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09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3.31 18:30
조회
15
추천
0
글자
13쪽

#84. 카델 침공(17)

DUMMY

* * *


“피아는 당연히 저기 있을 줄 알았는데 샤이르는 왜 2열이지? 루리아도 4열인데······.”


얀느는 힐끔 뒤를 돌아 루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다른 마법학부생과 나란히 활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내 말이. 루리아는 당연히 보조마법 열에 설 줄 알았는데. 교수님이 실수한 거 아냐?”


“상황이 이러니 경황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샤이르가 2열에 설 정도는 아니잖아.”


“못 봤어? 아까 피아가 요청했잖아.”


“피아가? 왜?”


“직전 전투에서 샤이르의 보조마법이 제법 쓸 만했나 봐. 그래서 붙박이로 샤이르를 요청하던데?”


“그런 이유라면 3열에 서도 되지 않아?”


“교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샤이르 실력이 아직 부족해서 피아의 움직임을 좇는 게 쉽지 않나 봐. 그래서 옆에 두기로 한 거고.”


“호오~ 샤이르도 제법인데? 마냥 싸가지 없는 철부지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할 땐 하네.”


“내 말이. 그나저나 저 둘, 친해 보이지 않아?”


피아와 샤이르가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마냥 낯설었다.


“그런가? 그건 모르겠지만, 샤이르가 피아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건 확실하네.”


“아까 낮에 피아한테 메다 꽂히던 거 기억하지? 그때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간신히 버텼는데 언제 저렇게 친해졌을까?”


“그거 아닐까? 아까 화염이 몰아칠 때.”


“아! 피아가 샤이르를 붙잡고 피하려고 할 때? 맞네! 그때네.”


순식간에 덮쳐오는 화염을 피하지 못한 샤이르에게 뛰어들던 피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둘 다 큰일 날 뻔했잖아.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자기를 구하려고 했으니 감동 받지 않았을까?”


“그럼 샤이르가 피아한테 반했다고? 아현은?”


“에이, 사귀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지.”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근데 피아는 좀 위험하지 않나?”


“뭐 어때. 위험한 사랑도 나름 스릴 있잖아. 그리고 피아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잖아. 충분히 좋아할 만하잖아.”


“그래도 피아는 좀··· 내가 볼 땐 아현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얼굴이나 몸매는 피아만큼 안 돼도 참하잖아. 이성적이고.”


“그러니까 네가 안 되는 거야. 여자는 모름지기 몸매지! 쭉쭉, 빵!빵!”


“에이~ 아니지! 여자는 성격이야! 성격! 아무리 예쁘면 뭐하냐? 성격이 지랄······.”


“그만.”


어느새 바로 뒤까지 다가온 루리아의 차가운 한 마디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아,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농담이야. 농담. 너무 긴장돼서 우리끼리 농담한 거야.”


과거의 망나니 샤이르는 껄끄럽고 부담되는 존재였지만 두렵진 않았다. 그러나 루리아는 달랐다. 워낙 감정 표현이 없어 표가 잘 나지 않았지만, 간혹 불쾌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루리아는 샤이르조차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지금이 정확히 그랬다.


“정말이야. 너무 긴장돼서 말이 헛나온 거야. 절대 널 놀리려는 게 아니었어.”


“오해야. 일부러 옆에 있는 널 놀릴 리 없잖아.”


코앞에 닥친 전투보다 루리아의 분노가 더 무서웠던 칼리와 얀느는 최선을 다해 변명했다. 그 절박함을 받아들였는지 매섭게 치켜뜨고 있던 눈빛을 거두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알았어.”


두 사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사실, 루리아 들으라고 일부러 떠들었다.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한두 대 맞더라도 오랜만에 잡은 기회를 마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뒤에 서 있던 루리아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떠들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그런데 루리아는 왜 4열이야? 루리아라면 당연히 2열은 아니더라도 보조마법 열에 설 줄 알았는데··· 교수님들이 착각한 거 아니야? 루리아에게 활을 쥐여주는 건 아니지.”


얀느가 품은 의문은 다른 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루리아의 실력이 학부생 수준이 아니라는 건 이미 학교 전체에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이었다. 당연히 3열에서 마법보조를 맡을 줄 알았다. 그런데 리암의 선택은 4열이었다.


“얀느 말이 맞아. 뭔가 착각하신 걸 거야. 지금이라도 재고해 달라고 말씀드려.”


