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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05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3.30 18:3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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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3. 카델 침공(16)

DUMMY

* * *


“모두 주목!”


잠시나마 직면한 위협을 잊고 휴식을 취하던 학생들은 불안 가득한 눈으로 리암을 봤다.


“세부적인 작전을 설명하겠다.”


리암은 숨을 한 번 고르며 학장과 눈을 마주쳤다. 학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암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잠시 후면 성문의 불이 약해지고 적들이 들이칠 것이다. 이에 모든 인원은 성벽 아래로 내려가 들이치는 적들을 맞아 싸울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적과의 전면전이란 한 마디는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성벽 아래로 간다고?”


“우리가 저 많은 적을 어떻게 다 막아?”


“불가능해. 전부 죽을 거야.”


“차라리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맞아. 도망쳐야 해. 여기 있다간 전부 죽어.”


공포는 순식간에 학생들을 잠식했다. 그러나 리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용! 입 다물고 주목해라!”


성벽을 흔들 듯 쩌렁쩌렁 울리는 리암의 고함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최전방엔 4명의 교수가 선다. 나, 수하르, 안샬, 성천 교수가 설 것이다. 그 뒤로 2열엔 4학기 무술학부생이 선다. 3인, 혹은 4인 1조로 편성한다. 그 뒤로 마법학 교수들과 4학기 마법학부생, 2학기 무술학부생이 선다. 마지막 4열엔 남은 학생이 선다. 아마 대부분 2학기 마법학부생이 될 것이다.”


“임무는 어떻게 됩니까?”


4학기 무술학부생 하나가 손을 들고 호기롭게 물었다.


“1열에서 최대한 적을 막을 것이다. 그러나 수적 한계로 빈틈은 분명 존재한다. 그 빈틈을 빠져나가는 적을 2열이 상대한다. 적은 강하다. 너희 실력으로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반드시 한 조가 한 명의 적만 상대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조와 연계까지는 허락한다. 3열의 마법사는 앞 열을 마법으로 보조한다. 단, 공격마법은 금지다. 최소한의 보조마법만 허락한다. 3열의 무술학부생은 마법사들을 보호한다. 2열을 뚫고 뒤로 빠져나온 적으로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법사를 보호한다. 마지막 4열.”


4학기 무술학부생 3명 혹은 4명이 보조마법을 받아야만 겨우 상대할 수 있는 적, 그런 적이 성밖에 무수히 많다. 직접 적을 상대했던 리암의 말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학생들의 불안은 더욱 크게 불어나고 있었다.


“너희는 활을 든다. 아무것도 할 생각 말고 성문을 향해 시위를 당겨라. 적을 조준할 생각도 말고, 자신의 장점을 살릴 생각도 하지 마라. 너희의 임무는 성문을 통과하는 적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리암의 간략한 작전 지시는 그렇지 않아도 가슴을 죄는 불안을 더욱 자극했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이 전쟁의 끝은 어딘지, 각 열의 통솔은 누가 할 것이며, 임무의 세부 사항은 무엇인지, 유의점은 없는지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해했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해라! 똥강아지 같은 놈들아! 알아들었나?”


“네!”


힘찬 대답이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각오가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엔 여전히 짙은 불안이 가득했다.


“동틀 무렵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학생들의 불안한 얼굴을 보다 못한 학장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섰다.


“적의 출현을 파악했을 때 졸업시험을 위해 밖으로 나간 교수와 학생들에게 전갈을 보냈습니다. 늦어도 동틀 무렵이면 그들이 당도할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수적 열세이지만, 그들과 합류하면 적들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동이 트기까지 어림잡아 2시간 남짓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일부 학생들의 얼굴에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부 사항은 성벽 아래로 내려가 대열을 정비하면서 전달하겠습니다.”


“학장님 말씀 못 들었나? 당장 내려가지 않고 뭐 하나?”


리암도 학생들의 불안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일이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었다.


* * *


성벽을 내려온 학생들은 교수들의 지시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록 처음 겪는 실전, 육박전에 대한 두려움이 머릿속 가득했지만, 몸은 기계처럼 지시를 따랐다.


“적의 외향은 신경 쓰지 마라. 그들도 붉은 피를 흘리고, 베이고 찔리면 죽는다. 급소도 인간과 같다. 그러니 인간을 상대한다 생각해라.”


분주함 속에 리암은 쉬지 않고 소리쳤다.


“놓친 적을 쫓지 마라. 적을 쫓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구멍이 생긴다. 뒤에 있는 너희들의 동료에게 맡겨라. 동료를 믿어라.”


지급된 무기를 들고 하나둘 각자 맡은 자리에 섰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와도 맡은 임무 외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너희는 군대다. 군대의 구성원은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다. 자리를 벗어나서도 안 되고, 속도가 느리다고 더 빨리 돌아서도 안 된다.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순간 기계가 망가지는 것처럼 너희의 개별 행동이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어느새 대열이 갖춰졌다. 학생들을 독려하고 추가 지시를 위해 분주한 일부 교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정해진 위치에 섰다.


“다시 한번 말한다. 너희는 군대다! 군대는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 절대 개별······.”


