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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2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8.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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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05화

DUMMY

바로 50층으로 넘어가진 않았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 시간이 주어진 듯싶다.


비단 그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49층 목표로 떠오른 에러와 갑작스러운 오엘의 개입.

그 둘도 어느 정도 이유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오엘. 아무리 탑이 변수투성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곤 하지만, 설마 55층 이후에서부터나 등장하는 오엘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하물며 그냥 나타난 것도 아니다. 힘이 온전히 보전된 채 나타났다.


만일 설진이 적절한 시기에 지원군을 부르지 못했더라면, 설진과 엘리나 둘 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오엘과 싸웠었다면.

그 결과는 물 보듯 뻔할 터였다. 해피 엔딩은 고사하고 설진 자신의 목숨마저 위험했을 터, 잠에서 깨어난 설진은 침대에 앉은 채 혀를 찼다.


‘그것 말고도···.’


49층의 에러, 오엘의 개입 말고도 걱정해야 할 일은 더 있었다.

많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된 전쟁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와 상처는 양반일 지경. 설진은 게슴츠레 한숨을 내쉰 채 작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우선 전쟁부터.


‘교회와의 전쟁을 통해 얻은 것.’


희망적인 소식부터 떠올려 보기로 했다.

교회, 즉. 요한과의 전투 승리를 통해 얻은 것.


가장 중요한 건 해피 엔딩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게임할 당시에는 요한을 봉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현실이 된 지금에서야 성공했다. 기쁘나 알딸딸한 기분도 들었다.


사실 단절석은 일종의 도박이나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50%라는 확률이 있으나 도박보다는 상황이 조금 낫겠지만.

그럼에도 위험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어찌 되었든 해피 엔딩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설진은 다음으로 얻은 것을 생각했다.

그건,

그건···.


‘···.’


냉정하게 말해서, 없었다.

전무하다시피 했다.


교회와의 전투는 어디까지나 내전. 싸우면 싸울수록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닌 손해가 되는 싸움이었다.

교회의 세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나 이미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받은 교회에게서 취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잃은 것.’


그와 반대로 잃은 것은 많았다.

너무 많아서 뭘 먼저 생각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리아엘라.’


희생이 있었다.

전쟁은 모두가 힘을 합쳐 피해 없이 적을 쓰러뜨려 나간다- 가 아니다.

분명 누군가는 죽는다. 죽어 없어지고, 사라지며 스러진다.


리아엘라는 그 희생자에 속하는 대상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죽은 것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


지금 옆에서, 눈을 뜨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그녀를 보니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으나 살아있는 것이 아닌 존재. 그것이 지금의 리아엘라였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의 치료는 마쳤지만 그것이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감기에 걸렸다고 바로 낫는 것이 아니듯, 리아엘라도 같은 경우였다.


되레 심하다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곳곳에 난 상처는 약과 붕대로 막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처의 악화를 막은 것이지, 상처의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만큼 리아엘라가 받은 피해는 컸다. 폭풍. 그것도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폭풍에 자진해서 들어갔으니, 전신이 갈가리 찢어졌을 것이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식물인간 상태.

지금의 리아엘라의 상태를 정의하자면 그랬다.


리아엘라뿐만은 아니지만, 다른 병사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설진도 시연도 채린도 찬우도.

엘리나마저.


모두가 경시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다. 하루 만에 낫는 것이 아닌 짧으면 한 달, 길면 몇 달은 정양에 들어야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부상을.


병사들의 부상과 사망은 곧 국력의 약화와 같았다.

플레임 왕국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의 에피소드처럼, 과정은 조금 다를지라도 헤임 제국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람만 다친 것도 아니고···.’


인명 피해가 끝이 아니다.

재산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황실의 성이 반파되었다. 수도에서 싸운 전쟁이니 민간인과 상업적 건물, 그리고 주거용 주택까지 전부 부서졌다.

재건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돈이 필요할 터.


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든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애석하게도 이 부분에서 엘리나를 도울 수 있는 건 없었다.


‘오엘···.’


전투 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오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분신을 보내 염원석을 탈취했다고 했다.


극에 다다른 경지를 가진 오엘을 상대로 조금이나마 분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라고, 설진은 생각했다.

분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많은 자원의 소모가 필요하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물론 염원석 건도 중요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엘이 물러나기 전 설진에게, 아니. 플레이어 모두에게 건 저주.


그건 탑의 시스템을 조작한 것이었으니.


[51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52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53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54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50층 엔딩 부분은 클리어되지 않았으나, 그 뒷부분이 클리어됐다.

누가 보면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진은 그러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모험가 특전을 없애 성장을 막겠다는 건가.’


51층에서부터 54층까지는 스토리 모드가 아닌, 모험가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다.

모험가 등급을 올리면 [잔여 스킬 포인트]를 얻는다.

가뜩이나 올리기 힘든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특전.

