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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제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인 말고 장사할게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오일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48
최근연재일 :
2024.06.30 22: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73,404
추천수 :
1,446
글자수 :
308,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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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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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개봉으로 (3)

DUMMY



“조승지, 너는 다른걸 떠나 앞니가 모두 빠지지 않았나. 그리고 임강 공자, 그대도 아버지의 사례를 생각해보시오. 염주홍단공의 성취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니, 곧 그대 또한 임풍 대협처럼 머리카락이 홀라당 벗겨질 것이 불보듯 뻔하지. 세상에 어떤 여자가 이빨이 없거나 머리카락이 없는 남자를 좋아할 수 있겠소?”


단지 백리연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본디 임강과 조승지, 이 둘은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여리여리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만약 함께 어울려 다닌다면 내가 조금··· 아주 살짝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객관적으로도 서너발자국은 훌쩍 앞서간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가 씰룩였다.


조승지는 하도 나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는지 덤덤한데, 오히려 임강이 발끈하여 반응했다.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된 마음이란 말이오”


“그럼 그대는 지금 당장 소림사 땡중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 백리연 소저를 찾아가보시오. 그녀의 반응이 어떤지 한번 봅시다”


임강은 흠칫하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소중히 더듬었다.


“아직 멀쩡한 머리카락을 왜 잘라낸단 말입니까? 요즘 부쩍 많이 빠지고 있긴 합니다만, 당장 밀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한번도 내색한 적은 없지만 그도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대는 두상에 자신이 없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더더욱 백리연 소저에게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조승지도 주변에 없고 아직 머리카락이 풍성하게 남아있을 때 얼른 승부를 보는 것이 낫지 않겠소? 무림맹에 갈 여유가 있겠소? ”


“그것은 안됩니다. 아직 제 마음의 준비가...”


임강은 우물쭈물하며 얼굴을 붉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조승지가 입을 열었다.


“임강, 머리카락은 걱정하지 마라. 개봉에만 가면 우리의 모든 문제들을 모두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임강은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특히 나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깨진 이빨을 돋아나게 하고 탈모를 막아내는 것은 아마 화타나 허준, 슈바이처 등 세계 각국의 이름난 명의가 살아 돌아온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설마하니 이곳 중원에 시대와 차원을 뛰어넘는 의원이 존재한단 말인가?


임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승지에게 물었다.


“승지, 정말인가? 정말 개봉에 탈모를 막아줄 수 있는 실력있는 의원이 계신단 말인가?”


“누가 의원이라고 했는가? 내가 찾아가는 것은 바로 양상군자(梁上君子)일세”


“양상군자? 설마 도둑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조승지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농담이 지나치군. 한낱 도둑이 어떻게 자네의 깨진 앞니를 돋아나게 하고, 빠지는 내 머리카락을 막아줄 수 있단 말인가?”


“한낱 도둑이 아니야. 수년전부터 개봉 전체를 뒤집어놓고 있는 신출귀몰한 괴도(怪盜)일세. 그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그 도둑 하나를 잡기 위해 온 개봉의 포쾌들이 다 달라붙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거야. 심지어 판관과 포쾌들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미리 어떤 물건을 훔쳐가겠다고 예고를 하고 훔쳐간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군”


“경신술의 고수인가보군. 무림 고수를 데려다 막으면 되지 않을까?”


“관에서 그 생각을 안했겠는가? 번번히 그를 막는데 실패하자, 자신들의 힘만으로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무림맹에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하더군. 자존심 따위는 전부 다 내려놓고 말일세. 그런데 무림맹의 내노라하는 고수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에도 지키던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완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거지”


“단지 손과 발이 빠른게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로군”


“그렇지. 심리전에도 능할 뿐 아니라 변신 변장의 극에 달해있는 인물이야. 아무도 그의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하지. 눈 앞에서 노인으로 변했다가, 어린아이로 변했다가, 여인으로 변했다가··· 자신의 모습을 순식간에 자유자재로 바꾼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 재주인가?”


