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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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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12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22 18:39
조회
816
추천
10
글자
11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0)

DUMMY

아무래도 짐까지 진 상태에서 한번에 올라갈 수는 없어서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문호도 따라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계단을 이용했다. 옥상 문은 잠겨 있었지만 희민의 발차기 한 방에 벽에서 뜯겨 나갔다. 내부 치장이 화려한 것이 비해 옥상은 의외로 삭막했다.


희민은 우주선을 잘 볼 수 있도록 난간으로 이동했다. 높은 곳에서 보니 우주선이 거대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희민은 위치를 몇 번 조절하더니 배의 끈을 풀고 짊어졌던 봉들을 옆에 내려놓았다.


“문호 씨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나요?”


역시 봉들을 내려놓고 있던 문호는 ‘지금도 부탁을 들어주고 있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호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희민은 봉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봉들은 각각 등급이 나뉘어 있어요. 가장 많은 게 일 각이고 그 뒤로 이 각부터 구 각까지 있어요.”

“생소한 단어네요.”

“저희 할아버지만 쓰던 거라서 그래요.”


그 순간 희민은 머리를 찌르는 듯한 기운을 느끼고 우주선 쪽을 돌아봤다. 누군가 싸우는 모습이 보였는데 기운을 봐선 최수호와 이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만으로는 그 많은 수를 막기 벅찼는지 많은 괴물이 주변으로 빠져나와 골목을 뛰어다녔다. 그것들은 대부분 우주선 쪽으로 이동하던 군인들과 마주쳤다.


괴물들이 총알을 맞고 방어막이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대부분 사격을 받아도 방어막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고 돌진해 한 번에 군인을 네다섯 명씩 죽였다. 군인들이 뒤로 후퇴하며 사격을 해도 적어도 5초는 넘어야 방어막이 사라졌다. 괴물은 그 뒤 총알에 의해 벌집이 되었지만 희생이 너무 컸다.

희민은 머리를 흔들어 방금 본 장면을 날려보내고 지금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했다.


“혹시 다트 잘하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문호는 과거를 회상하며 대답했다.


“다트요? 글쎄요. 한 두 번 해 본 게 다라서 잘한다고 할 순 없겠는데요.”

“으음, 그럼 물건을 던져서 목표로 한 지점에 맞추는 건요?”


그 말에 문호는 희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채고 말았다.


“혹시 봉을 던지라는 건가요?”

“네. 어떻게 안 될까요?”


문호는 머릿속이 혼란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찡그렸다. 이 높이에서 봉을 던진다라, 던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괴물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아니요. 목표는 괴물이 아니에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호는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을 했다. 희민은 바닥에 내려놓은 봉들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이 봉들은 기본적으로 약한 편이에요. 일 각에서 삼 각까지는 제힘도 간신히 견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그걸로 괴물을 공격하면 분명히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부러질 거예요. 그러니 봉이 하나 부러질 때마다 제 손에 다음 봉이 들어올 수 있게 근처로 던져 주세요.”


문호는 머리가 복잡했다. 희민이 요청한 대로 했을 경우, 짧은 시간 안에 몇 번의 점을 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점을 쳤을 때 생기는 반발력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희민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질 정도였다. 게다가 봉이 손에서 없어지는 즉시 잡을 수 있게? 그런 건 불가능해 보였다.


“희민 씨. 하지만...”

“알아요. 무리한 부탁이라는 거. 하지만 지금 제가 저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끼지 말고 모두 내던져야 해요. 예전이었다면 이런 건… 역시 힘든가요?”


문호는 희민의 눈을 바라봤다. 언제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평소와는 다른 확고한 의지가 보였다. 갑자기 얼마 전 호텔에서 그녀가 점을 쳐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문호는 이번에도 요청을 거부해 실망을 주기 싫었다. 그리고 아영의 부탁도 있었다. 이번에도 그 부탁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 해볼게요.”

“고마워요.”


희민은 살짝 미소 지었다. 힘든 일을 무리하게 부탁했기 때문에 양심에서 나온 쓴웃음이었지만 그 순간의 미소가 문호에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것도 맡아주세요.” 희민은 몸에 지니고 있던 봉을 문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 수많은 봉 중에 유일한 십 각이에요. 되도록 이걸 쓰기 전에 상황이 정리되면 좋겠지만… 만약 봉들이 모두 떨어지면 그때 이걸 던져주세요.”

“알겠어요. 그럼 일 각부터 던지면 되는 거죠?”


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서 일 각짜리 봉을 발로 차올리고 손으로 잡았다. 문호는 희민이 준 봉을 발치에 내려놓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물건에 지나지 않았지만 희민의 물건이 바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북돋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 행동 방법이 다른 두 사람이 협력을 하게 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심하세요.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문호는 팔뚝에 매고 있던 염주알을 뜯어 왼손에 쥐고 오른손에는 일 각짜리 봉을 쥐었다.


