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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제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인 말고 장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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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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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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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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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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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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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젠 신물이 난다.

DUMMY



눈썹을 치켜올린 것은 남궁휘 뿐이 아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임풍이 나를 발견하고는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를 묻는 눈짓을 보냈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더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궁휘는 마치 백리담이 진실을 말하는지 캐내겠다는 것처럼 그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길을 받아내는 백리담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실 백리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결국 마지막에 반강을 베어내고 쓰러트린 것은 백리담과 임강이 아니겠는가.


한참동안 백리담을 바라보던 남궁휘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백리율 가주에게 포권을 해보였다.


“백리세가에 용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니, 역시나 담 아우는 이렇게 큰 공을 세우게 되었군요. 가주님, 축하드립니다”


“모두가 합공해서 겨우 잡아냈을 뿐이야. 어찌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겠는가. 자네에 비하면 이 아이들은 아직 한참 멀었네”


백리율 가주 또한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임풍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한가득이었다. 분명 백리담이 임강의 역할 또한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휘는 일부러 그를 무시한 것이 틀림없었다.


다시 백리담에게로 시선을 돌린 남궁휘가 물었다.


“그래서, 아우의 생각은 어떠한가?”


“저야 당연히 단칼에- 컥!”


백리담이 신음소리를 내며 주저앉는 사이, 그의 발등을 무자비하게 밟은 백리연이 재빠르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먼저 대공자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군요. 분명 아무런 계획없이 그런 말을 하시지는 않았을 터인데, 저희 대신 남궁세가에서 이 자를 맡겠다는 말씀을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남궁휘가 백리연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백리연 소저는 역시 다르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이들과는···”


예의를 잃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또다시 임풍을 저격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백리율 가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우습게 여기면서 오직 백리연에게만 꼬박꼬박 예의를 갖추는 모습 또한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임풍이 얼굴을 붉히는 사이, 남궁휘가 백리율가주를 비롯한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결코 공 따위를 탐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 세력과 하루종일 피흘리며 싸운 것이 여러분일진데, 그저 약간의 도움을 드렸을 뿐인 저희가 어찌 감히 숟가락을 얹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희는 어차피 이 길로 무림맹으로 향할 생각이었으니, 가는 김에 이 자의 신병을 무림맹에게 빠르게 인도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무림맹···!”


뜻밖의 단어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깜짝 놀란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 고향을 떠날 때 변노인에게 무림맹에 가겠노라 거짓말을 하고 도망쳐나오지 않았던가. 난데없는 곳에서 난데없는 녀석에게 무림맹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무림맹이야말로 이 자와 같이 위험한 인물을 억류하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입이 무거운 녀석이라도 입을 열게 할 수 있는 솜씨있는 전문가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혹여나 좋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를 바탕으로 전 무림이 일사분란하게 이들 세력에 대응하기에도 용이하겠지요”


남궁휘의 발언은 청산유수와도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종일 싸워온 상대를 내어주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터.


백리율 가주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백리연이 그의 아버지와 남궁휘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는 결코 남궁공자께서 공을 탐낸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말씀하신대로 저희 세가와 우방문파들은 당분간 주변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터이니, 만약 남궁세가에서 무림맹까지 그자를 확실하게 인도해 줄 수 있다면 제일 좋은 해결책이 되겠죠”


남궁휘가 은은한 미소를 띄며 그녀에게 포권을 해보였다.


“나의 뜻을 이해해줘서 고맙소”


“별말씀을요”


남궁휘와 마주 포권한 백리연이 백리율 가주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을 받은 백리율 가주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소”



***



곧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운 밤이 되었다. 남궁휘를 비롯한 남궁세가인들은 밤늦은 시간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반강을 싣고 떠나버렸다.


백리율 가주와 백리담, 백리연 남매는 다른 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따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는 몰라도 횃불에 언뜻언뜻 비춰보이는 그 표정이 한없이 심각하고 진지했다.


