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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06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4.02 18:3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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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6. 카델 침공(19)

DUMMY

사기가 잔뜩 오른 학생들의 각오와 함성은 여느 군대 못지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뜨문뜨문 겨우 한 명의 적만 상대했던 조금 전과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교수들의 방어를 지나쳐 달려드는 다수의 적을 본 학생들의 사기 어린 함성은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으아아아악!”


함성은 악으로 바뀌었다.


공식대로, 배운 대로, 체계적이었던 움직임은 몸부림이 되었다.


사기는 사라졌다. 승리에 대한 염원은 지워졌다. 기대와 희망 역시 치열한 혈투 속에 흩어졌다. 오직 생존 본능만이 얽히고설켜 처절하게 몸부림칠 뿐이었다.


리암은 틈틈이 뒤를 돌아봤다. 안샬, 수하르, 성천도 마찬가지였다. 안타깝고 불안한 마음에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도, 문제를 확인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 번에 한 놈만 노려! 정확히 급소를 공격해서 한 번에 보내!”


2열에서 유일하게 구역을 배정받지 않은 건 피아와 샤이르뿐이었다. 그 덕에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정신없이 동분서주하는 것도 그 둘이었다.


“이 새끼들아! 급소를 노리라고! 급소!”


적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거나 위기에 빠진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피아와 샤이르의 임무였다. 그러나 상황은 피아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아니, 동료의 실력이 너무 심각했다.


“더 움직여! 가만히 서서 막지 말고 움직이라고. 등신들아!”


2열의 모든 구역을 뛰며 도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당장이라도 적의 무기에 가슴이 뚫려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런 썅! 등신들아! 지금까지 뭘 배운 거야?”


방법이 없었다. 답답하고 화도 났지만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분노에 찬 피아의 절규는 3열을 지나 4열까지 전달됐다. 2열 학생들의 치열한 전투보다 피아의 절규가 더 선명한 건 공감 때문이었다.


카델의 학생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싶다.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하고 싶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없다. 임무가 있고, 그 임무를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같은 학생이면서 그 모든 것을 해내는 존재가 눈앞에 있다. 확실한 동기부여의 대상이었다.


“저희도 가세하겠습니다!”


먼저 나선 건 3열의 창병(槍兵)이었다.


“이대로면 2열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저희가 돕게 해주십시오!”


“안 된다! 너희가 자리를 비우면 마법사를 지킬 병력이 없다.”


안타깝기는 마법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창병이 빠진 상태에서 2열을 지나치는 적이 한 명만 있어도 3열의 피해는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선봉에 선 교수들의 보조마법이 끊기고,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병력을 한 번만이라도 끊고 다시 복귀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불허한다. 자리를 지켜라!”


학생들도 임무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동료의 위험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4열에서 성문을 향해 화살을 날리던 학생들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엉뚱한 생각 하지 마라! 너희 임무를 잊지 마라.”


학생들의 생각을 미리 알아차린 분타는 더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못을 박았다. 그러나 말로는 학생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었다.


비슷한 포물선을 그리며 성문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 무리에서 빠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화살이 하나 있었다. 외톨이 화살은 성문에 미치지 못하고 도중에 낙하했다. 분타가 확인했을 때는 어떻게 손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케헥!”


외톨이 화살은 2열에서 학생과 대치하고 있던 도라마의 목에 정확히 박혔다. 목에 화살을 맞은 도라마는 피를 토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와아아아!


화살을 눈으로 좇던 학생들의 함성이 터졌다. 그러나 함성은 길지 못했다.


“누구야?!”


분타의 일갈에 3열과 4열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적막이 흘렀다.


“책임은 나중에 묻겠다! 다시는 멍청한 짓 하지 마라!”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학생 하나가 용기 내 소리쳤다. 대부분 학생도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동조하는 마음을 대신했다.


“하아··· 이 철없는 것들아! 화살이 동료한테 맞으면 어쩔 뻔했냐?”


분을 참지 못한 분타는 계속 소리쳤다.


“운이 좋아 동료의 등이 아닌 발치에 떨어지더라도 결과는 같다.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를 화살은 불안을 야기한다. 불안은 몸을 위축시키고 결국 전투력 감소로 직결된다. 알아들었냐? 이 멍청한 것들아!”


실수 한 번으로 동료를 다치게 할 수도, 전투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알아들었으면 임무에 충실해라!”


4열 학생들은 다시 활을 들었다. 그러나 쉬지 않고 시위를 당긴 덕에 이미 체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화살 대부분은 성문에 닿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성벽에 맞기 일쑤였다.


“궁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데 2열에 합류 시켜야 되는 거 아니에요?”


허무하게 바닥과 성벽에 꽂히는 화살을 보며 안샬이 소리쳤다.


“안돼! 무리야. 피해만 커진다.”


“그렇다고 계속 저렇게 체력만 소진시킬 수도 없잖아요.”


“어쩔 수 없어. 분타에게 맡기자.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자.”


답답한 건 리암도 마찬가지였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성천은 힐끔 루리아와 타미를 돌아봤다. 땀을 뻘뻘 흘리며 활시위를 당기는 얼굴에 피로가 역력해 보였다.


