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07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4.04 18:30
조회
18
추천
0
글자
11쪽

#88. 카델 침공(21)

DUMMY

“어디 있다가 이제 와! 기지베야!”


타미는 반가움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아현에게 안길 태세였다. 그러나 루리아의 차가운 목소리에 발을 떼지 못했다.


“자리 지켜! 다시 조준!”


“쳇, 독한 기지베.”


“발사!”


다시 화살은 하늘로 쏘아졌고 타미에 의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화살은 다시 적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방향을 바꿔 성문 밖으로 뻗어나갔다. 다시 한번 불쾌한 비명이 메아리치며 수십의 적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두 번의 공격으로 적의 진격이 느슨해지자 선봉에 선 네 교수는 다시 원래 자리를 사수할 수 있었다.


“십 년 감수했네. 그래도 제때 와줬구나.”


“대단하다고 말만 들었지. 저런 것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거야? 성천, 저 아현이라는 학생 정체가 도대체 뭐냐?”


“지금 그게 중요하냐? 뒤에서 정비할 수 있게 한 놈도 못 빠져나가게 막는 데만 신경 써!”


성천은 힐끔 뒤를 돌아 아현을 봤다. 표정은 밝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얼굴이었다. 볼에 눈물 자국도 선명했다.


‘이겨냈구나.’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망가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완전한지 모르나 그래도 최소한의 공포는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성천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현을 확인한 피아의 마음도 성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언니! 왔어? 괜찮아?”


적 한 명을 쓰러뜨리고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소리치며 아현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괜찮겠냐?’


아현은 역한 피 냄새에 당장이라도 토악질을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미소를 끌어올렸다. 참혹한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서 해맑게 웃는 피아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껴졌지만, 평소처럼 마주 손을 흔들었다.


“아싸! 우리 언니 왔다! 너희들은 다 죽었어!”


아현의 안전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진 피아는 어디서 솟는지 모를 힘을 끌어올려 적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아현! 이쪽으로!”


분타가 급히 부르는 소리에 아현은 한달음에 달려갔다.


“얘기는 들었어. 바기라 님께 마정석을 받았다며?”


“네. 여기요.”


아현은 반지 낀 손을 내밀었다.


“그래. 진짜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분타의 손은 빠르게 학생 치유에 전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줄 테니 잘 들어. 우선 지금 가장 급한 건 성문을 통과하는 적들을 막는 거야. 성문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어도 좋아. 당장 들이치는 적의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할 수 있겠어?”


아현은 성문을 바라봤다. 이미 성문은 불에 타 사라지고 없었다. 일부 잔해엔 불이 붙어있었지만, 적을 막는 역할을 하진 못했다. 결국 뻥 뚫린 성문으로 다수의 적이 몰려들고 있었다.


‘저 많은 적을 무슨 수로 막지? 바람마법? 아니야. 아무리 마정석이 있다곤 해도 쉬지 않고 바람마법을 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그것보다 다소 많은 마나를 쓰더라도 위력이 큰 마법으로 막아야 해.’


지금까지 수업 중에 들었던 마법을 떠올렸다. 그러나 기초밖에 배우지 못한 아현이 선택할 만한 마법은 없었다.


‘아놔··· 이놈의 현실성. 판타지 세계면 판타지 세계답게 화려하고 위력적인 마법이 난무해야 하는 거 아니야? 도대체가 이럴 때 쓸 만한 마법이 하나도 없냐? 차라리 게임이라면 쓸 만한 마법이 많은데··· 아!’


이세계에 오기 전에 푹 빠져있던 ‘더 라스트 게임’을 떠올렸다. 대지를 흔들고 하늘을 울리며 모니터 화면 가득 화려하게 소용돌이치던 마법이 난무하던 게임의 마법을 하나둘 떠올렸다.


‘어디 보자. 다수의 적을 상대할 만한 게 뭐가 있더라. 체인 라이트닝, 파이어 스톰, 어스 퀘이크, 블리자드··· 그리고 또······.’


다양한 마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확실히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근데 어떻게 쓰지?’


스킬 트리를 따라 마법을 배우고, 단축 슬롯에 마법을 지정한다. 지정된 마법은 단축키 한 번으로 간단히 쓸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이었다. 이 세계 어디에도 단축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마법 이름을 외치거나 주문을 외워 마법을 시전할 수도 없었다. 결국 빛 좋은 개살구였다.


“아현, 아현!”


분타의 부름에 아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뭐 하고 있어?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화살의 방향을 바꿔 적을 처치한 건 궁술훈련을 통해 이미 숙련된 결과였다. 투챤을 상대한 마법도 수업 중에 배운 것을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규모 병력을 막을 수 있는 마법은 한 번도 생각해 보거나 연습한 적이 없었다.


분타도 아현의 입장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시간만 보낼 수는 없었다. 적당한 방법을 찾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훑던 분타의 시선이 성문에 남아있는 불을 향했다.


