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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55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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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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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DUMMY

다급한 마음에 호가창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종목에는 암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1111···이나 2222··· 등과 같은 단순한 프로그램 매매 성격의 의미 없는 숫자들만 보일 뿐.


호가창 암호는 남대문 세력이 알바로 고용한 클릭맨들을 통해 매매 시킬 때 전달하던 암호였다.

지금 호가창 암호가 없다는 건 이 종목들은 남대문 트레이딩실에서만 꾼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얘기.


그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바로바로 작전에 따라 매매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리는 건 지금 단기 차익이다. 보통 한두 달 단위로 추천했는 종목들이 그랬으니까.


오전 11시.

하락을 멈춘 1, 2번 종목.


(1) [**모터스 ↓20%]

(2) [**시큐리티 ↓21%]


위에는 각각 엄청난 매도 대기 물량이 쌓여있었다.


아직도 더 팔겠다는 얘기군!

그러니 알아서 도망가란 얘기야.

하지만 나는 그리 못한다.


네놈들이 아직도 팔 물량이 많이 남아있다는 건··· 그건 바꿔 말하면, 아직도 이 종목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


애초에 그 많은 물량을 산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마냥 이렇게만 팔 리는 없지!


장 마감 시간.


반발 매수로 하락폭을 1% 정도 줄인 거 외에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전에 그렇게 난리 치던 종목들이 오후장에는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거래가 지지부진했던 것.

그래서 결국 다음날을 기약했다.


*


다음날 오전 8시 30.


달력을 보니 미션 마감까지 남은 거래일은 이제 겨우 3일.


‘더 이상 떨어지면 정말 끝인데···.’


어제 마감된 계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1) [**모터스]

[총매수금액: 60억 원]

[총평가금액: 54억 원]

[평가손익: - 6억 원]


(2) [**시큐리티]

[총매수금액: 60억 원]

[총평가금액: 53억 원]

[평가손익: -7억 원]


결국 두 종목에서만 마이너스 13억 원.

미션을 달성하려면 50억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되려 기껏 벌어놓은 돈마저 일부 까먹은 셈이다.


13억이라······.

내 평생 벌기도 힘든 돈을 까먹은 건가?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몇십만 원도 벌벌 떨며 거래하던 내가 아닌가!

그런데 100억이란 돈을 거래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액수에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오전 9시.

- 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발 오늘은 1, 2번이 올라 주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HTS 화면에 남대문이 작업 중인 4종목을 한꺼번에 띄워놓았다.


하지만······


(1) [**모터스 ↓-1.5 %]

(2) [**시큐리티 ↓-1.0 %]

(3) [**게임 ↑20% ]

(4) [**미디어 ↑22% ]


1, 2번 종목은 오늘도 여전히 하락 중인데, 3, 4번 종목은 또 상승 출발이다.


‘아, 뭐야 그럼 오늘도?······’


3, 4번이 저렇게까지 갭상승한 걸 보면 오늘 아침은 찌라시까지 뜬 듯한데···.

후회가 밀려온다. 1, 2번 종목에만 120억이나 들어갔으니 1% 떨어질 때마다 1억 이상 손해 보는 상황.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에 벌었다고 기뻐한 것. 놈들에게 복수했다고 기뻐한 것도 이젠 다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결국 역시 개미는 세력을 이길 수 없다는 건가?’


-쾅!


나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쳤다.

그동안 내 생각을 합리화하느라 마음 한구석에서 애써 외면하며 꾹꾹 눌러놓았던 문구가 떠올랐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게 아니라던데······.’


지금이라도 팔아서 원금이라도 보존할까?

그러자니 나를 비웃는 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네가 어디 할 수 있나 보자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자들의 얼굴이······.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시초가에 급등 출발했던 3번 종목이 난데없이 급락하는 게 보였다.


어?


(3) [**게임 20%]

[**게임 17%]

[**게임 15%]

[**게임 13%]

..


뒤이어 역시 장대 음봉을 그리며 하락하는 4번 종목.


(4) [**미디어 19%]

[**미디어 15%]

[**미디어 11%]

[**미디어 9%]

..


지금 저들이 저걸 판 돈으로 이제 어디로 갈까?


과연 내가 예상한 곳으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1, 2번 종목에 다시 남은 돈을 모두 올인했다.

그래서 총매수금액은 각각 70억씩 총 140억.


(1) [**모터스] [총매수금액: 70억]

(2) [**시큐리티] [총매수금액: 70억]


지금껏 살면서 당연히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매매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잠시 후,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1, 2번 종목.

그러더니 어느새 양봉으로 전환.


(1) [**모터스 ↑ 1% 상승중]

(2) [**시큐리티 ↑ 2% 상승중]


‘그래 이거야! 기다리던 그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3, 4번 종목의 낙폭은 커지고 1, 2번 종목은 오르는 상황으로 역전한 것이다.


(1) [**모터스 ↑ 5% 상승중]

[**모터스 ↑ 9% 상승중]

[**모터스 ↑ 12% 상승중]

..


(2) [**시큐리티 ↑ 6% 상승중]

[**시큐리티 ↑ 10% 상승중]

[**시큐리티 ↑ 15% 상승중]

..


