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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02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01 15:45
조회
921
추천
9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DUMMY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벌어지니 좀 빠른 감도 없지 않네요.”


문호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시간을 지체하면 그놈이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어제 같은 일이 또 벌어질 거야.”

“정말 그렇게 확신하는 거예요? 괴물 짓이라고?”


아들의 말에 최수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백 프로 괴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솔직히 말하면 난 아니었으면 좋겠어. 땅굴만 한 녀석이 돌진해오면 막는 거만으로 벅찰 거야.”


아버지의 솔직한 대답을 들은 아들은 이 일이 최선이라는데 동의했다. 그때 희민과 아영이 옥상에서 내려왔다. 최수호는 방금 말한 것처럼 일정을 말해 주려다가 희민의 봉을 보고 말했다.


“봉을 가져왔구나.”

“예.”

“영감님 칼 얘긴 들었다. 상심이 크겠구나.”

“조금은요.”

“오늘 자정에 땅굴을 조사할 거니까 그때까지 푹 쉬어라.”


희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에서 리모컨을 찾아 전원이 꺼져 있던 텔레비전을 켰다. 구조 대원들이 폐허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뉴스 내용에 집중했다. 생명에 관련된 것은 어떤 종류라도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생존자를 구한 소식 다음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친구랑 놀러 왔었는데 갑자기 땅이 쾅! 하고 흔들리는 거예요.”

“큰 거 전에 살짝 흔들리긴 했는데요.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나라가 지진이 잘 나는 곳은 아니잖아요.”

“땅이 떨려서 서 있을 수도 없었어요. 운 좋게 들어간 빌딩이 아니었다면 전 죽었을 거에요.”

“전 어떤 분들이 구해줬어요.”


화면에 나온 청년은 아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어제 갔었던 호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분들은 어떤 분들이었나요?”


왜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기자가 그에게 질문하는 걸까.


“에... 침착한 분들이셨어요. 모든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려 할 때 탈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셨고요. 결국 그 계획으로 건물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건물 안에 갇혀 있었던 것 치고는 많이 다치지 않으셨는데요.”

“그러게요. 하늘이 도운 거죠.”


천만다행으로 청년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말해주었다. 최수호는 청년의 이름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이 대장에게 말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다들 그렇게 긴장하세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던 희민이 물었다.


“알고 있잖니. 우리는 외부에 노출돼선 안 되는 거.”


이진이 손바닥을 위로 들면서 타이르듯 말했다.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요.” 희민은 텔레비전에서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왜 우리가 숨어야 하는 거죠?”


대답이 없었다. 두 어른 중 대답해주지 못하고 곤란한 표정만 지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희민은 그들이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다. 그래서 자기가 한 질문을 자기가 끝내기로 했다.


“분명 우리가 일반 사람하고는 다르니까 모든 걸 드러낼 순 없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요. CIA나 FBI처럼 말이죠.”

“맞아. 그러면 나도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 있을 텐데.”


아영이 옆에서 맞장구쳤다. 최수호와 이진은 서로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문호는 슬쩍 벽에 걸려 있던 시계를 봤다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맞다. 아영이 너 오늘 집에 내려가야 되지?”

“응. 왜?”

“길수 아저씨가 너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달라고 하셨거든. 나가자. 차로 데려다 줄게.”

“잠깐만, 나도 짐 챙겨야지. 그런데 아빠는 뭐 하고 있어?”

“지금까지 안 나오시는 거 보면 주무시는 것 같은데?”


아영은 주저 없이 아버지와 함께 쓰던 방으로 들어갔다. 과연 임길수는 햇빛이 그대로 들어와 땀이 날 정도로 더운 방에서 아직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



버스 터미널은 방학이라 그런지 평일 임에도 사람들로 넘쳤다. 특히 무거운 가방을 손에 든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가방을 든 사람들은 모두 피서지에 놀러 가는 특유의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대기실에 홀로 앉아 오렌지 주스를 빨대로 마시고 있던 아영은 그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자, 10분 뒤에 버스로 잡았어.”


매표소에서 돌아온 문호가 표를 건네주며 옆자리에 앉았다. 아영은 빨대에서 입을 떼지 않고 표를 확인했다.


“지진이 나도 놀러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집으로 가고…”

“아영이도 놀러 가고 싶어?”


문호가 새삼스레 묻자 아영은 눈을 흘겼다.


“당연하지. 나 여태까지 바다에 가본 적이 딱 두 번이야. 내 친구들은 해외여행도 자주 가는 데 난 제주도도 가본 적이 없다고.”