루리아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4열에 배속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왜? 지금은 한 명이라도 전력에 보탬이 돼야지. 교수님도 실수할 수 있는 거잖아. 네가 말하기 어려우면 내가 대신 할게.”


“난··· 어정쩡해.”


“뭐?”


루리아의 말뜻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보조마법은 졸업시험 때 처음 해본 거야. 미숙해. 공격마법도 피아의 전투력엔 훨씬 못 미쳐.”


“무슨 소리야? 졸업시험 때 네 보조마법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데.”


“그건 파티원에 한정된 거야. 한 달 동안 파티원을 대상으로 훈련했으니까. 고작 한 달 훈련한 정도의 실력으론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대상을 보조하긴 힘들어. 도리어 방해만 될 뿐이지. 저기 봐. 4학기 마법학부 선배 중에도 상당수가 4열에 있잖아.”


그러고 보니 학생 중 보조마법 열에 선 인원은 몇 명 되지 않았다.


“합당한 배치야.”


“아니··· 그래도······.”


“이건 시험이 아니잖아. 효율이 중요한 거야. 너희들 마음은 고맙지만 이게 지금 내 위치야.”


분했다.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더 분했다. 수재라 총애받는, 시험에선 늘 좋은 성적을 받는 우수한 학생, 학부생 이상의 실력이라는 꼬리표. 딱 그 정도였다. 정작 실전에선 경험없는 햇병아리 마법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어.’


“그만 내 자리로 돌아갈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표정, 목소리, 말투였다.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가는 걸음까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얀느와 칼리에겐 보였다. 현실 앞에 실망한 루리아의 축 처진 마음이 뚜렷이 보였다.


* * *


눈에 띄게 잦아든 화염 너머로 검은 형상이 기괴하게 일렁였다. 붉은 불꽃 너머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적들은 흡사 지옥 불 속에서 꿈틀대는 악마와 같았다. 그 모습을 마주한 학생들은 잔뜩 긴장해 마른침을 삼키고 식은땀을 흘렸다.


“큰일인데요?”


슬쩍 뒤를 향했던 시선을 리암에게 옮긴 안샬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너무 긴장했어요. 저러다가 제풀에 무너질 것 같은데요.”


리암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장 뾰족한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처음 맞닥뜨린 실전에선 긴장하기 마련이다. 긴장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긴장이 전투에 방해되지 않게 하는 건 가능하다. 바로 훈련이다. 반복적이고 지속된 훈련의 결과는 몸에 남는다. 과한 긴장의 여파로 사고(思考)에 혼란이 와도 몸은 움직인다.


하지만 학부생들에겐 그 훈련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성천, 방법이 없을까?”


“하나씩 흘려보죠.”


“무슨 소리야? 흘린다니?”


“불길이 완전히 수그러들기 전이라면 여유가 있을 겁니다. 여유가 있을 때 일부러 하나씩 뒤로 흘리는 겁니다.”


리암, 수하르, 안샬은 성천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그래! 한 마리씩 일부러 놓아주고 훈련용으로 쓰자는 거구나? 짜식! 역시 머리 좋은데?”


“순서대로 하죠. 제가 먼저 뒤로 흘릴게요. 그놈 처리되면 리암 선배, 성천, 수하르 선배 순으로 돌아가죠.”


“접수! 아무리 첫 실전이라고 해도 카델 학생인데 금방 적응하겠지. 내가 가르친 놈들이면 당연히 할 수 있어. 암!”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그만 잘난척 하시고 집중이나 하시죠. 이제 슬슬 달려들려는 것 같네요.”


화염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잦아들었다. 화염 건너편에 있는 도라마들은 당장이라도 뛰어들 듯 몸을 들썩였다. 이제 정말 전투가 코앞에 닥쳤다. 리암은 숨을 크게 들이키고 마지막 연설을 시작했다.


“주목!”


긴장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던 학생들은 움찔 놀랐다. 일부는 무기를 떨어트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배운 것만 생각해라. 지시대로만 움직여라. 너희라면 충분히 적을 상대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전투 기술도 없이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짐승 같은 것들이다. 침착하게 상대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알겠나?”


“네!”


학생의 반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리암은 다시 소리쳤다.


“대답부터 똑바로 해라! 알겠나?”


“네!”


억지로 끌어올린 대답도 마뜩잖았다. 그러나 더이상 의지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직접 겪으면 된다. 직접 겪으면 극복할 수 있다.’


