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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44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6 23:53
조회
212
추천
4
글자
10쪽

아부지 저 약속 지켰어요

DUMMY

“아부지 저 왔어요!”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아부지 내가 그랬지? 내년엔 부자 돼서 돌아온다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부지 저 약속 지켰어요! 나 정말 부자 된 거 같어······.”


잠시 후, 고요하던 산소에 시끄러운 예초기 소리가 삽시간에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드르르륵···



***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내가 사준 아파트라는 것이.

거실 창 밖을 내려다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어때요, 아파트 생활은?”

“좋지. 깨끗하고 편하고···.”


어느새 주름진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

밖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정원 철쭉꽃만큼이나 정겨운, 게다가 엄마의 얼굴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꽃이었다.


“농사는 아직도 지으셔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여. 가만히 있으믄 심심혀서.”

“요 앞 노인정이라도 다니셔요. 이제 익숙해지셔야죠. 여기 생활도.”

“뭐 노인정? 호호.”


어릴 적 동네에서 엄마보다 예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 얘가 왜 이려. 징그럽게. 호호호”


오랜만에 안아본 엄마의 구부정한 몸이 전보다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내가 호강시켜 드릴 테니···”

“···너 이제 증말로 서울 안 가도 되는 거여?”

“말씀드렸잖아요. 요즘은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게 유행이라고.”

“그럼, 집에서 콤퓨타로만 일을 한다고?”

“네.”

“참 좋은 세상이네! 그러고도 그렇게나 많은 돈을 벌다니···.”


나는 한동안 주식은 잊고 지내기로 했다.

어차피 현재 들어간 건 HM건설 단 한 종목이고, 그것을 언제 매도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아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김한수가 내 메세지를 봤다면 곧이어 1차 랠리가 시작될 것이다.

라스트인베스트의 존재를 알고는 물밑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작업 말이다.


그러다 이를 냄새 맡은 기관이나 세력이 있다면 2차 랠리가 이어질 것이고,

형제가 본격적으로 피 터지게 싸우기 시작하면 비로소 뉴스가 터지면서 개미들까지 몰리는 3차 랠리가 시작된다.


나는 가끔 HM건설 관련 뉴스나 확인하면서 느긋하게 관전이나 하면된다.

되도록이면 망나니 김막수가 패하길 바라면서.


-지이이잉 지이이잉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우진아 나야. 왔으면 왔다고 얘기해야 할 거 아냐?


성택이였다. 지난번 나를 대신해서 엄마 아파트 구하는 걸 도와주었던 친구.


*


오랜만이었다. 자연산 우럭을 앞에 두고 친구 오성택과 노동철이 반가운 얼굴로 앉아있었다.


-쨍


캬아~!


동철이 회 한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 우걱우걱 씹으며 말했다.


“우리 짠돌이가 웬일이여? 회까정 다 쏘고?”

“야, 말도 마라. 동네 소문 쫙 났다. 우진이 얘 돈 잘 번다고.”

“그려?···”

“몰랐냐? 얘 자기 엄마 집까지 사준 거. 지난번에 부탁받고 그 집 알아보는데 열라, 부럽더라.”

“···뭐 혀서? 뭐 혀서 돈 벌었는디?”

“그러게?”


궁금하다는 듯 이제 두 녀석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벌긴 뭘 벌었다고··· 짜식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술들이나 마셔라.”


동철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무릎을 탁, 치더니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잠깐만!······”

"......?"

“그람, 그 말이 사실여?”

“······뭐가?”

“너 주식 하는 거.”


고향에서는 내가 주식 하는 걸 아는 사람은 없는 걸로 아는데······.


“저번에 한결이하구 통화할 일이 있었는디 얼핏 그러더라고. 너도 주식한다구.”


하, 역시 김한결...


“너 어디서 그런 얘기 하지 마라. 울 엄마 귀에 들어가면 걱정하시니까.”

“하! 짜슥 뭐 어뗘 임마. 주식이 죄도 아니고···.”

“아무튼, 조심하라고 알았지?”

“알았다, 알았어. 내가 뭐 김한결이냐?”


그러더니 계속 의아하게 쳐다보는 노동철.


“···근디 해가 서쪽에 뜰 일이네. 아니 너는 그렇게 싫어하던 주식을 어쩌다 하게 된 거냐? 한결이가 지보다는 못 해두, 너도 이제 쫌 한다고 그라던디··· 고게 참말여?”

“야, 물어볼 걸 물어봐라. 졸라, 잘하니까 엄마 집까지 사줬겠지 임마. 근데 우진이 넌 어떻게 그렇게 주식을 잘하게 된 거냐?”

“그려 맞어. 주식 잘하는 사람들은 차트 같은 걸 보던디 너도 그거 잘 보는 거여?”

“차트?”

“그려. 유튜브서 봤는디 그거 보구 분석하든디.”


차트라······


녀석 말대로 책과 유튜브를 보면 누군가는 차트를 보고 연구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처음엔 주식 공부한답시고, 다양한 캔들이며 차트 보는 법을 밤새워 공부했고. 그걸 볼 줄 알면 금방이라도 주식 고수가 될 거처럼···.


그러나 결론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종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소위 ‘차트 전문가’라고 떠드는 자들의 과거 영상은 확인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

그들의 지난 영상을 되짚어보라. 나는 차트는 참고만 할 뿐, 맹신하지 않았다.


