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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10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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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
추천
10
글자
11쪽

괴물이 우는 소리: 최종장(3)

DUMMY

위대한 자를 죽인 인간이 선내에 들어오자 선장은 동족들에게 빨리 자리를 피할 것을 명령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륙만이 남아 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기능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결과 인간들의 장비를 무력화시킬 만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아직 방어막이 완전하지 않았다. 지금 다시 한 번 인간들의 날것이 접근해서 공격에 성공한다면, 정밀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공간 도약이 실패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단 인간이 날뛰지 못하게 막을 필요가 있었다. 방어막이 없는 인간의 몸은 공간 도약의 충격을 버티지 못할 게 확실했다. 선장은 내부 회선을 열고 승무원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녀석과 거리를 벌리도록.”


그렇게 말은 했지만 쉬지 않고 동족들을 공격하는 인간에게서는 도망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선장은 선내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위로하면서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했다.



※※※




박화양은 통로 앞뒤로 내려오는 문을 보고 몸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그의 팔과 다리를 잡고 끈질기게 늘어지는 괴물들 때문에 결국 문이 모두 닫힐 때까지 벗어나지 못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는 남아 있던 괴물들을 핏덩이로 만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환기구에서 무색무취의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 공기의 흐름으로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다는 걸 눈치챈 박화양은 구석에서 떨고 있는 괴물들을 무시하고 닫힌 문을 향해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문밖에 있던 괴물들은 무슨 수를 써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진 문이 충격을 받아 찌그러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계속된 충격으로 반듯했던 문이 순식간에 울퉁불퉁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공격이 멈췄다. 괴물들은 마취가 제대로 먹힌 거라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주선이 흔들릴 정도의 커다란 충격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렸다. 밖으로 탈출한 박화양은 괴물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반 이상의 적들을 쓰러뜨렸다.




※※※




선장은 영상으로 인간이 아직도 날뛰는 모습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제 모든 기능이 돌아오고 공간 도약까지 동족들이 버텨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화양은 온몸이 상처투성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동족들을 쓰러뜨리면서도 우주선 내부의 주요 장치들을 부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화양이 박살 낸 장치들은 두 자리가 넘어가고 있었다.


선장은 결국 박화양을 보여주고 있던 영상을 꺼버렸다. 도저히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참극이었다. 대신 조금이라도 빨리 공간 도약을 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효과는 미미할지언정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선장은 작업 도중에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숨을 몇 번 쉬면 끝나버릴 시간이었다. 이 악몽도 조금 있으면 끝나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선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작업이 지체되고 말았다.


선장은 자리에서 쓰러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인간들의 날 것이 다가왔는지 확인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바로 그때 선체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선장이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하나였다.


박화양을 비춘 영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수많은 동족들 사이에 그가 홀로 서 있었다. 동족들은 신체의 일부가 완전히 파괴된 이들이 대다수였으며 벽과 천장 그 어느 곳 할 거 없이 청록색 피로 가득했다. 선장은 구역질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아냈다.


박화양이 앞으로 걷기 시작하면서 영상도 자연히 그를 따라갔다. 선장은 통로 끝에 있는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모습을 확인했다. 동족들의 몸보다 몇 배는 큰 구멍으로 불꽃이 사정없이 튀고 있었다.


선장은 급히 지도를 열어 박화양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선내 중심부에 있는 엔진실에서 멀지 않은 장소였다. 마지막으로 영상을 봤을 때만 해도 그곳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장소였다. 그 짧은 시간에 그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사실에 선장은 할 말을 잃었다.


영상 속의 박화양은 구멍이 뚫린 통로를 지나 주변을 살펴보듯 걷다가 왼쪽으로 꺾이는 길에서 멈춰 섰다. 그는 자세를 잡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벽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벽에 꽂힌 주먹을 중심으로 소용돌이 같은 것이 일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배가 흔들렸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선장은 급히 몸을 일으키고 각종 명령을 입력해 배를 띄우기 시작했다. 배를 공중에 띄우면서 동시에 공간 도약을 시도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선장은 그때까지 박화양이 배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기도했다.


공간 도약에 필요한 계산이 거의 완료되었다. 바로 눈앞에서 공간이 울렁거리면서 작은 구멍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선장은 방어막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계산 과정에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숫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




일행은 우주선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의 옥상 위에 있었다. 갑자기 몰아치듯 물어오는 바람에 간신히 눈을 찡그리며 임길수가 외쳤다.


“뭐야? 이륙하는 건가?”


우주선 앞이 조금 일렁이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가 놀란 것은 눈앞에 보이는 현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박화양이 아직 우주선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누구 화양이 나오는 거 본 사람 있어?”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뭔가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할 텐데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 대체 뭐하고 있길래 안 나오는 거야?”


