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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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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01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4.17 18:30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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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1. 전후(戰後) 사정(5)

DUMMY

크아아아앙!!


그때 대지를 찢을 듯한 울부짖음이 함선을 흔들었다. 하비르를 비롯해 투챤과 갑판 위 모든 휴곤은 귀를 틀어막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비르는 귀를 찌르고 머리를 울리는 고통을 참으며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섬광이 세상을 뒤덮었다. 이윽고 흰 물감이 뿌린 듯 세상은 온통 새하얗게 변했다. 하늘, 함선, 부하들까지 전부 새하얀 세상에 갇힌 듯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다행히 감각은 남아있었다. 발바닥에 익숙한 갑판이 느껴졌고, 부하들의 아우성이 들렸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아우성 너머에서 난생 처음 듣는 기묘한 소리도 있었다. 먼 메아리처럼 아련하게 들리던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순식간에 세상을 울리며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콰가가가가!!


정체 모를 소리에 이어 묵직한 열풍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거대한 파도 같은 열풍까지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고 견딘 하비르의 귀에 다시 천지를 진동하는 엄청난 소리가 메아리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꽈앙!!


새로운 드래곤의 공격을 가까스로 단검으로 쳐냈지만 팔이 저릴 지경이었다.


‘동료인가?’


덩치는 처음 상대했던 드래곤보다 훨씬 컸다. 공격도 훨씬 위력적이고 적극적이며 의지가 분명했다. 그 증거로 처음부터 주작을 노렸다.


새로운 드래곤의 용염은 함선을 향해 몸을 날리던 주작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왔다. 예상 못한 공격이었지만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위력이 너무 강해 그냥 두면 함선에도 피해가 갈 것 같았다. 주작은 어쩔 수 없이 정면으로 용염에 맞섰다.


그러나 용염의 훨씬 위력적이었다. 아무리 주작이라 해도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이정도 공격을 온전히 막아 소멸시키는 건 어려웠다. 결국 함선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단검으로 용염의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완벽하지 못했다. 팔이 붉어질 정도로 화상까지 입으며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드래곤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욱신거리는 팔의 상처가 신경 쓰였다. 멀쩡한 상태라 해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 양팔의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주작은 가급적 극단적인 전투는 피하고 싶었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말이 통하길 바랐다. 부디 첫 드래곤과 달리 이성이 남아있길 바랐다.


“죽일 것이다. 인간과 휴곤··· 전부 죽일 것이다.”


‘대답했어!’


주작은 드래곤의 대답에 일말의 희망을 봤다.


“무슨 일인지 알려주십시오! 제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휴곤은 비겁하고, 인간은 간사하다. 휴곤은 도리가 없고, 인간은 간악하다. 그러니 너희와 말을 섞지 않겠다.”


퍼엉!


조금 전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의 용염이 정면으로 날아왔다. 비록 위력은 전보다 강력했지만, 이미 예상된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멈추십시오! 이런 식으론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말을 믿지 않는다.”


드래곤은 연이어 용염을 토했다. 위력은 도시 하나를 쓸어버릴 정도로 강력했지만 주작에 닿지 못했다. 주작은 공격을 피하며 상대를 진정시킬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그때 잊고 있던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애끓는 절규가 흘러나왔다.


“내 새끼··· 내 새끼······.”


파앙!


동시에 용염이 흙먼지를 뚫고 하늘로 뿜어졌다.


‘큰일이다.’


땅에서 쏘아진 용염은 주작이 아닌 함선을 노리며 뻗었다. 맞은편 산에서 자신을 노리는 용염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던 주작은 황급히 몸을 날렸다.


순간 사라졌던 주작의 몸이 용염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바로 단검을 휘둘러 용염을 반으로 갈랐다. 다행히 함선은 또다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 압도적인 위력의 붉은색 용염이 주작을 덮쳤다.


콰가가가가가!


용염은 엄청난 폭발음을 대지 끝까지 울리며 주작을 휩쓸고 하늘 저편으로 뻗어나갔다.


‘됐다!’


이번엔 확실히 봤다. 주작은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겨우 팔을 들어 몸을 보호했지만, 용염을 피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받아냈다. 용염의 압도적인 위력을 생각하면 절대 무사할 수 없었다.


‘더러운 인간 계집. 꼴 좋구나.’


시력을 되찾자마자 확인한 것이 주작의 최후라는 사실이 한없이 기뻤다. 그동안 속을 불편하게 했던 체증이 사라진 것처럼 후련했다. 목숨이 달린 위험하고 시급한 현실적인 문제는 안중에 없었다. 그저 주작의 최후가 기뻤다.


“사, 사령··· 지금······.”


“하하하. 나도 봤습니다. 드디어 처리했습니다. 드디어 저 재수 없는 인간 계집을 처리했습니다. 하하하.”


하비르는 광기 어린 눈을 번뜩이며 일시적인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나 투챤은 현실적인 문제가 더 시급했다.


“이제 어쩝니까? 주작이 없으면 드래곤의 공격을 막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속이 후련한 나머지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었군요.”


하지만 말과 달리 하비르의 얼굴엔 조금의 걱정도 비치지 않았다.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뭐가 저렇게 여유로워? 숨겨놓은 수라도 있는 건가?’


“알을 제게 주세요.”


하비르는 투챤에게 건네받은 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고작 새끼도 되지 못한 알 하나 때문에 저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알을 볼모로 잡으면 저것들도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럼 지금 당장 알을 저 것들에게 보여······.”