임풍 단주와 임강, 나, 조승지, 대식 등은 나란히 서서 남궁세가인들이 떠나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임풍 단주가 못마땅한 말투로 그의 아들에게 말했다.


“강아. 저들을 보아라. 꼭 뒤가 구린 놈처럼 후다닥 떠나는 꼴이 수상하지 않으냐?”


“아버님. 남궁공자가 하루 빨리 무림맹에 반강의 신병을 인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갈 길도 멀고 사안이 중대하니···”


“네가 그렇게 순진하니 내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무공은 제법 쓸만해졌다만···”


복잡한 얼굴로 임강을 바라보던 임풍이 또 한번 버럭 화를 냈다.


“상단은 어찌하고 무슨 생각으로 홀로 이곳에 온 것이냐? 분명 이곳에 오지 말라고 단단히 얘기하지 않았더냐! 가문을 대표하여 싸우는 것은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거늘!”


“싸워야한다면 제가 싸워야지, 아버지야말로 언제까지 이렇게 제일 위험한 최전선에 뛰어드실 생각이신겁니까? 더이상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셔야지요. 오늘도 보십시오. 이 대협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죽을 뻔한 고비가 있지 않았습니까?”


“오냐오냐 키웠더니 따박따박 말대꾸를···!”


임풍 부자가 투닥거리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조승지가 남궁세가 놈들이 떠나간 방향을 노려보며 말했다.


“죽 쒀서 개 준 꼴이다. 나 같았으면 절대, 절대 반강을 내주지 않았을 거야. 너는 왜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어?”


“뭐 임마. 그렇게 맘에 안들면 니가 나서서 막아보던지 그랬냐”


나는 별 생각없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반강을 누가,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솔직히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하루종일 이어진 피내음 가득한 전투, 내 목을 파고들던 반강의 부채날, 그리고 비두사의 뒤통수를 꿰뚫던 하얀 검날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단혈맹이든, 남궁세가든 이제는 정말 신물이 난다.

심지어 백리세가도.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은 서슴치 않고 서로의 목숨을 빼앗아대는 무림인들이 아니겠는가. 이제 나의 관심은 어떻게든 한몫을 단단히 챙겨 이들 무림인들로부터 영원히 멀어질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나의 성의없는 대답에도 조승지는 상관하지 않고 열을 올렸다. 정작 남궁휘 앞에서는 입을 꾹 닫고 있었던 녀석이 말이다.


“저들이 무림맹에 가서 자기들이 반강을 잡았다고 떠들지 누가 알겠어? 자기들이 단혈맹을 홀로 물리친 마냥 떠들지 않겠냐는 말이야”


대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설마 그럴리까요? 그 대단하신 남궁세가 분들께서 그렇게 파렴치 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게 아니라면 굳이 위험한 운반수 역할을 자처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정말 무림평화를 위해 활약하고 싶은 걸까? 내가 볼 땐 절대 아니야”


임강과 한참 다투던 임풍은 자신의 음모론에 동참하는 자가 나타나자 반갑게 고개를 돌렸다.


“승지가 뭘 좀 아는군. 맞다! 저 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돼. 아까 비두사를 죽일 때에도 그의 눈이 희번덕 돌변하는 것을 모두 똑똑히 보지 않았더냐? 분명 무슨 숨겨진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남궁세가는 임풍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힌 모양이었다. 턱에 손까지 짚은 채 진지한 고민에 빠졌던 임풍이 퍼뜩 묘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설마 반강을 놓아주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우리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듣던 중 그야말로 황당한 추론이 아닐 수 없었다. 임풍 또한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아까 모두 함께 남궁공자의 행동을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반강의 목을 자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 보이던데요”


“그래? 그럼 뭐지··· 우리가 반강을 죽이는데 반대하니까 따로 데려가서 죽이려는 걸까?”


“···굳이 그렇게까지요?”


