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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289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4.05 18:3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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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9. 카델 침공(22)

DUMMY

당연한 의심이었다. 왜 거기까지 생각 못 했는지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다. 이럴 때일수록 당당히 나가야 했다.


“저도 그 부분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주작 님의 실력이라면 굳이 제 뒤를 노리지 않아도 될 거란 걸 알면서도 탑을 빠져나오는 내내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그분의 실력이라면 당신이 죽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겠죠.”


만약 그간 알고 있던 것처럼 주작의 실력이 서열 92위 수준이더라도 투챤과의 실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카델 침공 직전, 비행석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주작이 풍긴 살기와 존재감이 착각이 아니라면 그 차이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였다.


“평소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분이었는데 출정 중에 보니 더 알 수 없는 분이군요.”


하비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이윽고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투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투챤, 그대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겠습니다.”


“네. 하명 하십시오.”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한 투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지금 당장 북서쪽으로 가세요.”


“네?”


당연히 전투 참여를 지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하비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뜻밖이었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얼굴로 눈만 끔벅끔벅하는 투챤을 향해 하비르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대의 속도라면 반나절 정도 걸릴까요? 그때쯤이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위대한 존재의 존재감을.”


“사령, 위대한 존재라 하시면?”


“맞습니다. 드래곤을 말하는 것입니다.”


투챤을 비롯해 타툰과 야무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근접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존재감을 따라가면 되니까요.”


‘드래곤과 대면하라고? 죽이려는 건가? 내 실수를 전부 눈치 챈 건가?’


그러나 이어진 하비르의 말은 투챤의 우려와 완전히 달랐다.


“운이 좋다면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고요. 일단 멀리서,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대기하세요. 그리고 제가 신호를 올리면 그들을 자극해서 우리에게 이끄세요.”


“네?”


“사령,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극한 드래곤을 끌어들이다니요?”


하비르의 지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타쿤은 말도 안 되는 지시의 저의를 묻고 나섰다.


“투챤이 드래곤을 확인할 때쯤이면 이미 카델을 함락한 뒤겠죠. 어쩌면 복귀 중일지도 모르겠군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적당한 때에 신호를 보낼 겁니다. 그러면 투챤은 드래곤을 자극해 함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그러면 함대가 공격을 받지 않을까요?”


“그렇죠. 제가 바라는 게 그것입니다.”


이 미친 소리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부하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 만으론 자살행위겠죠. 그러나 주작은 다릅니다. 그대들도 느끼지 않았나요? 그녀의 존재감을?”


“그 말씀은 주작이 드래곤을 상대하게 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역시 타쿤이군요. 맞습니다. 그녀라면 충분히 드래곤과 대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훗, 제가 너무 과대평가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죽겠죠?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라··· 그런 게 존재할 리 없죠.”


하비르의 의도는 명확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작을 이곳에서 처치하려는 것이다.


“그녀가 당하면 그 뒤에는 우리가 드래곤에게 희생당하지 않을까요?”


“아뇨.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녀는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하거든요. 자신이 상대할 수 있든 없든 그녀는 이 함대를 무사히 쥬노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폐하의 명령이라면 망설임 하나 없이 자결도 마다하지 않을 자입니다. 그런 자가 첫 출정을 실패로 만들고, 수많은 도라마와 비행선이 파괴되게 내버려 둘리가 없죠.”


“만약에··· 만약에 그녀가 드래곤보다 강할 경우엔 어떻게 합니까? 사령의 예상과 달리 그녀가 드래곤을 해치우면 어떡합니까?”


투챤이 드래곤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사료나 전해 들은 이야기가 전부다. 생물 위의 생물, 모든 생명체의 정점, 신에 가장 가까운 생명체, 절대적이며 불멸인 존재 등 드래곤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다양했다. 그만큼 경이롭고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주작이 숨기고 있던 힘은 직접 몸으로 겪었다. 사료를 통해 접하고 상상으로 그렸던 드래곤이란 미지의 존재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그녀가 가진 힘의 일부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녀가 보여준 힘이 전부가 아니라면?’


드래곤을 자극해 미끼가 되라는 하비르의 명령보다 주작이 더 두려웠다.


“생각 못 한 발상이군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아, 아닙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만약을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옳은 판단입니다. 변수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비르는 주변을 빙 둘러봤다. 갑판 위에 있는 약 백여 명의 휴곤을 빠르게 훑은 시선은 다시 투챤에게 향했다.


“여기 우리 편이 이렇게 많이 있습니다. 설사 그녀가 드래곤과 비슷한 힘을 가졌다 해도 등 뒤에서 쏟아지는 아군이라 믿는 이들의 공격까지 감당하긴 어렵겠죠.”


활짝 미소 짓는 하비르의 눈은 진심이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자신만만한 하비르와 달리 투챤은 불안했다. 그만큼 주작이 보여준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비르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의심이 드나요?”


“아,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출발 하세요. 그대가 말한 것처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또 뭐죠?”


