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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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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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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DUMMY

1주일이 빠르게 흘렀다.


늘 그렇듯 HTS를 켜고 비*산업의 주가를 주시했다.


[비*산업]

[현재가: 18,500원]


상승은커녕 며칠 전 악재로 떨어진 주가조차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계자가 말하길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게 5만 원 근처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매집한 평균단가가 대략 8천 원이야. 그니까, 그 정도는 올라 줘야 서서히 털고 나올 수 있어.”

“알고 있습니다. 최소 다섯 배 이상을 수익 내야 한다고 하셨으니.”

“그런데 남대문이 걸려든다고 해도 말야. 과연 이제 두 달도 채 안 남은 마당에 그 가격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갈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확신이 아니에요. 그냥 자신감이지.”

“참나. 그게 그 말이지···.”


설계자의 입가가 살짝 비틀어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예전처럼 나를 무시하는 단어는 입술에 갇혀 좀처럼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이제 나와 한배를 탄 몸이 아닌가. 어쩌면 이번에는 눈앞에 있는 젊은 애송이에게 의지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솔직히 나도 점차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혹시 이게 안 통하면 어떡하지?‘


가만히 있었으면 적어도 실패의 책임까지 질 필요는 없었을 터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여기 김막수 세력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서 피해자를 양산하게 하느니, 세력과 세력 간의 대결로 몰아가게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남대문 강희성은 나에게 두 차례나 당한 이후 활동이 뜸했었다.

공개 리딩 방송도 없었고, VIP 회원 방마저 줄어든 회원들을 간신히 묶어두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거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놈에게 미끼를 던지면 어떨까?

당황한 남대문 놈들에게 미끼를 던지면 놈들을 아예 보낼 수도 있을 텐데 하고.

하지만, 아직은 남대문 쪽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저녁 무렵 남대문에 미끼를 던지고 온 남파간첩이 나타나 보고했다.


“그러잖어두 그쪽에서 최근에 재미를 못 봤는지, 새로운 종목을 찾고 있는 거 같던디요.”


설계자가 재촉하듯 되물었다.


“그건 들어서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넘어갈 거 같아?”

“눈치 못 채게 추천은 했지만, 그래두 처음엔 강 대표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리더라고요. 좀 더 확인하고 결정한다믄서···.”


역시 강희성이 쉽게 걸려들 놈이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일단 이 종목의 차트가 이상했다. 그래서 보자마자 이렇게 얘기했다.


“이거 누가 건드는 거 아냐? 장도 안 좋은데 석 달 사이 세 배나 올랐는데···”


그러자, 남파간첩은 강희성에게 내가 미리 준비해 준 멘트를 날렸다.


“그건 아무래도 내부자들 소행 같은 디요. 이렇게 큰 거는 원래 안에 있는 눔들이 먼저 사잖어요,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인맥까지 동원하믄서······. 그라고 얼마 전 화재 나는 바람에 시방 주가가 조종을 받고 있으니께, 이때가 기회가 아닐까요, 대표님?”


아무리 수상해도 가뜩이나 굶주린 강희성이라면 이 큰 기회를 놓칠 리 만무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가 볼 때 최소 다섯 배는 손쉽게 먹을 수 있을 터. 그러니 밖으로 알려지기 전에 매집하려 할 것이다.

이 종목이 그동안 오른 것도 어찌 보면 정말로 뭔가 재료가 숨어있으니까 오른 거라고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조심성 있는 놈이니 그래도 확인은 할 것이다.


내가 남파간첩에게 물었다.


“강 대표가 알아본 곳이 어딘가요?”

“일단 다른 쪽에서 건드는 종목인가 아닌가 확인하더라고. 아는 세력이 건드는 거믄 안 된다믄서···”

“······.”

“근디 내가 일단 여그는 염탐해 봤는디 절대 아니라고 이미 얘기 해 뒀지.”

“잘했네요.”

“그런디 오늘은 이제 조만간 이 회사를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는 거여.”


무슨 의미일까? 내가 궁금해하는 사이 설계자가 말했다.


“반은 성공이군. 그가 거길 찾아간다는 얘기는 이미 알만한 곳은 다 알아본 뒤에 최종적으로 확인할 때 하는 거야.”

“그런가요?”

“회사까지 찾아가 확인할 정도면 매우 큰 돈을 넣을 작정인 거라고.”


나는 그동안 설계자를 통해 세력의 생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그는 이번에 실수를 했어도 이 바닥의 베테랑이었다. 세력의 속성은 이자가 더 잘 알 것이다.


“설계자님 강희성이 어디까지 알아볼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가 거드름을 피우며 장황하게 대답했다.


“작업하려는 종목의 재료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한 방법. 그건 역시 그 회사를 통해 직접 알아보는 게 맞지. 그런데 아무 인맥도 없는 곳에서 함부로 회사기밀을 발설하겠어? 그랬다가는 쇠고랑 찰 게 뻔한데.”

“그럼 강 대표가 왜 가보려는 거죠?”

“그건 그냥 분위기를 떠보려 걸 거야. 나도 작업할 때 많이 그랬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뇌물을 먹이거나 협박을 하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럼 어떡하죠? 그 회사에서 사실대로 아니라고 하면. 한명그룹에 회사 넘길 일 전혀 없다고.”