나는 조승지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변검(变脸)은 얼굴에 쓴 가면을 바꾸는 기술에 불과할 뿐이고, 무공 중에 축골공(縮骨功)이라는 것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체형을 변형시키는 재주일 뿐이다. 그러니 조승지가 묘사한 것처럼 모습 전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괴도가 있다는 것은 쉽게 믿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애초에 무공이라는 것도 내가 직접 익히고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황당무계한 개념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이 드넓은 중원 어딘가에 그런 변신의 귀재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불쑥 그 괴도라는 녀석에 대한 호기심이 돋아났다. 그런 재주가 있다면 세상의 모든 보물과 재물이 내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이나 다름없을테니···

하지만 세상 정의로운 성격의 임강은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그 대단한 재주로 도둑질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이가 아닌가. 그런 인물을 지금 우리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이유가 뭔가? 아무래도 내 머리카락과는 아무 관계가 없지 않나?”


“잘 들어보게. 어차피 부러진 내 이빨이 다시 나지는 않을테고, 온갖 영약을 써서 자네 머리카락을 다시 나게 해봤자 그 불타는 무공을 쓰는 한 계속 빠질 수 밖에 없을거네. 그렇다면 가짜 이빨이나 머리카락을 쓰는 방법이라도 생각해봐야되지 않겠는가? 그 자가 변장에 쓰는 물건들이 다 모두 진짜같이 감쪽같은 물건일테니, 그것들을 얻을 수만 있으면 우리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는가?”


희망에 찬 녀석의 눈빛, 뻥 뚫려있는 앞니들의 자리를 바라보며 입맛을 쩝 다셨다.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부러진 앞니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갈구하는 것을 보니 녀석에게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다. 그의 황당무개한 계획에도 내가 마냥 비판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조승지의 설명을 듣던 내내 마뜩치 않은 표정을 짓던 임강 또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물건을 얻으려면 우선 그 자를 만나야 할 것 아닌가. 무림맹 무인들도 못잡은 인물을 우리가 어찌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걱정하지 말게. 믿을만한 친구를 통해 받은 정보가 있거든. 직접 만나는 것은 당연히 어렵겠지만, 수하 조직원들을 통해 물건을 구할 수는 있을거야. 괴도의 명성이 높아지자 그가 쓰는 물건들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거든.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란 말일세”


그 이야기를 듣자 무릎을 탁 치며 경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자고로 사람의 고민과 욕망이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된 구석이 있는 법이다. 탈모에 대한 고민이라던지, 미용에 대한 고민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잘 이용하면 하나의 훌륭한 사업이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조승지. 너 설마 개봉에 볼 일이 있다는게···”


조승지가 얼굴을 붉혔다.


“어이, 단지 이것 때문에 개봉을 가려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내 이빨을 부러뜨린 장본인이 네 녀석이 그걸 지적하면 안되지”


아차.


“누가 뭐라고 했나? 나도 그 괴도라는 친구를 만나보고 싶어서 그렇지”


“자네도 탈모가 있나? 이빨이 흔들리나?”


“아니. 뭔가 개봉에서의 사업에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 사이 조승지의 말에 완전히 넘어간 임강이 주먹을 불끈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세! 얼른 가보세. 개봉으로!”


그래, 간다. 개봉으로.


나는 돈을,

조승지는 이빨을,

임강은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



여행길은 딱히 어려울 일이 없었다.

마차는 튼튼하고, 말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가끔 시전을 지나치게 될 때마다 백리세가에서 챙겨준 문방사우는 불티난듯 팔려나가니, 그때마다 내 호주머니는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게다가 이따금씩 고급객잔에서 든든하게 요기를 하고 쉴 기회까지 있으니 이 얼마나 쾌적한 여행이란 말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이보게, 어딜 가는가? 아직 주문이 끝나지 않았다네. 백육, 탕초리척, 포자, 고기만두···”


안주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점소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길고 길었던 나의 주문이 마침내 끝나자, 입을 중얼거리며 정신없이 주방으로 달려가는 점소이를 바라보며 흐믓하게 미소지었다. 아마 몇개 빠뜨리거나 시키지도 않은 것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떠냐, 대식아.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느냐?”