“불. 화염마법은 어때? 성문에 불을 질렀던 것처럼 거대한 화염을 만들면 안 될까?”


‘거대한 화염?’


학장의 화염마법 수업을 떠올렸다.


“어디서나 산소만 존재한다면 불을 피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 자체로 공격력을 갖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보다시피 화염의 크기가 너무 작죠.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화염마법을 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요? 성천 학생이 대답해 볼까요?”


“직접적인 화염마법보단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산소 외에 연료가 될 만한 것을 이용해 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주변에 이미 화재가 있다면 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화염이라면 충분했다.


‘마나도 충분하고, 불도 있어. 그런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마나를 무작정 쏟아내 불을 붙여 봐야 효과적이지 못할 테고··· 마나를 한데 뭉쳐야 하는데··· 화염구!’


마나를 원하는 공간에 집중시켜 형태를 만들고 불을 붙여 화염구를 만든 방법을 떠올렸다.


“한 번 해볼게요.”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것과 달리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현이 만들었던 화염구는 고작 호두만 한 크기였다. 그때와 달리 마정석을 가지고 있다 해도 가능할지 시도해 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아현은 성문을 향해 손을 뻗고 마나에 집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의 파동이 확실히 느껴졌다. 온몸에, 특히 양손에 느껴진 마나의 파동은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확실하게 느껴졌다.


‘한군데로 모은다.’


성문 앞 가운데에 집중했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다. 제법 크게 뭉쳤다고 생각한 마나는 더 이상 커지지 못하고 흩어지기 일쑤였다.


‘왜 이러지?’


아무리 온 신경을 집중해도 일정 크기 이상으로 마나가 모이지 않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집중했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안 돼.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선 마나만 소비할 뿐이야.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바람마법이라면 범위를 넓히는 것도 어렵지 않은데··· 아!’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발한 생각이 있었다. 아현은 왼손으론 마나를 모으고 유지하는데 집중하면서 오른손으로 바람마법을 일으켰다. 주변 공기를 빠르게 빨아들이며 소용돌이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마나가 모인 쪽으로 움직였다. 아현의 오른손의 움직임을 따라 흘러온 바람은 빠르게 마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됐어.’


바람에 갇힌 마나는 더 이상 흩어지지 않았다. 자신감이 붙은 아현은 소용돌이치는 바람마법 안에 빠르게 마나를 끌어모았다. 마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 듯 빠르게 흘러든 마나는 순식간에 가득 찼다.


‘이제 화염만 끌어들이면 돼.’


다시 오른손을 뻗어 성문 잔해에 남아있는 화염에 집중했다. 얇은 실오라기 같은 마나 줄기가 바람마법의 소용돌이를 뚫고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서서히 뻗어나가던 마나 줄기가 불에 닿자 순식간에 화염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퍼엉!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폭발은 옆으로 퍼지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불기둥에 직접 닿은 적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불기둥에 직접 닿지 않은 적도 화염 폭발에 나가떨어지거나 열기에 몸이 불타올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현이 일으킨 바람은 마나를 붙잡기 위한 용도였기에 전투에 집중한 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일부 마법학 교수들도 보조마법에 집중하느라 마나가 한데 뭉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덕분에 갑작스런 폭발에 선두에 있던 4명의 교수도 대비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2열에 있던 학생들도 폭발의 여파에 엉덩방아를 찧거나 넘어졌다.


가장 놀란 건 아현이었다.


“어? 어라?”


그저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어 적의 진격을 막을 생각이었다. 두껍고 커다란 불붙은 통나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하마터면 아군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위력이었다.


“아··· 갑자기 큰불이 붙으면 폭발하는구나.”


적뿐만 아니라 아군까지 쓰러진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하늘 높이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 자신의 업적을 보며 해맑은 감탄을 읊조렸다.


* * *


함대로 복귀한 투챤은 도서관 탑에서 겪은 일을 어디까지 보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 있는 사실 전부를 보고 할 경우 주작의 이중 첩자 의혹, 정체, 의도 등 중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보고할 수 있다. 그러나 임무 실패와 능력 부족, 정보 유출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물을 게 뻔했다.


“후음··· 그대의 얘기만 놓고 보면 주작의 배신을 의심할 정황으로 충분하군요.”


결국 투챤의 자신의 실책은 교묘히 빼고, 모든 책임을 주작에게 넘기는 쪽을 택했다. 카델 학생과의 전투는 없었고, 세계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바기라를 만난 것으로, 바기라와 주작의 대화는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나 바기라의 능력과 존재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직접 보고 겪은 제가 볼 때도 그렇게 판단됩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으려 투챤은 하비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군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투챤이 그 상황을 다 지켜봤다면, 주작도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비취고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뻔히 알 텐데··· 어째서 그대를 먼저 함대로 복귀시킨 거죠? 나라면··· 아니, 일반적으로 후환이 될 싹을 치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아차!’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5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3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2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8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20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20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4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7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 #88. 카델 침공(21) 23.04.04 19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7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6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9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9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