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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20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22 14:23
조회
995
추천
8
글자
11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DUMMY

“봉쇄가 아니라 봉인이라네.”


옆에 서 있던 임길수가 단어를 수정했다.


“아, 죄송합니다. 어쨌든 그곳으로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죠.”


김 요원은 휠체어를 미는 요원 한 명만 대동했고 다른 요원들에게는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현장에 온 요원들의 수는 김 요원까지 포함해 모두 열여덟 명이었다. 최수호는 이 정도 숫자로는 괴물을 잡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지원이 많지 못해 죄송합니다.”


김 요원이 불쑥 말을 꺼냈다. 최수호는 혹시 김 요원이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실수를 용납 못 하는 완벽주의자란 생각이 들었다. 김 요원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달인들께서도 힘들어하시는 적을 저희가 잡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의 발목을 잡는 것 정도는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아니요.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네 사람은 호텔 앞에 나 있는 구멍에 도착했다. 김 요원은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임길수가 구멍 근처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여길 내려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요?”


그의 말에 대답한 건 김 요원이 아니라 최수호였다.


“내가 요원님을 등에 업을 테니까 너는 휠체어를 가지고 내려가.”

“휠체어는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휠체어를 밀던 남자 요원이 황급히 제안했다. 임길수는 휠체어를 가지고 내려가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 젊은 요원이 제대로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일반 사람은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든 높이였다.


“됐소. 내가 할 테니까 그쪽은 다치지 않게 조심하기나 하쇼.”


그 말대로 임길수와 최수호가 바닥에 도착했을 때 그 요원은 아직 반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임길수가 다시 올라가서 중간에서 요원을 업고 내려왔다. 땅굴 아래로 내려와 다시 휠체어에 앉은 김 요원이 감탄하듯 말했다.


“정말 일반인들과는 다르시군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니 저로서는 곤란하군요.”


최수호가 그렇게 대답하고 있을 때 임길수는 옷에 있는 주머니를 뒤지다가 휴대용 손전등이 문호에게 있는 걸 깨달았다.


“혹시 손전등 있는 사람 있나?”


세 명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핸드폰에 라이트 기능 있는 사람?”

“아, 제 핸드폰에 그 기능 있습니다.”


남자 요원이 드디어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불을 비췄다. 손전등만큼은 아니지만 어두웠던 땅굴이 밝아졌다.


“좋아. 그럼 가봅시다”


뱀이 봉인된 곳으로 이동하면서 김 요원은 부하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앞을 비췄다.

앞에 두 명의 달인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땅굴 안은 으스스해서 두 명의 요원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혹시나 있을 상황을 대비해 언제든지 가슴팍에 있는 권총을 꺼낼 준비를 했다.


“이것 때문에 지진이 났던 거군요.”


김 요원이 말을 꺼냈다.


“아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최수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근처에 지하철이나 지하로 층이 많은 건물이 있다면 영향이 아예 안 가진 않았을 테니 그것도 조사를 해봐야 할 겁니다.”

“예. 그래야겠죠.”


급하게 오른쪽으로 꺾이는 모퉁이를 지나고 얼마 안 있어 최수호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이 안쪽인데 밑으로 경사가 급하니 그냥 이곳에서 봅시다.”

“어디쯤 그것이 있습니까?”

“잠깐 실례.”


임길수가 김 요원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을 낚아채듯 빌려서 땅굴 안을 비췄다. 저 안쪽으로 돌로 된 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머리는 안쪽을 향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거대한 몸뚱아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찍어라.”


김 요원이 부하에게 명령했다. 남자 요원은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품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내 녹화했다.


“봉인은 저 상태에서 몇 년이나 효력을 발휘합니까?”

“지금 상태로는 반년에서 일 년 정도입니다.” 최수호는 보수 작업을 거쳐서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는 불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단 외부의 방해를 받으면 금방 풀릴 수 있습니다. 그런 얘기 많죠? 봉인을 풀어 악귀를 밖으로 내보낸다던지 하는 거요.”

“예.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런 거랑 별 차이 없는 거죠.”


안쪽을 비추던 임길수는 봉인을 촬영하는 데 너무 긴 시간을 쓰는 것 같아 들고 있던 핸드폰을 김 요원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이제 나갑시다. 지금 급한 건 저 뱀이 아니라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괴물 자식이니까.”

두 요원은 민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문호는 병원 밖으로 나오다가 차를 현장에 놔두고 온 것을 깨닫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서 택시를 잡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한 희민은 곧바로 특실에 입원해 이진이 옆에서 간호하고 있었다. 빨리 부적을 가져와야 했다. 돈이 많이 들어도 일 인실을 잡은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부적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희민이 의식만 있었더라도 병원이 아니라 바로 집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일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다. 근래 가장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 도로가 꽉 막혔다. 택시 요금이 올라가는 속도에 비례해서 마음이 점점 초조해져 갔다. 어처구니없게도 사고가 났던 터널만 빠져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길이 뻥하고 뚫렸다.


