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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1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25 21:30
조회
382
추천
3
글자
12쪽

229화(수정본)

DUMMY

*마지막 부분, 약 1000자 가량이 수정되었습니다.

*그 전까지의 내용은 같습니다.


* * *


[61층에 진입했습니다.]


50층대를 넘어선 60층대로의 진입.

절반을 넘은지도 꽤 됐다는 생각이 돌연 온몸을 휘감았다.


다크 엘프 미르반의 빙의와 스토리 모드가 끝나자, 설진 일행을 맞이한 곳은 다름 아닌 수도였다.

플레임 왕국이나 헤임 제국 때와 비슷한 진행이었다.


설진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수도는 연나비의 중요 요충지이며, 무엇보다 다크 엘프들의 목적인 세계수가 있는 곳이었으니까.

수도로의 전이는 이동 시간 손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61층으로의 진입을 재확인하며, 설진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차차 읽어나갔다.


기실 읽을 것도 없었다.

간단히 일축된 문장. 그것은 다름 아닌,


[연나비를 벗어나겠습니까?]

[예/아니요]


답이 정해져 있는 선택지였으니까.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를 클리어했을 때도 이런 메시지가 나왔었지.’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를 넘긴 후 모험가 등급을 올리는 층에 들었을 때도 같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말인즉 탑이 플레이어에게 마냥 등반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뜻했다. 탑의 정착과 같이 다른 길 또한 선택할 수 있었다.


“아니요.”


그러나 설진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정착이 아닌 등반. 애초에 그걸 목적으로 두 에피소드를 딛고 올라온 것이다.


그러할진대, 이제 와서야 정착이라니.

언어도단. 말조차 되지 않는 소리였다.


설진의 강고한 의지 표명에 메시지는 머잖아 사라졌다. 원래 없었다는 양 자취를 감춘 시스템 메시지에서 눈을 뗀 설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대련장이네요. 59층에서 있었던 곳 그대로예요.”


장소를 짐작하고자 말한 설진의 물음에 답한 쪽은 채린이었다.

붉은 트윈테일의 머리를 몇 차례 휘날린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젖혔다.


스윽-.


채린이 바라본 하늘은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이었다.

단지 노을만이 퍼져 구름을 감싸고 있었다. 구름만을 덮은 것이 아닌, 머잖아 태양마저 가려버릴 듯이 노을의 빛은 커다랬다.


짙어 보이기도 했다. 샛노랗고 샛노란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설진 또한 고개를 올렸다. 밤도 아침도 아닌 경계의 시간, 그 틈 사이를 메꾸기 위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달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하듯 중얼거렸다.

다크 엘프의 습격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싸움에 개입할 생각이긴 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다크 엘프에 의해 엘프 쪽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눈치 보지 않고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애석하게도 엘프는 녹록한 세력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무력은 열세를 점하나 그들은 단체였다. 단체인 만큼 상당한 결속력이 있으며, 집단일 때 나오는 특유의 연계력이 있었다.

거기에 영주 연화가 다크 엘프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니 평소보다 경계가 더 삼엄할 것이 자명. 아마 이번 전투의 양상은 비등비등하게 흘러갈 터.


‘어쩌다 전투에 휘말린 모험가처럼 할까.’


밤늦게 세계수를 보러 나온 사람인 양 상황에 개입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지, 일순 고민이 되었다.


“이미 바람의 정령도 만났겠다, 연화도 우리의 존재를 인지했겠지?”


그런 찰나 입을 연 것은 시연이었다. 그녀는 바람의 정령과의 만남을 되새기며 연화의 이름을 언급했다.

사실이었다. 바람의 정령은 필시 연화에게 일행의 존재를 알리러 갔을 터.


“그렇겠죠?”

“그럼 고민할 필요 뭐 있어? 여기서는 괜히 생각하는 게 더 손해 아니야?”

“···그 말은.”


정공법으로 가자.

말인즉 습격받게 될 세계수로 향하자는 의미였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정령 떄문에 우리 존재도 알려졌겠다, 괜히 생각하면서 움직이다가 엘리나처럼 될 수도 있으니까.”


보통의 모함가가 연화를 만나려 한다면, 그건 무산될 것이다.

직위가 달랐다. 전투를 업 삼아 살아가는 모험가와 한 나라를 관리하에 두고 있는 영주의 관계였다. 원래라면 만남이 설립될 수 없어야 했다.


그러나 설진 일행은 아니었다.

예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무력은 연화 이상. 연화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겠지만, 설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측이기도 했다. 설진이 엘리나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점할 수 있으니, 그와 비슷한 수준인 연화에게도 그리 밀리진 않을 터.


밀린다긴커녕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한 무력을 지닌 일행인데, 일반적인 모험가처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적어도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겠지.’


못해도 사정 정도는 들어보려고 할 터였다. 이 또한 상황이 만들어낸 추측이고 추론이었으며 가능성 높은 가정이었다.


“확실히, 그게 낫겠네요.”


이미 정령에게 정체를 알린 이상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어렵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상황 또한 복잡해질 터.


그런 의미에서 시연의 의견은 합리적이었다.

정공법. 좋아 보이진 않을 수 있으나 적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나름 최선의 수일 터니.


“연화가 우리 말을 들어 줄까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 들어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고.”


침음을 흘리며 질문해온 찬우의 물음에 답한 쪽도 시연이었다.

확실히 방법은 한 가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이 여러 개로 굽이쳐 나 있듯,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다만 장단점이 확고해 어느 방법을 사용하고 택할지는 오직 스스로 결정해야 할 뿐.

