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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288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3.27 18:30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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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0. 카델 침공(13)

DUMMY

* * *


뚫린 성문 틈을 넘어오는 도라마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이제는 쓰러지는 숫자보다 쌓이는 숫자가 더 많았다.


“제기랄. 이거 못 해 먹겠네.”


정신없이 대검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내는 대도 늘어나는 수를 줄일 수 없자 리암은 혀를 내둘렀다.


“안샬 이 자식은 뭐 하는 거야? 이러다 성문에 불붙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쓰러지겠다. 성천! 할만하냐?”


성천은 대답할 정신조차 없었다. 가빠오는 호흡을 힘겹게 다스리며 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어. 그래. 고생해라. 수하르 넌?”


“아직 괜찮다.”


“그나마 다행이네.”


‘얼마나 됐지? 3년 조금 안 됐나? 저 고집불통이 보는 눈 없다고 약속을 어길 위인도 아니고··· 3년 만에 검을 쥐었으니 힘에 부칠 만도 하지. 그나저나 막막하긴 하네.’


적의 수는 눈에 띄게 불어났다. 이 상태라면 몇 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누구 한 명이 잠깐이라도 내 자릴 지켜주면 어떻게든 해볼 텐데.’


기대할 수 있는 건 안샬밖에 없었다. 그러나 계단을 아무리 쳐다봐도 안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되겠다. 너희 둘이 힘들더라도 내 자리까지 맡아줘. 그럼 내가 적진에 들어가서······.”


“야아앗!”


퍼억!


앙칼진 기합, 묵직한 충격음에 이어 도라마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가 성벽에 부딪혔다.


“누구?”


리암의 놀란 눈에 들어온 건 피아였다.


“뭐 해야 해요? 이 자식들 전부 쓰러뜨리면 되는 거예요?”


피아는 다시 앙칼진 기합을 지르며 도라마 하나를 더 쓰러뜨렸다. 피아의 실력은 이미 학생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세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한 번에 여러 명의 적을 쓰러뜨릴 수도 없고, 안샬을 대신할 수준은 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피아의 합류로 막막했던 숨통이 겨우 트였다.


“아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왜 이제 왔냐? 보고 싶어 죽을 뻔했다.”


“아, 진짜··· 징그러워요.”


리암의 과도한 애정표현에 진저리치며 힐끗 성천을 살폈다. 진지한 순간에 짓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움직임은 지금까지 알던 성천이 아니었다. 정확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 짙은 어둠 사이를 부드럽게 흐르는 푸른 빛이 뿌리는 핏방울, 거친 호흡 중에도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은 노련한 무희의 춤사위 같았다.


‘이게 정말 성천이라고?’


10여 년 전 전장 한가운데서 수많은 적을 상대하는 아한지의 검무(劍舞)를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큰 덩치로 쌍검을 휘두르는 아한지는 상대를 헤치는 게 아니라 춤을 추고 있었다. 쌍검에 베여 쓰러지는 적들도 어울려 춤을 추는 무희처럼 보였다.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 그때와 비슷했다.


“피아야, 반했냐?”


넋을 놓고 성천을 바라보는 피아의 시선을 눈치챈 리암이 소리쳤다. 피아는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무, 무슨 소리예요?”


“이해한다. 성천의 검술을 처음 보면 다 그래.”


“교수님은 꼭 성천의 실력을 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얘기하네요?”


“어라? 몰랐어? 성천이 누군지?”


“성천이 누구라뇨?”


리암은 황당한 표정으로 성천과 피아를 번갈아 쳐다봤다.


“정말 몰라? 바기라 님께 ‘달’을 받을 때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맞아요. 근데 따로 들은 얘기는 없어요.”


“아하! 설명할 시간이 따로 없었겠구나. 성천은 카델의 교수다.”


“네?!”


너무 놀란 나머지 피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도라마 하나가 피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싹둑!


피아의 눈앞에서 달려들던 도라마의 몸통이 반으로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긴장해라.”


수하르는 낮게 속삭이듯 말하곤 다시 반대쪽으로 언월도를 휘둘렀다.


“하하하. 많이 놀랐구나? 정확히 얘기하자면 검술과 전략전술학 교수였다.”


“그럼 지금까진 어떻게······.”


피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성천을 쳐다봤다.


“대단한 수재였지. 13살에 카델에 들어와 16살에 졸업까지 했으니. 학장님은 바로 교수 제안을 하셨다. 저 녀석도 처음엔 별말 없이 수락했어. 부교수로 시작했지만, 몇 가지 우연이 겹쳐 정교수가 됐지. 16살에 말이다. 대단하지? 하하하.”


자신의 과거 얘기에도 성천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개월 만에 갑자기 그만두겠다더라. 유랑? 훈련? 탐험? 뭐였지?”


리암은 대답을 바라며 성천을 봤다. 그러나 성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수하르가 짧게 대답을 대신했다.


“경험.”


“맞다! 저 또라이가 자기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경험을 쌓겠다고 3년 휴직을 신청했어. 학장님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에게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성천은 아직 어렸으니까. 그런데 바기라 님이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셨어. 돌아올 때까지 절대 무력을 쓰지 말 것.”


“엥? 정말이야?”


피아는 고개를 돌려 성천에게 직접 물었다. 성천은 말없이 살짝 고개만 주억거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릴 속이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강하면서 약한 척하고? 와, 소름이다. 너 진짜 무서운 놈이구나?”


