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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63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08 21:17
조회
221
추천
5
글자
11쪽

이게 대체 얼마야?

DUMMY

“회장님 나오셨습니까!”


설계자가 김막수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를 하자, 일동 큰소리로 따라서 인사하는 무리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그래.”


김막수는 짧게 인사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도 그는 양쪽에 보디가드로 보이는 두 명의 어깨를 대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나와 눈이 마주친 김막수.

그가 갑자기 설계자를 오라고 손짓했다.


“거봐, 설계자. 내 말이 맞았잖아!”

“아, 예. 회장님.”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계자와 달리, 김막수는 연신 미소 띤 얼굴로 그를 향해 다시 말했다.


“아까 나한테 보고한 이놈 실적 다시 말해 봐!”


그러자, 설계자가 서류 하나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네··· 원금 100억으로 한 달간 201억을 만들었으니, 수익률이 101%. 그래서 총수익이 101억입니다.”


-와!


여기저기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탄성이 쏟아졌다.

곧이어 만족스런 표정으로 다시 나를 바라보는 김막수.


“수고했다. 괴물!”

“···네.”

“내가 총무과에 얘기해 놨으니 인센티브 넉넉히 챙겨줄 거야.”

“······?”


인센티브라고···?

기대하지 않은 얘기였다. 그런데 이 말이 반갑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자, 의외라는 듯 김막수가 물었다.


“왜 싫어?”

“···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뭐?”


김막수와 그의 떨거지들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 돈을 받으면 여기서 얼마간 더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 그 돈이 얼만 줄 알고 그러는 거냐?”

“상관없습니다. 그보다는 저를 그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


김막수가 재차 놀라자, 옆에 있던 설계자가 나를 노려보며 제지했다.


“야, 편의점. 어디라고 감히···.”


그러자, 괜찮다는 표시를 하는 김막수.

다시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내가 살다 살다 돈 싫어하는 놈 처음 보네. 그럼 이렇게 하자.”

“······?”

“네가 이 작업 성공적으로 마치게 해주면 그땐 깨끗이 보내주마. 어때?”


그러더니 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그는 옆에 서 있는 설계자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이젠, 이놈 작업에 합류시켜!”

“···네. 회장님!”


그러면서 다시 강한 어조로 지시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작업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사무실을 나가는 김막수.


놈이 말한 작업은 6개월짜리 작업이었다. 한 달이 지났으니 이제 5개월 남아있는 상황. 결국 나더러 5개월을 더 일하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놈은 왜 그렇게 이 작업을 성공시키고 싶어 하는 걸까?

김막수가 나간 후 사무실 여기저기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 편의점 새끼 존나 싸가지 없네!”

“회장님이 웬일이냐? 저걸 다 받아주고···”

“야, 알면서 그러냐. 돈 벌어주는 놈 졸라 이뻐하는 거.”

“존나, 부러운 새끼···.”


몇몇은 이제 내 실력을 인정하는 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저놈 실력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진카였어!”

“내가 뭐랬어. 예삿놈이 아니라니까···.”


그랬다.

아무튼 나는 2차 미션을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사실 더 벌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남대문에서는 전날 밤 다시 VIP 방에 오픈 방송을 예고했다. 예정에 없던 방송이었다.

한 달 전 나 때문에 망친 놈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의도로 느껴졌다.


종목은 전날 상한가에서 마감한 두 종목.

**모터스와 **시큐리티.


“여러분들 어제 상한가 보셨죠? 하하, 갈 놈은 가게 돼 있어. 이번엔 따상이니께 함 두고 보세요!”


예상대로 금요일 아침 그 남대문 1, 2번 추천 종목은 오전부터 상승했다.

아침부터 기사까지 띄운 뒤였다. 오픈 방송에 개미들을 유인했으니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상황.


당연히 처음부터 갭상승 출발했다.


(1) [**모터스 ↑ 15% 상승중]

(2) [**시큐리티 ↑ 12% 상승중]


나는 앞서 계산했을 때 두 종목을 합쳐 20% 이상 오르면 미션을 달성하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는 금액은 두 종목 각각 70억씩 140억.


(1) [**모터스]

[총매수금액: 70억 원]

(2) [**시큐리티]

[총매수금액: 70억 원]


장 시작 30분 만에 1번 종목이 먼저 목표치인 20%를 넘겼다.


(1) [**모터스 ↑ 21% 상승중]


그러나 이번엔 지난번과 달리 내가 한꺼번에 매도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 내 큰 물량을 아래서 받아주지 못한다면 20% 수익을 못 낼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놈들의 허매수 물량이 아래에 쌓이기만 기다렸다.

세력이 개미들을 유인해서 올리기 위해 자주 써먹는 패턴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도를 눌렀다.


- 매도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수수 떨어지는 주가.


[**모터스 20%]

[**모터스 17%]

[**모터스 15%]

..


이미 말했듯 기다렸다가 더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돈이 아니니 그럴 필요가 없었고, 그렇게 되면 대부분 개미들의 돈을 먹는 게 된다.


세력들은 개미들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다.

아침 장 갭 상승 후 기사를 보고 달려든 개미들에게 자신들의 물량을 떠넘길 기회만 엿보던 놈들이다.


그런데 누군가 역으로 엄청난 물량을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간 것. 놈들에게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다음 2번 종목도 마찬가지.

