴 데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참 오빠, 요즘 왜 안 와요? 힘들 땐 술이나 한잔하러 와요.”

“와인바? 내가 거길 왜 가니? 그럴 돈도 없지만, 아무리 돈 있어도 그런 데는 가고 싶지 않다.”

“그 남대문 강 대표 때문에 그래? 그 사람 무서워서?”

“야, 내가 왜 똥이 무서워서 피하니? 드러워서 피하지···”

“오빠, 그 똥 요즘 여기 안 와요. 사무실 멀리 이전했데. 한 번씩 작업 끝날 때마다 이전하는 거 같던데···.”

“······.”


그러자, 이번에는 김한결이 화제를 돌리고 싶었는지 술잔을 돌렸다.


“야, 그 악몽 같은 놈들 얘기 좀 집어치우고 술이나 먹자.”


쨍~!


“역시 술은 소주가 최고야. 꼬냑? 씨부랄 것. 맛 드럽게 없드라.”


폼에 살고 폼에 죽던 녀석었다. 그러던 녀석이 그 일을 겪고 난 뒤 그저그런 평범한 가장이 되어 있었다.


혜림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오빠야말로 요즘 어떻게 지내요?”

“나? 공부 좀 하고 있어.”

“무슨 공부?”

“···주식.”

“뭐?”

“뭐라고 우진아?”


한결이와 혜림이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김한결은 가뜩이나 주식을 싫어하던 내가 자기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은 뒤라 내가 주식을 더 싫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술이 들어간 김에 이들에게 내 당찬 포부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주식으로 워렌버핏보다 더 큰 부자 되겠다는 포부였다.


그러자 한결이 녀석이 한참을 웃더니 물었다.


“우진아 너 얼마 있니?”

“삼십만 원.”

“뭐라구?”


다시 한심하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풉-


“찌질아, 네가 그 돈으로 부자가 되겠다고? 어디 아픈 거 아니니?”


측은한 눈빛이 내게 꽂혔다.


“미안하다 우진아. 다 나 때문이다.”

“······.”

“돈도 있는 놈이 돈을 버는 거야, 그냥 재태크라면 모를까···.”


혜림이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우진 오빠, 응원할게. 그런데 나는 그냥 지금처럼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오빠의 모습도 보기 좋던데······.”



***



나는 자금이 없는 대신 망할 걱정도 없는 놈이다.

하지만······,


‘정말 이래서는 부자는 못될 거 같은데···.’


그날 술자리 이후 고민에 빠졌다.

한결이 녀석 말대로 씨드머니가 문제였다.


상한가를 가고서도 겨우 9만 원어치 삼겹살 한 번 사 먹은 게 다라니······.


나는 주식으로 용돈벌이나 하려는 게 아니다.


“단돈 30만 원으로 부자가 되겠다고? 미친놈 아니야?”


내 무모한 도전을 비웃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얼른 생활정보지와 인터넷을 뒤졌다.

취업보다는 주식투자를 위한 씨드머니 확보가 목적.

가급적 주식 거래시간인 오전 9시 ~ 오후 3시 30분 시간대를 피하면서 일할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게 편의점 알바.

시간대는 오후 6시 ~ 밤 12시. 주말까지 일하면 월 140만 원 남짓을 받는다. 시간도 괜찮고, 손님 없을 때 주식 공부하기도 괜찮을 거 같다.


‘오케이 좋았어!’


앞으로는 일해서 생활비를 벌 것이다. 그리고 주식이 올라도 씨드머니가 커질 때까지는 주식계좌에서 돈은 찾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나니 어제 상한가를 간 파인전자가 생각났다.


‘이걸 팔아야 할까?’


뉴스를 검색했다.


- 파인전자, 영업이익 전년비 580% ↑

-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신기술 개발로 투자 수확 본격화


‘오! 이런 일이···’



***



한 달 후.


[예수금: 150만 원]


30만 원으로 시작한 계좌가 한 달 만에 150만 원이 되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소변볼 때도, 밖에 나가 산책할 때도, 밤늦게 편의점 알바 하다가도 문득 나는 미친놈처럼 웃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요?”


