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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595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04 17:38
조회
795
추천
8
글자
11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DUMMY

희민은 박화양의 찍기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했지만 바닥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아래층으로 떨어져 내리는 도중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조각 사이로 박화양이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희민은 그가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떨어지는 조각들을 봉으로 쳐내 날려보냈다. 박화양은 대부분의 공격을 손으로 쳐냈지만 떨어지던 콘크리트 더미에 시야가 막히는 바람에 몇 개는 막을 수밖에 없었다.


아래층에 발이 닿은 희민은 시간을 주지 않을 생각으로 곧장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박화양이 시야에 잡혔을 때 봉 끝으로 땅에 떨어져 있던 작은 시멘트 조각을 날려보냈다. 박화양이 조각을 손으로 날려버렸을 때 다음 공격을 맞출 생각이었지만 박화양은 돌이 몸에 닿기 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어느새 뒤에 있었다. 희민은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봉을 겨드랑이 사이로 찔러넣었다. 봉 끝이 머리 뒤로 날아오고 있던 주먹을 스치면서 궤도가 살짝 바뀌었다. 희민은 박화양의 주먹이 왼쪽 귀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바깥쪽으로 몸을 돌려 주먹을 날렸다.


박화양은 얼굴에 주먹을 맞았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무서운 눈으로 희민을 내려봤다. 흠칫 놀란 희민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박화양은 주먹에 맞은 자리를 손끝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희민은 호흡을 고르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어떤 높으신 분이 쓰던 사무실이었는지 한쪽에 철제 캐비닛이 뭉텅이로 쓰러져있었다. 캐비닛을 날려 미끼로 쓰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지금 상대하는 인물에게 그런 잔재주가 통할리 없었다.


생각하는 사이 박화양이 앞으로 달려와 주먹을 날렸다. 희민은 간신히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 피했다. 주먹에서 풍압이 발생해 뒤쪽에 있던 벽에 부딪혔다. 벽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무너질 때 희민은 정신을 집중해 박화양의 배에 무릎을 날리면서 곧바로 한 손으로 팔을 잡아 뒤로 집어던졌다. 박화양은 조각나 무너지는 벽과 바닥에 차례대로 부딪히며 큰 충격을 받았다.


희민은 박화양이 일어나기 전에 봉으로 내려치려 했지만 박화양은 재빨리 옆으로 굴러 피했다. 애꿎은 바닥이 충격을 받더니 봉을 중심으로 금이 퍼지기 시작했다. 희민은 이를 악물면서 재빨리 봉을 고쳐 잡으려 했지만 박화양이 접근해 주먹을 날리는 쪽이 빨랐다. 주먹을 맞은 배 속이 뒤틀리는 고통이 온몸에 퍼지면서 희민의 자세가 무너졌다. 박화양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희민의 팔을 잡아 이미 유리가 깨져 창틀만 남아 있던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밤하늘과 달이 시야에 지나가면서 희민은 떨어진다면 큰일이라는 생각보다 다시 올라오기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직 손에는 봉이 들려 있었다. 희민은 정신을 바로 잡고 건물 벽에 냅다 봉을 박아넣었다. 밑으로 떨어지던 몸이 갑자기 멈추면서 잠시 동안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배가 당겼다.


희민은 봉에 매달린 상태로 입안에 가득 차있던 침을 밑으로 뱉어냈다. 그리고 그동안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한편, 머리에 쓴 고글이 무사한지 손으로 짚어 확인했다. 천만다행으로 아직도 머리 위에서 버티고 있었다. 희민은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반동을 주다가 날렵하게 봉 위로 올라갔다. 무게 때문에 봉 바깥쪽이 밑으로 휘어졌다. 희민은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채 아래쪽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계절에 맞지 않는 찬바람도 그녀의 정신을 돌려놓지 못하던 그때, 박화양이 위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놀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올라와야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희민은 그를 노려보며 올라갈 방법을 찾았다. 그녀는 봉이 박혀있는 벽에서 약간 위쪽에 있던 창틀만 남은 유리창으로 올라갔다. 다시 바닥에 발을 디딘 희민은 봉을 벽에서 뽑아들고 위쪽으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 어떻게 하면 박화양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그의 공격은 알기 쉬웠지만 워낙 빠르고 강했다. 그 점이 사람을 미치게 했다.


벽에 기대어 쉬고 있던 박화양은 희민이 올라오자 몸을 일으켜 어깨를 돌리면서 말했다.


“와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희민은 들고 있던 봉을 날렸다. 박화양이 날아오는 봉을 손바닥으로 막아냈지만 희민은 곧바로 뛰어나가 온몸의 힘을 실어 발로 봉 끝을 밟았다. 박화양이 뒤로 살짝 밀려났고 희민은 그 사이 공중에서 떠있던 봉을 잡아채고 빠른 속도로 찌르기를 날렸다. 박화양은 공격의 대부분을 피했지만 미처 몸이 따라주지 못한 곳은 이번에도 손으로 막아냈다. 그의 뒤에 있던 벽에 봉의 두께만 한 구멍이 수도 없이 뚫렸다. 희민은 봉 끝에 간단한 날붙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단순해!”


그 말과 함께 박화양은 단번에 날아오는 봉 끝을 손으로 잡아냈다. 희민은 그의 손에서 봉을 빼내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박화양은 팔을 크게 휘둘러 희민을 등 뒤에 있던 벽에 때려 박았다. 이미 약해져 있던 벽이 힘없이 무너졌다.


