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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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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26 21:30
조회
353
추천
3
글자
12쪽

230화

DUMMY

*229화 마지막 부분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미확인시 스토리 이해가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 * *


깊었으되, 드리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밤이었다.

먹물을 칠한 양 하늘을 변색시킨 검정은 세상을 덮고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밤이었고 어둠이었기에 시야가 이지러졌다.

눈꺼풀이 앞을 가로막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세상은 설진의 눈을 가렸고, 지금 이 시간마저 가리고 있었다.


우웅-.


그런 어둠 속을 밝히는 유일한 빛은 오직 찬우의 주문이었다.

라이트(light). 주문으로 만들어진 여섯의 빛 구체는 조금이나마 어둠을 몰아내,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다.


밝혀진 시야 속 설진은 내뻗은 검을 회수했다.


‘역시 강해.’


눈앞까지 접근해온 다크 엘프.

극한까지 훈련받은 듯한 움직임과 근력은 설진의 손을 저리게 만들었다.


얼얼한 손끝을 흔들며 자세를 잡았다. 비스듬히 쥔 검은 다크 엘프를 겨눴으며, 다크 엘프 또한 설진의 목을 노리듯 근력을 수축시켰다.


이내 이완의 과정을 거치며 타앗-!

스프링을 밟듯 순식간에 튀어올라온 다크 엘프가 재차 검을 내질렀다.


스윽-!


“허.”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한 설진은 무망중 다크 엘프의 검 끝 경로를 바라보았다.

인중. 다크 엘프는 설진을 죽일 생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얼얼한 손에 더해 긴장감까지 느껴졌다.


“뭐, 뭐야!”

“컥-!”

“으, 으··· 살려줘!”


멀찍이서는 여전히 비명과 단말마가 겹쳐 들려오는 중이다.

아무 힘 없는 민간인 엘프들의 죽음. 빛에 의해 물러간 어둠은 다시 재림하고 있었고, 어둠이 한 번 재림할 때마다 엘프들의 삶은 끊어지고 있었다.


튄 피가, 낭자한 유혈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왔다.

분수의 물이 피로 바뀌면 이런 광경일는지.

아니, 분수보다 더했다. 살육이었고 살상이었으며 학살이었고 도륙이었다.


‘몇 명이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빛을 틈타 주변을 훑었다.

그러나 규모 파악의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습격자의 수를 헤아리던 설진은 재차 검을 들어야만 했다.


팅!


“···.”

“이것 참···.”


아무 말 없이 그저 공격을 가하고 있는 다크 엘프 때문에.

적당한 공격이라면 무시라도 하겠는데, 이건 아니었다. 다크 엘프의 공격력은 설진이 생각하는 강도 이상. 한 번이라도 허용한다면 필시 치명상일 터였다.


한 번의 공격이 일격이었다.

한 번의 공격이 필살이었다.


방심하는 순간 곧바로 몸이 찢길 터.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숨을 내쉰 설진은 다크 엘프의 검을 튕겨내며 자세를 낮추었다.


‘이대론 안 돼.’


버틸 생각이긴 했다. 그러나 다크 엘프의 저력은 설진의 상상 이상이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니나, 이기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그럴 순 없었다. 그러면 안 되었다.

습격한 다크 엘프를 전부 처리하긴 힘들어도 숫자 정도는 파악해야 했다.


그래야지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 빠르게 상황을 조율할 수 있을 테니.

실제로 설진은 지원군이 도착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임에서도 그랬고, 무엇보다 지금 시스템 메시지가 시사하는 바였기 때문이다.


[목표 : 엘프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십시오.]


방금 떠오른 목표였고 61층의 클리어 조건이기도 했다.

엘프의 지원이란 연화를 포함한 지원군을 의미하는 것일 터.


‘후우.’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연은 문제가 없지만, 채린이나 찬우가 문제였다.

다크 엘프는 설진이 상정한 수준 이상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근거리에서 불리한 채린과 찬우의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그러니, 빨리 눈앞의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초인(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속도가 상승합니다. 도약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민첩’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민첩 : 47(+17)[+3]]


초인을 사용했다.

