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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06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30 18:03
조회
1,030
추천
7
글자
11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DUMMY

“일단 기본적인 요구는 들어줬으니 돌발 행동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본부에 머물면서 장비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희민 씨에게 붙였던 수신기가 범상치 않아서 한번 시험해보려는 겁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물건인가요?”


문호가 앞으로 몸을 내밀며 물었다.


“보통 수신기라 하면 작아도 딱딱한 형태인데 저 사람이 만든 건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마치 스티커 같습니다. 희민 씨도 수신기가 옷에 붙은 걸 알아차리지 못했잖습니까?”


희민은 곁눈질로 김 요원을 봤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김 요원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희민 씨. 다음부터는 어딘가에 침입할 일이 있으면 저희하고 상담해주세요.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요원들이 항시 대기 중입니다.”


희민은 창피한 나머지 고개를 푹 숙였지만 새빨개진 귀까지 숨기진 못했다.



※※※



괴물은 인간들 대부분이 한곳에 모여 있는 틈을 타서 움직였다. 전투복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괴물은 인간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인간이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위치를 아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데서 오는 이득이 훨씬 컸기 때문에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었다.


목표물이 가까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괴물은 이 속도대로라면 오늘 밤에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옆에 있던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백발의 시선이 한순간 자신을 꿰뚫은 걸 느꼈다. 괴물은 문 옆에 몸을 밀착시키고 천천히 밖을 내다봤다. 백발이 있던 높은 곳을 올려봤지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자신을 발견하고 이동한 것이 틀림없었다.


괴물은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단단히 묶인 것 같았다. 백발 인간이 한 짓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렇다면? 괴물은 전투복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을 목표물로 이끄는 것처럼 몸을 구속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고개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몸을 굳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닿았다. 백발 인간이 바로 앞에 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이미 멈춰버린 몸은 물론이고 들키지 않기 위해 숨도 최대한 작은 소리로 쉬었다. 백발 인간은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하나하나 곱씹듯이 노려봤다. 그리고 갑자기 의심이 갔는지 냅다 주먹을 날려버렸다. 괴물이 숨어 있는 건물에서도 보이는 곳이었다. 진동이 벽을 타고 몸에 전해졌다. 단순히 허공에 주먹을 날린 것뿐인데 건물 안에 있던 물건들이 부서져 산산조각 났다.


백발 인간은 그 건물 앞에 잠깐 서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다행히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걸어갔다. 괴물은 심하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자신을 숨겨준 어둠에 감사했다. 그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 있던 건물에 백발 인간이 주먹을 날리면서 아까보다 더 큰 진동이 밀려왔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참았다.


힘든 순간이 지나가고 백발 인간도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드디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괴물은 바닥에 엎드려 숨을 몰아쉬었다. 그간 몸속을 막고 있던 것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호흡이 안정되었을 때 괴물은 두 손으로 전투복을 만졌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투복의 도움이 없다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인간들에게 잡히거나 죽게 될 게 뻔했다. 그건 전투복이 몸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보다 싫었다.


괴물은 이제 길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목표물이 있는 곳으로 쉬지 않고 달렸다. 분명 이 근처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목표물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지금 괴물에겐 그것밖에 없었다.



※※※




박화양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분명 흐릿한 물체가 걷고 있는 것을 봤는데 정작 찾아내지는 못했다. 자기가 잘못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신경질적으로 무너져버린 빌딩에 주먹을 날렸다. 거친 폭발음과 함께 유리와 가구, 콘크리트 더미들이 부서지면서 벽에 날아가 부딪쳤다. 박화양은 조금 더 힘을 줘서 벽에 구멍을 내버리려고 하다가 그만뒀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괴물 놈에게 위치를 알려주기만 해선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야 이놈아. 그렇게 때려 부수면 건물 주인은 무슨 죄냐.”


낯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임길수와 문호가 서 있었다. 박화양은 먼지 묻은 옷을 털면서 못 미더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는 너는 놈을 찾아내고 말하는 거냐?”

“아니! 흔적도 못 찾았다!”

“뻔뻔하기는.”


박화양은 두 사람을 지나쳐 원래 있었던 빌딩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문호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대체 왜 애꿎은 건물을 부수고 있었을까요?”

“아마 이 근처에서 놈을 봤을 거야.”

“설마요.” 못 믿겠다는 말투였다.

“쟤가 저렇긴 해도 쓸데없는 짓은 절대 안 하는 놈이다. 어쨌든 아직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둘러보자.”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건물들을 샅샅이 흩어보았지만 괴물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문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점을 쳐봤지만 역시 아무런 답도 나오지 않았다. 하긴 본부에 그려둔 진에서도 소식이 없는데 일반적인 점으로 잡힐 리가 없었다.


“음? 문호야 잠깐만 이쪽을 비춰봐라.”


