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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295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3.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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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9. 카델 침공(12)

DUMMY

콰직!


우려하던 대로 나무 조각이 부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멍의 크기는 나무 조각이 부러지기 전보다 두 배 정도 넓어졌다.


크아아아!


도라마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울부짖으며 쏟아져 내렸다. 세 사람은 정신없이 날붙이를 휘둘렀다. 한 번에 둘 셋이 잘려 나뒹굴었다. 베고 또 베어 적을 쓰러뜨렸지만 끝이 없었다. 구멍의 넓어져 한 번에 통과하는 수만 두 배가 된 것이 아니었다. 들이치는 속도마저 빨라졌다.


“다른 방법 없어요? 우리끼리 막을 숫자가 아니에요.”


“떠들 시간 있으면 더 집중해!”


막막한 건 리암과 수하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장 답이 없었다. 그저 눈앞의 적에 집중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 도라마 하나가 세 사람의 공격을 피해 뒤로 빠져나갔다.


“젠장!”


리암이 황급히 몸을 돌려 빠져나가는 도라마의 다리를 잘랐다. 바닥에 쓰러진 적을 확인하고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안샬과 수하르만으로 막을 수 없는 수가 몰아쳤다.


‘끝이다.’


한 무리의 도라마가 방어선을 뚫고 등 뒤 어둠 속으로 질주했다. 좇아가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몰아치는 적을 상대하지 않으면 더 많은 적들이 방어선을 뚫을 게 분명했다. 세 사람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전장 주변을 절망이 가득 메웠다.


‘젠장, 젠장, 젠장!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쏴아아아!


그때 등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검기가 느껴졌다.


촤아악!


검기는 방어선을 뚫고 달리던 한 무리의 도라마를 단번에 잘라버렸다. 검기에 잘린 도라마들이 바닥을 뒹굴고 피가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누구? 학교에 이만한 실력자가 남아있었던가?’


간신히 방어선을 유지하며 리암이 힐끔 고개를 돌려 어둠 속을 훑었다. 익숙한 인물이 뛰어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성천!”


리암의 반가운 목소리에 안샬과 수하르도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정말 성천이었다.


“합류하겠습니다!”


성천은 푸른 빛이 형형한 도(刀)를 휘두르며 적을 베어 쓰러뜨렸다. 은은한 달빛 아래 아름다운 빛을 뿜는 성천의 도는 우아한 궤적을 그리며 순식간에 다수의 적을 베어냈다.


“너··· 설마 그 도··· ‘달’이냐?”


리암의 시선이 성천의 손에 들린 도에 꽂혔다.


“달? 그럼 바기라 님이······.”


안샬이 놀라 소리쳤다. 그 놀람은 당황이 아니라 반가움이었다.


“바기라 님은 바로 합류하실 수 없다 하셨습니다.”


“쳇!”


성천의 대답에 반색했던 안샬의 표정이 허탈하게 일그러졌다.


“싸울 수 있게 된 거냐?”


“바기라 님이 허락하셨습니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고맙다. 제때 와줘서 고맙다.”


“전황이 어떻게 됩니까?”


“보는 대로다. 아르카 뿔소가 돌진해 성문을 뚫었다. 최선을 다해 뿔소는 처치했지만, 보는 것처럼 뚫린 성문으로 이 빌어먹을 것들이 몰아치는 중이고. 성밖엔 적어도 만 명 이상의 적이 버티고 있다. 마법사들은 마나가 소진돼 성벽 위에서 다른 학생들과 성밖의 적을 공격하고 있다. 썩 좋은 상황은 아니란 거지.”


성천은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성문에 뚫린 구멍을 유심이 바라봤다. 적이 통과하며 충격을 가할 때마다 조금씩 나무가 상하는 게 보였다.


“저 상태도 오래 버티지 못하겠군요.”


“우리 걱정도 그래. 저 정도까지 망가졌을 줄은 몰랐다. 방법이 없을까?”


