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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18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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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
추천
8
글자
11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DUMMY

눈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빛에 괴물은 눈을 떴다. 어느새 아침이었다. 요 며칠간은 해가 있을 동안에는 움직이지 못했지만 땅굴로 내려온 지금은 반대였다. 괴물은 위장 장치와 방어막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한 후 어젯밤 자신이 떨어져 내린 구멍을 무심결에 올려봤다.


그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 중 하나가 되살아났다. 기억 속에서 괴물은 말라버린 우물 밑바닥에 앉아 있었다.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몸에 상처는 없었다. 무슨 이유에선가 스스로 우물 안으로 몸을 숨긴 것이다.


괴물은 왜 자신이 우물에 있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는 평소처럼 한가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상점 앞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 상점의 손님 중 하나가 그를 불러세우고 물건을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괴물은 그 자리에서 거절했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그를 공격했다. 당황한 괴물은 상대방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쓰러뜨렸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불길한 낌새를 느낀 괴물은 그 자리에서 도망쳐 쓰지 않는 우물 속으로 피한 것이다. 괴물은 우물 속에서 이틀을 버티고 아무도 없는 밤에 다시 올라왔다.


현실로 돌아온 괴물은 단순히 부탁을 거절했을 뿐인데 왜 상대가 화를 내고 자신이 몸을 숨겨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을 가다듬어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떠올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전투복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움직이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생각을 멈추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괴물은 일전에 인간들이 방해하느라 가지 못했던 땅굴 안으로 걸어갔다. 등 뒤에 있던 은은한 빛이 점점 멀어지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다행히 그동안 눈이 어둠에 적응했다.


가끔 굽이지지만 대부분 평탄한 땅굴을 한참 동안 들어가다 보니 저 멀리 인간들이 쓰던 건물의 일부가 보였다. 혹시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괴물은 벽에 몸을 밀착하고 건물을 살펴봤다. 인간은 없는 것처럼 보였고 건물도 상당히 파손되어 있었다. 그런데 윗부분이 완전히 부서져 버린 아랫부분과 다르게 날카로운 무언가에 절단된 것처럼 보였다.


건물 위에서 내려오는 빛 덕분에 땅굴이 잠시 동안 밝아졌다. 하지만 괴물은 그것보다 부서진 건물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재빨리 건물을 지나쳤다. 다시 땅굴은 어두워졌고 코를 막아야 했던 냄새도 멀어졌다. 빛과 냄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사라졌을 때는 어둠과 정적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한참 동안 걷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에 다다랐다. 모퉁이를 지나고 얼마 걸리지 않아 갑자기 땅굴이 비교도 안 되게 넓어졌다. 괴물은 긴장하며 발을 내밀었다가 땅이 있다고 생각했던 곳이 공중이란 걸 깨닫는 순간 아래로 구르며 떨어졌다. 도대체 얼마나 깊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구르는 거지? 라고 생각한 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몸은 여전히 경사를 구르고 있었다.


마침내 바닥에 도착했을 때는 몸 여기저기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방어막이 큰 충격은 막아줘도 자잘한 충격은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괴물은 바닥에 엎드려 입안에 잔뜩 들어온 흙을 뱉어내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괴물은 자신이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전투복은 그의 물음에 응답하지 않았다. 애초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전투복에는 무리한 질문이었다. 대신 그 무언가가 바로 눈앞에 있다고 전투복은 끊임없이 알려줬다. 괴물은 고개를 들었다.


바로 앞에 있을 그 무언가의 정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둠 속에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컸다. 거대한 돌 석상을 눈앞에 두고 괴물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설마 이걸 부수라는 건가? 전투복은 괴물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명령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전투복의 붉은빛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석상 옆을 끼고 돈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 부분을 발견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아래를 노려보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았다. 괴물은 잠시 동안 눈싸움을 하듯 뱀의 눈을 노려보다가 기세에 눌려 고개를 돌렸다. 만약이라도 이런 것이 공격해온다면 도망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


괴물은 다시 빙 돌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곳에는 커다란 뱀 석상밖에 없는 것 같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전투복이 가리킨 곳이 이곳이 아니라 더 위쪽이나 아래쪽인지 의심되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석상 주변을 돌아다니며 벽에 난 구멍까지 샅샅이 찾아보았다. 하지만 쥐면 가루가 되어버리는 흙덩어리만 손에 잡혔다.


괴물은 허탈한 심정을 느끼면서 석상의 머리 부분으로 걸어갔다. 혹시라도 입안에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위아래로 나 있는 이빨이 금방이라도 자신을 물것만 같아 두려웠다.


