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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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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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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34

작성
24.05.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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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당문은 이미 몰락해버렸다.

DUMMY





추노인이 해주는 이야기는 당진철을 충격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약과 독, 그리고 암기로 사천을 호령하던 최고의 가문 당문.


하지만 약 100년전 마교가 발호했고, 당문은 정파라는 이유하에 마교와 싸우기 위해 자신들의 전력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당문이 가지고 있던 독과 암기는 무시무시했다.


그 어떤 구대문파와 오대가문의 무인들도 상대하기 힘들었던, 강력한 마인들을 기기묘묘한 암기들로 철저하게 박살냈고, 수많은 마교도를 독으로 모조리 중독시켜버렸다.


이른바, 대량학살이 가능한 문파.


마교의 전력의 절반이 당문에 의해 날라가 버린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교는 강력했다.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


사천의 땅을 침략한 마인들은 당문을 아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밟아버렸다.


여성과 어린이는 물론이고, 당씨 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학살해 버린 것이었다.


무림맹 결사단에서 당문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이미 당문의 직계는 모조리 참살당한 뒤였다.


“다행이도 마교는 위기에 모여든 무림 영웅들에 의해 십만대산으로 물러가긴 했으나, 당문은 결국 일어서지 못하고, 멸문해버렸지.”


추노인은 목이 타는지, 술을 한 잔을 따라 입가에 가져갔다.


‘망해버렸구나······.’


당진철은 쓰게 웃어버렸다.


거의 멸문지화가 되어버린 복수의 대상.


‘이렇게 쉽게 쓰러질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당진철의 상상속 당문은 무척이나 거대했다.


천년이고, 만년이고 끊임없이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어서, 과연 자신의 능력으로도 무너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굳건한 가문이었다.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지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 당가타는? 당가타는 어떻게 되었지?’


당문은 오로지 당문직계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당문의 주축으로서 활동하는 당문 직계.


온갖 당문의 온갖 대소사와 다른 갖가지 일을 처리하던, 장로원과 당문 방계.


그리고 그와는 다르게, 무림의 일은 전혀 모른체,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당문의 노예처럼 살아가던 당가타.


당진철은 당가타 출신이었다.


그것도 직계출신의 서자.


자신의 진짜 가족들이 살았던 고향.


‘설마 같이 멸문해 버린건가??’


당진철은 조심스레 추노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혹시, 당가타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당가타? 아, 그 당씨일족들이 같이 살던 마을 말이군······.”


추노인이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저주를 받았다네.”


“그게 무슨······?”


그때였다.


“야! 문둥이다! 문둥이가 객잔안으로 들어간다!!”


바깥에 소란이 인다 싶더니, 객잔안으로 누군가가 뛰쳐들어왔다.


“꼬마?”


그것은 성년이 되었을까 싶은 작은 꼬마 아이였다.


더러운 두건과 낡은 옷을 입은 한 아이가 얼굴을 잔뜩 가린 채로 객잔 문 앞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무, 문둥이!”


“문둥이다! 도망가!!”


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대번에 꼬마 아이를 피해 물러섰다.


심지어는 객잔에서 나가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 문둥이! 네 이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점소이가 빗자루를 들고 꼬마아이에게 휘두른다.


“꺄, 꺄악!”


맞지는 않았지만, 그 바람에 바닥에 털푸덕 넘어지고 말았다.


“죄, 죄송해요. 저, 저는 그냥······.”


“빨리 나가지 못해! 어디 하나 부러져야 정신이 들겠느냐?!”


점소이가 새된 목소리로 꼬마아이에게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점소이도 무서운지, 빗자루로 겨누기만 할뿐, 손으로 만진다던가, 발로 차지도 못하고 엉성하게 대치할 뿐이었다.


“부, 부탁이에요. 저는 문둥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저, 저는 그저 약을 팔러 온 것 뿐이에요.”