‘생각해. 너희밖에 없어. 제발 생각해 내.’


잠깐의 여유만 있어도 직접 작전을 지시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들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와아아악!”


결국 2열도 일부 뚫렸다. 비록 소수였지만 2열을 뚫은 도라마들이 3열을 향해 내달렸다.


“적은 지쳤다! 정확히 노리면 막을 수 있다!”


동료의 전투를 지켜볼 때와 확연히 달랐다. 괴이한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적의 얼굴은 훨씬 끔찍했다. 팔에 장착된 클로는 유난히 날카로웠고, 움직임은 기민했다. 게다가 생사를 결정짓는 전투는 처음이었다.


혼전(混戰).


만약 경험만 풍부했다면, 두 겹이나 되는 방어선을 뚫고 겨우 빠져나온 적을 창으로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겁을 잔뜩 먹은 학생들은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침착하게 적절한 순간에 창만 뻗어도 막아낼 수 있는 전투는 치열한 혼전이 되었다.


‘이대로는 안 돼. 오래 버티지 못한다.’


성천은 고민했다. 당장 몸을 돌려 뒤로 빠진 도라마를 빠르게 처치한다. 10초··· 20초면 충분하다. 그동안 빈자리는 리암과 수하르가 맡는다. 아무리 기를 악을 써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다시 놓친 도라마를 처치한다. 그러나 그 수는 점점 늘어난다.


‘불가능해.’


머릿속으로 아무리 다른 방법을 그려봐도 자리를 비우는 순간 전열은 무너졌다.


“아악!”


“부상이다. 뒤로 후송해!”


“밀린다. 누가 빈자리 보충해!”


부상자가 점점 늘어났다. 이대로면 오래지 않아 뒷열이 완전히 무너질 판이었다. 이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대열을 포기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다.


‘카델의 함락과 직결될지라도 학생을 지킨다.’


결심한 성천은 바로 리암에게 소리쳤다.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당장······.”


“한 번에 쏜다! 발사!”


분타의 명령이 성천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동시에 수십 발의 화살이 한 번에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머리 위를 스쳤다.


“어? 도대체 어디로 쏘는 거야?”


성문을 노리기엔 화살의 방향이 너무 높았다. 이대로면 모두 성벽에 꽂힐 방향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우려와 달리 화살은 순식간에 각도를 바꿔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키에엑!


카아악!


수십 발의 화살은 정확히 성문을 향해 쏟아져 이제 막 성문을 통과하는 적 다수의 몸에 꽂혔다. 화살에 맞은 적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거나 쓰러져 다른 적의 걸림돌이 되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수십의 적을 일순간이나마 막은 셈이었다.


“준비, 발사!”


분타의 명령에 다시 한번 화살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이번에도 너무 높이 날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때 방향을 바꿔 아래로 떨어졌다. 방금 전과 정확히 같은 자리였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선봉에서 막아야 하는 적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준비, 발사!”


분타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명령을 내렸고, 화살은 여지없이 같은 자리에 떨어져 상당한 피해를 남겼다.


“분타도 제법인데? 그런데 뭘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화살 방향을 바꾸는 마법인 건가?”


“루리아하고 타미일 거예요.”


“뭐?”


“예전에 궁술훈련 중에 아현이 고안한 방법이에요. 저 둘은 아현에게 배웠고요.”


“대단한데! 덕분에 조금 수월해졌어! 이젠 더 이상 못 빠져나가게 막을 수 있겠다. 뒤는 괜찮겠지?”


“더 추가만 안 되면 피아가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좋아! 이 상태면 해 뜰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겠어.”


“야! 근데 아현은 언제 오는 거야?”


* * *


“준비, 발사!”


분타의 명령에 따라 4열의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화살을 날렸다. 목표는 성문 꼭대기였다. 포물선을 그려 떨어지는 지점을 정확히 노리는 것에 비하면 눈에 잘 보이는 지점을 일직선으로 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 루리아! 덕분에 전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이런 건 도대체 언제 배운 거야? 좋은 거 있으면 우리도 좀 알려주지.”


아현이 친구들을 상대로 장난치던 걸 떠올리는 게 늦지 않아 다행이었다. 표적 바로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건 제법 많은 마나와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 화살의 방향만 바꾸는 건 그리 어려운 마법이 아니었다.


“잠깐 쉬고 있어. 이젠 내가 할게.”


아무리 마나 소모가 크지 않아도 장기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화살 방향을 바꾸는 마법은 타미도 쓸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기지베는 혼자 어디 있는 거야?”


“누구? 아현?”


“응. 아까 샤이르가 데리러 갔던 거 아니야? 지금 한 명이 급한 마당에 뭐 하느라 아직도 안 온담?”


타미는 화살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집중하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어둠 속 어디에도 아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루리아도 덩달아 주변을 둘러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맞아. 아현이라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줄지도 몰라.’


루리아는 아현이 바기라에게 마정석 반지를 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현의 뛰어난 마법 응용 능력은 부족한 마나로도 대규모 적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 같았다. 그러나 아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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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3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2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8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20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20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4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7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 #86. 카델 침공(19) 23.04.02 17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6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9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9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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