“속지 마! 차트는 그저 과거일 뿐이야. 사주풀이 같은 거라고. 과거는 잘 맞춰도 미래까지 맞추기는 어려운 사주 말이다.”


그러자, 이번엔 두 놈이 내 앞에서 서로 티격태격했다.


“알겠냐, 동철아? 너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새꺄, 누구는 뭐 처음부터 알고 주식허냐? 그리고 넌 아직도 주식의 주자도 모르잖어 임마.”

“야, 하이고, 넌 그렇게 잘 알아서 꼬라박았냐?”

“······?”


순간 낯빛이 어두워진 노동철.


“···동철이 주식을?”

“하, 말도 마라!···”


녀석이 왜 줄곧 주식 얘기를 꺼냈는지 알 거 같았다.


“실은 그거 땜에 한결이한테 전화한 거였어. 졸라 물려서.”

“뭐에 물렸는데?”

“···초록뱀기술인가 뭔가···”


그러자 옆에서 듣던 성택이 웃으며 말했다.


“뭐? 초록뱀한테 물렸다고?”

“하, 새끼. 뱀에 물린 거면 오히려 좋겠다.”


종목 이름도 헛갈리는 걸 보면, 누군가 좋다고 추천해서 생각 없이 산 거였다.

녀석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내가 핸드폰을 열어 검색했더니 초록기술이었다.


“에휴!···”


동철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그러더라구. 한 달 만에 무조건 두 배 간다구. 근디 씨부럴 두 배는커녕, 시방 반 토막이여, 반 토막.”

“얼마나 넣었는데?”


대답 대신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는 노동철. 그걸 보고 성택이 되물었다.


“2백?”

“아니. 2천.”

“···2천이나? 얌마. 네가 돈이 어딨다고 2천씩이나 사냐?”


오성택은 노동철의 처지를 잘 아는 듯 보였다.

녀석이 투자한 돈 2천만 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억척같이 모은 녀석의 전 재산이었다.


“크으~! 어떤 눔은 주식으로 집까지 사는디, 어떤 눔은 죽겄다구 번 돈 다 날리게 생겼구, 쓰벌!”

“주식은 절대 남의 말만 듣고 사는 거 아니다. 잘 좀 확인해 보지 그랬냐?”

“누구는 몰라서 그랬냐 새꺄? 갑자기 돈이 필요한디 나올 구멍은 없으니께 그랬지. 10년이나 죽겄다고 고생해 봐야 동생 학비는 커녕···”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노동철. 어느새 눈까지 충혈되어 있었다.

평소 녀석답지 않은 모습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성택이도 여기 오기 전에 내게 돈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성택이 사정을 듣기 전에 이놈 동철이의 사연을 먼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불화로 어렵게 자란 노동철.

그에게는 녀석과 달리 공부를 제법 잘하는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 고3이 되었는데, 집안 형편을 알고는 대학을 포기하려 했나 보다.


“너는 나처럼 쪽팔리게 고졸 소리 듣지 말구, 꼭 대학 가야 혀, 등록금하고 생활비는 오빠가 대줄 테니께 걱정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자신도 힘든 처지였다.

동생의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할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막막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함께 일하던 사람의 말을 듣고 문제의 주식을 사게 된 거였고.


잠시 후, 동철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씨발 내가 나이 들었나? 아무튼 니놈은 모를 것이여. 이 고졸의 아픔을···”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성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임마. 우진이한테 그런 말 하지 마라. 고졸이나 대졸이나 똑같다고 놀릴 땐 언제고···. 그리고 네 나이 이제 서른이다. 누가 보믄 갱년긴 줄 알겠네.”


눈앞에 어느새 나를 향해 들어 올린 투명한 잔이 보였다.


“자 들어! 우진아 축하헌다. 친구 잘 되믄 좋은 건디 내가 신세 한탄만 혀서 미안하고.”


허공에 떠 있는 녀석의 술잔에 내 술잔을 세게 부딪혔다.


쨍~!


경쾌한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러나 초반에 달던 소주 맛은 이제 더 이상 달게 느껴지지 않았다.


동철이 화장실을 간 사이 내가 성택이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성택아. 너는 왜 돈이 필요하다고 한 거니?"


술잔을 들이키고 나서 녀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실은 우리 아버지 땜에··· 아버지가 사업하신다고 일 벌이다가 얼마 전에 망했다.”

“뭐?”

“그래서 집이 압류당하게 생겨서···.”

“빚이 얼만데?”

“빚은 1억 가까이 되는데, 우리 엄마가 일단 주위에서 7천까지는 모으셨나 봐.”

“······.”

“그래서 나보고 3천을 도와달라는데, 내가 가진 돈으로도 8백이 부족하더라고. 더 이상 빌릴 데도 없는데···.”

“8백만 원?”

“응.”


겨우 8백만 원?······

하지만, 불과 1년 전이라면 내게도 분명 큰돈이었다.


성택이 미안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나마 여기 남아있는 친구는 동철이 하나뿐인데 그놈 사정은 내가 뻔히 알잖아. 그래서 그놈한테는 말도 못 꺼내고 오랜만에 본 너한테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물론 그 돈은 당장 줄 수도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돈을 직접 주는 거보다 더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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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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