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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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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09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28 18:42
조회
840
추천
8
글자
9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DUMMY

“김 요원 아저씨. 벌써 움직여도 괜찮아요?”


희민이 마중 나온 김 요원에게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김 요원은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네. 심하게 다친 곳은 다리뿐이니까요. 그나저나 괴물에게 다쳤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보여서 다행입니다.”


희민은 그 말을 무시하듯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봤다. 괴물이 몸을 숨길 수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어 항상 주위를 경계해야 했다.


김 요원이 어깨 위로 손을 들어 올리자 뒤에 서 있던 남자 요원에게 품에서 자그마한 이어폰을 꺼내 희민에게 내밀었다. 선이 없고 한쪽 귀에만 꽂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희민은 그 물건을 받자마자 냉큼 오른쪽 귀에 꽂았다.


“현재 이 부근에 있는 달인 분들과 요원들 간에 통신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평상시에는 듣기만 가능하고 말을 할 때는 바깥에 있는 버튼을 누른 채로 말하면 됩니다. 단 여러 명하고 연결되어 있으니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는 게 좋습니다.”

“편리하네요. 그런데 이런 형식은 끼고 있는 부분 소리가 잘 안 들리게 되잖아요. 그 부분을 보완한 물건은 없나요?”


김 요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은 안되나 봅니다.”


그때 모퉁이에서 여자 요원과 남자 요원 두 명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김 요원을 보자마자 목을 숙여 인사하며 다가왔다.


“뭐 찾은 거 있나?”


김 요원이 묻자 여자 요원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없습니다. 아무것도.”

“그래. 계속 수고해.”


두 사람은 희민과 김 요원을 스쳐 지나가 다음 모퉁이에서 사라졌다.


“저도 슬슬 괴물을 찾으러 가봐야겠네요.”


희민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휴식이 필요하시면 근처에 천막을 쳐났으니 그곳으로 오십시오.”


희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금 전 두 요원이 왔던 길로 걸어갔다. 그녀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뒤에 서 있던 남자 요원이 말했다.


“상당히 어리네요.”

“어리지.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세. 너 달인의 아들 봤지?”

“네. 완전히 사람이 아니던데요.”

“저 사람도야. 여자라서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렇지 일반 사람과는 격이 다르지.”


남자 요원은 희민이 사라진 모퉁이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뭔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겉모습은 같은 사람인데.”

“세상이 언제 공평하게 돌아가는 거 봤냐? 휠체어나 밀어라. 빨리 본부로 돌아가자.”

“알았습니다. 선배.”


홀로 거리를 걷던 희민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시선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시선이 정면으로 바라봤다. 먼 곳에 있는 고층 빌딩 위에서 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저 인사하듯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희민도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가던 길을 갔다. 문득 호텔에서 죽었던 여성의 이름이 생각났다. 김 요원이 그녀의 일을 알고 있는지 마음에 걸렸다. 왜 중요한 일은 항상 뒤늦게 생각나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다시 김 요원을 만났을 때는 꼭 김영미에 대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현장에 어둠이 내려오자 요원들이 설치해둔 조명이 하나둘씩 불을 밝혔다. 다들 진전없는 수색 작업에 피로를 느끼고 식사 및 휴식을 취하기 위해 본부로 모였다.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준비된 음식은 라면이었다. 커다란 솥 같은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양이었다.


“낮에는 빵이더니 밤에는 캠핑 온 것도 아니고 라면이라니.”


문호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 그 목소리를 용케 알아들은 여자 요원이 애써 웃는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저희 쪽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요.”

“아, 아닙니다.”


예상치 못했던 대답에 문호는 얼굴을 붉혔다.


“밖에서 이렇게 먹는 라면도 참 오랜만이구만.”