꼬마 아이는 무릎을 꿇은 채, 그나마 피부가 보이는 두 손으로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당진철의 시선이 아이의 손, 정확하게는 피부로 향했다.


‘문둥병이라······.’


문둥병.


다른 말로 나병(癩病)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당진철이 있던 세계에서는 아예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한센병(hansen)


나균으로 인해, 피부 및 안구에 발진과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성 전염병.


나균에 걸린 세포들이 괴사하여 썩어서 문드러지거나, 손가락, 발가락 등이 떨어져나가기에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흉측해 보여,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는 무시무시한 질환이기도 했다.


‘그 세계에서는 의료기술이 월등이 높아서 볼기회가 잘 없었는데, 이곳엔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구나.’


다만 아이의 손은 한센병 환자라고 하기엔 다소 하얗고 무척 고왔다.


점소이가 윽박질렀다.


“거짓말하지마라! 넌 그 저주받은 동네에서 태어났잖아! 그런 네가 문둥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아, 아니에요. 전 걸리지 않았어요. 보세요.”


아이가 자신의 머리에 쓰인 두건을 벗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 당진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이의 얼굴은 문둥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희고 고왔다.


비록 잘 먹진 못했는지, 마르고, 이곳 저곳 흙투성이이긴 했지만, 아이의 하얀 피부를 다 가리진 못했다.


하지만 당진철이 놀란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다, 당소혜?’


자신이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기전, 여동생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왜 여동생이 저런 꼴로 다니고 있던 걸까?


아니, 애초에 당문이 박살난 것이 80년도 더 된 일이라 하지 않았나?


그럼 저 아이는 누구지?


당진철은 혼란스러워져,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만 있을 때, 추노인이 당혹감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런 소령이가 어째서 여기에······.”


“···아는 사이입니까?”


이에 추노인이 당진철과 소령이를 번갈아보다가, 한숨 쉬듯 입을 열었다.


“···내가 잠깐이나마 돌보는 아이일세. 그리고······.”


마치 말을 아끼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다가,


“저주받은 당씨의 아이지······.”


추노인과 당진철의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구경꾼들의 주절주절대는 소란이 들려왔다.


“뭐야, 문둥이가 아녔어?”


“그러게, 피부가 문드러지지 않았잖아.”


어린 아이, 소령을 두둔 하려는 듯한, 구경꾼들의 말에 점소이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이, 이익! 너는 문둥이가 맞아! 분명 저주받은 마을에서 온 년이 맞다고! 당장꺼져! 이 문둥이년야!”


점소이가 빗자루를 크게 치켜들었다.


“아, 안돼! 소령아!”


추노인이 비명처럼 소릴 지른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빗자루에 의해 아이는 크게 다칠게 자명한 상황.


하지만 술에 취한 추노인이 달려가서 막기엔 이미 늦었다.


구경꾼들도, 별로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문둥이란 본디 그런 존재니까.


거지보다 더 하찮고,


벌레보다 더 위험한,


세상에 태어나면 안되는 존재.


‘젠장.’


그리고,


보다못한 당진철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가볍게 휘두른 그의 손짓에 입고 있던 흰 가운이 물결친다.


-촤르르륵.


마치 뱀의 비늘처럼 한올 한올 일어났다가, 눕는 흰 물결.


그리고 그 순간.


-똑.


점소이의 빗자루가 중간부터 뚝 하고 부러지는 것이 아닌가.


“어?”


점소이의 바보같은 신음과 함께, 맥없이 부러진 빗자루가 점소이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 꽂혔다.


“어이쿠!!”


부러진 빗자루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점소이.


군중들은 그 모습을 보며 낄낄 댔다.


“세상에 얼마나 빗자루 관리를 하지 않았으면, 빗자루가 중간에서 똑하고 부러지나 글쎄.”


“어이 점소이 빗자루 관리 제대로 안하나?”


“오히려 싸구려 빗자루를 판 주인장이 잘못인 것 같은데?”