“그것참 부러운 친구들이구나…”


문호 자신도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아영의 불만에 크게 공감하게 했다.


“그나저나 오늘 밤에 간다는 땅굴. 많이 위험한 거지?”


아영이 문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어제 있었던 지진의 원인일지도 모르니까 안전하진 않겠지.”

“조심해. 어제처럼 다쳐서 오지 말고.”


한눈에 심각해 보이는 희민 만큼은 아니었어도 문호도 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문호는 아영이 자신을 생각해 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손.”


아영이 갑자기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문호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눈을 크게 뜨고 머뭇거렸다.


“소온.”


아영이 눈을 흘기며 재촉하는 바람에 문호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었다. 아영은 문호의 손가락 끝을 조심스레 잡더니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힐끔 거리는 것 같아 문호는 참기 힘들었다.


“아영아. 저기…”

“조금만 가만히 있어봐!”


아영이 갑자기 신경질을 내는 바람에 문호는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1분쯤 지났을 때 아영이 천천히 고개를 다시 돌렸다. 아직 얼굴에 붉은 기가 남아 있었다.


“희민 언니 말이야.”

“응? 희민 씨가 왜?”

“언니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밀고 들어가니까 그럴 때는 오빠가 옆에서 지켜줘야 해.”

“내가? 하지만 희민 씨가 내 도움을 필요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럴 때는’ 이라고 했잖아. 언니가 무리할 거 같을 때 잘 살펴봐 줘. 오빠는 어떻게 언니를 좋아하면서 언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내가 그런가?”

“언니가 뭐 한순간에 눈에 하트 두 개 붙이고 오빠 좋다고 달려들 거 같아? 조금씩 단계를 밟아야지 단번에 목표 지점까지 갈 생각이나 하고.”


문호는 자기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아영에게 설교를 듣는 게 창피해서 사정없이 얼굴을 붉혔다. 한 편으로는 아영의 말대로 그동안 희민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해온 것 같아 부끄러웠던 것도 있었다. 평소 철없어 보이기만 했던 아영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았다.


전광판에서 다음 버스에 대한 안내가 나왔다. 아영은 버스를 타야 할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됐다.” 아영은 잡고 있던 손을 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말 명심하고, 잘해!”


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아영이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타는 사람은 적었지만 아영은 보이는 곳의 반대쪽에 있는지 앉은 모습까진 보이지 않았다.



※※※



“알고 있겠지만 현장은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어. 우리는 언론 통제만으로도 힘든 상황이니까 그 부분은 알아서 해주게. 어차피 밤에 가는 거니까 크게 힘들진 않잖아? 문제는 지진의 원인이 정말 괴물이라면, 그 녀석이 다시 움직이면 어떻게 하냐는 거야. 자네들이 확실히 막을 수 있겠나?”


이 대장의 불안한 감정은 핸드폰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해봐야 압니다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 똑같은 일이 분명히 일어나겠죠.”

대답에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이 대장의 불안함을 적게나마 가시게 해줬다.

“후, 알았네. 잘 부탁하지.”

“예. 그럼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최수호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며 자기도 모르게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자신 있게 말은 했지만 상대의 정체도 힘의 세기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땅굴 안에 있던 그것이 뿜어내는 이질감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껏 괴이한 생명체들을 꽤 봤다고 자신했지만 이토록 긴장된 적이 없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오더니 머리카락이 얼굴을 때렸다. 제법 아팠다. 어이가 없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실성했냐? 왜 갑자기 웃어?”


때마침 옥상으로 올라오고 있던 임길수가 핀잔을 줬다. 급히 헛기침하며 수습하려 했지만 아내와 젊은 애들까지 자기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어 상황을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준비되면 올라오라니까.” 괜히 남 탓을 한다.

“준비할 게 뭐 있나. 몸만 제대로면 됐지.”

“그런데 왜 전부 우르르 몰려왔어. 한 명만 올라오지.”

“어? 헬기 타고 가는 거 아니야?”


이진이 의외란 듯 말했다.


“힘든가 봐. 현장에 들어가는 것도 알아서 하랜다.”

“귀찮네. 그럼 지금 출발해?”

“그래. 모두 내려가자.”


제일 먼저 밑층으로 내려온 문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인데도 올라오는 데 열 번 가까이 멈춰 도착하는 데 오래 걸렸다.


“야, 아무래도 전용 엘리베이터라도 좀 만들어야겠다.”

“그러려면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할걸.”


임길수의 불만은 단 한 마디에 묵살됐다.

다행히 밑으로 내려갈 때는 기적적으로 한 층에서도 멈추지 않아 아무도 불만을 얘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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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0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0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799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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