성천은 이미 방법을 찾았는지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성문에 불을 지르죠.”


“뭐?”


“미쳤어? 학생 놀이 조금 했다고 감 잃었냐? 성문을 홀랑 태우면 나중엔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말은 없었지만 수하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저 상태라면 오래지 않아 교내에 있는 병력만으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구멍이 넓어질 겁니다. 차라리 성문에 불을 붙여 시간을 버는 게 낫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밖으로 나갔던 병력이 돌아오기 전에 성문이 무너질 텐데 그땐 어쩌잔 거냐?”


“그건 나중에 생각해야죠. 당장 저 구멍이 더 넓어지면 그 시간조차 벌 수 없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한 시간 만에 구멍은 몇 배나 넓어졌다. 이대로면 한 시간 후면 성 내에 있는 인원으론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구멍이 커질 수 있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위험부담이 너무 커.”


“없습니다. 그리고 우려되는 것도 있습니다.”


“우려? 야! 너 도우러 온 거냐? 겁주러 온 거냐?”


성천은 안샬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르카 뿔소는 성체가 되어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합니다. 서로에 대한 정신적 의존도가 높아 한 마리가 죽으면 남은 한 마리도 오래 살지 못합니다.”


“한 마리가 아니라 짝이 있을 거란 말이야?”


“네. 강제로 서로 떨어뜨려 이곳까지 끌고 오는 건 무리입니다.”


“어디까지나 습성이 그렇다는 거잖아. 아직 짝을 이루지 않았을 수도 있고.”


“뿔을 보십시오.”


성천의 시선에 따라 리암, 안샬, 수하르의 시선이 성문을 뚫고 들어온 뿔에 모였다.


“뿔 중앙에 주름이 닳은 자리가 있습니다. 짝을 이룬 암수는 교감 행동으로 서로의 뿔을 비빕니다. 그러면 저렇게 뿔이 닳게 됩니다.”


확실히 마찰로 인해 뿔이 닳은 흔적이 확연했다.


“그래도 확신할 수는 없잖아. 적들이 아르카 뿔소를 길들였을 수도 있고.”


“저도 그 점을 감안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확률이 높은 쪽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쳇, 어쩔 수 없는 건가?”


“무슨 소리예요? 지금 성천의 말도 안 되는 작전에 수긍하는 거예요?”


안샬이 소리쳤지만 리암은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그런데 넌 그런 걸 어찌 안 거야?”


“졸업 후 제 목표가 뭐였는지 아시잖아요. 직접 보고 연구한 결과입니다.”


‘세상을 다 돌아보고 싶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진실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3년! 3년만 허락해 주십시오. 3년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세 사람은 2년 전 성천의 당찬 포부를 떠올렸다.


“그래. 네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면 믿을 수밖에. 네 말대로 하자.”


“선배!”


안샬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만! 너도 알잖아. 아르카 뿔소가 한 마리 더 있든 없든 어차피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그리고··· 성천이 ‘달’을 쥐고 있다.”


반박하려던 안샬은 성천이 손에 쥐고 있는 푸른 빛의 도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수하르도 성천 손에 들린 도를 슬쩍 확인하며 물었다.


“안샬, 네가 성벽 위로 올라가 상황을 전달해.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내 지시가 떨어지면 그때 불을 붙여.”


“왜 또 나예요? 셋이 저것들 다 막을 수 있어요?”


“그럼 누가 가냐? 네가 여기서 가장 빠르잖아.”


“쳇, 근육 돼지들······.”


안샬은 아무도 들리지 않게 구시렁거렸다.


“그리고 상황만 전달하고 빨리 돌아와. 아무리 성천이 있어도 우리끼리 막는 데는 한계가 있어.”


“알았어요. 대신 뚫려서 한 마리라도 놓치면, 그때부턴 내가 선배입니다.”


안샬은 몸을 돌려 있는 힘껏 성벽 계단을 향해 달렸다.