임길수가 박화양을 걱정하고 있는 사이 희민은 어디선가 들리는 전투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전투기 다섯 대가 날아오고 있었다. 조금만 지나면 먼저 왔던 전투기들이 추락했던 장소를 지나게 된다. 다행히, 이번에는 단 한 대도 추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늦었다. 일렁이던 공간이 이제 우주선의 크기 만큼 커졌다고 생각하자마자 눈부신 섬광과 함께 귀를 찢는 굉음이 사방에 가득 찼다. 우주선 근처에 있던 모든 것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짓눌렸다.


동시에 일행이 있는 곳으로 충격파가 날아왔다. 어른들은 버텨냈지만 전투기에 신경을 쓰고 있던 희민은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이진이 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희민의 손을 잡지 못했다. 희민은 건물 두 개 분의 거리를 날아가다가 본능적으로 봉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희민이 겨우 발을 바닥에 붙였을 때, 한순간 눈을 멀게했던 섬광이 사라지더니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바로 눈앞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희민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철 덩어리들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먼 곳에서 불꽃에 휩싸여 천천히 추락하고 있는 우주선이 보였다. 이것들은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었다. 희민은 파편들을 피하고 도저히 여의치 않은 것은 봉으로 쳐내다가 건물 옆에 있는 골목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안이한 판단이었다. 비처럼 떨어지는 파편에 건물들이 부서지면서 그 잔해가 골목으로 떨어졌다. 희민은 조금도 쉴 틈 없이 골목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장소가 순식간에 콘크리트 더미로 채워졌다.


희민은 끝이 날 거 같지 않은 골목을 쉼 없이 내달려 간신히 넓은 도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희민은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을 날려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 순간 출구 오른편에 서 있던 붉은 갑옷의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희민도 괴물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봤다.


먼저 움직인 건 괴물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피할 시간이 없었던 희민은 봉으로 급하게 방어했다. 방어는 성공했지만 때리는 힘이 워낙 강해 몸이 뒤로 밀려났다.


희민은 당황하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잡았다. 오히려 공격한 괴물 쪽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희민은 반 박자 먼저 봉을 휘둘러 괴물의 머리를 쳤다. 푸른 불꽃이 튀겼지만 괴물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봉이 공중을 한 바퀴 돌았다. 방금 전 공격은 이번 공격을 위한 미끼였다. 되돌아온 봉이 밑으로 내려가더니 괴물의 발목을 쳤다. 방어막이 강렬한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사라졌고 괴물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희민은 멈추지 않고 봉을 수직으로 돌리면서 쓰러진 괴물을 내리쳤다. 바닥이 움푹 패이면서 자동차가 부딪치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가 났다.


괴물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지만 구 각짜리 봉도 그 자리에서 부러졌다. 희민은 부러진 채 공중에 떠오른 봉을 보면서 긴장한 나머지 쓸데없이 힘을 많이 쓴 자신을 자책했다.


하나의 고비는 넘겼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도 하늘에서는 우주선의 파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부러진 봉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희민이 있던 장소에 파편들이 떨어졌다. 희민은 아직 손에 남아 있던 짧은 봉으로 작은 파편들을 쳐내면서 안전한 장소를 찾았다.


4차선 도로를 종횡무진하며 파편들을 피하고 있을 때 낯익은 무언가가 눈앞에 날아와 바닥에 꽂혔다.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십 각짜리 봉이었다. 파편을 피해 이동할 경로 위에 잡기 쉽게 박힌 봉을 희민은 마다치 않았다. 희민은 곧바로 들고 있던 부러진 봉을 던져버리고 손에 익은 봉을 손에 들었다. 날아오고 있던 파편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개중 크기가 큰 것은 작게 쪼개어졌다.


1분여간의 작은 싸움이 끝나자 하늘에서는 더 이상 파편들이 날아오지 않았다. 희민은 봉에 몸을 기대고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들어 불길에 휩싸인 우주선을 바라봤다. 우주선은 어느새 상당히 멀리 날아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보였다. 주변에 수많은 전투기가 우주선을 감싸고 포위하듯이 날고 있었다. 희민은 이제 자신의 일은 끝났다는 생각에 몸의 힘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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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괴물이 우는 소리: 최종장(2) +1 12.10.28 897 8 11쪽
38 괴물이 우는 소리: 최종장(1) +1 12.10.26 897 7 12쪽
3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1) +2 12.10.24 884 6 13쪽
36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0) +1 12.10.22 816 10 11쪽
35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9) +1 12.10.19 869 8 10쪽
34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1 12.10.17 772 8 10쪽
33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7) +2 12.10.15 839 10 10쪽
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3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9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1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2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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