희민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박화양을 틈을 주지 않고 발을 날렸다.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희민은 봉을 들어 올리며 두 손에 힘을 넣었다. 방어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발차기의 위력이 너무 강력했던 탓에 희민은 그대로 바깥벽을 뚫고 건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래도 이번에는 아까 전처럼 정신을 잃지 않았다. 희민은 이를 악물며 같이 떨어지고 있던 콘크리트 덩어리를 발판 삼아 박화양이 있는 곳으로 뛰어올랐다. 벽에 난 구멍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박화양은 희민이 예상보다 높이 뛰어오르자 당황했다.


다음 순간, 희민은 공중에서 몸을 옆으로 돌리더니 곧바로 박화양을 향해 봉을 내려쳤다. 박화양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두 팔을 머리 위에 교차했다. 강한 충격이 전해지면서 그를 받치고 있던 바닥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박화양은 그대로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충격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박화양은 두 다리에 힘을 잔뜩 넣고 충격이 사라질 때까지 버텼다. 결국 전체 빌딩의 반 이상을 부수며 내려간 뒤에야 추락이 멈췄다. 지진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빌딩 측면에 연필로 그은 듯한 긴 줄이 생겨버렸다.


박화양은 콘크리트 더미에 무릎까지 파묻혀버린 다리를 빼내면서 희민의 위치를 살폈다. 그녀는 한층 위에서 지친 얼굴로 그를 내려보고 있었다.


“잘하네.”


박화양은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 전의 일격 때문에 벽에 수직으로 난 구멍으로 몸을 내밀었다. 바로 밑에서 최수호와 이진이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빌딩 벽을 타고 오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박화양이 있는 층까지 솟아올랐다.


박화양은 친구들의 팔을 붙잡고 안으로 들어오기 쉽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건물 바닥에 가볍게 착지하는 친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가 큰일이라고 그렇게 달려오냐.”

“...너야 말로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냐.”


최수호가 평소보다 감정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대련이야. 대련. 안 그래? 영감 손녀?”


위층에 있던 희민은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대련이라고요?”

“그래. 지금 건 좋았어. 그렇게 잘하면서 왜 괴물한테 맞아서 입원까지 했냐?”


희민은 봉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홱 돌아서서 계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를 걱정하고 있던 이진이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주면서 함께 계단을 내려가 줬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최수호는 화가 난 표정으로 박화양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작작 좀 해라. 왜 쓸데없이 애랑 싸우냐.”

“착각하지 마라. 먼저 시비를 건 건 저쪽이다.”

“애잖아. 그런 건 모른 척 해줘야지.”

“넌 항상 뭐가 그렇게 딱딱하냐. 길수를 봐라. 너보다 먼저 왔으면서도 구경만 하잖아.”


그것은 최수호도 알고 있었다. 최수호 입장에서는 어떻게 친구란 녀석들이 이렇게 자기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이 건물에 난 피해는 대체 누가 보상하며 한밤중에 갑작스레 난 소리로 인해 주변에 발생한 피해는 어떻게 하냔 말이다. 그것도 그랬지만 친구와 함께 있는 아들까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희민이 관계된 일이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나섰는데 말이다.



※※※



“거봐, 내 말이 맞지? 금방 끝나잖아.”


근처 낮은 건물 옥상에 있던 임길수는 바로 옆에 서 있던 문호에게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아버지가 가셔서 멈춘 거 아닐까요?”

“넌 뭘 봤냐? 수호는 끝나고 나서 도착했잖아.” 그는 면박 주듯 말하고 빌딩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녀석이 애를 상대로 진짜로 싸울 리도 없고.”

“애라뇨... 다 큰 성인인데.”


임길수는 자기보다 키가 큰 친구 아들의 머리를 때렸다.


“그래 봤자 우리들 눈으로 보면 너흰 아직도 애야. 특히 너.”

“예? 제가 왜요?”

“넌 우리가 하는 걸 그냥 따라오기만 하고 있잖아. 문호야, 지금은 몰라도 언제까지나 그래선 안 된다.”


그 말에 문호는 속에서 약간의 반감을 느꼈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임길수는 자기가 한 말에 스스로 무안했던지 손가락으로 친구가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나저나 너희 아빠도 참 융통성 없다. 어차피 금방 끝날 걸 알면서 부랴부랴 말리려 가고.”

“그래도 저 건물 주인은 감사할걸요. 더 이상 부서지는 걸 막았으니까. 만약 저게 아저씨

건물이었으면 이렇게 보고만 있지 않았을 거잖아요.”

“내 건물이었으면 당장 달려가서 둘 다 요절을 내버렸지.”


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왜 그런 거니?”


이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희민은 입을 꾹 다물고 바닥만 내려봤다. 잘잘못을 따지거나 추궁하려는 게 아니었기에 이진은 속이 탔다. 항상 자신을 숨김없이 표현했던 희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죄송해요. 잠시 머리 좀 식힐게요.”


그 말을 남기고 이진에게 도망치듯 벗어난 희민은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에서 벽에 몸을 기댔다. 대련, 박화양이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처음부터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산 정상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지 못한 괴물을 박화양이 순식간에 제압하는 모습을 본 순간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던 희민이었다. 감히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일부러 그를 찾아가 시비를 건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도전할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희민은 품 안에 봉을 끼고 행동을 이끌어 낸 그 느낌이 어디서 왜 나왔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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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3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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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3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2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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