* * *


지루한 나선계단의 끝이 드디어 보였다. 피아는 고개를 돌려 위를 봤다. 샤이르의 발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전에 이미 성천을 놓쳤다. 아무리 속도를 높이고 거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 위험한 질주를 벌였음에도 점점 작아지는 성천을 좇을 수 없었다.


“나쁜 새끼··· 그런 실력이 있으면서 지금까지 우릴 계속 속였다는 거야?”


피아는 당장이라도 성천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르젠느의 도움으로 푸른 숲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초원 늑대에 쫓길 때도 성천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베론에서 아현이 좀도둑에게 인질로 잡혔을 때는 되려 인질이 됐고, 카델에 들어온 뒤로 샤이르의 괴롭힘에도 마냥 당하기만 했다.


“사기꾼 새끼.”


성천에게 휘둘렀던 숱한 주먹질, 발길질이 떠올랐다. 피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이제 보니 전부 맞아준 것이었다. 생각할수록 분했다.


드디어 계단이 끝났다. 쉬지 않고 로비를 가로질러 활짝 열린 출입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까마득한 기억 속 불쾌한 향이 피아의 코를 자극했다.


“피?”


분명 피 냄새였다. 그것도 아주 진했다. 이 정도라면 전장에서나 가능한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바람은 성문 쪽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피 냄새와 함께 어렴풋이 전장의 끔찍한 소음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서로 부딪치는 병기의 날카로운 충돌음, 살이 베이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 고통을 대변하는 끔찍한 비명까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스멀스멀 수면 위로 기어 올라왔다.


“젠장.”


할 수만 있다면 끔찍한 기억이 다시 가라앉도록 전장의 신호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아한지에게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발은 몸에 각인된 본능을 누르고 전장을 향해 움직였다.


“살아만 있자.”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더욱 힘차게 땅을 박찼다.


* * *


“안 됩니다!”


“아무리 성천이라 해도 처음부터 상황을 지켜본 게 아닙니다.”


“맞습니다. 성천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성문이 불타 없어지면 더이상 지킬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안샬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묵묵히 듣고 있던 교수들의 반대가 터져 나왔다. 곁에서 듣고 있던 학생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교수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성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성천?”


“맞는 것 같은데? 학교에 남은 교수님 중에 비슷한 이름도 없잖아.”


“그러니까 왜 성천의 계획을 놓고 왈가왈부하냐고?”


“내 말이. 똑똑하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전략을 논할 정도는 아니잖아.”


“게다가 성문에 불을 지른다잖아. 당연히 말이 안 되지.”


학생들은 잠시 공격도 잊고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내 생각도 다른 교수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맞으나 돌이킬 수 없는 전략을 허락할 수는 없습니다.”


학장의 표정과 목소리는 단호했다.


“게다가 바기라 님께서 성천의 제약을 풀어주셨다면서요? 그 말은 조만간 바기라 님도 합류하신다는 얘기 아닌가요?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성천이 ‘달’을 들고 있습니다.”


안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장은 놀란 눈으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성문 안쪽을 내려봤다. 분명 성천의 손엔 푸른 빛을 띠는 도가 들려있었다. ‘달’을 확인한 학장은 몸을 돌려 소리쳤다.


“모든 인원은 지금 당장 기름통을 준비하세요.”


학장의 지시에 놀란 교수들이 황급히 성문 아래를 내려봤다. 그들의 눈에도 성천의 손에 들린 ‘달’이 똑똑히 보였다.


“서두르세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학장이 다시 큰소리로 지시했다.


“뭐 하고 있어? 학장님 말씀 못 들었어? 지금 당장 창고로 가!”


“학생들은 나를 따라옵니다. 당장!”


학생들은 갑자기 변한 학장과 교수들의 태도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


“정신 안 차려! 빨리 움직여!”


성벽을 울릴 듯한 안샬의 호통에 퍼뜩 정신을 차린 학생들은 교수들의 지시에 따라 서둘러 창고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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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2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1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7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19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19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3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6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6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5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8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8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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