퍼엉!!


정면의 거대 드래곤의 입에서 다시 용염이 뻗어 나왔다. 공격하지 못할 거라던 하비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터진 공격이었다. 엄청난 빛이 세상을 가득 메우며 맹렬한 열기가 함선을 향해 날아들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절망을 인식하기 전에 함선은 빛에 휩싸였다. 이젠 정말 끝이다. 막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그런데 함선을 향하는 줄 알았던 용염이 함선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옆을 노렸다.


갑판 위 휴곤들의 시선이 용염을 따라 움직였다.


“헉!”


하비르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놀라 비명 같은 숨을 토했다. 그곳엔 죽었다고 생각했던, 용염에 의해 재가 되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주작이 있었다. 주작은 정면으로 닥친 용염을 두 자루의 단검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저··· 저 괴물 같은 계집!’


용염은 주작이 만든 기의 장막을 뚫지 못하고 뒤로 뻗어 흩어졌다.


“헉, 헉··· 헉··· 헉······.”


주작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꼴도 말이 아니었다. 옷은 타고 찢어져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고, 화상 입은 상처는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비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주작의 처참한 몰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런 상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하겠군.’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고개를 돌린 주작의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이 하비르를 노려봤다. 심장마저 얼려버릴 듯한 눈빛에 숨이 턱 막혔다.


“드래곤의 알··· 당신들이 어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무··· 무슨······.”


“밖으로 던지십시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


하비르는 불안을 삼키며 억지로 소릴 높였다.


“그대들이 벗어날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티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말고 알을 밖으로 던지십시오.”


“하! 누굴 속이려 드십니까? 알이 없는 우리를 드래곤의 표적으로 만들 생각인 걸 모르는 줄 아십니까?”


드래곤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볼모인 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세요! 조금 전 용염이 몇 번이고 함선을 향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처음 드래곤의 용염은 정확히 함선을 노렸다. 한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함선을 노렸다.


‘알이 함선에 있는 줄 몰랐던 건가? 아니다. 그랬다면 우릴 쫓지도 않았겠지. 그렇다면 정말 주작의 말대로? 아니다. 저런 엄청난 위력을 고작 알 따위가 견딜 리 없다. 거짓이다. 속으면 안 된다.’


“적과 내통한 배신자의 거짓에 속을 것 같습니까?”


“하아··· 내가 굳이 당신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뭐?”


“날··· 죽이려는 의도 아니었습니까?”


하비르를 비롯한 갑판 위 부하들은 크게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죽이려던 상대의 말을 못 믿는 건 이해하나··· 만약 내 안위만 생각했다면, 당신들을 먼저 처치하고 알을 빼앗았을 겁니다.”


주작의 서늘한 목소리에 함선 위 휴곤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이 결코 말뿐인 협박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할 수 있다. 저 계집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모두를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젠장, 젠장······.’


“그리고······.”


또 어떤 두려운 말이 이어질지 목이 바싹바싹 마르고, 심장은 방망이질 쳤다.


“당신에겐 임무가 있습니다.”


‘임무?’


“그분께 받은 도(刀)와 그분의 전언을 전하께 전해야 합니다.”


간판 한쪽에 처박아둔 도가 눈에 들어왔다.


‘고작 저따위 칼이 뭐라고? 그자의 말이 뭐라고?’


“그럴 수 있도록 시간을 벌겠습니다. 그러니 더 고집부리지 말고······.”


용염이 다시 주작을 덮쳤다. 이번에도 주작은 피하지 못하고 힘겹게 용염을 막아냈다.


“못 믿습니다. 당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다. 도시 하나를 순식간에 지워버릴 수 있을 위력의 용염도 버텨내는 주작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혐오하던 주작의 도움을 받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 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하비르는 다른 방안을 찾으려 바쁘게 머릴 굴렸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알을 밑으로 던지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십시오. 그리고··· 전하께 그분의 전언과 그 도를 꼭 전하십시오.”


‘젠장! 젠장!’


주작의 죽음을 직접 보고 싶었다. 갖은 치욕을 안겨준 주작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꼴을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다.


“저 상태면 오래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속삭이는 투챤의 말뜻을 잘 알고 있었다. 안전하게 퇴각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주작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만약 버틴다 해도 두 마리의 드래곤을 상대로 살아남는 건 불가능했다. 겨우 결심을 굳힌 하비르는 손에 쥔 알을 치켜들었다.


“이곳을 벗어난다. 전속력으로 항해하라!”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부하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비르는 손에 쥔 알을 난간 밖으로 내밀며 허망한 표정으로 주작을 노려봤다.


“그대의 죽음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하비르가 손을 놓자 알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그 야망, 무모함··· 부디 전하를 위해 쓰길 바랍니다.”


‘어?’


말을 마치고 몸을 날리기 직전 주작의 얼굴에서 미소를 봤다. 순간적이었지만 분명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미소가 분명했다. 하비르의 시선이 주작을 쫓았다. 주작은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단검으로 거대한 검기를 날렸다. 동시에 드래곤도 용염을 쏘았다. 재앙 같은 두 힘이 부딪히는 충격은 대지를 울리고 구름을 밀어낼 정도였다. 함선도 크게 흔들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용염과 검기가 부딪혔다. 신들의 전쟁과도 같은 공격과 충돌이 계속됐다. 그러나 함선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그들의 충돌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함선은 유유히 남쪽을 향해 날아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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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5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3 0 23쪽
»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1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7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19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20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3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7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6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5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9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9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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