택시가 집 근처 대로에 도착했다. 문호는 서둘러 내리면서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금방 내려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택시 기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달음에 집에 도착한 문호는 정문으로 들어가면서 제발 엘리베이터가 일 층에 있기를 빌었다. 천만다행으로 엘리베이터는 내려오는 중이었고 삼 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일 층에 도착하는 몇 분 동안 문호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내렸다. 문득 이대로 타고 올라가도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멈출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호는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층에서 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닫아놓았기 때문에 아무런 방해 없이 온 힘을 다해 오를 수 있었다. 계단으로 30층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는 11층에 머물러 있었다.


불이 모두 꺼져 있는 카페에 들어선 순간 문호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몸집을 한 누군가가 창 근처에 서 있었다. 희민을 다치게 한 괴물이 생각나, 한순간 그대로 돌진해 녀석과 함께 창문 밖으로 떨어질 생각까지 들었다.


“수호 아들이냐?”


가볍게 인사를 건넨 덩치의 정체는 박화양이었다. 그는 손으로 백발을 머리 뒤로 넘기며 돌아봤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죠?”


문호는 그를 경계하며 물었다.


“네 아비가 가르쳐 줬다. 그런데 모두 어디 갔길래 아무도 없는 거냐?”

“어떤 보이지 않는 괴물 때문에 현장을 감시하고 계십니다.”


심기가 불편한 게 뻔히 느껴지는 말투였다. 박화양이 제대로 하지 않아 괴물이 도망쳤고, 그 때문에 희민이 다쳤다. 문호 입장에서 도저히 박화양을 살갑게 대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군. 이곳으로 와서.”

“뭐가 다행이라는 거죠?”

“힘들게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잖아.”

“처음부터 놓치지 않았으면 찾아다닐 일도 없었겠죠.”


그는 그렇게 툭 던져놓듯 말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서랍장에서 아직 쓰지 않은 깨끗한 부적들을 뭉텅이로 챙겼다. 불을 끄고 방 밖으로 나왔을 때에도 박화양은 여전히 창가에 서 있었다. 그가 문호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부적은 왜 챙기냐?”


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부적에서 나오는 기운은 극히 소량일 텐데 박화양은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곧이어 그런 사람이 왜 괴물을 놓쳤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희민 씨가 괴물에게 습격당해 다쳤습니다.”

“희민이라면... 글피 영감 손녀?”


글피 영감이란 분에 대한 얘기는 가끔씩 들었지만 문호는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확실히 아는 것은 희민이 그분의 손녀라는 것밖에 없었다.


“예.”

“두 번이나 졌나. 안타깝군.” 박화양은 알 수 없는 얘기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문호를 보며 말했다. “네 아비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줘라.”

“전 지금 병원에 빨리 가서 어머니께 부적을 드려야 하는데요.”

“그럼 근처라도 상관없다. 거기까지만 데려다 줘.”


문호는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박화양이 협력한다면 분명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너 왜 밑으로 가냐? 그냥 뛰어내리면 되잖아.”


박화양이 계단을 내려가는 문호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문호는 짜증을 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소리가 나서 사람들 다 깨우게요?”

“소리야 안 내면 되지.”

“그게 말이 됩니까?” 짜증이 폭발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박화양은 한쪽 눈을 가늘게 떴다.


“알았다 알았어. 그냥 계단으로 가자.”


올라가는 요금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택시 기사는 손님이 다른 덩치 큰 손님을 데려오자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한 분이 더 오셨네요.”


문호가 조수석에 타며 말했다.


“네. 일행입니다. 왔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죠.”


박화양은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최수호의 기운이 느껴지면 바로 택시에서 내려 달려갈 계획이었다.



※※※



힘겹게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흰색이지만 군데군데 검게 물들어 있는 타일은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희민은 이런 타일로 만들어진 천장을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단어가 생각날 듯 말 듯하면서 머릿속을 헤엄칠 때 코를 찌르는 낯선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냄새가 나는 곳은 병원밖에 없다.


“아악...”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배가 너무 당겨 신음만 나왔다. 얌전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머리 왼쪽에 묘하게 감각이 없었다. 천천히 손을 갖다 대보니 4센티미터 정도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실이 만져졌다. 그 순간 괴물에게 왼쪽 머리를 얻어맞은 것이 생각났다. 정신이 바로 나갈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는데 머리가 찢어진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상처를 만졌던 손으로 눈을 덮고 조금 지났을 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 정신이 들었니?”


이진은 한 손에 들고 있던 과일 음료 세트를 침상 옆의 작은 냉장고 위에 올려놓았다.


“역시 병원 하면 이런 걸 먹어줘야지.”


그녀가 상자 안에서 병 하나를 꺼내 ‘마실래?’ 라고 묻는 얼굴을 했지만 희민은 고개를 저었다. 숨을 쉬기만 해도 배가 아파오는데 무언가를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진은 아쉬운 표정으로 병을 상자에 도로 넣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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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6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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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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