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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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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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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47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04 17:10
조회
222
추천
5
글자
10쪽

너 야동 봤냐?

DUMMY

어느새 왔는지 매매팀 트레이더 둘이 나를 보고 서 있었다.


“뭘 그리 놀라 임마!”

“너 혹시···”


당황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들.

혹시 본 것일까? 작전 종목을 미리 사 놨다는 걸···.


“그거냐?”

“···네?”

“너 야동 본 거냐고.”

“······.”


다행이군.


“봤구만, 뭘···새끼. 하하”

“···죄송합니다.”

“졸라 한가한 놈이네! 너 이번 미션은 잘 되고 있냐?”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 근데 이렇게 노가리 까고 있어?”

“1시간에 두 배를 번 놈이 뭔들 못하겠냐? 하하, 잘해봐라.”


옆의 트레이더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넌 정말 운이 참 좋은 놈이여. 그차?”

“······?”

“HTS도 모르던 놈이 6개월 만에 이렇게 변할 리 없잖여. 그런데 말여. 과연 그 운이 얼마나 갈까?”


남대문에 있던 그 트레이더였다. 내게 처음 HTS 사용법을 알려줬던.


“내가 10년 넘게 이 짓 하믄서 말여. 어쩌다 운 좋은 놈들을 여럿 봐왔어. 지난번 네놈처럼.”

“······.”

“근디, 그게 얼마 못 가더라. 처음에 졸라 운 좋던 놈들이 오히려 나중에는 졸라 더 많이 깨지는 거여. 그래서 내가 깨달았지.”

“······?”

“아! 어떤 새끼든 이 주식바닥에서는 결국 운보다는 실력이구나, 하고 말여···.”

“아,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놈의 말에 수긍해주었다.

그러자, 놈은 내가 말귀를 알아듣긴 하는 건가? 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너는 우리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냐?”

“···아닙니다.”

“알긴 아네. 그럼 니 놈이 평생 쓸 운은 지난번 목숨 한번 건진 걸로 다 끝난 거여. 알아듣겄냐?”

“······.”

“이번에도 니눔이 미션을 달성하믄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아그야!”


이놈이 남대문 출신 아니랄까 봐, 손가락 얘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이놈 손가락도 좀 정말 지져봤으면···.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나요?”


순간 멈칫하는 놈을 향해 다시 말했다.


“왜요? 쫄리십니까?”

“하~ 이, 이놈이 정말 죽고 싶어서······!”


그러더니 시선을 의식한 듯 애써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그래 임마! 지진다 지져. 근디 너두 실패하믄 가만 안 둘 줄 알어. 너 땜에 우리가 손해 본 게 얼만 줄 알어?”


솔수바이오 얘기였다. 놈들은 내가 올린 글 때문에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생각했다.


“만일 여가 남대문였으믄 너두 사선이가 됐을 거여. 니놈 친구처럼 말여.”


남대문에서 잘려나간 손가락이 몇 개인지 모른다.

놈들은 그들을 ‘사선이’라 불렀다. 손가락이 네 개라서 사선이다.


“근디 여기는 그걸루는 안 끝날 거여. 니놈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날로 그냥 끝인 거여. 그냥 콱!···”


나를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는 또다른 시선들이 느껴졌다.


“쯧쯧. 1, 2억도 아니고, 자그마치 100억이나 되는 돈을 한 달 만에 200억으로 만드는 건···.”

"사실 여럿이 함께 작업 쳐도 될까 말까인데 저놈 혼자 해내겠냐?"

“삼 주 후면 알겄지. 크후후.”

“하, 새끼 졸라···.”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나는 남대문에서 온 놈이 궁금했다.

어쩌다가 여기로 왔을까?


그러다 몇몇 대화를 통해 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야, 남파간첩! 남대문은 요즘 어떠냐?”


남대문 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고 해서 여기서는 그를 ‘남파간첩’이라고 불렀다.


“묻지마 새꺄. 요즘 거기 분위기 안 좋아.”


주가조작 세계의 기술자들.

그들은 원래 돈과 설계자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그러다 놈이 이쪽으로 온 건 여기 설계자 윤재량 때문.


놈은 10년 전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우며 크게 한몫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설계자의 부름을 받고 다시 이쪽으로 붙은 것.


그러나 남대문 강희성 세력과 이곳 김막수 세력 간에는 알게 모르게 신경전이 있는 관계였다. 쉽게 말해 경쟁 세력인 것.


건드는 종목도 비슷한 데다 주먹세계를 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서로가 견제는 하되 한쪽이 건드는 종목을 다른 쪽이 쉽게 건들지는 못했다.

우습지만, 이들 간에도 엄연히 상도(商道)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



1주일 후.


고민에 빠졌다.

지난주 남대문으로부터 50%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때만 해도 나는 금방 목표를 달성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날 막판에 재매수한 두 종목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주일 동안 2~3%씩 하락한 상태. 그래서 두 종목에서만 1억여 원이 마이너스였다.


(1) [**모터스 ↓3%]

[총매수금액: 20억 원]

[평가손익 – 6천만 원]


(2) [**시큐리티 ↓2%]

[총매수금액: 20억 원]

[평가손익: - 4천만 원]


다른 종목에서 수익을 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시장이 좋지 않아 역부족이었다.

결국 오늘까지의 계좌 현황.