“누굴 만날지는 모르지만, 고위층이 아닌 이상 자기들은 아는 바 없다고 말해. 그런 정보는 위의 극소수만 아니까.”

“그럼 일단 거기 고위층과 접촉을 못하게 엄호해야 하겠군요.”

“그렇지.”

“그 외 다른 목적도 있을까요?”

“그다음 주목적은 악재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나중에 잔뜩 올려서 팔아먹기 전에 혹시 악재가 터질까 봐서···. 그런데 그건 우리도 이미 다 알아봤어.”


하기야 설계자가 처음에 이 종목을 선정했을 때도 먼저 알아보고 이상 없으니까 작업을 시작했을 거였다.


“이번에 터진 화재야 어쩔 수 없는 거였어. 내가 신도 아니잖아. 제기랄!···”


그래서 원래 이 설계자는 뉴스보다는 돈의 힘. 즉, 자금 유동성으로 주가를 올리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뉴스는 언제나 불확실하니, 언제 터질지 모를 악재를 뚫고 올릴 수 있는 건 역시 자금력뿐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지금처럼 자금이 부족해져 곤경에 처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일 것이다.

사기를 쳐서 투자가를 모집하고 개미들 등이나 처먹는 데 익숙했던 자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다른 세력에게 작업을 걸려 하고 있다니···.


설계자는 내심 뭔가 불안한 지 내게 물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잘못되면 둘 다 망하는 수가 있어. 자네는 이제 어떡하면 좋겠나?”

“글쎄요. 저는 일단 확실한 게 좋은데···”


강희성이 비*산업의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들을지 모르는 상황.

그러면 정보를 얻으려는 자와 정보를 주려는 자 둘 다 속이는 수밖에 없다.


“일단 급한 대로, 우리 회장님이 비*산업에도 작업을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뭐라고···?”

“그쪽에서 당연히 인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그룹 차원에서 당신네 회사를 크게 돕고 싶다고 떠벌리는 겁니다. 꼭 인수가 아니더라도 마치 무슨 커다란 계약이라도 할 거처럼···”

“선수를 치라는 거군.”


양심에 찔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력을 속이려면 세력의 방법이 더 잘 먹힐 수도 있다.


*


며칠 후 김막수 회장은 내 말대로 바로 이행했다.

다행히 무언가를 떠벌리는 일은 원래 김막수의 특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애간장을 녹이며 며칠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비*산업]

[현재가: 20,500원 ↑10% 상승 중.]


누군가 대량 매집을 하는 거처럼 보였다.

물론 그 누군가는 분명 남대문 세력일 것이고.


“됐어!”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바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다음 단계란 우리가 원하는 기한 내에 목표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들의 매집 속도를 높이는 것.

그러려면 자극이 필요했다. 놈들이 이 종목을 빨리 매집하게 하기 위한 자극.

그걸 위해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사람이 있었다.


“한결아 너 손가락 잘린 거 복수 좀 할래?”


지난주 내가 김한결에게 한 말이었다.

녀석은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더니, 지난 설날을 앞두고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짜슥, 이게 네가 말한 그 아이디어였구나!”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듯 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는 김막수와 더불어 이 작업에서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이 새끼들 당해봐라!···.”


그 역시 나만큼이나 남대문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다.

며칠 후 녀석은 동료 애널리스트 이름으로 제법 그럴듯한 찌라시를 올렸다.


[비*산업 심상치 않은 조짐 - 조만간 굿 뉴스 터질 듯.]


보도자료 형식을 빌린 짧은 리포트였다.

내용은 비*산업의 향후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한명그룹 간에 알려지지 않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게 했다.

한두 달 후면 내부적으로 무슨 큰 결정이라도 할 것 같은···.


일 처리를 끝낸 뒤 한결이가 다시 물었다.


“근데 왜 이제야 이걸 올리라는 거야?”

“그야 미리 올리면 놈들이 의심하니까.”

“···짜슥 철두철미하군!”


강희성은 작업 시작 전 외부에 퍼진 찌라시는 오히려 작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래 아무리 전문가의 리포트라 하더라도 신뢰하지 않는 자였고.


그러나, 이미 작업하는 종목이라면 달랐다.

이미 돈이 들어간데다 이제는 그 찌라시를 보고 달려들 개미들을 의식하기 때문에 뉴스에 민감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놈들은 이제 좀 더 서둘러서 이 종목을 매집하려 할 것이다.


“우진아, 그럼 리포트 좀 더 낼까? 아예 메이저급으로다 여기저기 퍼트리면 효과가 더 좋을 거 같은데.”

“그건 안 돼.”

“왜?”

“그럼 일반 개미들까지 많이 보게 되잖아”

“······.”

“그리고 이 정도면 놈들도 충분히 긴장할 거야. 재료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조바심만 생기게 하면 돼.”


나는 이 가짜 찌라시 때문에 혹여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생각 같아서는 남대문 세력에게만 보이게 하고 싶었지만, 그게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비*산업을 검색해야지 겨우 찾아볼 수 있도록 올리라고 한 것이다.

그래도 늘 이 종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놈들 입장에서는 결국 이걸 보게 될 테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성공이냐, 실패냐?

며칠 후면 곧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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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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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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