“충분하다마다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대식이 손을 비비며 군침을 삼켰다. 내가 돈쓰는 것에 대해서 항상 깐깐하게 굴던 녀석도 이번에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이. 적당히들 좀 하지? 정말 저것들을 다 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입을 헤 벌린 채 멍하니 굳어있던 조승지가 당장이라도 주문을 취소할 기세로 몸을 일으켰다. 나와 대식은 재빨리 그를 붙잡아 다시 자리에 주저앉혔다.


“식대는 책임질테니 제발 객잔에서 제대로 좀 쉬고 싶다고 징징댄 것은 네녀석이 아니냐? 한입으로 두말할 생각은 아니겠지?”


“사람이 적당한 선이라는게 있어야지. 요리라면 이미 백리세가에서 많이 얻어먹지 않았더냐? 네놈들 뱃속은 도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냐?”


“그것들은 소화된지 오래지. 그나저나 고맙다. 네가 이렇게 돈을 내준다면야 우리도 매번 객잔에서 편히 먹고 자고 얼마나 좋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나를 노려보던 조승지는 목이 타는지 벌컥벌컥 차를 들이켰다. 아무리 집안이 잘 살아도 아까운 것은 아까운 모양이다. 다짜고짜 들어온 곳이 하필 꽤나 비싼 객잔이어서 그런가.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결국 자신이 초래한 일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게 네놈은 왜 유난법석을 떨고 난리냐. 그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제대로 된 무림인이 될 수 있겠어? 여기 임강 공자께서는 딱딱한 흙바닥에서도 잘만 자는데 말이야”


“내가 이 녀석이랑 같냐! 임강, 이 녀석은 본디···!”


찻잔을 쾅 내려놓고 눈알을 부라리던 조승지가 앗차 하며 하려던 말을 황급히 삼켰다. 임강이 임풍에게 입양되기 전, 길바닥을 전전하던 고아 출신이였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정작 임강은 별로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지만, 조승지는 아무래도 자신이 실수했다 싶었는지 화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그리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왜 임강 이 녀석은 꼬박꼬박 공자라 부르고 나는 하대하는 것이냐? 나이도 같은데”


“그건 간단한 이치지. 임강 공자는 항상 예의가 바르고 고운말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나와 대식에게 존중으로 대해주지 않느냐. 말도 거친데다 툭 건드리면 폭발하는 너같은 녀석과는 경우가 다르지. 게다가 임강 공자는 무공실력도 너보다 훨씬 뛰어나지”


순간 말문이 막힌 조승지가 얼굴을 붉혔다. 임강이 빙그레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공 순으로 따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요. 그렇게 따지면 이 소협께서 저희보다 할아버지 뻘이 되지 않겠습니까?”


“할아버지 뻘은 무슨···”


손사레를 치는 와중에 반격거리를 찾은 조승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너는 항상 무공에는 관심없는 척하면서 무슨 무공실력순으로 사람을 차별한다는거냐? 이 표리부동한 녀석같으니라고”


“정 아쉬우면 나에게 형님이라고 깍듯이 불러봐라. 그럼 나도 조 공자님이라고 예의를 갖춰 불러주지”


나의 제안은 두가지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았다.

첫째로 조승지 녀석이 나에게 형님이라 부를리가 없고,

둘째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녀석이 그렇게 나를 부른다고 한들, 내가 그에게 조공자님이라고 부를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저 녀석을 놀리려고 던진 말이었는데, 얼굴을 울그락불그락거리던 조승지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좋아. 자네를 깍듯하게 형님으로 모셔주지”


“?????”


“단,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 조건으로 말일세. 어떤가?”



···무공을 가르쳐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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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 오 (三, 五) +1 24.06.26 52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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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피의 냄새 +1 24.06.16 966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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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격전 +2 24.06.13 1,011 21 12쪽
38 날카로운 검 끝에 +2 24.06.12 985 24 12쪽
37 주인이 되어주마 +1 24.06.11 1,012 21 12쪽
36 반강 (4) +2 24.06.10 1,069 24 12쪽
35 반강 (3) +1 24.06.09 1,092 22 13쪽
34 반강 (2) +2 24.06.08 1,117 24 13쪽
33 반강 (1) +2 24.06.07 1,180 27 13쪽
32 바람 잘 날 없다. +1 24.06.06 1,20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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