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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61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28 15:02
조회
229
추천
6
글자
11쪽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DUMMY

[솔수 바이오 솔 추출물 항암물질 2단계 임상 돌입.]


‘임상 2단계? 이게 뭐지?···’


물어볼 놈이 이놈뿐이구나.

핸드폰 통화버튼을 눌렀다.


“야, 김한결. 임상 2단계가 뭐냐?”

- 그건 왜?”

“솔수바이오란 종목이 임상 2단계라는데 궁금해서.”

- 야, 찌질이 너 아직도 주식 해? 그리고 그거 지난번에 물어본 거 아냐? 존나 구린 종목.”


녀석은 내가 신나게 돈 잃고 그만둔 줄 아는 모양이다.


“잔말 말고, 대답이나 해줘.”


그러자, 또 똥폼을 잡으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김한결.


- 흠. 임상 2단계란 말이지.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의 약효와 부작용을 평가하고, 유효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말한단다. 아그야. 그거도 모르면서 바이오 건드냐?”

“아, 네 전문가님. 그만하시고요.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 임상 2상은 바이오 종목 테마에서 가장 크게 가는 재료 중 하나야. 기대감에 상승하지. 3상보다 더.”

“그래?”

- 근데 대부분 2상 통과해서 3상으로 가는 경우가 10%도 안 되니까 조심해야 한다. 그거 가지고 졸라 한탕 해 먹고 골로 가는 종목 많으니까.”


그 말 아니더라도 난 이미 하루하루 조심하는 중이다.


“아, 대충 알았으니까 끊자.”

- 야, 정우진. 그나저나 너 혹시 요즘 주식 한다더니 손실 난 거 아냐? 주린이 주제에 헛짓하지 마라. 나야 먹고살려고··· ”

“그래. 고맙다. 끊을게!”


- 띠릭


전화를 끊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에게 그렇게 주식을 하라고 달달 볶던 놈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는 뭐만 물어볼 때마다 주식 하지 말라고 하니 참···.


이제 최종적으로 계좌를 확인할 차례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좌를 열었다.

한결이 녀석이 내 계좌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솔수바이오]

[현재가: 1,700원]

[총평가금액: 10,020,000 원]

[평가손익: + 8,520,000 원]

[수익률: 668%]


불과 석 달 전 30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오늘 드디어 총평가금액이 천만 원을 넘겼다. 남대문 양아치들 때문에 잃었던 돈을 복구한 것이다.


녀석 말처럼 씨드머니가 적어서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는데, 그 돈을 넣지 않아도 될 만큼 씨드가 빨리 커진 게 꿈만 같다.


처음 한 달은 5개 종목으로 수익을 냈고, 그다음 두 달은 솔수바이오 단 1개 종목으로만 수익을 냈다.


‘이 한 종목으로 이렇게 많이 벌 줄이야!’


이놈을 문자로 받은 후로 다른 추천 문자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게 마치 내가 아직 이 종목으로 먹을 게 더 남았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누가 그런 문자들을 보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문득 그게 하늘이 준 선물이거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내는 문자일지 모른다는 황당한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걸 누가 보냈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종목이든 얼마나 먹느냐는 결국 내 실력에 달렸다는 걸 경험했으니까···.


내가 지금 매매하는 방식은 지난번 와우개미가 했던 초단타 스캘핑 방식은 아니었다.

그저 죽어라 연습했던 단타 연습이 내 매매 감각과 민첩성에 도움이 됐을 뿐.


역시 세력이다.

운 좋게도 세력이 들어온 종목에서 손해 안 보고 단타를 병행하며 사고팔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렇게 수익이 불어난 것.

그러니 단타와 복리의 효과를 단단히 본 셈이다.


HTS를 다시 주시했다.

풀릴 기미가 없는 상한가.

당연하다. 아직 세력의 매집이 끝나지 않았으니.


‘과연 이놈이 어디까지 갈까?’


아까 한결이가 말한 게 생각나서 기사도 다시 확인했다.


‘······뭐야?’


자세히 보니 1년 전 기사의 재탕이었다. 단지 임상 2단계 돌입 기사만으로 상한가를 보냈다는 거야? 그것도 재탕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번에도 대충 감이 왔다.

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작전이다.


오늘 기사로 상한가를 보냄으로써, 앞으로 이 종목에 대한 기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세력은 그걸 노리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이런 종목 매매할 때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뉴스는 개미들이나 보라고 만들어지는 것.


역시 뉴스보다는 세력들의 수급과 호가창이다.

뉴스보다 빨리 움직이는 게 세력들의 수급 아니던가!

그동안 안 좋은 뉴스가 나왔을 때도 나는 세력의 동향을 살피며 팔지 않았다.


좋은 뉴스가 터진 오늘도 마찬가지. 주가는 이미 뉴스가 나오기 전부터 움직였다.


혹시나 해서 포털사이트 종토방(종목토론방) 분위기를 탐색하러 들어가 봤다.


-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 씨팔, 맨날 내가 팔면 오르냐.

- 뉴스에 털라 했다 등신들아

- 이 잡주 건들면 좃 된다. 회사 3년 연속 적자란다.

- 그려, 이런 거 샀다가 인생 조지는겨···

···


안티글들을 보니 답답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시글을 달고 싶어졌다.


[아직은 팔 때가 아닙니다. 아직 못 사신 분들은 편하게 들어가세요. - 세력을 잘 아는 주린이.]


얼마 후 내 글에 댓글이 달렸다.


- 주린이라면서 어떻게 세력을 잘 아냐? 또라이···.


주린이라는 말은 뺄 걸 그랬나?