설진의 주력 스킬. 사용자에게 어마어마한 신체적 보정을 부여하는 초인을 발동함으로서 기동력을 극한까지 증가시켰다.


굽힌 다리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긴장이나 데미지를 입어서가 아니다. 순식간에 상승한 민첩 스텟이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것이다.


떨림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멎는가 싶더니.


뚝-.


머릿속에서 그런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설진은 앞으로 돌진했다.


“···!”


치고 나갔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광경이었다.

흡사 빛을 가르는 섬광을 보는 기분. 그 때문인지, 다크 엘프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어렸으나-.


촤악-!


아쉽게도 그 표정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가히 섬광이라 해도 무색할 정도의 속도를 낸 설진이 망설임 없이 다크 엘프의 목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툭. 갈라진 목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함께 튄 피륙은 설진의 검에 옴붙었으나, [고풍 사자의 검]에서 휘날린 바람은 그마저 떼어냈다.

다크 엘프 하나를 제거한 설진은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훑듯 사방을 바라보았고, 그리하여 설진은 두 가지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많아.’


우선, 많았다.

기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크 엘프의 수는 많았다.


못해도 열다섯 이상. 아니, 그보다 이상인 듯 보였다.

그런 숫자의 다크 엘프들이 엘프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급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듯한 경비대 엘프가 정령을 불러 응전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죽어나가는 중이다.

죽은 경비대 엘프가 둘. 이제 싸울 수 있는 엘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채린이랑 찬우는?’


다음으로 채린과 찬우를 바라보았다. 근거리에서 싸우는 게 아닌, 원거리에서의 전투에 특화된 그들이기에 일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설진은 생각했던 것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누나···.’


타인을 지키는 직업, 기사라는 직위에 걸맞게 시연은 둘을 커버하고 있었다.

공격을 잠시 포기하고서라도 방패를 올린 모습.

탱커- 즉, 기사에 어울려 마지않는 광경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마음이 편했다.

스릉-. 한숨 돌린 설진은 다시금 검을 들었다.


고작 다크 엘프 하나를 죽였을 뿐이다. 여전히 남은 숫자는 많았다.

최소 열넷. 거기에다 엘프 경비대는 그리 강력한 전력이 아닌 모양.


‘아니, 그것보다는.’


엘프 경비대가 약하기보단, 다크 엘프가 강하다.

그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실제로 경비대 엘프는 다크 엘프 하나를 죽였다.

···엘프 쪽에선 두 명이 죽은 게 더 문제지만.


여전히 민간인 엘프는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튄 피는 시야마저 어지럽히는 듯했다.


아직 라이트 마법은 유지되는 중이다. 다만 오랜 시간을 지속하기란 힘들었다.

찬우는 사제. 마법사인 채린과는 달리 다중 캐스팅이 어려운 직업이었다.


할 수는 있지만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했다. 실제로 버프와 라이트 주문을 동시에 시전하고 있는 찬우의 마력량은 살인적으로 깎여나가는 중이다.


‘아직은 여유가 있는 거 같긴 한데···.’


떨어지는 건 아마 금방일 터.

신속히 상황을 해결하고자 설진은 다시금 검을 들었다. 찬우에게서 들어온 버프를 확인하며 곧바로 이동하려는 찰나,


“···.”

“···.”


다크 엘프가, 그것도 넷이나 되는 숫자가 다가왔다.

단시간에 일대일로 다크 엘프를 죽인 설진을 경계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졌다.


에워싸듯 만들어진 포위망은 촘촘했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쥔 검에 힘을 더하고서, 팔과 다리에 재차 초인을 사용한 설진은 항전의 준비를 마쳤다.


‘상처는 각오해야겠는데.’


다크 엘프들의 수준을 가늠하자면, 루이 로반델트나 리아엘라보다 한 단계 아래였다.

문제는 그들이 개인이 아닌 다수라는 것. 아무리 설진이라 해도 아무런 희생 없이 포위망을 뚫어내는 건 무리였다.


적어도 중상은 각오해야 했고, 중상을 흡혈로 회복시킬 생각도 해야 했다.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다크 엘프를 보고서 설진은 검을 아래로 내렸다.


‘후.’


속으로 크게 심호흡.


“자- 다크 엘프 여러분.”