“전 드래곤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자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물며 저따위가 드래곤을 자극해서 명령을 수행이나 할 수 있을지도······.”


“그건 알아서 하세요.”


“네?”


“방법은 알아서 찾아보세요. 만약 실패하면 그 책임도 온당히 그대야 져야지요. 설마 거짓 보고를 하고도 요행까지 바라는 건가요?”


‘들켰다!’


“사령,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투챤이 사령께 거짓 보고를 올렸다는 말씀이십니까?”


타쿤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며 앞으로 나섰다. 하비르의 말 한 마디에 당장이라도 투챤의 목을 칠 듯 기세가 등등했다.


“이런,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아마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았겠죠. 제 말이 틀렸나요. 투챤?”


“그··· 그건······.”


투챤은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하비르의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말 못 할 이유가 있겠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니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이 건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모든 상황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그때 제대로 듣기로 하죠. 어때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러나 저라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살 희망이 있다면, 명령을 따르는 것뿐.’


“타쿤도 잘 들으세요. 이 건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받들겠습니다.”


타쿤의 뒤쪽에 서 있던 야무르도 함께 고개를 숙여 대답을 대신했다.


“더 할 얘기가 없다면 출발하시죠.”


“다녀오겠습니다.”


투챤은 순식간에 함선을 떠나 북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투챤은 보기보다 충성심이 강하고 명석한 아이입니다. 아마 마지막까지 제 기대에 부응할 겁니다. 그보다 이제 끝이 보이는군요. 화염도 완전히 사라졌으니 함락되는 건 시간문제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성을 함락시키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본대는 그대에게 맡기기로 했으니 너무 서운해 마세요. 지금은 그저 여유롭게······.”


퍼엉!


굉음이 성문 쪽에서 들렸다. 비록 엄청난 높이의 성벽에 가려 확실히 보이지 않지만, 화염 폭발이 일어난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호오··· 저런 마법을 쓸 수 있는 자가 있었군요.”


“마법이란 말씀이십니까?”


함선에선 성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화염의 불빛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직 조금 거칠고 엉성한 데가 있지만, 훌륭한 화염마법입니다. 마법 운용도 흥미로울 정도로 기발하고 신선하군요. 저런 자가 있으면서 왜 여태껏 한심하게 전투를 벌였는지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우리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하비르는 성문 안쪽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파동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그 말씀은······.”


“아, 우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시간 벌이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처음 보는 마법 운용이 불러일으킨 흥미는 하비르로 하여금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픈 마음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개인적인 호기심만 가지고 움직일 만큼 지휘관의 자리가 가볍지 않았다.


‘아쉽다. 직접 마나를 부딪쳐 보진 못하더라도 대화라도 해보고 싶은데······.’


“타쿤.”


“예!”


“저 화염마법을 쓰고 있는 자는 살려두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 인간에게 흥미가 생겼습니다. 다른 인간은 모두 죽이더라도 저 인간은 살려서 제게 데려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타쿤은 인간에게 흥미를 보이는 하비르의 의중이 궁금했지만, 이내 생각을 거뒀다. 지휘관의 명령에 대한 의문은 항명과 다르지 않았다.


* * *


성문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화염 기둥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방어막이 되었다. 성문을 막 통과한 도라마 중 상당수가 달려오던 속도와 뒤에서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화염에 곤두박질쳤다. 본능적으로 화염을 피한 일부만 성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내 목이 잘려 쓰러졌다.


“전열을 정비한다! 부상자는 치료에 전념하고 나머지는 적의 기습을 경계하라!”


화염을 피해 성안으로 들어오는 소수 병력은 안샬과 수하르가 느긋하게 처리할 수준이었다. 성천과 리암 전열 재정비를 위해 뒤로 물러나 바삐 움직였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무기를 놓지 마라. 긴장을 풀지 마라!”


“부상자는 뒤로 빠지세요! 4열 학생들은 활을 놓고 부상자 치료에 합류하세요!”


“마법사들도 일단 휴식을 취한다. 마나와 체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


리암은 2열과 3열의 정비를, 성천은 부상자 처리를 돕기 위해 4열까지 물러났다. 임무 전달을 위해 힘껏 외치며 부상자를 뒤로 운반하던 성천의 눈에 아현이 들어왔다.


“괜찮아?”


“어, 어? 응. 괜찮아. 넌······.”


성천의 모습이 낯설다. 붉은 피를 온몸에 뒤집어쓴 몰골과 손에 들린 푸른 도가 마냥 어색했다. 그 와중에 진하고 선명하게 날 선 눈빛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성천이 아니었다. 마치 외모만 같은 다른 사람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


“나야 뭐··· 보는 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현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괜히 어색했다. 평소처럼 농담하고 장난칠 상황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그어진 것처럼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언니!”


주변에 가득했던 어색한 공기가 피아의 해맑은 목소리에 순식간에 흩어졌다. 한달음에 달려온 피아는 냅다 아현의 품에 안겼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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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4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19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2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1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7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19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19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3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7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6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5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6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5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19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8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8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8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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