좋은 말도 한두 번인데, 아무리 중요한 말이라도 쉬지 않고 반복되니 지겨울 정도였다. 2열에 있던 피아는 옆에 있던 샤이르의 발을 툭 찼다.


“야.”


“어, 어?”


“새끼, 놀래긴··· 너 무슨 바람이 분 거냐?”


“무슨 말이야?”


“무슨 소리긴. 너도 지금까지 네가 했던 짓을 모르진 않잖아. 왕재수, 개싸가지, 철부지 도련님, 쓰레기, 망나니, 개새끼, 벌레같은 새끼, @#$%, @#%@%$%, @$%@$%@······.”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친 표현까지 서슴없이 쏟아냈다. 모두 샤이르의 별명이었다.


“이게 다 뭔지 알지? 애들이 널 부르는 말이잖아.”


검열이 안 될 정도의 욕은 얼핏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체 검열해야 할 정도로 심한 표현은 처음 듣는 것들이었다. 귀에서 피가 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요즘 너 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 사람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도 너처럼 변하기 힘들지 않나? 심경에 무슨 큰 변화가 온 거냐고.”


‘심경에 변화··· 어디서부터였지?’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올라갔다. 성천과의 결투, 카델 입학 때 받은 치욕, 카델 입학을 위한 교육, 루리아와 만남, 망나니 도련님 생활, 모흐란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어머니와의 헤어짐.


‘거기부터인가? 처음 버려졌을 때부터.’


애써 부정했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믿고 싶지 않았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유년기의 행복이 거짓이 된다. 그래서 보지 않았다. 듣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그날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 표정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날 어머니는 분명 울고 있었다. 눈물은 진짜였다.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던 목소리도 진심이었다. 그러나 입가에 문득 스친 미소 역시 진짜였다. 자식을 빼앗기는 슬픔 속에 그렇게 꿈꾸고 그리던 부유한 삶에 대한 환희가 슬며시 새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보다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더 강했다. 이후 샤이르에겐 버려지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 트라우마가 생겼다.


“왜? 말하기 힘들어? 내가 괜한 걸 물어봤나?”


피아는 무례한 질문이 아니었나 싶어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샤이르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철이 없었어.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런 환경이었어. 어렸을 때 어머니한테 버림받고, 그 상처를 잊으려고 제멋대로 굴었어. 처음엔 어린애 투정 정도였던 것 같아. 그런데 도를 넘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러면 안 된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고, 어떤 제재도 없으니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어.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깨달았어야 하는데 내가 사는 좁은 세계에 갇혀 그 습관만 남았던 것 같아.”


“그럴만하지.”


피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샤이르는 다소 놀란 얼굴로 피아를 바라봤다.


‘이해한다고? 어딜 봐도 상류층 경험이 없을 것 같은데?’


“그 표정은 뭐냐? 왜? 없이 살았을 것 같은 년이 아는 척하니까 어이없냐?”


뜨끔했다. 그러나 모른 척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 아냐. 그런 생각은 나 같은 못난 놈이나 하는 건 줄 알았거든.”


다행히 단순무식 피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험상궂게 일그러트렸던 얼굴을 풀었다. 샤이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말할 수 없지만, 만약 카델에서 제적당하면 집안에서 쫓겨날 거야. 너는 믿을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 내 행동 대부분은 나름 적당한 선을 지키고 있었거든. 그런데 성천과 결투에서 저지른 내 잘못은 퇴학당해도 할 말 없는 사항이었잖아. 그때 정신이 조금 들었어. 또 버려지겠구나······.”


“어떤 상황이 와도 무기를 손에서 놓지 마라. 너희를 살려줄 유일하며 절대적인 동료다!”


다시 시작된 리암의 소음 테러(?)에 샤이르의 말이 잠시 끊겼다.


“아하! 그때 철이 든 거구나?”


“아니. 처음엔 퇴학, 그리고 집안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의기소침해 있었어. 이제 어떻게 하지? 또 버려지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게 남은 게 뭐가 있지? 버려지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종일 그런 생각만 했어. 그런데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더라고. 아무것도 없구나. 모흐란 상단의 장자라는 허울을 빼면 내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이 아이 나와 비슷하구나.’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피아는 샤이르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 전부이며,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빼면 남는 건 온전한 자신밖에 없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피아에겐 다행히 아한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샤이르에겐 아한지와 같은 존재가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다행히 퇴학은 면했어. 그런데 언제 또 같은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 그런 상황이 또 반복돼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 필요하더라. 갑자기 철이 든 건 아니야. 지극히 상인의 관점이지. 어떤 일이 닥쳐도 다시 일어설 최소한의 이윤이나 기본금은 남겨둬야 한다. 그게 시작이었어.”


샤이르가 달리 보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냥 철없는 도련님이 어느새 어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뒤돌아봤어. 그런데 참··· 못났더라. 집안만 믿고 제멋대로 군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 유치하더라고. 벌써 19살인데 나잇값을 못 해도 너무 못했더라. 그래서 철든 척해보려고 노력 중인 거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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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5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3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2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8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20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20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4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7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6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 #83. 카델 침공(16) 23.03.30 16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9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9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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