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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75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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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DUMMY

라스트인베스트 주식팀 사무실.


[비*산업 아산공장 화재 발생!!!]


밤사이 터진 뉴스로 비*산업의 주가는 20% 이상 급락했다.

말할 필요 없이 사무실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허겁지겁 사무실을 찾은 김막수.

설계자를 노려보는 그의 눈에는 살기가 솟구쳤다.


퍽!


다짜고짜 김막수로부터 정강이를 구둣발로 세게 걷어차인 설계자.


“으헉···”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다 다시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났지만,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회, 회장님!”

“너 뭐야? 죽고 싶어?”

“···죄송합니다. 저도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시팔 설계자면 남이 계산하지 못하는 것도 계산해야 할 거 아냐. 이게 죄송하다고 될 문제야? 이제 두 달 남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노력? 무슨 방도라도 있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씨팔 지랄하네. 확실하지 않으면서 그냥 노력한다고? 그래서 또 안 되면 그땐 정말 네 목숨이라도 내놓을 거냐?”

“······.”


나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김막수에게 다가갔다.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순간, 사무실에 내려앉는 싸늘한 정적.

서로 눈치만 보던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쪽을 향했다.


'저 새끼 뭐야? 돈 거 아냐?’ 하는 시선들 사이로 김막수가 내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뭔데?”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미심쩍으면서도 한편 기대감이 묻어있는 자의 표정.


“정말이야?”

“네.”


김막수 입장에서는 불가능할 거 같던 미션을 두 번이나 성공시킨 놈의 말이었다. 애송이지만 들어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흠··· 그럼 내 방으로 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나가려다 말고 다시 설계자를 가리켰다.


“너도 같이 따라와!”

“예?··· 예, 회장님!”


*


김막수 집무실.


김막수를 앞에 두고 설계자와 나란히 앉았다.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막수.


“말해 봐!”


나는 현실 점검부터 들어갔다.


“현재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늘 악재가 아니더라도 목표 달성은 힘들었을 겁니다. 그동안 신규 투자자 모집이 힘에 부쳤기 때문에···. 그런데다 오늘 악재까지 터졌으니 이제 투자자 모집은 더욱더 물 건너갔고요.”


그러자 김막수가 설계자를 향해 물었다.


“맞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설계자는 경직된 채 그저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맞냐고 임마!”

“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그렇습니다.”

“하, 놔···”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김막수는 억지로 분을 삭이고 나서 다시 나를 향했다.


“그래서?”

“개미들 힘만으로 올리기는 이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개미들은 뉴스에 민감해서 현재 투자심리가 매우 위축되어 있을 게 분명하고···.”

“그래서 어떡하겠다는 거냐고?”

“그래서 방법은... 이제 다른 세력에게 넘기는 겁니다.”

“뭐?”


놀란 건 김막수 뿐만이 아니었다.

조아리고 있던 설계자도 고개를 번쩍 들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걸 넘기다니··· 그럼 우리 종목에 다른 세력을 끌어들인다는 거야?”

“네 맞습니다. 우리 종목에 다른 세력이 들어가도록 작업한다는 얘기입니다.”

“······?”

“우리가 미리 작업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고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면······.”


설계자가 이내 나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우리가 작업하던 걸 왜 다른 세력에게 넘겨? 그리고 그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사실 그가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세력 간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상도 때문. 즉 한쪽이 이미 건드는 종목은 다른 세력이 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름 없는 조막손들은 뭣 모르고 서로 박 터지게 싸우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세력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세력이 다른 세력에게 작업을 건다는 건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알게 되면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번질 게 분명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뒷말을 잇지 못하는 설계자.

그리고 그 책임은 물주 김막수가 아닌 그걸 기획한 설계자의 책임이 될 거란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 세계에서 그의 입지는 당연히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러나 김막수는 그런 걸 고려할 인물이 아니다.


“넌, 조용히 해!”


설계자에게 호통치고는 흥미롭다는 듯 다시 나를 응시하는 김막수.


“계속해!”

“아시다시피, 세력은 이번에 터진 화재 뉴스 따위는 신경을 안 씁니다. 앞으로 터질 재료만 더 크다면···.”

“···재료? 어떤 재료?”

“그건 바로 회장님이 계신 HM 건설이나 한명그룹 차원에서 이 회사를 인수한다는 재료입니다.”


막수의 입가가 살짝 실룩였다.


“야. 괴물. 너 참 당돌하구나!”

“······?”

“그러니까 네 말은 나보고 구라를 까라는 거 아냐. 우리 아버지가 그 좃만한 비*산업을 인수한다고.”

“···네. 그런 셈입···”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설계자가 다시 불쑥 끼어들었다.


“야, 그러면 우리 회장님이 주가나 조작하는 작전세력이라고 소문낼 일 있냐?”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찌라시는 밖으로 퍼트릴 게 아니니까.”


김막수와 설계자 모두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세력에게만 알리는 겁니다.”

“···세력에게만?”

“네. 그러면 안전합니다. 어차피 그 정보를 받은 세력들만 골탕먹는 거니까. 밖으로 새 나갈 일도 없고.”

“그게 가능하다는 거냐? 그리고···”


그걸 받을만한 세력이 필요했다.


