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720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18 12:19
조회
975
추천
15
글자
9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DUMMY

일행은 일전과 같은 곳에 밴을 세워두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호텔로 향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군인들이 없었다. 솔직히 있었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도로에 뚫린 구멍은 아직까지 그대로 있었다. 이번에는 다들 뛰어들다시피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몸에 묻은 비를 털어내면서 임길수가 투덜댔다.


“나 기상청에 취직해야 할까 봐. 진짜 비가 오네.”


하지만 다들 자기 몸 챙기는 데 바빠서 그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는 이가 없었다.


“가자.”


최수호가 앞장서서 뱀이 봉인된 곳의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문호가 자신의 휴대용 손전등으로 앞을 비췄다. 희민은 아까 차 안에서 말했던 대로 일행의 맨 뒤에 섰다. 땅굴은 이리저리 굽고 가끔씩 위아래로 조금씩 파이긴 했지만 대체로 원만했다. 아무런 일 없이 10분쯤 지났을 때 앞에 있던 최수호가 아들에게 말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어제 왔던 곳이야. 이 앞부터는 확인되지 않은 곳이니 주의를 단단히 해라.”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땅굴은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이어졌다. 혹시나 동료 뱀이 나타나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었지만 거친 고요만 계속 이어졌다. 걷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자 문호가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거 꽤 긴데?” 이진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대체 어디로 이어져 있는 걸까?”

“제가 한 번 점을 쳐볼게요.”


문호가 앞으로 나섰다.


“그래라. 이대로 가다간 해 뜰 때까지 걸을 것 같다.”


이진은 손목에 매고 있던 염주를 아들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손전등과 교환했다. 염주를 손에 든 문호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뒤 그는 염주를 뜯어 알들을 바닥에 흩뿌렸다. 이진에게 손전등을 되돌려받은 문호는 염주 알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점괘가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봤다.


“어라?” 그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이거 전에 갔던 그 강 근처로 이어져 있는데요?”

“그 괴물 찾으러 갔던 곳?”

“네. 그 근처 산 밑으로 이어져 있어요.”

“이거, 예감이 별로 좋지 않은데. 안 그러냐, 수호야?”


임길수는 친구의 표정을 살폈다.


“그래.”


최수호는 턱을 손으로 감싸면서 뱀과 괴물 사이의 연관점을 생각했다. 짚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둘 다 평범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법한 것들만 떠올랐다. 이런 건 애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럼 나중에 박 기사에게 연락하는 걸로 하고 여기서 돌아갈까?”

“그래.” 이진이 바닥에 떨어진 염주 알을 줍고 몸을 일으켰다. “문호하고 같이 와서 다행이지. 나 혼자 왔으면 전부 거기까지 걸어갈 뻔했네.”

“그래, 그런데...”


최수호가 갑자기 주먹으로 허공을 쳤다. 모두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금속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주먹 뒤쪽에 있던 벽에 처박혔다. 문호가 재빨리 손전등을 비췄다. 그곳에는 인간보다 두 세배는 큰 무언가가 갑작스런 공격에 몸을 뒤틀고 있었다.


“뭐야!”


임길수가 재빨리 친구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최수호는 오른손을 공중에 털면서 말했다.


“나도 몰라. 바로 옆에 올 때까지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어. 내 옆으로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

“저건 무슨... 방탄복 같은데?”


괴물은 몸에 입고 있는 두꺼운 옷 때문인지 아니면 최수호의 공격이 얕았는지 벽에 파묻혀 있었지만 그다지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바로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살피려는 듯 새까만 눈과 고개만 살짝살짝 움직였다.

쓰린 속을 내색하지 않으려 힘쓰고 있던 희민이 말했다.


“저거, 우리가 그때 추격했던 그 괴물 같은데요.”

“그래. 생김새가 옛날 일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그런데 저 옷은 대체…”


최수호가 잠시 희민을 보면서 말하는 순간에 괴물이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목표는 희민이었다.


희민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몸을 향해 날아오는 괴물의 주먹을 바깥쪽으로 피하면서 봉으로 녀석의 머리를 쳤다. 봉이 머리에 닿는 순간, 희민은 괴물이 쓰러지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남는 팔로 녀석의 목을 감싸고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내던졌다. 괴물이 요란하게 바닥을 구르며 쓰러졌다. 희민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목 부분을 잡았던 손을 내려봤다.


바닥에 쓰러진 괴물의 머리 위로 최수호의 발이 내려왔다. 괴물은 머리에는 아무 것도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머리를 맞았는데도 몸이 공중에 살짝 떴다가 땅에 떨어졌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 최수호는 발을 거뒀다. 그 순간 괴물은 급히 몸을 일으켜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시도하려는지 두 손으로 갑옷의 이곳저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 중 그 누구도 그럴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행동이 제일 빨랐던 건 임길수였다.


