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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03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8.12 20:39
조회
3,947
추천
21
글자
8쪽

괴물이 우는 소리: 일 장 - 대면(01)

DUMMY

허름한 상가 건물들 사이로 난 좁고 어두운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곳에 조금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볼품없는 조립식 컨테이너 집이 있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고 찾기도 어려운 곳에 있는 그 집은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항상 의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여덟 명의 아이들이 의문의 집으로 향하는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었다. 모두 오늘이야말로 이 집의 수수께끼를 밝혀내겠다고 굳게 다짐한 상태였다.


좁은 골목이 끝났을 때, 가장 덩치가 큰 아이가 겁도 없이 의문의 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몇몇은 그 뒤를 따랐고 나머지는 주변에서 몸을 숨길 만한 것을 찾았다.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머리통이 훤히 보여 숨으나 마나였지만 모두 제 딴에는 열심히 몸을 숨겼다. 이윽고 집 앞에 도착한 덩치 큰 아이는 먼저 창문으로 안을 훔쳐보려 했지만 커튼이 외부인의 시선을 온몸으로 막고 있었다. 결국,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지만 문에 초인종이 없었다.


“노크할까?”


덩치 큰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에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면서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금속의 차가운 느낌이 섬뜩했다. 아이는 심호흡을 한 뒤에 천천히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열린 문틈으로 아이들이 얼굴 탑을 쌓았다. 조그만 틈으로는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일반적인 가구가 전혀 없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야, 좁아.”


중간에 낀 아이가 불평하면서 몸을 꼼지락거렸다. 그 바람에 탑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쏠렸고 동시에 문이 덜컥 열리고 말았다. 문틈으로 보이지 않았던 장소에는 젊은 여자가 잠옷차림으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긴 칼을 만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본능이 도망쳐야 한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가 그렇듯이 모두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여자는 칼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낯선 침입자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을 보고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는 여자는 확실히 미인이었지만 주변을 도는 냉랭한 분위기에 아이들은 공포를 느꼈다. 이윽고 덩치 큰 아이가 제일 먼저 몸을 일으켜 달아났고 다른 아이들도 그 뒤를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밖에서 상황을 보고있던 아이들은 덩치 큰 아이를 선두로 되돌아오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엉겁결에 같이 줄행랑쳤다. 친구들이 모두 멀어질 때까지 용기있게 남아 있던 아이는 집 밖으로 나온 여자를 발견하고 깜짝놀라 골목 밖을 향해 달려갔다. 여자는 황급히 도망가는 아이를 무심하게 지켜보다가 머리를 한 번 긁고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집 밖으로 나온 여자는 뒤로 묶은 머리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행동하기 편한 반팔 티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등에는 기타 가방을 메고 있었다.


여자는 좁은 길을 빠져나와 인근 대로의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표지판만 덜렁 서 있는 정류장에는 그녀를 제외하면 두 사람밖에 없었다. 저 앞 모퉁이에서 버스가 우회전하며 들어왔다. 여자는 지갑을 꺼내면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도시에서 사무실과 식당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를 막 끝낸 회사원들이 길가에 바글바글했다. 목적지에서 내린 여자는 정류장 바로 앞에 있던 편의점에 들어갔다. 이곳에도 역시 회사원들이 많이 있었다. 한 무리의 여직원들이 편의점으로 수다를 떨면서 들어왔다. 음료수를 고르고 있던 여자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가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여자는 유리병 두유를 홀짝이면서 자동차가 좌우로 주차되어 있는 좁은 골목을 걷다가 오른쪽에 나타난 큰 길로 들어갔다. 외벽이 모두 유리창으로 된 30층 건물이 큰 길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여자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그 건물에 들어갔다. 거의 한 층마다 멈춰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신히 꼭대기 층에서 내린 여자를 맞이한 건 손님도 주인도 없는 휑한 카페였다. 여자는 카페는 무시하고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건물 옥상 입구에는 지문 인식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여자는 망설임 없이 인식기에 검지 손가락을 올렸다. 인식기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ID No.4]라는 메시지만 출력하더니 문을 열었다.


내려오는 햇살이 너무 강해 반사적으로 눈을 반쯤 감아야 했다. 옥상은 주변에 있는 모든 건물 머리 위를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그런 장소에 사람들이 바닥에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어른들 사이에 끼어 있던 여자애가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희민 언니, 여기!”


단발머리에 넓은 이마를 활짝 드러낸 아영은 옆으로 움직여 자리를 만들었다.

희민이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있던 작은 체구의 남자가 바로 옆에 앉은 풍채 좋은 남자와 술잔을 기울이다 말고 그녀에게 물었다.


“희민이는 술 안 먹지?”


임길수. 윗머리가 훌러덩 날아간 그는 항상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통 진지해지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임아영의 아버지이다. 소매가 넓은 검은 예복 비슷한 옷을 입은 그는 술잔을 입에 댈 때마다 소매가 움직이지 않게 다른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그 옆에서 웃음으로 희민을 맞이한 남자는 최수호.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리더 격인 인물로 얼굴에 주름살이 보기 좋게 자리 잡은 남자다. 희민이 등장할 때부터 계속 그녀를 훔쳐보고 있는 젊은 남자의 이름은 최문호로 최수호의 아들이다.

희민은 기타 가방을 뒤에 내려놓으며 불평이 살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급히 오라고 하더니 삼겹살 때문이었어요?”

“아니. 급한 일 맞아. 이건 그냥 점심.”


최수호의 부인이자 문호의 어머니인 이진이 젓가락을 주며 말했다. 희민은 이진이 입은 붉은 와이셔츠를 신경 쓰면서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말을 꺼낼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최수호가 빈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문호가 점을 쳤는데 좋지 않게 나왔어.”


쌈을 목 뒤로 넘기고 있던 희민은 자기를 보며 쑥스럽게 웃고 있는 문호를 무시하며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지 않다는 거에요? 테러라도 일어나나요?”

“30년 전에 나타났던 괴물 때랑 비슷해.”


희민은 먹던 것을 중지하고 눈을 날카롭게 세웠다. 자리에 있는 이들은 이미 얘기를 들었는지 반응이 없었다.

그때 고기를 뒤집고 있던 문호의 팔에 기름이 튀면서 듣기에도 민망한 비명 소리가 옥상에 퍼졌다. 기름이 튄 부분을 문지르며 난리법석을 부리던 문호는 다른 이들의 못마땅한 시선에 소리를 애써 죽였다. 최수호는 문호와 희민을 번갈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혀를 치려는 걸 간신히 멈췄다. 대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어쨌든 그런 의미로 지금부터 비상사태야.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모두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하자.”


희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서 술을 두 잔째 마시고 있던 임길수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희민이는 만약 괴물이 나오면 먼저 덤벼봐. 맨날 자잘한 건만 처리하느라 한 번도 제대로 실력 발휘 못 해봤잖아.”

“야. 넌 말을 해도...”


최수호가 당황하며 말했다. 희민은 씹고 있던 고기를 목 뒤로 넘겼다.


“맞는 말이에요. 한 번은 시원하게 싸워보고 싶기도 하고.”

“이거 봐. 희민이도 나랑 동류라니까?”


임길수가 크게 웃었다. 최수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아빠, 나는?”


아영이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아직 안돼. 방학 때 딴 생각하지 말고 수련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아빠 일할 때 데려가 줄까?”

“거짓말! 맨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정작 데려가 준 적은 한 번도 없잖아!”

“그랬나?”

시치미 뚝 떼는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임길수에게 아영은 소리를 꽥꽥 지르며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약속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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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1 12.10.17 77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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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3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8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0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0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799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2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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