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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14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03 16:33
조회
726
추천
10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DUMMY

검은색 밴이 사고 현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골목길에 멈췄다. 뒷좌석 문 가장 가까이 앉았던 임길수부터 시작해 운전한 문호까지 차에서 내렸다. 희민이 다른 이들과 다르게 시간이 좀 걸렸는데 기다란 봉이 문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선행과 악행은 한밤중이 제격이라.”


이진이 그렇게 말하더니 제일 먼저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저게 무슨 뜻이에요?”


문호가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중요한 일은 눈에 띄지 않게 하란 말이겠지.”


그러고는 최수호도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임길수와 희민이 올라갈 때까지도 문호는 그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느라 제일 늦게 행동했다.


높은 건물에 올라오자마자 미리 점을 치고 있던 이진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모두 어둠에 몸을 숨기고 그녀가 점지해준 방향으로 뛰어갔다. 되도록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높은 건물만 택해서 옥상과 옥상을 넘어다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거리에 있는 사람들 수는 지극히 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에 섰던 이진이 손으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두 일제히 자세를 낮추고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에 집중했다. 사고 현장 근처에 군인들이 출동해있었다.


“왜 여기에 군인들이 있지?”


말을 함과 동시에 최수호는 핸드폰을 꺼내 이 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신호가 울리고 핸드폰 너머에서 이 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일이 끝났나?”

“아니요.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현장에 군인들이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뭐라고? 아~ 이 양반들... 최군 미안하네. 자네에게 들었던 얘기를 윗분들에게 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이 대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것 때문에 진입에 어려움이 있나?”

“아니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군인이 있어서 궁금했을 뿐이니까요.”

“그래. 미안하네.”

“아닙니다.”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던 임길수가 물었다.


“그냥 들어가도 되는 거냐?”

“그래. 이동하자.”


모두 군인들의 눈을 피해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슬슬 부서진 건물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쳐 지나가는 몇몇 건물에서는 구조 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희민은 마스크를 미리 챙기지 않은 걸 후회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날벌레들의 수가 이상하리만큼 늘어났다. 덕분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고글, 아니, 하다못해 안경이라도 썼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전날 있었던 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윗동이 차도에 떨어져 만들어낸 구멍부터 확인했다. 안전 선이 처져 있긴 했지만 다행히 주변에 보초는 없었다. 일행은 주변을 좀 더 정찰한 후 거리로 내려갔다.


모두 구멍 바로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봤다. 바로 아래쪽에 깨끗하게 절단된 건물 단면이 보였다.


“그냥 이대로 내려가요?”


희민이 물었다.


“뭔가 준비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네.”


최수호는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내려가요.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니, 잠깐만. 조금만 기다려봐.”


긴장되고 답답한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옛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따르릉 벨 소리였다. 모두 서로 쳐다보며 핸드폰 소리의 범인을 찾았다. 희민의 핸드폰이었다. 그녀는 보란 듯이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고 번호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혼데?” 라고 말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잘못 걸린 전화인가 하면서 핸드폰을 귀에서 떼기 직전에 누군가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을 귀에 밀착시키고 소리를 최대로 키웠다. 옆에 있던 이진이 뭔가 말을 하려 하자 손으로 저지했다.


“잘 안 들려요. 크게 말하세요.”

“십...삼 층...”

“십삼 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핸드폰 너머에 있는 남자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십삼 층이라고 말해봤자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고층 건물이었다.


“호...텔...”


필사적으로 짜낸 한 마디였다.


“호텔 십삼 층.”


누군지 몰라도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이 정확한 장소를 제시했다. 근처에 있는 호텔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말하는 곳이니 그가 말한 장소는 한 곳을 가리킬 수밖에 없었다.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생각됐다.


“알았어요.”


희민은 전화를 끊으면서 일행의 반응을 살폈다. 모두 상황을 대충 이해하고 있었다.


“호텔 십삼 층이래요. 구하러 가실 분?”

“어? 네가 가는 거 아니었어?”


임길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는 누굴 돕는 체질이 아니라서요.”