입안에서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몸을 빼내려 할 때 괴물은 실수로 가장 큰 이빨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방어막이 순간 푸른 빛을 내면서 반짝였다. 그 순간 괴물은 살기를 느끼고 재빨리 몸을 뒤로 내뺐다. 방금 전까지 머리가 들어가 있던 곳에 날카로운 이빨이 겹쳤다. 돌 석상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을 이루고 있던 돌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석상이 애초에 돌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돌로 싸여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거대한 갈색 뱀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변을 살폈다. 괴물은 위장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다시 한 번 살폈다. 자신의 팔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뱀은 머리를 여기저기 움직이다가 괴물이 왔던 길로 나가려는 듯 몸을 움직였다. 그때 뱀의 꼬리 끝이 괴물의 몸에 닿았다.


이상한 감촉을 느낀 뱀은 재빨리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괴물은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꼬리와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갑자기 위장 장치가 제멋대로 풀려버렸다. 다시 작동시키려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동시에 적을 발견한 뱀이 입을 크게 벌리고 이쪽으로 돌진해왔다. 괴물은 어쩔 수 없이 두 팔을 있는 힘껏 벌리고 크게 소리 질렀다.




※※※




지상에 있던 달인들은 동시에 신호를 느끼고 본부로 모였다. 천막 안에 그려둔 진이 머리가 부서질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진이 제일 먼저 도착해 황급히 발로 진을 지우자 곧이어 임길수와 문호가 도착했고 뒤이어 희민이 도착했다. 항상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박화양도 식사 시간이 아닌데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내가 아는 녀석이 아닌데?”


박화양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자 이진이 대답했다.


“맞아. 이건 지하에 봉인해 둔 특제 뱀이 잡힌 신호야.” 그녀는 모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 이런 용도로 그려둔 게 아닌데... 어쨌든 모두 알겠지만 봉인이 풀린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빨리...”


바로 그 순간 일행은 또 다른 기운을 느꼈다. 단 한 명만이 그 기운의 정체를 알고 미소 지었다.


“놈이다.”


모두 박화양의 말에 모두 놀라면서 그를 바라봤다. 새로 나타난 기운은 뱀과 거의 같은 곳에 있었다. 최수호가 박화양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할 때 갑자기 땅이 크게 흔들렸다. 모두 바닥에 몸을 엎드리고 있을 때 박화양은 혼자 천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뒤를 최수호가 쫓아갔다.


“이게 뭔 일이야!”


여전히 기계를 만지고 있던 김가진은 갑작스런 지진에 요원들과 함께 탁자 밑으로 몸을 피했다. 곧바로 근처에 있던 건물이 흔들리면서 낙석이 떨어졌고, 그 중 하나가 방금 전까지 손보고 있던 기계 위로 떨어져 완전히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김가진은 조금뿐이긴 하나 자신의 손때가 묻은 기계가 부서진 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 원인을 본 사람은 건물 옥상 위를 달리고 있던 박화양과 최수호뿐이었다. 두 사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넋 놓고 쳐다봤다. 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거대한 뱀이 땅을 뚫고 올라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최수호는 그 모습을 보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신호가 가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이 대장님. 빨리 받으십시오.”


하늘로 솟구쳤던 뱀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땅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핸드폰 저편에서 이 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군! 지금 지진이...”

“지진이 아닙니다. 뱀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최수호는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뱀의 입을 보면서 말했다. “저희가 찾던 괴물도 함께 있습니다. 둘 다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




“김 요원님. 상황이 심상치 않아요. 빨리 대피하세요.”


이진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자마자 김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폰의 버튼을 눌렀다.


“모두 이곳에서 벗어난다. 다시 반복한다. 모두 이곳에서 벗어난다.”

“잠깐만! 잠깐!”


땅이 잠잠해진 틈을 타서 본부로 김가진이 뛰어들어왔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겠습니까? 반드시 저것을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김가진씨...” 김 요원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걸 본다고 해도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항상 친절하게 대해줬던 김 요원이 그렇게 말하자 김가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다가 책상 위에 있던 모니터에 표시되는 화면을 보았다. 녹색 화면에서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생물이 도시를 들쑤시고 있는 모습이 흰색으로 표시되었다. 결국 김가진은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빨리 준비하죠.”


그가 천막 밖으로 나가자 김 요원은 이진을 돌아봤다.


“그럼 부탁 드립니다.”


이진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천막 밖으로 나가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바로 옆에 있던 건물 옥상으로 올라온 그녀는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리 출발했던 세 사람이 저 멀리 보였다. 얼마 안 가 그녀는 남편의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박화양은 최수호와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더니 혼자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최수호는 그가 달려간 쪽을 지켜보다가 뒤이어 도착한 세 사람을 멈춰 세웠다.


“뭐야, 왜 멈춰 세운 거야?”


제일 늦게 도착한 이진이 답답한 듯이 물었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 몸을 멈칫했다.


“박화양, 저 자식…"


최수호는 힘없이 중얼거리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때 몸부림치던 뱀이 일행 근처에 있던 고층 빌딩의 허리를 치면서 지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뱀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괴물이 뱀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두 팔과 다리로 입을 지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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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7) +2 12.10.15 840 10 10쪽
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4 10 14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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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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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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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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