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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596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07 14:47
조회
822
추천
7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DUMMY

큰 충격을 받은 뱀의 머리가 몸통 사이로 쑥 들어가버리면서 똬리를 튼 몸이 풀어졌다. 뱀의 꼬리가 천장에서 이진이 있던 자리로 떨어졌다. 그녀는 옆으로 걸음을 몇 발자국 옮기는 걸로 간단히 피했다. 땅굴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 공격을 받은 뱀이 움직이지 않자 임길수는 자세를 풀었다.


“우와, 깜짝 놀랐네.”


임길수는 왼손으로 심장 부분을 감싸 쥐며 말했다. 최수호가 그를 지나쳐 뱀에게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기절한 것 같아, 깨어나기 전에 빨리 봉인하자.”

“여보!”


이진의 외침과 동시에 최수호는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가 있던 자리에 순식간에 뱀의 머리가 꽂혔다. 머리가 땅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기를 바랬지만 그걸 비웃듯 뱀은 주변의 흙과 함께 손쉽게 머리를 뽑아냈다.


“골 아프게 됐군.”


최수호가 임길수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모두 뱀의 움직임에 대비했다. 임길수가 손전등을 문호에게 던져 돌려줬다.


“잘 비춰라.”


그 말과 동시에 임길수와 최수호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 즉시 뱀의 꼬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진이 몸을 날려 꼬리 안쪽에 있던 문호를 안고 밖으로 피했지만 목표는 그가 아니라 임길수였다. 제일 처음 뱀에게 한 방 먹여 자신감에 차있던 임길수는 뱀의 머리로 뛰어오르는 순간 날아오는 꼬리에 맞아 한쪽 벽에 처박혔다.


뱀이 임길수를 때리고 잠시 멈추는 순간 최수호가 밑으로 내려오던 뱀 꼬리에 발을 날렸다. 뱀의 꼬리는 순식간에 천장에 부딪히며 흙먼지를 만들어냈다. 최수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뱀에게 접근해 기다란 몸 한가운데 주먹을 내질렀다.


뱀이 고통에 몸을 크게 흔들기는 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뱀의 몸통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러서지 않고 타이밍을 맞춰 다시 발을 날렸다. 몸통이 벽에 부딪힘과 동시에 머리가 크게 꺾였지만 크게 벌려진 입은 최수호를 노리고 다가왔다.


아직 머리가 최수호에게 닿으려면 한참 남았을 때, 뱀의 눈동자에 희민이 비췄다. 그녀는 먼저 봉을 크게 휘둘려 머리를 친 후 공중에서 몸을 돌려 연이어 발차기를 먹였다. 최수호를 노리던 뱀의 머리는 몸통이 부딪힌 반대쪽에 처박혔다.


“벽을 만들고 있어요.”


바닥에 착지한 희민이 다가서며 말했다. 최수호는 뒤를 힐끗 돌아봤다. 그 말대로 아내와 아들이 바닥에 급히 그려진 진에 각각 자리 잡고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있었다.


“안돼! 도망칠 곳이 없으면 구멍을 새로 파서 도망칠 거야! 그러면 또 지진이 일어나게 돼!”


그가 소리치기 무섭게 두 사람은 벽을 생성하는 작업을 멈췄다. 하지만 동시에 뱀이 희민과 최수호를 중심에 두고 몸을 둥글게 말기 시작했다.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주변에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벽이 세워졌다. 두 사람은 이 장소가 이제까지 걸어온 땅굴보다 배는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주변이 뱀의 몸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한 군데를 치자!”


최수호가 외쳤다.


“어디를요?”

“여기!”


희민은 얼떨결에 최수호가 주먹을 날린 곳을 동시에 공격했다. 뱀의 몸통이 공격을 받은 쪽으로 날아가면서 안에 있던 두 사람도 함께 끌려갔다. 그 방향에 있던 이진과 문호는 급히 몸을 피했다. 뱀은 모퉁이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서야 겨우 멈췄다. 최수호와 희민은 뱀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서 빠져나왔다.


“저쪽으로 날리면 어떡해! 도망치면 어쩌려고!”


임길수가 멀리서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뱀은 도망가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리며 일행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해왔다. 방금 뱀에게서 탈출한 최수호와 희민은 뒤돌아보기 무섭게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뱀의 속도가 너무 빨라 도저히 시간에 맞춰 반격할 수 없었다. 그들을 향해 임길수가 뭐라 외쳤지만 뱀이 바로 뒤에 쫓아오면서 땅을 울렸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눈으로는 볼 수 있었다. 이진과 문호가 아까 전에 만들다 만 벽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벽이 만들어지기 직전에 두 사람은 간신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 직후 벽이 완성됐다. 돌진해오던 뱀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땅굴 안이 쩌렁쩌렁할 정도로 울렸다.


“신호하면 벽을 없애! 모두 준비해!”


뱀은 충격을 받지도 않았는지 머리로 있는 힘을 다해 벽을 계속 들이받았다. 희민은 그 모습을 보고 호텔에 있을 때 있었던 지진을 생각해냈다. 일정한 간격으로 일어났던 진동은 이 뱀이 무언가를 부수기 위해 계속해서 들이받아서 생긴 것이었다.


“없애!”