그러나 그게 없어졌다. 신체 강화가 초인으로 바뀔 때 결정적인 기여를 해주었던 잔여 스킬 포인트를 얻을 기회가 통으로 날아간 것이다.


거기에다 각 층의 클리어 보상인 G가 사라지기까지.

나쁘면 나빴지, 결코 웃을 수 있는 소식은 아니었다.


“후우.”


이걸로 대강 정리는 끝.

정리라기보단 나쁜 소식을 나열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나쁜 소식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맞았기에.

설진은 씁쓸한 감정을 삼키며 고개를 틀었다.


“으으··· 아. 벌써 일어나신 건지요? 설진 님.”


멀지 않은 거리, 그곳에는 고개를 돌려 하품하는 엘리나가 있었다.

밤에 잘 때 간간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리아엘라의 상태를 시시각각 체크한 듯했다.


“네, 어쩐지 눈이 일찍 떠져서요.”


설진은 쓰게 웃으며 엘리나의 말에 답했다.

지금은 아침, 아니, 아침이라기보단 새벽의 끝자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

해는 떠올랐으나 완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어두웠던 하늘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전쟁이 종결을 축하하기라도 하는 듯했다.


“···염원석을 탈취당한 것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목적은 염원석이 아니니까요.”


이건 사실이었다.

어차피 지금 만지지도 못하는 물건, 받아봤자- 아니,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설진과는 달리, 엘리나의 마음은 절대 편치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진과 그 파티는 지금껏 아무 대가 없이 엘리나에게 도움을 건넨 강자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보답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줄 수 있는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무력적인 부분에선 이미 엘리나를 뛰어넘었고, 돈이나 지위도 그리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명인들이 만든 검이나 방어구는 설진에게 있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수준일 것이고.

외부에서 왔기에 이곳에서 호사를 누리고자 하는 마음도 없을 것이다.


대체 어떤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지 몰라 갈등하고 있던 찰나.


“엘리나.”


설진이 말을 걸어왔다.


“말씀하시지요.”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저 강하디 강고한 사내가 부탁이라니.


뭘 부탁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엘리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씀하라는 듯 경청의 태도를 보였고.

설진은, 생각했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플레임 왕국과의 분쟁을 최대한 피해주십시오.”

“왕국과의 분쟁··· 말입니까?”

“네. 그쪽에서 먼저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황실에서 분쟁을 일으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게 제 부탁입니다.”


정말 감조차 잡히지 않은 부탁인 것은 맞았다.

개인을 위한 부탁도 아닌, 국을 위한 부탁이라니.

그것도 헤임 제국, 연나비와 함께 삼국을 이루는 나라에 관한 부탁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물론 그럴 생각이었다.

애초 플레임 왕국은 헤임 제국과 맞먹는 나라.

아니, 이젠 이쪽의 국력이 낮아졌으니 플레임 왕국이 더 강력한 국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임 제국이 크게 약화되어,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이상에야.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리 없었다.

엘리나는 그렇게 말했으나 돌아오는 대답 또한 의문 투성이었다.


“플레임 제국이 크게 약화되어, 아예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도 말입니다.”

“···.”

“힘든 부탁인가요?”

“···아뇨.”


자신의 생각을 꿰뚫는 듯한 설진의 말에 엘리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힘든 일은 아니다. 그저 공격하지 않는 것뿐이니.

무언가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


“힘든 부탁은 아닙니다만···.”


다만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 설진은 플레임 왕국이 꼭 멸망의 길을 걷기라도 하는 양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막아줬으면 하는 양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었기에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이유까진 말해 드릴 수 없네요.”

“···.”

“정 안될 것 같으면···.”

“아니요. 받아들이겠습니다.”


원래라면 말조차 안 된다며 거절했을 것이다.

그만큼 눈앞 사내가 꺼낸 말은 허황된 이상이었으니.


그러나 엘리나는 사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유설진, 황실이 멸망하지 않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구원자.


“저 엘리나는, 저희 황실은 설진 님의 말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이 정도는 받아주는 것이 맡았다.

옳았고, 예에 걸맞는 판단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엘리나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고.


“감사합니다.”


설진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뭘요, 지금 저희 황실도 갈 길이 먼데 말이죠.”

“그건 이쪽에서도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겠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금부터는 황녀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 미친 듯이 펼쳐질 테니까요.”


설진의 말이 빈말이라는 걸 깨달았음에도 엘리나는 웃었다.

웃으며 말했고 말하면서 웃었다.

비록 그것이 기쁨에 사무친 미소는 아닐지라도, 옅은 희망 정도는 서린 미소는 되어서 설진은 다행이라는 양 함께 웃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님에도.

두 사람의 입가는 흐린 초승달처럼 번져 있었다.


엘리나는 수인을 도구처럼 다루었던 황국의 폐습을 끊을 수 있어서.

설진은 처음으로 해피 엔딩에 가깝게 도달한 결론을 맞이할 수 있어서.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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