임길수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나무젓가락으로 면을 들면서 말했다. 그 옆에는 최수호와 이진이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빵보다는 따뜻하고 국물 있는 게 더 낫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박화양은 아예 냄비 옆에 죽치고 앉아서 다 먹기가 무섭게 다시 그릇을 채웠다. 그는 벌써 다섯 그릇째 먹고 있었지만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희민은 도로변에 일렬로 쭉 앉아 있는 요원들 사이에 끼어서 식사했다. 모두 아무 말 없었기 때문에 안면이 없었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식사를 끝마쳐갈 때 끼고 있던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모두 동작을 멈추고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아직 현장을 돌고 있던 요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던 민간인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안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집에 놔둔 물건을 찾을 때까지는 나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김 요원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어폰의 버튼을 눌렀다.


“현재 위치가 어떻게 되나?”

“본부에 거의 다 왔습니다.”

“그럼 일단 이리로 데려오게. 먼저 식사부터 대접하고 생각하지.”

“알겠습니다.”


잠시 뒤 두 명의 요원이 남자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들과 확연히 구분됐다.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던 희민은 그 남자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김가진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희민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것을 눈치챈 김가진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희민이 다리를 걸어 그를 넘어뜨렸다. 깜짝 놀란 요원들이 거리를 두고 물러설 때 희민의 봉 끝이 김가진의 얼굴을 노렸다.


“여긴 무슨 일이지?”


희민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김가진은 바닥에 쓰러진 고통에 잠시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간신히 대답했다.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아가씨 정체가 뭐냐고. 그 대답을 들으러 온 거야.”

“그래? 내가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아냈고?”


김가진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오른쪽 팔꿈치를 가리켰다.


“여길 한 번 잘 살펴봐 봐.”


그때 최수호가 달려와 희민의 옆에 섰다.


“무슨 일이냐?”

“어르신. 이 사람 잠시 동안 감시 좀 해주세요.”


희민은 그렇게 말하고 김가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뒤로 걷다가 천막으로 들어갔다. 얼떨결에 부탁을 받은 최수호는 바닥에 쓰러진 김가진을 탐탁잖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김가진은 눈을 돌리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오?”


최수호가 물었다.


“저는 그냥 과학자입니다.”

“과학자? 그런 사람이 여기에 올 일이 있나?”

“그러게 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천막에서 희민이 나오더니 납작한 비닐 같은 것을 김가진의 머리 옆에 던졌다. 김가진은 그것을 집어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


“잘 찾았네. 이건 수신기야. 내가 만든 거고.”




[오 장 - 격돌]



“난 그냥 저 아가씨가 내 연구실에 무단 침입했길래, 대체 어떤 사람 인가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김가진은 라면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김 요원에게 얘기했다. “그게 죄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네. 뭐, 상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그냥 특수 기관이라고 해두겠습니다.”


희민은 김가진이 보이는 곳에서 다른 이들에게 그가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박화양은 없었다. 박화양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빌딩 위로 올라가 주변을 관찰했다.


“확실히 그 괴물의 전투복과 같은 재질 맞아?”


최수호의 물음에 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확실해요. 저 사람 말로는 아버지가 남긴 걸 가지고 자기가 만들었다고 하는 데 아버지란 사람은 이미 죽은 지 10년이 넘었대요.”

“그건 곤란한데.”

“아무튼 저 사람이 괴물과 접촉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 인간이 만들었다는 로봇 말이야. 그거 작동은 하는 거냐?”


임길수가 엉뚱한 곳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아니요. 작동하는 건 못 봤어요. 듣기로는 걷기는 할 줄 아는 것 같은데.”

“그래? 그런데 걷는 로봇은 이미 여러 개 있지 않나?”

“아마 발표된 것만으로도 꽤 있죠? 스스로 균형을 잡는 로봇도 있던 걸요.”


김가진과 대화를 나누던 김 요원이 스스로 휠체어 바퀴를 굴려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는 말하기에 앞서 한숨을 푸욱 쉬었다.


“저 사람이 말하길 괴물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는군요.”


희민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 믿는다고 하더니.”


그 말에 다들 '그 난리를 쳤는데 말이 되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희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김 요원이 계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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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3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9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1 7 11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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