그뿐이고, 지금 설진 일행은 정공법을 골랐다.


“후우.”


61층으로 진입도 했고, 나아가야 할 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출발해요. 이제 얼마 안 남았을 거에요.”


그러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일행은 다가올 습격을 대비하며, 세계수가 잠들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틀었다.


* * *


흑마법사 오엘.

정확히는, 절명화를 반사당해 죽을 정도의 위기에 처했던 흑마법사.


“하아. 하아.”


그런 그가 힘겨운 숨을 내쉬며 색색거리고 있었다.

화상을 입은 듯 피부가 타들어간 흔적이 보였다. 검은 상처가 피부를 수놓고, 꿰뚫어 들어간 듯했다. 퍼진 상처는 오엘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언제까지···.”


고유 능력 절명화.

무려 상대를 확정적으로 죽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걸 반사당했으니, 아무리 소실로 데미지를 흘렸다 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아. 다시금 숨소리가 적막함을 깨부쉈다.

몸은 다 죽어갈 듯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오엘의 눈동자만큼은 형형했다.


마치 포기를 모르는 양했다. 아니, 포기를 모른다기보단 포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지가 전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스윽-.


오엘은 피부를 어루만졌다.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씹어 삼키며,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기를 바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 * *


그리도 많았던 엘프들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낮보다는 밤이 어울릴 무렵, 그들은 세계수에서 걸음을 뗐다.


새벽조차 되지 않은 지금의 시간. 세계수에 있는 건 몇 안 되는 민간인 엘프와 경비대 엘프, 그리고 머잖아 도착하게 될 설진 일행이었다.


저벅. 저벅.


“곧 도착할 거에요.”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관광이 목적이 아닌 싸움이 목적인 상황이었다.

전투인 만큼,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제 하늘은 밤하늘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밝음보다 어둠이 만연해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달 또한 어둠을 꾸미듯 하늘에 정착했다.

지금의 시점, 밤하늘에서 내보이는 빛은 둥근 모양의 달 하나였다.

나머지는 전부 마도구로부터 뿜어진 빛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꺼져 시작될 혼란을 장식할 빛이기도 했다.


저벅, 저벅.


일행의 걸음은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세계수까지 약 백 걸음을 남겨뒀을 즈음이었고, 이제 막 사방에서 수상스런 기척이 느껴진 무렵이기도 했다.


풀과 나무가 사락이는 소리. 아주 작게 퍼진 소리였지만, 암살자로서의 설진은 그것만으로도 기척을 잡아낼 수 있었다.

설진은 날카롭게 눈을 뜨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켜켜이 쌓인 풀에 시선을 집중하자, 생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주변에는 여전히 민간민 엘프 몇몇이 돌아다니는 중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주변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계수 근처에 배치된 엘프 병사들도 마찬가지.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곤 있지만, 크게 경계하거나 감시하고는 있지 않았다.


탁.


세계수의 앞에 도착한 설진은 발을 한 번 굴렀다. 탁. 한 번 더 밑으로. 땅을 칠 때마다 자그마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후우.”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밤이 되어버린 연나비는 차고 차가운 빛만을 내리쬐어서, 시시각각 서린 공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서린 공기를 맞으며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일 초, 이 초···.


시간으로 보나, 움직임으로 보나 습격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설진은 초읽기를 계속해나갔다.


삼 초, 사 초···.


사 초에서 오 초로, 오 초에서 여섯 초로.

거기에 더해 사 초가 더 올라 총 십 초가 흘러간 순간,


쨍그랑-.


유리가 깨진 듯한 소리가,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근처에 있던 전등형 마도구들이 전부 깨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사방을 적셔나갔다. 근처에 있던 엘프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저 당황하며 발을 구르는 엘프들과 달리, 설진은 침착했다.

알고 있었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대처법 또한 존재했다.


‘시야가 가려졌으니.’


안 그래도 어둠에 좀먹힌 시야가 더욱이 어두워졌다. 보일 것도 보이지 않는 기분, 꼭 장님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손 한 번 잘못 뻗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설진은 고개를 젖혀 짧은 숨을 내뱉고서 옆에 있을 찬우를 불렀다.


“찬우야.”

“이미 준비하고 있어요!”


사제의 스킬 중에는 빛과 관련된 스킬이 많다.

그리고 개중에는 시야를 밝히는 스킬 또한 존재했다. 헤임 제국의 심연 던전에서도 그러했듯, 라이트라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스킬이 있었다.


“라이트!”


찬우의 읊조림 끝에 빛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하나가 아니다.

언뜻 보기만 해도 대여섯 개는 되보이는 빛의 구체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주변의 어둠을 빠르게 밝혀나갔다.


세상을 좀먹던 어둠이 물러서는 느낌.

되려 잡아먹히는 광경을 본 기분이었다.


“컥-!”


다만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단지 생명.

어둠은 물러났지만, 죽음은 아직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옆. 그것도 꽤 되어 보이는 거리에서 엘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니, 비명이라기엔 극히 짧았다.

비명이 아닌 단말마였다. 죽음을 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아픔만을 느끼며 내뱉은 극소략의 단말마.


어둠에 가려진 피가 희미하게 보였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 설진은 검을 들었다.


스릉-.


“그래, 이래야.”


연나비 에피소드.

반전과 반전, 그리고 가장 많은 생명이 죽어나가는 에피소드.


팅!


가까이 접근해 오는 다크 엘프의 검을 받아치며 중얼거렸다.


“진짜 비극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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