어떤 단골손님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그리고 몇몇은 웃음 많은 친절한 직원으로 보기도 했고.


‘믿을 수 없군!’


파인전자로 처음 상한가를 갔을 때는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꽁꽁 가려져 있던 알짜 회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내가 산 뒤에 터져줘서 고마웠다.


결국 팔지 않고 기다렸는데 다음 날 다시 상한가를 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오르다가 갑자기 떨어지길래 무서워서 팔았다.


이 종목은 사실 더 크게 상승했다. 그동안 워낙 저평가를 받아서인지 기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두 번이나 상을 간 후에도 조정 기간을 거쳐 다시 상승을 이어간 것.


그런데 3일째 되는 날 오후 4시.

그 이상한 문자가 다시 왔다.


- 발신번호 표시없음


[주아유통]


발신번호 표시 없이 딸랑 종목 하나만 보내온 문자. 전에 아버지 산소에서 받은 문자와 같은 문자였다.


공통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종목이 내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 이름이었다. 그것도 내 기억 속에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던 회사.

사실 그게 아니라면 이번에도 거들떠보지 않고 그냥 넘겼을 문자였다.


하지만, 나는 전처럼 이 회사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떠올렸고, 인터넷으로 회사를 검색도 하면서 이상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매수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놈 또한 내게 믿기지 않는 수익을 안겨주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번에는 내가 매수한 날로부터 무려 3일 연속 상한가.


나중에 뉴스를 통해 알고 보니, 이 종목이 정부 정책 테마주에 엮여서 올라갔던 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3 연상을 다 먹지는 못하고 중간까지만 먹고 나왔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주식계의 명언 때문이 아니었다. 내 그릇이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다시···


그 이상한 문자가 다시 왔다.

보통 내가 산 종목을 매도한 후 2~3일 안에 다른 문자가 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이후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문자까지···

한 달 사이에 총 5개의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추천한 종목은 하나같이 내가 다니던 회사였으며. 그 종목들을 사면 모두 수익을 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도대체 누굴까?’


이제는 무섭기까지 했다. 혹시 이것도 세력의 농간인가?

아니면 나를 아는 누군가의 장난일까?


그러나 세력이라면 내게 이렇게 거저 수익을 안겨줄 리 없지. 그리고 아는 사람이 장난을 친다 해도 이렇게까지 종목을 잘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혹시 몰라 전화를 해봤다.


“한결아, 혹시 네가 보냈냐?”

- 뭔 소리야, 우진아 내가 너한테 왜 그런 문자를 보내겠냐? 지금 나 살기도 바쁜데···.”


“혜림아, 혹시 네가 범인이니?”

- 오빠, 내가 왜 오빠에게 발신번호도 없는 문자를 보내겠어. 그냥 광고 문자겠지. 근데 그 문자가 왜?”

“아, 별거 아니다.”

- 싱겁기는···,


한결이도 혜림이도 문자를 보낸 게 아니란 얘긴데. 하기야 그들이 그런 문자를 보낼 리가 없지.


‘그럼 누굴까? 누군데, 이런 추천 문자를 계속 보내는 걸까?’


만일 이게 그냥 광고 문자라면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기막히다.

모두 내가 한 번씩 다녔던 회사를 추천하는 거도 그렇고, 보낸 종목마다 오르는 것도 그렇고···.


문득 다음에는 어떤 종목을 추천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다녔던 21개의 회사 중에 가장 괜찮다고 느낀 회사들을 간추려 보았다.

그중에서 아직 추천받지 않은 회사들을 리스트 위에 적었다.

그렇게 해서 적은 5개의 회사 이름.


[와우케미칼], [다움미디어], [SY첨단소재], [베타식품], [준시큐리티]


MTS 어플을 열고 관심 종목 포트를 만든 다음 이 5개의 회사를 순서대로 집어넣었다.


다음에는 이 회사들 중에서 추천 문자가 오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 문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4시.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 발신번호 표시없음.


두근두근···


과연 내 예측이 맞을까?

문자를 열어서 확인했다.


“어! 이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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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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