임길수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이 층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문호가 휴대용 손전등으로 무너진 더미 사이를 비추자 임길수는 대뜸 다가가더니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 올려 옆으로 치웠다. 문호는 혹시 괴물의 행방을 알아낸 건가 싶어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했다. 임길수는 건물 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이봐요. 괜찮습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문호는 후다닥 더미 위로 올라가 임길수가 뚫어 놓은 구멍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젊은 청년이 피범벅이 된 채로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숨을 간신히 내쉬고 있었다. 문호는 얼른 손전등을 치우고 콘크리트 더미를 치우는 것을 도왔다.


더미 안에서 청년을 꺼내는 것도 고역이었다. 청년은 몸 여기저기가 성하지 않았던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오른쪽 팔과 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있어서 등에 업히는 충격도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임길수가 웃옷을 벗어 청년을 문호의 등에 고정하면서 이어폰으로 말했다.


“어이 김 요원. 나 임길순데 혹시 본부에 응급 처치할 수 있는 도구가 있나?”


잡음과 함께 이어폰에서 김 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있습니다만. 어디 다치셨습니까?”

“아니. 건물에 깔린 남자를 발견해서. 오른쪽 팔과 다리가 심해.”


김 요원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준비해놓겠습니다. 빨리 데리고 오십시오.”

“들었지?” 임길수는 문호를 보면서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환자분이 아프지 않게. 제대로 안 하면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희민이한테 이른다?”


문호는 원망과 분노와 어이없음이 섞인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한숨을 푸욱 쉬고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리 들었던 대로 요원들이 천막 안에서 응급처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요원 중 한 명이 환자를 고정한 옷을 풀고 등에 업힌 청년을 조심스럽게 간이침대 위에 눕혔다. 문호는 한숨 돌리면서 옷을 임길수에게 돌려줬다. 두 사람은 요원들이 청년을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천막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가진이 그들을 맞았다.


“인명 구조도 하시는군요?”


임길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성격이 조금 모나서 그런데.” 그는 김가진 앞에 멈춰 섰다. “지금 자네가 하는 말 말이야. 순수하게 놀라는 건가 아니면 비꼬는 건가?”

“물론 전자입니다. 당신들과 적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길 바라네”


임길수와 문호가 옆으로 지나가자 김가진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김가진을 돌아봤다.


“뭔가?”

“이번에 여기서 일어났던 지진. 자연적인 건 아니죠? 그것만 가르쳐 주십시오.”

“맞아. 자연적인 건 아니네.”


김가진은 너무나 간단하게 바라던 대답이 나오자 잠시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답을 얻은 기쁨이 너무 커서 자칫하면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감사합니다!”


김가진은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임길수는 문호와 함께 순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어깨 위로 손을 들어보였다. 모퉁이를 지나 본부가 보이지 않을 때 문호가 물었다.


“그걸 그렇게 가르쳐줘도 돼요?”

“어차피 알만한 놈들은 다 알아.”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 말에 임길수는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켰다.


“넌 사람하고 대화할 때 눈을 좀 보는 버릇을 들여라. 저놈이 좀 괴짜긴 해도 나쁜 놈은 아닌 것 같더라.”

“그게, 말은 그렇게 하는데 진짜로 보여요?”

“경험이 쌓이면 다 보여.”

“거짓말 같은 데요.”

“어른 말에 토다는 거 아니다.”



※※※




최수호와 이진은 수색은 잠시 접어두고 땅굴 안에서 거대 뱀의 봉인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부부가 다시 땅굴을 돌아 나오는 도중에 최수호가 입을 열었다.


“이 땅굴, 예전에 괴물을 처음 봤던 강하고 이어져 있다고 했잖아.”

“맞아. 그게 왜?”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우연이 아닌 것 같아.”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


이진이 핸드폰 불빛으로 남편의 얼굴을 비추다가 그가 표정을 찡그리자 재빨리 화면을 앞으로 돌렸다.


“여기서 뱀이 난리 치고 얼마 안 있어 괴물을 땅굴 안에서 만났잖아. 그게 마음에 걸려.”

“혹시 여기에 보물이라도 있나? 자기가 갖겠다고 여기로 몰려드는 걸지도 모르잖아.”


장난기 섞인 말투였지만 일리 있는 말이었다. 최수호는 과거의 일을 회상했다. 처음 맞닿아 당시 일행과 싸웠던 괴물은 이번 녀석과 다르게 매우 호전적이었다. 달인들이 수적으로 우세에 있었지만 도저히 녀석을 막지 못해서 민간인 피해도 상당했다. 그리고 결국, 그 당시 막 완성되었던 신도시 하나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그때는 녀석의 목적을 알아낼 여유 자체가 없었다. 단지 녀석을 막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이번 녀석은 옛날이랑 달라서 무작정 공격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대신에 비현실적인 기술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건 그래.” 이진은 남편의 말에 동의했다. “기도 느껴지지 않고 진에도 잡히지 않다니. 확실히 문제 있어.” 그녀는 몇 걸음 더 가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도 비현실적이다?”


최수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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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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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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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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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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