“캬아아아!”


주춤주춤하던 도라마 하나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의지를 드러내듯 거친 비명과 함께 뛰어든 도라마는 불꽃을 전부 떨치지 못하고 화염 속에 쓰러졌다.


“하, 멍청한 놈. 무모하게 벌써······.”


안샬의 콧방귀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른 도라마들도 연이어 화염 속으로 달려들었다. 상당수가 불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쓰러졌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냥 무모한 몸부림은 아니었다. 먼저 쓰러진 도라마의 시체는 화염을 약하게 만들었다.


“온다!”


불길이 약해진 틈을 타 도라마들이 성안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촤아악!


중앙을 맡던 리암의 대검이 달려드는 도라마 무리를 갈랐다. 그렇게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됐다. 약해진 불길을 빠르게 넘어온 도라마들이 물밀듯 몰아쳤다. 안샬이 쌍검, 성천의 ‘달’, 수하르의 언월도가 무참히 적을 베어 쓰러뜨렸다.


사방으로 피가 튀고, 치명상을 입은 도라마들이 쓰러졌다.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활을 들어라!”


4열의 지휘를 맡고 있던 분타가 소리치자 학생들은 일제히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겼다.


“너희의 목표는 성문이다. 적을 특정하지 마라. 명중하지 않아도 좋으니 최대한 멀리 화살을 날려라. 너희의 실수는 아군의 등을 공격한다. 그 점을 명심해라. 발사!”


분타의 명령이 떨어지자 활을 떠난 수십 발의 화살이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어둠을 뚫고 날아간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성문을 통과하는 도라마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일부는 적을 피해 바닥에 떨어졌지만, 상당수 화살이 적의 몸에 꽂혔다. 화살에 맞은 도라마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쉬지 말고 쏴라!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쉬지 마라!”


4열의 학생들은 빠르게 화살을 들어 시위에 걸었다.


퉁! 퉁! 퉁!


활시위 튕기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불규칙하게 날아갔다. 정확히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제멋대로 떨어진 화살 대부분 적의 몸에 박혔다. 그러나 치명상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도라마 대부분은 몸에 꽂힌 화살을 신경 쓰지 않고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일부 학생은 질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괴, 괴물이잖아!”


“저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야?”


“죽을 거야. 다 죽을 거라고!”


일부에서 시작된 공포는 순식간에 전염되기 시작했다.


“활을 들어!”


분타는 공격을 멈추고 벌벌 떠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결과는 신경 쓰지 마라. 너희 임무는 쉬지 않고 화살을 날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불붙은 공포는 쉽게 사그라지지 못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거나 아예 활을 떨구고 부들부들 떠는 학생까지 있었다.


“정신 차려! 너희가 공격을 멈추면 동료가 죽는다!”


그러나 이미 공포에 잠식당한 학생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젠장, 이 상태로는 오래 못 버텨.’


당장 전선을 이탈하는 학생은 없지만, 시간문제였다. 극복되지 못한 공포는 결국 도망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강요할 게 뻔했다.


‘뭐라도 해봐라. 근육 돼지들아!’


들이닥치는 적을 상대하면서도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상황을 확인하던 성천은 단번에 4열의 상태를 파악했다. 이대로 두면 공포는 다른 열까지 전열 판이었다.


“안샬 선배!”


안샬은 성천의 부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안샬은 빠르게 달려오는 도라마 하나를 일부러 공격하지 않았다. 안샬은 지나친 도라마는 그대로 2열에 버티고 있던 학생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 온다!”


달려드는 적을 알아차린 학생 하나가 놀라 소리쳤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학생들은 퍼뜩 놀라 무기를 꼬나들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23.04.19 25 0 -
104 #102. 에필로그 23.04.19 20 0 22쪽
103 #101. 작별 인사(1부 마지막) 23.04.18 13 0 23쪽
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32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8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9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20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20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24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8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21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21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20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7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7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6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9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6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7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20 0 13쪽
» #84. 카델 침공(17) 23.03.31 16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6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20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8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9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9 0 12쪽
79 #78. 카델 침공(11) 23.03.25 19 0 14쪽
78 #77. 카델 침공(10) 23.03.24 19 0 14쪽
77 #76. 카델 침공(9) 23.03.23 20 0 13쪽
76 #75. 카델 침공(8) 23.03.22 21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