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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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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299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4.07 18:3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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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1. 카델 침공(24)

DUMMY

* * *


“동쪽에서 카델의 본대가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하비르의 시선이 동쪽을 향했다. 동틀 무렵 희미하게 밝아지는 검푸른 하늘을 등지고 도라마 무리를 향해 빠르게 몰아치는 병력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다르군요. 도라마들만으론 막아내기 어렵겠습니다.”


“명령만 주십시오. 제가 직접 저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타쿤이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나 하비르는 여전히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때가 이릅니다. 그것보다 저쪽을 보세요.”


뱀처럼 꿈틀대는 불기둥이 성문을 빠져나와 도라마를 삼키고 있었다.


“어떻게 보이나요?”


“글쎄요. 제 눈엔 제법 훌륭한 마법사의 마법처럼 보입니다만······.”


“맞아요. 제대로 봤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미흡해요. 저런 식의 마나 조절이 미숙한 자입니다. 그 증거로 불기둥이 저렇게 꿈틀대는 겁니다. 노련한 마법사였다면 곧게 뻗어 나왔겠죠. 그래도··· 인간치고는 훌륭한 실력이군요. 오오, 저것 좀 보십시오.”


꿈틀대며 성을 빠져나온 불기둥이 자리를 잡고 서더니 이윽고 두루마리를 펼치듯 옆으로 뻗어 반원을 그려 벽을 만들었다.


“설마 했더니 저런 식으로 응용하는군요. 훌륭해요. 정말 훌륭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왕국의 마법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은 하비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제 짧은 소견으론 왕국의 마법사들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보입니다만······.”


“물론입니다. 인간의 마법 능력은 우리 휴곤과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수준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자의 마법은 다릅니다. 마법을 응용하고 조절하는 방식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참신합니다. 저런 건 왕국의 마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흥분한 하비르의 칭찬이 타쿤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하물며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해도 인간을 칭찬하는 하비르조차 마뜩잖았다.


“그런데 왜 저런 식으로 벽을 두른 걸까요? 차라리 아까와 같은 화염마법이라면 우리 병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텐데요.”


“타쿤은 인간을 너무 업신여기는군요.”


“네? 그야 당연히······.”


타쿤은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움찔 놀랐다.


“물론 인간을 혐오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죠. 그래도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존재입니다. 불기둥을 세우는 것과 직접 움직이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훨씬 많은 마나와 조절 능력이 필요하죠. 물론 저렇게 화염으로 벽을 만드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활용도는 확실히 높죠.”


“차라리 성문 앞을 완전히 막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복귀할 본대가 없으면 저들도 그리 했을 것입니다. 혹은 본대가 우리 병력을 전부 처리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도 그리 했겠죠. 그러나 저들도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 주력이 도라마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혹은 만약을 위한 대비일 수도 있죠. 어쨌든, 본대를 성안으로 불러들여 수성전을 펼치려는 의도겠죠. 그래서 저렇게 일부를 열어둔 겁니다.”


“우리가 성문 앞을 막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었군요. 하하. 사령 말씀이 옳으십니다.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자들입니다. 하하하.”


진심에서 나온 칭찬은 아니었다. 설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을 보인다 해도 인간을 칭찬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조금 전 속내를 들킨 것을 만회할 생각으로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하하하. 이제야 타쿤도 저들을 인정하는군요. 바람직한 반응입니다. 방심은 코끼리도 생쥐한테 꼬리를 물릴 수 있는 법이지요.”


“그러나 꼬리를 물렸다 해도 코끼리를 쓰러뜨릴 수 없는 법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 안에 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자가 있는 건 확실하나, 우리의 저력까지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저런 전술을 펼치는 거겠죠.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 하길 원합니까? 지금 병력을 이끌고 적의 본대를 공격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본대가 입성할 때까지 기다렸다 한 번에 성을 공격하시겠습니까?”


선택지는 다르나 결과는 같은 문제였다. 결과를 얻는 시간 차이만 다른 질문에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저들이 합류하는 순간에 공격하겠습니다.”


“이유는?”


“이제 됐다. 할 수 있다. 같은 허황된 희망을 맛보는 순간 절망과 마주하는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하하하. 역시 타쿤은 재미를 아는군요. 좋습니다. 그대로 진행하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타쿤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 * *


서쪽 하늘에 떠 있는 적의 함선을 확인한 뒤 처음으로 학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화염의 벽은 몰려드는 적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화염 벽의 끝, 동쪽으로 열린 입구엔 4명의 교수가 어렵지 않게 적을 쓰러뜨렸다. 동쪽에서 시작된 본대의 진격은 적을 관통해 빠른 속도로 성을 향했다.


‘10분. 아니, 그보다 짧다. 이제 잠시 후에 본대가 입성하면 막을 수 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본대가 입성해도 전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력은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보강된다. 절대 무너질 일 없는 성벽을 바탕으로 수성전을 펼치면 더 많은 수의 적이 몰려와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5분! 5분만 버티면 본대와 합류할 수 있습니다.”


학장은 성 아래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사투를 펼치는 4명의 교수를 포함해 성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희망에 불을 지폈다.


“언니, 이제 5분만 버티면 된대. 5분··· 언니?”


아현과 마법학 교수들의 호위를 맡고 있던 피아가 흥분해 소리쳤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져 있었다.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눈에 초점도 흐려지고 있었다.


“언니! 왜 그래? 괜찮아?”


다급한 피아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아현에게 쏠렸다. 상태가 좋지 못한 건 아현만이 아니었다. 함께 마법에 집중하고 있는 교수들의 얼굴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였다.