성천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오로지 눈앞의 적을 향해 도를 휘두를 뿐이었다.


“약속한 기한이 되기 전에 카델에 돌아와 적잖게 놀랐다. 더군다나 신분을 숨기고 학생으로, 그것도 마법학부에 들어갔을 때 뭔가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다. 게다가 학장님이 직접 함구령까지 내리셨으니 나뿐만 아니라 교수들은 다 놀랐지. 그런데 정말 뭐였냐? 일찍 돌아온 이유. 그리고 마법학부에 들어간 이유 말이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의 수를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천은 무뚝뚝한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싱거운 놈······.”


리암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대검을 치켜들었다.


“수하르하고 성천은 피아가 다치지 않게 신경 써!”


리암은 치켜든 대검을 눕혀 옆면으로 휘둘러 풍압을 일으켰다. 대검이 만들어낸 바람은 그들의 앞에서 달려들던 도라마 여럿을 한 번에 밀어 넘어뜨렸다.


“간다!”


리암은 땅을 박차고 적무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기민한 움직임은 순식간에 무리 한가운데 섰다.


“으라라라!”


리암의 갑작스런 침투에도 적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적을 향해 클로를 휘둘렀다. 하지만 어떤 무기도 리암에게 닿지 못했다. 그의 대검이 지나간 자리엔 동강난 도라마의 시체만 나뒹굴 뿐이었다.


“와!”


피아는 터지는 감탄을 삼키지 못했다. 삼십 명은 족히 될 것 같은 적 사이에 리암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빛을 받은 그의 대검이 적들을 도륙 내며 사방으로 피를 뿌리고 있었다.


리암을 둘러싸고 있던 삼십여 명의 적은 순식간에 최후를 맞았다. 도륙의 현장 밖에 있던 적도 성천과 수하르에 의해 순식간에 정리됐다. 이제 뚫린 성벽 틈을 통해 넘어오는 소수의 적이 전부였다.


“기름통이 준비됐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성벽 위에서 외치는 안샬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암은 지체 없이 지시를 내렸다.


“떨어뜨려! 최대한 성문 쪽으로!”


“손을 놔라!”


리암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안샬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그의 등 뒤, 성벽 외곽에 기름통을 걸치고 있던 학생들은 지시와 함께 손을 놓았다. 학생과 교수의 손에서 떠난 기름통은 하나둘 성문 근처로 떨어졌다.


꽝! 콰직! 퍼억!


기름통 대부분은 성벽 아래 가득한 도라마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부서지고 깨진 기름통에서 쏟아진 기름은 바닥에 흥건했고, 일부는 성문에 튀었다.


“2열! 손을 놔라!”


아직 남은 기름통이 다시 성벽 너머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기름통엔 튼튼한 밧줄이 묶여있었다. 어둠 속으로 떨어지던 기름통은 밧줄 길이만큼 떨어지다 멈췄다. 허공에서 몇 번 튕긴 기름통은 성문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콰직!


성문에 부딪힌 기름통은 산산이 부서지며 기름을 성문에 뿌렸다. 연이어 기름통이 성문에 부딪혀 부서졌다. 이윽고 성문 대부분이 기름에 흥건히 젖었다.


“윽! 이게 뭐야? 기름 냄새 아니에요?”


적을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갑작스런 냄새에 피아는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기름이다.”


“갑자기 웬 기름이에요? 우리가 한 거예요?”


“성문에 불을 붙일 거다.”


“에? 멀쩡히 잘 있는 성문에 불은 왜요?”


“자세히 설명할 시간 없다.”


리암은 성천과 수하르를 향해 소리쳤다.


“우리도 슬슬 뒤로 물러서자!”


리암의 지시가 떨어지자 성천과 수하르는 적을 상대하면서 뒤로 조금씩 물러섰다.


‘앞으로 나가도 모자랄 판에 왜 뒤로 물러서는 거야?’


조금씩 포위망을 넓힐수록 적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그에따라 피아가 상대해야 할 적의 수도 늘어났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성천과 수하르의 도움으로 제법 적들을 상대할 수 있었지만, 이젠 피아 혼자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이거 맞아요? 이러다 뚫릴 것 같은데요?”


“조금만 버텨라.”


리암을 비롯해 성천과 수하르도 피아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자리를 이탈할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성문에 불을 붙이기도 전에 포위망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도대체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이라도 해줘야······.’


도라마 하나가 피아의 공격을 피해 포위망 너머로 내달렸다. 피아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적을 좇을 뻔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포위망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교수님! 하나 놓쳤어요!”


“신경 쓰지 마. 더 놓치지 않게 집중해.”


당장 벗어난 하나를 좇는 것보다 포위망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했다. 확실히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적의 의도는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당연히 어둠 속으로 도망칠 거라 생각했던 도라마는 급히 몸을 돌려 피아의 등을 노렸다.


“젠장.”


리암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아를 지키느냐, 포위망을 유지하느냐, 만약 피아를 지킨다면 누가 자리를 이탈할 것이냐. 생각이 많아지면 반응은 늦어지기 마련이다. 찰나의 고민은 피아를 지킬 시간조차 흘려보냈다.


퍼억!


피아의 등을 노리던 적이 충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졌다.


“어맛! 뭐야?”


공격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던 피아는 발치에 쓰러진 도라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샤이르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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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4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19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2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1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7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19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19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3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7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6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5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8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5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6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5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19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8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8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8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19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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