[원금: 100억 원]

[총자산가치: 151억 원]

[총손익: + 51억 원]


‘그런데 놈들이 왜 안 움직이는 걸까?’


아직 미션 마감까지는 2주가 더 남아있는 상황.

이대로 뺄 수는 없다. 놈들이 언제 갑자기 들어 올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마디 감탄사.


“허!”


멀리서 모니터를 보던 설계자가 의외라는 듯 입이 벌어졌다.


“편의점, 지난주 실적이 꽤나 좋았었군!”


내 계좌를 보고 하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번 주는 영 꽝이네!”

“아, 예···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요.”


바라보는 설계자의 표정. 네가 어디 끝까지 성공하나 보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남파간첩이 설계자에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설계자님 저눔을 지가 잘 아는디, 저눔은 절대 우리랑 같이 일할만한 레벨이 안 됩니다. 그러다 같이 망하는 수가 있어요. 그러니···”


사실 설계자도 김막수가 근본도 없는 놈을 데려온 것에 대해 내심 불만이었다.

그래서 미리 손을 쓴 것이다.


“회장님, 새로 온 놈 말인데요. 처음이니까 일을 따로 맡기는 건 어떻겠습니까? 기존 매매팀원들과 호흡도 중요한데 아직 잘 안 맞을 것 같고···”


혹시 모를 후환을 없애려고 그렇게 미리 승낙을 받아낸 것.


그 후로 설계자는 내가 잘하던, 못하던 자신과는 크게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다.


“2차 미션 잘하고 있지?”


가끔 인삿말처럼 말했다. 지금 내가 수행하는 이 미션을 김막수가 내게 내린 2차 미션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


오후 6시.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응, 혜림아!”

“오빠! 애널, 아니 한결 오빠가 술 한잔하자는데···”


그래서 퇴근 후 나간 동네 포장마차.


김한결이 울그락불그락 서운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 뭐 그딴 새끼들이 다 있냐?”


알고보니 녀석은 이미 나와 혜림이가 김막수에게 납치되었던 일이며,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혜림이를 통해 들은 뒤였다.


“우진이 너 서운하다. 그런 일 있으면 나한테 먼저 얘기했어야지.”

“미안하다. 김막수 그놈 보통 놈이 아니라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마, 내가 그리 가벼운 놈도 아니고···.”


그러자 옆에 있던 혜림이 웃었다.

방금까지 놈들을 고발해야 한다느니, 잡아 족친다느니 하며 길길이 날뛰던 김한결이 아닌가.


“우진 오빠가 더 위험해질 수 있어. 증거도 없을뿐더러 외형상 번듯한 투자사로 등록된 그 회사가 김막수 명의도 아니잖아.”

“야, 근데 두 놈들 차이가 뭐냐?”

“김막수는 남대문을 양아치들이라고 하던데.”

“뭐? 둘 다 똑같은 놈들 아냐? 둘 다 조폭을 끼고 하는 거면···.”


와인바에서 김막수와 강희성 두 놈을 다 겪어본 적 있는 혜림이 말했다.


“오빠, 내가 보기엔 돈인 거 같아. 강희성은 가끔 연예인들이나 우락부락한 어깨들이 손님들이었거든. 근데···”


혜림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결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강희성이 연예인 돈 끌어오는 건 다 광고용이야. 연예인 돈 불려주고, 지들은 회사 이미지 세탁하고···. 서로 윈윈하는 거지. 그래서 나도 불려갔던 거잖아. 멀끔하니 신뢰감 있게 생겼으니까···”


그 말에 혜림이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김막수는 강희성과 다르게 따로 투자자를 만나는 건 보지 못했어. 뒤로는 어디서 따로 끌어오는지는 몰라도···.”

“우진이 네가 보기엔 어떤 거 같냐?”


그 말에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남대문에 있었을 때, 그들이 운용하는 자금 의 8할 이상은 조직폭력배들에게서 나오는 자금이었다.

반면에 이곳은 재벌 김막수의 돈을 주로 굴리고 있던 것.

그래서 김막수가 남대문투자클럽을 조폭 양아치 세력이라고 얕잡아 보는 이유다.


“양아치 놈들 밑에서 일하느니 내 밑에서 일하는 게 좋을 거야.”


혜림이 말대로 여기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외부에서 투자금을 영업해 오지는 않았다.

그의 뒤에는 한명그룹이라는 든든한 돈줄이 버티고 있었을 터.


“그 새끼들 똥 묻은 돈을 받아먹느니, 깨끗한 재벌 돈 받아먹는 게 낫지 않냐?”


그러나 그 또한 웃긴 말이었다.

왜냐하면 놈의 자금 안에도 상당 부분 검은 비자금이 들어있기 때문.


결국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보고 짖는 꼴이랄까!


“오빠들!”


눈앞에 혜림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지금 두 놈들 뭐가 다른지, 그게 중요해요? 우진 오빠가 하루빨리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러더니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이혜림.


“근데 오빠 언제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거야?”


그건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김막수는 돈 벌어주는 놈에게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이곳을 탈 없이 나가려면 놈에게 어떻게든 돈을 벌어줘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이 미션을 달성하면 내보내 주지 않겠어? 놈에게 100억이나 벌어주는 건데···. ”


그 돈이면 내 목숨값 정도는 되겠지.

그런데 왠지 이번엔 미션을 달성하기가 제법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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