“그럼 그걸 받을만한 세력이라도 있다는 거야?”

“네.”

“그게 어딘데?”

“남대문입니다.”

“···뭐?”


이제야 뭔가 감이 잡힌다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김막수.


남대문이면 그러잖아도 라스트인베스트의 경쟁업체이자, 양아치 세력이라고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곳이 아닌가.


“남대문 세력은 아시다시피 제가 있어봐서 잘 압니다. 그리고 여기 기술자 중 한 명도 아직 그쪽에 드나드는 사람이 있고···.”


김막수의 시선이 이번엔 설계자를 향했다.


“정말이야?”

“···네. 거기 있다 나온 놈이 있긴 합니다만···.”


그러자, 흥미로운 표정의 김막수.


“우하하핳!”


기어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너 참 대단한 놈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듯,


“아, 너 거기서 강희성한테 당했다고 했지? 이놈이 그래서··· 하기야 네 입장에서는 강희성 놈에게 복수도 하고 싶겠지.”

“꼭, 그거 때문만은 아닙니다.”

“······.”

“저도 이 작업을 꼭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그래야 회장님께서 저를 내보내 주신다고 하셨으니까요.”


다시 한번 확인받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그야 물론이지.”


예상대로 그는 반응했고,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강희성 놈과는 달라. 그러니 그냥 내보내지도 않을 거라고.”

“······?”

“이번 일만 성공시키면 네게 큰 보상도 해주마. 알지? 나는 내 돈 벌어주는 놈은 절대 배신하진 않는 거.”


김막수는 이미 결단을 내린 듯한 표정으로 설계자를 향해 말했다.


“설계자 들었지?”

“···네?”

“이놈과 상의해서 빨리 진행 시켜!”


맥없이 일어나려는 설계자를 향해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넌 운 좋은 줄 알아. 이놈 아녔으면 이사 자리고 뭐고 넌 끼이익~”

“······.”



*



내가 바라던 대로 일은 바로 진행되었다.

설계자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작업을 성공 못 하면 세력의 상도고 뭐고 그의 목이 먼저 달아날 판이니···.


김막수는 그날 다시 사무실에 들렀고, 팀원들에게 내 지시를 따를 것을 명했다.

그러나 내가 처음 지시를 내린 자는 바로 그 말을 하는 김막수였다.


“회장님. 먼저 비*산업을 찾아가서 연기 좀 하셔야겠습니다.”


그 말에 김막수는 바로 다음 날 비*산업의 화재 난 공장을 찾았다.

사장과 만나 위로금을 전달하고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그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용 내장재에 애착을 느끼는 척 연기하고 돌아왔다.


“어머!”


돌아가는 상황을 전해 들은 이혜림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워했다.


“···정말? 정말로 그 싸이코가 오빠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호호호,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와인바에서 온갖 추태를 저지르고 막말을 하던 자가 아닌가. 더군다나 누구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김막수는 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그마치 그가 만들려는 자금 2천 5백억이 걸린 일인데···.


내가 김막수에게 비*산업 사장을 만나게 한 건 사진 때문이었다. 비*산업 사장과 HM건설 부회장이 찍은 사진.

그다음은 그걸 작업하는 데 이용했다. 이를 강희성에게 전달하고 최초로 약을 칠 사람은 바로 남파간첩이었다.


“헉, 그럼 나더러 시방 남대문에다가 작업 걸란 말인 거여?”

“왜. 문제 있나요? 지금 당장 손에 장 지지는 거 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회장님 지시인데···.”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다음으로는 혜림이의 도움도 필요했다.

혜림이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나와 한 약속으로 고급 와인바를 그만두고 공부에만 전념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아직 와인바에 남아있는 건 후임이 나타나기 전까지 일해달라는 매니저의 부탁 때문이었다.


“혜림아, 너도 와인바 그만두기 전에 할 일이 있어.”

“그게 뭔데?”


그건 바에 들르는 강희성이나 그 똘마니들에게 고급 찌라시를 흘리는 거였다.


다행히 혜림이는 능글맞게도 그 미션을 잘 수행했다.

녀석은 그곳을 드나드는 자들의 인맥과 역학관계를 제법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대문과 연루된 자들이 바에 들르면 마치 1급 비밀을 흘리듯 일부러 옆 동료들과 소곤댔다.


“야, 오늘 들은 따끈따끈한 뉴스인데 말야. 글쎄 한명그룹이 비*산업을···”


그러면 그걸 들은 놈들은 귀를 의심하고 물었다.


“너희들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김막수 사장님한테 직접 들은 건데요.”

“그 HM건설 부회장 말야?”

“네.”

“흠··· 절대 그런 말 어디서 떠들고 다니지 마라!”

“아. 네 죄송합니다.”


김막수에게도 이미 말해 놓은 뒤였다.

한 달간은 와인바에 들러서 비슷한 이야기를 술주정하듯 내뱉으라고.


그래서 결국 시작된,

양아치 세력과 재벌 망나니 세력 간의 대결!


이 대결의 끝에서 내가 더 큰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건 김막수가 모르는 눈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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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8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20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20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31 이게 대체 얼마야? 23.06.08 222 5 11쪽
30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23.06.06 22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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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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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30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6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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