세력은 그동안 1, 2번 종목을 매도했던 가격대에서 더 많은 물량을 다시 매집하는 듯 보였다.

놈들이 그럴 수 있었던 건 그 구간에 공포에 질린 개미들의 매물대가 존재하기 때문.

개미들은 그 가격대가 오자 모두 팔기 바빴고, 세력은 다시 사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알아두어야 한다. 세력도 손해를 보고도 팔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다 계산이 깔려 있다.


*


오후 3시 30분.


장이 끝나고 한동안 나는 마치 정지화면처럼 멍하니 HTS 창만 바라보았다.


보이는 건 상한가에서 멈춰있는 1, 2번 종목.


(1) [**모터스 ↑ 29.8% 상한가]

(2) [**시큐리티 ↑ 30% 상한가]


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오늘도 천국과 지옥을 오갔군!’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1) [**모터스]

[총매수금액: 70억 원]

[총평가금액: 84억 원]

[평가손익: + 14억 원]


(2) [**시큐리티]

[총매수금액: 70억 원]

[총평가금액: 83억 원]

[평가손익: + 13억 원]


두 종목을 합친 계좌 총평가금액이 167억.


[라스트인베스트거래계좌]

[총평가금액: 167억 원]

[총평가손익: 67억 원]


200억이 되려면 33억을 더 벌어야 한다. 그러려면 20% 이상 더 올라 줘야 하고.


‘과연 3일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일단 숨을 돌리기 위해 개인 트레이딩실을 나와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


장이 끝난 뒤라 오늘도 매매팀 자리는 썰렁했다.

그리고 뒤쪽 홍보팀 자리도 빈 걸 보면, 오전에 출장 나갔다가 아직 복귀하지 않은 모양이다.


원래 홍보팀의 역할은 투자자 유치였다.


“한 달 후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을 받아줄 투자자가 필요해!”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투자자라는 건 남대문처럼 의뢰받은 VIP 투자자의 투자금이 아니었다.


이들이 작업해서 올린 물량을 나중에 단계별로 고점에서 받아줄 자들을 모으는 것.

큰 물량이 들어간 종목일수록 개인 투자가들 힘만으로 주가를 떠받치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단계 등 조직적인 힘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설계자는 그쪽으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매매팀 이외에 홍보팀과 교육팀을 따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옆을 보니 교육팀이 보였다.

그들은 오늘도 유튜브 방송을 하느라 복도 쪽에 있는 1 인미디어 실을 자주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과연 여기는 어떻게 방송할까? ’


녹화방송인 걸 보면 남대문이 하는 실시간 리딩 방송과는 다른 방식인 거 같았다.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세력 연구 차원에서···.’


그래서 유튜브를 열고 ‘라스트인베스트’를 쳤다.

그러나 회사 이름으로는 아무 채널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다시 영어로 Last Invest를 쳐봤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아, 그럼···’


종목으로 검색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작업 중인 종목 이름을 넣고 검색했다.


[검색: 비*산업]


그러자, 역시 이 종목과 관련된 몇 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일부는 오래된 영상이었고 일부는 최근에 올라온 영상.

그중 최근 1, 2주 사이에 올려진 영상 몇 개를 확인했다.


첫 번째 영상 제목은,

[이런 종목 조심해야 합니다!]


클릭하고 들어가 보니,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못 그럴듯한 교육으로 시작하는 영상이었다.


혹시 여기 교육팀원 중 한 명이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비*산업 종목의 재무제표를 설명하는 익숙한 목소리.


“보시다시피 자동차 시트를 제작하는 회사에요. 영업실적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지만, 실은 함정이 있습니다. 여기 부채비율을 보세요······.”


가끔 마주치던 교육팀원 중 한 명이었다.

비*산업을 매수하면 안 되는 이유를 억지로라도 만들어 설명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또 다른 영상 제목.


[세력에게 발리기 쉬운 종목 비*산업]


들어가 보니 역시 이번엔 차트를 띄어놓고 설명하고 있었다.


“여러분 차트 보이시죠. 저점 대비 30% 가까이 오른 거··· 그리고 지금은 개미들 꼬드겨서 털어먹는 기간이에요. 이런 종목은 지금 들어가면 큰코 다칩니다. 잘못 들어갔다가 물리지 마시고 좀 더 기다렸다가······”


하, 우습군! 자신들이 세력이면서···.


영상이 코미디처럼 느껴졌다. 물론 나야 이들의 정체와 의도를 알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개인 투자가를 위한 이 진지하고도 친절한 영상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두 영상 모두 지금 비*산업을 사면 큰일 날 것 같은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조만간 매집이 끝나면 그들은 이 영상들을 지울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안 좋게 말하던 이 종목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최고의 종목인 양 추천할 것이고.


몇 개의 영상을 더 확인했다.

그 결과, 교육팀은 라스트인베스트 회사명이 아닌 팀원들 명의로 채널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었다. 말이 교육팀이지 실은 주가조작을 위해서 단계별 여론몰이를 진행 중인 것.



***



며칠 후.


드디어 나의 최종결과가 보고되었다.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설계자는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출입문 쪽에 서 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도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있는 상태였다.


잠시 후.

오랜만에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김막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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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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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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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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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23.06.06 22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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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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