점소이를 향한 조롱과 비난 섞인 가운데, 추노인이 소령을 감싸않았다.



“괜찮으냐 소령아?”


“하, 할아버지······.”


당혹감과 공포로 얼룩진 소령의 표정이 추노인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린다.


그 모습을 본 추노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쩌자고 여기까지 온게야······.”


“할아버지······.”


당진철은 그 모습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있는 곳은 이야기를 나눌만한 장소가 아니다.


‘게다가, 좀 더 깊게 알아야 할 것도 있고.’


당진철의 눈에 소령이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여동생과 닮아 있는 소녀.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분이 묘했다.


당진철은 추노인과 소령에게 다가가 말했다.


“일단 이 자리를 피하죠.”


“···이야기하기 괜찮은 곳이 있네.”


눈치 좋은 노인이다.


그렇게 당진철과 추노인, 그리고 소령은 구경꾼들에 의해 번잡스러웠던 객잔을 떠났다.


점소이는 당진철과 일행들이 객잔을 떠나는 와중에도 빗자루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부러진 자국이 시커멓게 부패되어 썩어문드러져 있는 두 동강난 빗자루.


“씨이···난 주방장 어른께 죽었다.”



--------------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은, 어두컴컴한 골목.


해질녁이어서 그런지, 더욱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추노인은 조심스레 골목을 걷다, 한 어느 한 폐가에 다다랐다.


“여긴······.”


“내 집일세. 관리를 안해서 누추하긴 하지만······.”


추노인이 쑥스러운 듯, 낡아 썩어버린 대문을 툭툭 쳤다.


하지만 당진철이 놀라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이곳은 분명 당가 전용의 대장간 아니던가.’


무척이나 오래되어 잘 떠올리지 못하는 낡은 기억이었건만, 막상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천천히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자주 대장간에 들락거렸던 아주 오래된 기억.


어머니는 손재주가 좋아 대장간에서 공예를 깎아서 돈을 벌곤 했었다.


가끔씩 암기 같은 조각도 만들기도 했었지만, 주로 자신과 동생인 소혜에게 장난감 같은 것을 주로 만들어주곤 했었다.


‘세월이 무상하구나.’


당진철이 천천히 낡아서 무너져버린 벽을 쓰다듬었다.


‘내가 잘못 찾아오지는 않은 것 같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왜 하필 당문이 망한지 수십년은 지나서야 이곳에 도착하게 된걸까.


“뭐하나? 얼른 들어오게.”


당진철은 솟아오르는 의문을 뒤로 한 채, 추노인을 따라 들어갔다.


추노인은 다 타다남은 등잔에 불을 피운 뒤, 당진철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소령이를 도와줘서 고맙네. 덕분에 큰일이 나지 않을 수 있었어.”


“용케도 제가 했다는 걸 알고 계셨군요.”


“내 이 나이 먹도록 느는게 눈칫 밥인데, 그 정도도 못 알아챈다면 일찍 관짝에 들어가야지.”


추노인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우리 소령이를 도와줬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추영은 은(恩)을 모르는 사람이 아닐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내가 힘을 닿는데까지는 도와주겠네.”


추노인, 아니 추영은 당진철에게 깊게 읍소했다.


당진철은 그런 추영을 보며,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아, 예. 예.”


당진철에게는 별일 아니었으나, 그 덕에 나이 지긋한 분이 허리를 숙이게 만들었으니 당진철에게는 그 모습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본디 중원 사람이었으나, 대한민국에 있었던 시간이 많았던 만큼 동방예의지국의 자세가 기본으로 깔려 있던 탓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당진철을 보는 추영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원하는게 있으면 얼른 말해보게.”


“그럼······.”


당진철의 시선이 자연스레 소령에게 닿았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궁금증.


“혹시 저주받았다는 게, 당가타에 문둥병이 돌고 있는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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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367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84 9 13쪽
54 음모. +3 24.06.26 384 12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433 14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89 10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500 15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516 11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55 13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517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519 13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4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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