그러면서 희민은 문호를 슬쩍 쳐다봤다. 이 중에 구조 활동에 제일 적합한 인물은 아무래도 문호일 것 같았다. 임길수가 희민의 의도를 알아채고 줄을 끊듯이 말했다.


“그래도 이런 건 의뢰 받은 사람이 하는 거지. 빨리 갔다 와. 우린 그때까지 준비 운동이나 하고 있을 테니까.”


희민은 마지못해 “네.” 하고 말하면서 호텔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희민은 이 일을 후다닥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입구까지 갔지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위로 뛰어올랐다. 십삼 층까지 한번에 올라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여서 중간에 발코니를 딛고 한 번 더 뛰어올랐다. 호텔이 많이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바깥쪽으로는 쉽게 오를 수 있었다. 13층까지 다다랐을 때는 봉을 14층 벽에 박아 넣고 다시 빼내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13층은 파티가 열렸던 32층과는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 32층은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 한 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지만 13층은 일반적인 호텔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층이었다.


희민이 들어간 방은 지진의 여파로 침대와 옷장 등의 가구가 모조리 쓰러져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빈방이었는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넘기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희민은 주먹을 가볍게 쥐고 손잡이를 쳤다. 문이 밖으로 쏠리면서 잠금장치가 부서졌다.


복도도 방과 마찬가지로 엉망진창이었다. 전기도 나가 있어 사방은 온통 어두웠다. 희민은 그런 것보다 전화한 사람을 찾기 위해 이 많은 방을 뒤져봐야 하는 게 짜증 났다. 다행히 간단한 해결 방법이 떠올랐다. 아까 왔던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사방이 조용하니 어딘가에 있다면 반드시 벨 소리가 들릴 터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작지만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를 돌아다니며 벨 소리가 들리는 방을 찾았다. 1305호, 그곳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문이 잠겨 있어서 또 한 번 잠금장치를 부숴버렸다.


문을 열자마자 작은 물건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1305호 또한 맨 처음 봤던 방과 같이 가구들이 이리저리 쓰러져 있었는데 유독 발코니 가까이에 있는 옷장만 상대적으로 위쪽에 멈춰 있었다. 벨 소리는 그 너머에서 들려왔다.


갑자기 벨 소리가 멎었지만 이미 발신자를 찾은 뒤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 요원이었다. 그가 어떻게 알려주지도 않은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관 사람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는 쓰러진 옷장에 두 다리가 깔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희민은 봉을 잠시 바닥에 두 손으로 옷장을 들어 올렸다.


“으아아악!”


김 요원이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깨어났어요?”

“희, 희민 씨?”


그는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몸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간신히 몸을 돌린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거칠게 뿜어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대요?”


희민은 근처에 있던 납작한 나무 탁자를 부수고 이불보를 찢으면서 물었다.


“예, 다 아는 법이 있죠...”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119에 전화하시지.”

“정신을 잃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희민 씨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솔직히 꿈인 줄 알았습니다.”

“거 운도 좋네. 자요, 이걸로 대충 응급 처치하세요. 전 바쁜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요. 그러니까 이번엔 119에 전화하세요.”


그러면서 희민은 부서진 나무 탁자와 이불보를 김 요원 근처에 던져줬다. 그리고 봉을 챙기고 발코니로 나가 호텔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김 요원의 상태를 확인했다. 김 요원이 자기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희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컵 두 개에 차가운 물을 가득 담아와 김 요원 옆에 내려놨다.


“이제 진짜 가요.”


그 말 직후 희민은 곧바로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김 요원은 희민이 떠나자마자 물 한 컵을 허겁지겁 마셨다. 몸에 물이 돌자 그제야 살 것 같았다. 화장실 물이란 사실에서 오는 불쾌함은 전혀 없었다.


김 요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 사각형으로 부순 나무 탁자 조각과 이불보를 양손에 들었다.


“이걸로 부목을 만들 수 있을까?”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



“김 요원 아저씨였어요.”


구멍 근처에 있는 일행들에게 희민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 요원? 누구야 그거?”


이진이 허리를 펴며 물었다.


“모르세요? 파티 때마다 저 데리러 오는 사람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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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9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1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7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2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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