최수호의 외침과 함께 이진과 문호는 벽을 부숴버렸다. 동시에 뱀의 머리가 날아왔다. 제일 앞에 있던 최수호를 제치고 희민이 앞으로 나갔다.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녀는 날아오는 뱀의 턱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봉 끝으로 뱀의 턱을 위로 쳐올렸다.


원래 의도는 봉으로 턱을 꿰뚫을 작정이었지만 그러기엔 힘이 부족했다. 그래도 그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뱀의 머리는 위로 높이 뜨는가 싶더니 뒤로 크게 꺾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최수호와 임길수가 땅굴 천장까지 뛰어올랐다. 몸의 힘을 모두 실은 두 개의 주먹이 위로 드러난 뱀의 턱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뱀의 몸이 반으로 접히고 머리가 땅속에 파묻히면서 땅굴 안을 흙먼지로 가득 채웠다.


“콜록...콜록... 모두 괜찮아?”


이진은 손으로 부채질하며 얼굴 주변의 흙먼지를 날려보내려 애썼다.


“전 괜찮아요.”


근처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들고 있던 손전등 때문에 흙먼지 속에서도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진이 아들에게 다가가는 동안 흙먼지가 조금 내려앉았다. 그러자 봉을 옆에 놔둔 채 바닥에 누워있는 희민의 모습이 보였다.


“희민아! 괜찮니?”

“아, 예...”


목소리에 힘은 없었지만 단순히 긴장이 풀린 것이었다.


“왜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갔어? 위험할 뻔했잖아.”

“그냥 그대로 맞받아쳐도 끝낼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이 맞아.”


임길수가 흙먼지 속에서 나오며 말했다. 뱀의 턱을 친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감싸고 있는 게 그도 꽤 무리한 듯 보였다.


“희민이가 잘한 거야. 잘했어.”


그는 칭찬의 말을 하다가 흙먼지를 한 움큼 들이마셔 연신 기침을 해댔다. 먼지가 꽤 깊숙이 들어갔는지 큰기침을 서너 번 정도 하자 겨우 진정됐다.


“그래도 좀 무모했어. 조금만 늦었으면 저놈 배 속에 있었을걸.”


이진이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덕분에 잡았잖아. 그걸로 된 거지.”

“아직 잡은 건 아니야.” 흙먼지 속에서 나온 최수호가 말했다. “그냥 기절한 거지.”

“그게 잡은 거잖아. 가끔 보면 너는 너무 따져.”


임길수는 못 당하겠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 이진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질렸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됐어. 이제 봉인할 테니까 좀 떨어져 있어. 문호야!”


이진은 뱀에게 다가가며 손전등으로 뱀을 비춰보고 있는 아들을 불렀다. 그녀는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뱀의 머리 부분에 자리 잡았다. 꼬리 부분에는 문호가 자리했다.


두 사람은 오른손바닥을 뱀 쪽으로 내밀고 왼손으로 공중에 복잡한 기호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뱀의 몸이 천천히 굳기 시작했다. 뱀의 몸이 축 처져 있었지만 아무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봉인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사소한 방해에도 여태까지 엮어놓은 매듭이 풀어지는 복잡한 기술이었다. 이진이 어려운 부분을 엮고 문호가 비교적 쉬운 부분을 맡음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지만, 모든 정신을 봉인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외부의 간섭에 취약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봉인이 거의 마무리 단계가 되자 긴장이 한결 풀어졌다. 이제 한 걸음만 앞으로 나아가면 완성이었다. 최수호만이 만일을 대비해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다른 위험은 없어 보였다.


위험은 가능성은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곳에서 일어났다. 뱀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희민이 재빨리 봉을 들고 달려나가려 했지만 임길수가 제지했다.


“지금 치면 여태까지 해왔던 봉인이 풀려!”

“그럼 어떻게 해요?”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 전에 봉인이 끝나길 빌어야지!”


누구보다 초조한 건 아내와 아들이 위험하게 된 최수호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눈이 빠져라 뱀을 주시했다. 봉인이 끝나기 전에 뱀이 정신 차려 아내와 아들을 공격하면 그 즉시 반격할 수 있게 준비했다. 그것은 임길수와 희민도 마찬가지였다. 뱀의 몸이 꼬리부터 딱딱하게 굳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돌로 변해갔다. 봉인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였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조금만 있으면 뱀은 순식간에 돌이 될 것이다.


그런데 뱀의 머리가 거추장스러운 것을 벗어 던지듯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수호는 아내와 아들의 상태를 살폈다. 두 사람은 아직 봉인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뱀이 봉인을 푸는 속도보다 두 사람이 봉인을 엮는 속도가 빨랐다.


이진이 눈을 떴다. 자신이 맡은 부분을 완료한 것이다. 동시에 거칠게 움직이던 뱀의 머리가 멈췄다. 한순간 봉인의 효과로 움직임이 멈춘 거라 생각했지만 봉인을 깨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잠시 멈춘 것이었다. 뱀의 눈동자에 비치던 이진이 문호로 바뀌면서 머리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짧은 순간 이진은 최수호에게 입술만 움직여 말했다. 그 말은 '움직이지 마' 였다. 문호는 강한 충격을 받고 자리에서 튕겨 나갔다. 당황하며 눈을 떠보니 자신의 자리에서 뱀을 향해 팔을 뻗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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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7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3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799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3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1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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