20%를 넘기자마자 같은 방식으로 내가 먼저 팔아버렸다.


그리고 계좌를 확인했다.


[라스트인베스트거래계좌]

[총실현손익: 201억 원]

[수익률: 101%]


2차 미션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100% 계획대로 된 건 아니었다. 그동안 몇 번의 고비도 있었고 그래서 깨달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끝까지 잘 버텨준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잘못했으면 일반 개미들처럼 남대문 세력의 계략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야! 하지만···’


세력을 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내게 총알이 넉넉히 있었다는 것. 그래서 내 실수를 물타기로 만회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재미있는 게 그 총알이 바로 김막수의 총알이란 것.


“호호, 재미있네. 결국 오빠가 세력의 돈을 가지고 세력과 싸운 셈이잖아!”


혜림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한 얘기였다.


그날 방송에 나온 강희성의 표정은 다시 백지장처럼 구겨졌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표정.

당연했다. 명예 회복을 노렸으나 또 한 번 망가진 것이다.


그의 방송에 참여한 개미들 또한 지난 방송과 같은 장면을 목격하고, 다시 우후죽순 방을 빠져나갔다.


그러니 보나 마나 이번에도 놈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터. 놈들이 예상했던 가격에서 팔지 못하면 그만큼 작업이 길어진다. 작업이 길어지면 손실도 커질 게 명약관화하고.


나는 이번에도 방을 나오기 전 다시 엄마 이름으로 댓글을 남겼다.


- 소름 돋는 데자뷰 방송 잘 봤습니다. 대표님 손가락은 참 오래도 붙어있네요. 잘릴 시기가 넘은 거 같은데···.


초상집 같은 남대문 분위기는 남파간첩을 통해서도 엿들을 수 있었다.

그와 동료들과의 대화였다.


“어쩌냐. 남파간첩 너 손에 장 지져야겠다. 편의점이 또 미션 달성했으니.”

“에에 씨팔. 손가락에 장 지지기 전에 아예 잘리게 생겼다.”

“왜?”

“거기 분위기 완전 좆 같어! 몸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안 나간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 강 대표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드라고. 애들은 겁나 초췌해 있고···.”



***



이제 회사 계좌가 아닌 내 순수 계좌를 확인할 차례였다.


[비*산업]

[현재가: 8,410원]

[총매수금액: 1억 원]

[총평가금액: 1억 5천 300만 원]

[평가손익: + 5천 300만 원]

[수익률: 53%]


이미 말한 대로 내 돈으로는 여기서 작업 중인 비*산업을 몰래 사놓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종목은 53%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제법 큰 수익이지만, 내가 놈들에게 벌어다 준 돈을 생각한다면 글쎄.

어쩔 수 없지. 내 씨드머니가 놈들이 굴리는 자금보다야 조족지혈에 불과하니까.


역시 돈 많은 자가 돈을 버는 법.

그게 이 주식바닥, 아니 이 자본주의의 이치가 아니던가!

배가 아프면 자금을 더 키워야 한다.

세력들을 이길 만큼의 돈을······.


그동안 설계자는 매매팀과 교육팀의 합동작전으로 개미들의 물량을 빼앗으며 비교적 싼 가격에 매집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자금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주가를 본격적으로 부양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김막수가 돌아간 뒤 그의 설계자는 주식 팀원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했다.


“회장님이 원하시는 건 6개월 동안 5배의 수익이야. 그러니 이제 남은 5개월 동안 주가를 최소 7배 이상은 올려야 한다.”

“근데 왜 7배인가요?”

“바보야, 주가를 올리는 데 소요되는 자금은 생각 안 하냐? 그리고 나중에 그 많은 물량을 어떻게 털어? 7배 이상은 올려놔야 안전하게 떨구면서 5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근데 가능할까요? 요즘은 장도 안 좋고, 감시도 심하다던데···”


남대문에서 10배를 보낸 병진물산도 사전에 1년이란 시간 동안 작업하던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 상황까지 좋지 않아서, 5개월 동안 7배를 올린다는 건 더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나는 그동안 이들의 회의에 끼지 못해 진행 상황을 전부 알지는 못했다.

이들이 지금의 작업을 수행하는 사이, 나는 홀로 나만의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으니까.

고독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이들과 수시로 엮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도 이제 이들과 함께 작업을 해야 한다.

종종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내 눈으로 이들의 작업을 직접 관찰할 기회는 될 것이다.


퇴근 무렵 전화가 울렸다.


위이이잉~


“여보세요?”

-오빠 오늘 뭐 할 거야?


혜림이었다.


“글쎄...”

-뭐야, 크리스마스 이븐데. 그리고 미션도 달성했는데 한 턱 쏴야지!”


녀석은 이미 지난주 금요일 내가 미션을 달성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근데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함께 보내야 하는 거 아니니?”

-내가 애인이 어딨어? 그냥 외로운 사람끼리 보는 거지 뭐.”

“알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녀석에게 뭐라도 선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뭘로 하지?


일단 계좌에 용돈이 얼마나 있나 확인해야겠다.

그러다 문득 오늘이 월급날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리고···


“맞다. 인센티브!”


아까 김막수가 준다고 했던 인센티브가 생각났다.


‘얼마나 입금했을까?’


은행 계좌를 열어서 확인했다.

순간, 입금된 돈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게 대체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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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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