이내 검을 잡지 않은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드는가 싶더니,


“조금 이따가 보자고.”


우웅-.


이내 옅은 진동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모습도 기척도 소리도.

모든 것이.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라 감춘 거지만.’


설진의 장비 중 하나인 [암살자의 망토]의 장비 스킬이었다.

하루의 쿨타임을 가지고 있으나 삼 초간 은신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


어마어마한 리턴값과 무궁무진한 변수 창출력을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약간 쳐든 다크 엘프를 향해, 설진은 모습을 드러내며 획을 긋듯 검을 쏟아냈다.


촤악-!


‘하나.’


곧이어 다음 행동. 이미 망설임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른쪽 다리에 닿은 땅을 회전축 삼아 몸을 감았다. 빙그르르-. 재빠르게 원심력을 이용해 옆에 있는 다크 엘프의 목을 향해 검을-.


팅!


내지르려 했으나, 다른 다크 엘프에 의해 가로막혔다.

첫 번째 플랜, 은신기습의 계획이 반절의 성공을 거뒀다. 절반은 실패했다는 이야기나 설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직 보여줄 수 있는 패는 많이 남아 있었다.


은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척을 감추는 데 유용한 기민한 발걸음을 사용했다.

잠시지만 설진의 몸이 흐릿해졌다. 다시 모습을 감추려는 줄 안 다크 엘프 둘이 곧바로 설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타다다!!


“이번엔 아니야.”


[체력 : 25(+5) 근력 : 25(+2)]

[잔여 스텟 포인트 : 1]


재빨리 시스템을 컨트롤했다. 61레벨이 되어 12까지 늘어나 있었던 잔여 스텟 포인트를 다수 사용, 체력과 근력을 각각 25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늘어난 근력이 온몸을 감싸돌았다. 거기에다 초인을 통한 보정까지.

설진은 짓쳐오는 공격을 맞받듯 검을 휘둘러 쳤다.


팅!


귓가를 울린 두 번의 금속음과.


촤악-!


초인으로 인해 깃든 마법 공격이 다크 엘프의 뺨을 스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륵-. 소량이지만 흘러나오는 피를 확인한 설진이 조소했다. 그런 설진의 뒤에서는 남은 한 명의 다크 엘프가 다가오는 중이었으나,


스윽-.


기척을 느낀 설진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검을 피해냈다. 복부를 노렸던 다크 엘프의 검은 설진이 몸을 비스듬히 돌림으로서 무위로 돌아갔다.


쯧.


이때까지 침묵을 유지했던 다크 엘프의 입에서 난 소리였다.

아쉽다는 듯 혀를 찬 다크 엘프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너.”


설진의 시선은 마법 공격에 뺨을 다친 다크 엘프에게 가 있었다.


“다쳤지?”


조소를 이어가며 말을 뱉었다. 문장이 끝을 맺은 순간, 설진의 몸은 신형처럼 사라져 상처 입은 다크 엘프의 지척까지 가 있었다.


공격을 감지하고서 몸을 물린 다크 엘프는 반사적으로 검을 올렸다. 공격이 아닌 수비의 형태. 능동이 아닌 수동의 형태.

그 때문인지, 다크 엘프는 설진의 공격에 대처하지 못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페이크.”


다른 다크 엘프가 공격당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한순간에 목이 그인 다크 엘프가 켁켁거렸다. 그 찰나의 틈에 목을 뒤로 물려 목숨은 부지한 모양이었다.


빛줄기가 반짝이기도 전에 공격 궤도를 틀었던 설진은 다시금 선웃음을 지었다. 아직 죽지 않은 다크 엘프를 끝내고자 몸을 움직였다.


촤악-!


이걸로 둘. 넷 중 둘을 죽인 설진은 반 박자 늦은 칼날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


그곳에는 설진의 등에 단검을 꽃은 다크 엘프가 있었다.

설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키며 매몰찬 호흡을 내뱉었다.


이내 깊게 팬 줄로만 알았던 단검이 다시 밖으로 뽑혀나온 순간,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반복해서 출력되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설진은 다크 엘프를 바라보았다.


“자-.”


가히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손색이 없는,


“다시 시작하자,”


흉신악살이나 다름없는 얼굴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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