임길수의 주먹이 괴물의 옆구리에 박혔을 때 한순간이지만 괴물의 몸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동시에 미세한 전류 비슷한 것이 녀석의 몸을 감싸듯 흐르는 것이 보였다. 임길수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괴물의 주먹이 배를 치고 있었다. 한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이 전해졌다. 배 속이 정상이 아니라서 속에 있는 걸 그대로 토하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괴물의 팔을 잡는 걸 선택했다.


“이 개자식이!”


임길수는 그대로 괴물의 팔을 두 손으로 잡아 천장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단단한 것들이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땅굴을 가득 메우고 흙먼지가 후드득 떨어졌다. 그것들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임길수는 위로 뛰어올라 괴물의 얼굴에 발을 먹였다.



※※※



깊은 밤, 비가 내리는 피해 현장에서는 소수의 구조 대원들만 남아 있었다. 계속된 작업으로 피곤함에 지친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할 겸 근처 빈 건물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울리더니 먼 곳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잠이 막 들려 했던 대원들은 급히 몸을 일으키고 안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대원 중 한 명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연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어둠과 비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모습은 로켓이 솟아오르는 장면과 비슷했다.



※※※



“아, 진짜 저 바보 녀석.” 이진이 땅바닥에 펼쳐놓은 염주 알을 보면서 짜증을 냈다. “지금 위로 올라가면서 가정집에 아예 구멍을 내먹었고 남서쪽에 있던 구조 요원들이 싸우는 걸 봤어. 난 봉인에 영향이 안 갔는지 보러 갈게.”


이진은 곧바로 뱀을 봉인했던 장소로 달려갔다.


“그럼 우린 이 구멍으로 올라가 봐야겠다.” 최수호는 빗물이 떨어지는 작은 구멍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전 나중에 올라갈게요.”


힘없는 목소리의 주인은 희민이었다.


“속이 안 좋아졌니?”

“예.”

“그럼 괜찮아지면 바로 올라와라. 우리 먼저 가마.”

“죄송해요.”


최수호는 곧바로 구멍 위로 올라갔다. 문호는 뛰어오르기 직전에 희민을 한번 돌아봤지만 그녀는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지상으로 올라와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임길수와 괴물이 서로 다른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최수호는 괴물이 떨어지는 곳으로 문호는 임길수가 떨어지는 곳으로.

임길수는 이미 무너져버린 빌딩 사이로 처박혀버렸다. 그곳에 도착한 문호는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빠져나오는 임길수를 발견했다.


“남아 있던 구조 대원들이 아저씨가 올라가는 걸 봤대요.”

“진짜? 아, 짜증 나네. 이 대장에게 한 소리 듣겠구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괴물은 어떻게 됐어요?”


임길수는 방금 전 추락의 충격으로 다 닳아버린 예복 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별로 크게 다치진 않았을 거야.”

“왜요?”

“그놈 방어막 같은 게 있더라고. 웬만큼 때려선 뚫을 수가 없더라. 온 힘을 다했더니 간신히 부서서 때리긴 주긴 했는데 밀려 나와서 이 꼴이고.” 그는 팔을 벌려 너덜너덜해진 옷을 펼쳐 보였다. “그놈한테는 수호가 갔냐?”

“예.”

“우리도 빨리 가자. 그놈 분명히 처음 봤을 때 보이지도 않았잖아?”


두 사람은 최수호의 기운이 있는 곳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최수호는 대로변에 앉아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들과 친구가 멀리서 뛰어오는 것을 본 그는 한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는 그 상태로 통화를 잠시 동안 더하고 나서 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놓쳤다.”


억지로 태연한 척하는 목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물이 우는 소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괴물이 우는 소리: 에필로그 +7 12.11.02 1,111 9 14쪽
40 괴물이 우는 소리: 최종장(3) +1 12.10.30 941 10 11쪽
39 괴물이 우는 소리: 최종장(2) +1 12.10.28 901 8 11쪽
38 괴물이 우는 소리: 최종장(1) +1 12.10.26 901 7 12쪽
3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1) +2 12.10.24 885 6 13쪽
36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0) +1 12.10.22 821 10 11쪽
35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9) +1 12.10.19 870 8 10쪽
34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1 12.10.17 773 8 10쪽
33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7) +2 12.10.15 843 10 10쪽
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7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3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31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9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3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2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3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4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60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7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1,000 23 12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6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1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6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6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32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5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8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31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5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4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