“괜찮아··· 조금 지쳐서 그래. 5분?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화염 마법을 거두는 순간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5분··· 그래, 5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아현이 안쓰러웠지만, 피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본대가 돌아오길 바라는 것밖에 없었다.


성문에 가까워지자 본대는 더욱 속도를 냈다. 이대로면 5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희망에 가득 찬 학장은 눈에 띄게 줄어든 적의 숫자를 가늠했다.


‘2할? 아니, 3할가량 줄었다. 막을 수 있다. 충분히 막아낼 수 있······.’


학장은 눈을 의심하며 다시 집중했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함선에서 수백의 무리가 빠른 속도로 성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서둘러 망원경을 찾아 들었다.


망원경의 둥근 유리를 통해 들어온 장면에 학장은 뒷걸음질 칠 정도로 놀랐다. 형상은 말과 같았다. 그러나 그 크기는 일반적인 말보다 서너 배는 컸다. 엄청난 크기의 말 무리는 사방을 가득 메운 적을 무참히 짓밟으며 빠른 속도로 진격했다.


‘저, 저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선두를 달리는 말 위에서 번뜩이는 물체가 허공을 가르자 수십의 도라마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한 번, 두 번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사방으로 도라마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길이 만들어졌다.


“보, 본대! 적의 본대가 공격한다!”


놀란 학장은 어떤 순간에도 유지하던 경어마저 잊고 소리쳤다. 동시에 마나를 집중했다. 이 속도라면 본대와 합류하기 전에 적이 먼저 도착할 게 뻔했다. 잠깐이라도 적의 진격 속도를 늦춰야만 했다.


‘말 위에서 가볍게 휘두른 공격의 위력이 저 정도라면 최소 리암 교수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실력이다. 게다가 저 상식 밖의 말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면전은 피해야 한다.’


학장의 머리 위에서 점점 커진 화염구는 금세 마차만 한 크기가 되었다. 그동안 체력을 회복한 덕에 만들 수 있는 최대 크기의 화염구였다. 모든 마나를 집중해 만든 화염구는 학장의 손짓을 따라 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선봉에 선 타쿤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가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의 도라마가 조각조각 잘려 나뒹굴었다.


“비켜라. 비켜! 이 쓰레기들아. 하하하.”


고대하던 전투를 목전에 둔 타쿤은 호쾌하게 검을 휘두르며 말을 몰았다. 그런데 그때 성벽 위에서 마차만 한 크기의 화염구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하하. 어쭙잖은 재주로 어리광을 부리는구나.”


타쿤은 화염구를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화염구를 향해 더욱 세차게 말을 몰았다. 순식간에 화염구는 타쿤의 눈앞에 닥쳤다. 그러나 일말의 망설임 없이 화염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퍼엉!


엄청난 폭발이 타쿤을 덮쳤다.


‘막았다!’


학장은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사방으로 퍼진 화염과 자욱한 연기를 뚫고 튀어나오는 타쿤을 보는 순간 망연자실했다.


‘아, 안돼. 리암과 비교도 되지 않을 고수다.’


뒤를 따르는 백여 명의 적군이 모두 선봉에 선 자와 비슷한 실력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화염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낸 적 한 명으로도 아군을 유린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리암! 리암!”


학장은 성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다급하게 리암을 불렀다. 다른 세 명과의 협력으로 큰 힘 들이지 않고 적을 막고 있던 리암은 학장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성벽 위로 고개를 돌렸다.


“앞! 앞을 보세요! 적이 옵니다!”


고개를 돌린 리암의 눈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타쿤의 병력이 들어왔다.


“젠장, 저건 또 뭐야?”


높은 곳에서 내려보는 학장의 시선만큼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앞을 막고 선 도라마를 무참히 헤치는 것만으로 어렴풋이 타쿤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피아! 피아!”


리암은 다급하게 피아를 불렀다.


“네! 왜요?”


“지금 당장 모든 병력을 이끌고 나와라.”


“네?”


“시간 없다. 너희가 적을 막아!”


리암의 말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급한 목소리에 의문만 품고 있을 수는 없었다.


“교수님 말씀 들었지? 대기 병력 전진!”


피아를 따르는 학생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화염의 벽이 적을 막고 유일한 통로도 4명의 교수가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5분 후면 본대가 도착할 거라던 학장의 말도 있었기에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은 긴장을 완전히 풀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에 리암이 다급하게 지원을 요청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정신 안 차려? 죽으러 가냐? 카델 학생이라는 것들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축 처진 학생들은 피아의 호통에도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안샬, 수하르 먼저 가서 막아!”


학생들이 도착하기 직전 리암의 명령에 따라 안샬과 수하르가 도라마들을 헤치고 타쿤을 향해 달렸다.


“교수님, 도착했습니다.”


도라마를 막으며 뒤를 힐끔 돌아본 리암은 기가 찼다. 피아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학생의 몰골이 패잔병이나 다름없었다.


“이놈들아!”


벼락같은 호통을 지르는 리암의 얼굴엔 화가 잔뜩 배어있었다. 그제야 학생들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살고자 싸워라!”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다독여 주고 싶었다.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어떤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리암은 더 말을 잇지 않고 안샬과 수하르의 뒤를 쫓았다.


성천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학생만으론 적의 진입을 막을 수 없어 성천이 남은 것이다.


“뭐해? 자리 잡지 않고!”


리암이 맡고 있던 자리로 피아가 뛰어들었다. 나머지 학생들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리암의 역할을 대체하기엔 한없이 부족했다. 하는 수 없이 성천이 범위를 넓혔지만 쉽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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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5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3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1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7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19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20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3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 #91. 카델 침공(24) 23.04.07 17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6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5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8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9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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