남궁휘에 대한 반발심으로 의기투합한 우리가 아무리 짱구를 굴려보아도 녀석의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지금으로서는 남궁가가 순수하게 정말 혼란에 빠져있는 백리세가를 돕기 위해 그랬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것이 의문투성이로 남아있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역시 누군가 저들을 감시했어야 하는게 맞다. 나라도 따라갔어야 하는데··· 왜 연이는 사사건건 남궁세가 편만 싸고 도는거야?”


그들이 떠나기 전, 누군가 남궁세가를 따라 무림맹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임풍이 제시한 바 있었다. 심지어 임풍 자신이 직접 가겠다고 자원까지 하였지만, 이번에도 그를 제지하고 나선 것은 백리연이었다. 임풍의 부상, 살아남은 동맹 무가들의 수습 등 여러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드는 그녀의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임풍은 여전히 전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연이가 하는 말은 틀림없으니 일단 믿어야겠지. 하지만 오늘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평소와 달리 나한테 소리도 막 지르고···”


“설마··· 남궁공자에게 홀딱 반한건 아니겠죠?”


대식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들 뜨악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남궁휘는 대충 보아도 중년에 가까운 나이이니, 이제 막 스물에 접어드는 나이인 백리연과는 그야말로 커다란 나이차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여인들이 성숙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하지 않습니까? 목숨의 은인이기도 하고, 백리세가와 남궁세가의 만남이면 그림도 좋고···”


나는 황급히 대식에게 눈치를 주었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까부는 녀석이 아닌데, 왜 남녀간의 일에 대하여서는 이렇게 신나게 제멋대로 떠들어대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대식은 내 다급한 눈짓을 눈치채지 못하고 멋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 혹시 남궁세가 분께서는 이미 혼인을 하셨나요?”


대식에 못지 않게 눈치 없는 임풍단주가 그의 질문에 답했다.


“한동안 무공에 미쳐 살았었던데다, 폐관 수련까지 너무 오래한 탓에 아직 혼사를 이루지 않았다고 들었다”


“허어, 그렇다면 역시···!”


두 얼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광경을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백리가와 남궁가의 만남을 운운하기에는 백리연의 정혼자- 조승지가 우리 앞에 버젓이 두 눈 뜨고 있는것 아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조승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실 조가장주가 백리세가를 배신할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 훨씬 이전부터 그 둘의 정혼 관계는 끝났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조승지의 마음이 진실로 어떠한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표정이 영 좋지 않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백리연 쪽을 바라보는 또 다른 젊은 피···


아니, 임강.

설마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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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숲에 부는 바람. +1 24.06.22 711 18 12쪽
47 딱히 바라는 것은 없고. +1 24.06.21 787 17 12쪽
46 금칠 +1 24.06.20 819 22 12쪽
» 이젠 신물이 난다. +1 24.06.19 911 19 12쪽
44 남궁세가 (2) +1 24.06.18 882 20 12쪽
43 남궁세가 (1) +1 24.06.17 930 20 12쪽
42 피의 냄새 +1 24.06.16 941 21 11쪽
41 하얗고 붉은 것들 +4 24.06.15 969 19 12쪽
40 알량한 자비심을 버리고 +2 24.06.14 975 20 12쪽
39 격전 +2 24.06.13 983 21 12쪽
38 날카로운 검 끝에 +2 24.06.12 956 23 12쪽
37 주인이 되어주마 +1 24.06.11 985 21 12쪽
36 반강 (4) +2 24.06.10 1,039 24 12쪽
35 반강 (3) +1 24.06.09 1,064 22 13쪽
34 반강 (2) +2 24.06.08 1,088 24 13쪽
33 반강 (1) +2 24.06.07 1,151 27 13쪽
32 바람 잘 날 없다. +1 24.06.06 1,175 25 12쪽
31 금화역조 +1 24.06.05 1,191 22 12쪽
30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일 (2) +1 24.06.04 1,237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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