모르겠다. 그럼 네 맘대로 해라.


내가 종토방을 확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식 초보인 내가 혹시 모르는 정보라도 있는지 확인하려 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내가 남대문 양아치 세력 밑에서 일할 때 강희성이 오픈 방송에서 써먹던 수법이 바로 대중의 심리를 이용하는 거였다.

놈은 방송에 참여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고 거기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했다.


- 위이이이잉


[오빠 뭐해? 오늘 밤에 편의점에 라면 먹으러 갈게.]


혜림이로부터 온 문자였다.

녀석은 언제부턴가 나를 친오빠처럼 의지하고 있었다.


녀석, 그냥 오면 되지 뭔 문자까지···

내가 있는지 확인하는 건가?



***



밤 11시.


손님 없는 편의점에 한 소녀의 라면 먹는 소리가 요란했다.


- 후루룩


여전히 라면만큼은 게걸스럽게 먹는 혜림이의 모습이 오늘도 역시 배고픈 10대 소녀 같았다.


“넌 참 보기랑 달라.”

“뭐가?”

“보기엔 되게 고급지게 생겼는데, 먹는 건 참 야무지단 말야.”

“야무져? 호호, 그거 칭찬인 거지?”


웃고는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늘져있는 눈빛.

최근엔 녀석의 이런 눈빛을 나는 자주 목격하고 있다.


내가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이후 와인바가 문을 닫는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들러서 라면을 먹는 녀석.


어느 날은 슬금슬금 들어와 갑자기 큰소리로 ‘찌질 오빠!~’ 하고 나를 놀래고는 어린애처럼 킬킬대며 웃던 녀석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웬일인지 녀석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발랄한 웃음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나는 가끔씩 들어오는 손님들을 대응하며, 혜림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일은 어떠니?”

“어떻긴 뭘 맨날 그렇지. 근데···”

“근데 뭐?”

“나 와인바 일 그만둘까 봐.”


놀랍지 않았다. 녀석은 원래부터 그런 데서 일할 만큼 강한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강한 척을 해왔을 뿐.


“왜? 어머님 병간호 때문에 힘드니?”

“아니, 싸이코들 땜에.”

“······.”

“오빠, 내가 전에 말했지? 거기 재벌들 중에 싸이코들 개 많다고. 그 새끼들이 자꾸···.”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는 혜림이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갔다. 전부터 일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 녀석. 하지만, 나는 무슨 얘긴지 대충 이해가 되었다.


그 밀폐된 고급 와인바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부류라는 게 보통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자들이었다. 분명 종업원 따위의 인격이야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다른 곳보다 높은 급여만 아니라면 진작에 그만뒀을 녀석.


나는 그런 녀석이 안쓰러워져서 생각 없이 말했다.


“혜림아, 힘들면 그만둬.”

“왜? 오빠가 먹여 살릴 거야?”


연인 사이에서나 할 법한 당돌한 녀석의 말에 갑자기 어이가 없어졌다.


“뭔 소리야, 방금 네가 그만두고 싶다며···그리고 내가 무슨···”


하지만, 혹시 녀석이 나를 남자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잠깐의 설렘이 느껴지면서 싫지만은 않았다.


“오빠, 거기 나 좋다고 추근대는 재벌 놈한테 그냥 확 시집이나 갈까?”

“그야···.”

“그럼 내 인생 지금보다 좀 편하겠지?”


그러자,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야, 씨. 네가 내 동생이라면 절대 그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데 돈만 보고 갔다가 인생 불행해진 여자들 얼마나 많은 줄 아니?”

“근데 오빠가 왜 이렇게 흥분해? 호호호···”

“······.”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오늘 본 중에 가장 크게 웃고 있었다.


“근데 오빠 요즘 주식 잘 돼?”


녀석이 내 계좌를 보면 놀라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 그걸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쫌. 전보다는 나아.”

“오빠, 그럼 내가 가끔 좋은 정보 있으면 알려줄 테니까, 주식에 참고해봐.”

“······.”

“그래서 혹시 그거로 오빠가 돈 벌면 나 밥 사주는 거다. 어때? 재밌겠지.”

“그야 나쁠 건 없지만···”


혜림이가 일하는 와인바에는 유명한 정, 재계 인사들도 꽤 드나든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한 고급정보들을 들을 수가 있다고.


하지만 거기서 일하려면 손님들이 나누는 어떠한 대화 내용도 외부에 발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내가 그걸 걱정하자, 녀석은 걱정을 말라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 참. 나 이제 신입 아니야 오빠. 그런 건 내가 유도리 있게 알아서 한다고요. 오케이?”

“알았다. 하지만 조심해라. 그거 아니라도 네가 원하면 밥은 언제든 사줄 테니까.”


어차피 내 씨드머니가 커지면 다양한 곳에 분산 투자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래서 녀석이 주는 고급정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주로 세력들을 연구하는 나로서는 잡다한 외부정보야 참고만 하는 수준이었다.


그 후로 녀석은 내가 주식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면서, 세계정세가 돌아가는 이야기며 정부 정책이 어떻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제법 경제 학도답게 토해냈다.



*



밤 12시


나는 그다음 순번 알바생과 바통터치 후, 혜림이와 함께 편의점을 나왔다.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갈림길에서 헤어지기 전 녀석이 뜬금없이 말했다.


“나는 오빠 같은 사람이 부자 됐으면 좋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데?”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


나도 나름 힘들게 살아왔지만, 녀석이 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거도 그렇고, 자존심 버리고 그 힘든 일을 꾸역꾸역하는 거도 그렇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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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19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31 이게 대체 얼마야? 23.06.08 22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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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8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5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1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0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30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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