“믿어요.”


희민은 그렇게 말하고 곧장 빌딩 아래로 몸을 떨어뜨렸다. 묶은 머리가 위로 떠오르고 공기가 얼굴을 치는 가운데 희민은 가지고 있던 봉을 유리창에 박아넣었다. 지진에도 버텼던 유리창이 촤르르 무너지면서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희민은 적당할 때 유리창을 밟고 뛰어 반대편 건물 옥상으로 날아갔다. 떨어지면서 괴물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대충 확인한 희민은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차례대로 쓰러뜨리기로 했다.


문호는 손안에서 염주알을 살짝살짝 굴리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제까지 해본 적이 없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행위가 될 터였다. 평소에 하던 것처럼 큰 동작은 쓸 수 없었다. 손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염주가 가르쳐주는 것을 눈치채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느낌이 아주 좋았다.



※※※



“전면전은 위험하다! 모두 후퇴하면서 사격해라!”


소대장이 대원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뛰어오는 괴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란 불빛만 사정없이 튈 뿐, 녀석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소대가 괴물과 상대하다 몸에 구멍이 뚫려 죽는 모습을 본 뒤라서 모두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대원 중 한 명이 재장전을 하다가 탄창을 떨어뜨리는 실수까지 했다.


“소대장님! 이곳은 막혔습니다!”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앞에서는 여전히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원들은 일제히 수류탄에 손을 가져갔다. 좁은 골목에서 사용하면 결과야 뻔했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 괴물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리던 그때, 갑자기 위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려와 괴물의 머리를 쳤다.


희민은 괴물이 쓰러지지 않고 버티자 얼굴을 찡그리며 바닥에 내려왔다. 좁은 골목길이라 봉을 쓰기엔 적합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런 건 상관없었다. 다행히 총알로 누적된 충격과 방금 전의 공격 때문에 방어막은 사라진 것 같았다.


희민은 괴물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봉을 크게 휘둘렀다. 봉에 닿은 벽이 칼에 베인 것처럼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옆구리에 공격을 받은 괴물이 크게 휘청거렸다. 희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려 녀석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발로 밀어내듯이 찼다. 그리고 놈이 쓰러짐과 동시에 봉을 크게 움직여 녀석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괴물의 머리가 땅속에 깊숙이 파묻히면서 봉이 부러졌다.


희민은 몸 앞으로 쏠린 무게를 이용해 그대로 덤블링 하듯이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땅에 발이 닿기 전에 옆에 무언가가 근처에 꽂히는 소리가 났다. 일 각짜리 봉이 그곳에 있었다. 희민은 손을 뻗어 봉을 잡았다. 발이 땅에 닿았을 때에는 다시 손에 봉이 들려 있었다. 희민은 문호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해주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희민은 골목에 서 있던 소대원들을 힐끗 쳐다보고 곧바로 뛰어올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금 청색 전투복을 입고 있던 녀석을 처치하긴 했지만 봉도 같이 부러졌다. 이대로는 아무리 봉의 수가 많아도 결국엔 부족할 것 같았다. 좀 더 효율적으로 공격해야 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 대신 4차선 도로가 나타났다. 희민은 한 번에 건너기 위해 좀 더 멀리 뛰어올랐다. 도로 위에서는 군인들이 뒤로 후퇴하면서 두 마리의 괴물들에게 총을 쏘고 있었다. 희민이 건너편에 도착하자마자 괴물이 있던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군인들이 수류탄을 던진 것이다. 폭발 자리에 있던 두 녀석은 순식간에 핏덩이가 되어버렸다. 군인들이 환호성을 질렀지만 연기가 사라지자마자 다른 괴물 두 마리가 나타났다. 깜짝 놀란 군인들이 황급히 총을 어깨에 견착할 때 희민은 둘 중 오른쪽에 있던 놈에게 봉을 집어던졌다.


봉은 정확히 괴물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가 방어막을 뚫고 왼쪽 눈에 박혔다. 녀석이 고통에 겨워 소리치자 바로 옆에 있던 괴물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도 놀라서 몸이 굳어 버렸다. 희민은 그 틈을 이용해 뛰어내려 괴물의 머리에 박혀있던 봉을 힘껏 밟아버렸다. 봉 끝이 머리를 뚫고 나오면서 괴물은 바닥에 처박혔다. 희민은 곧바로 봉을 뽑아 옆에 있던 괴물에게 휘둘렀다. 그런데 봉 끝에 방금 쓰러진 괴물이 아직까지 매달려 있었다. 졸지에 괴물은 동족과 부딪히면서 밀려났다.


희민은 박혀있던 녀석을 발로 밀어내고 봉을 흔들어 청록색 피를 털어냈다. 그 잠깐 사이 부딪혔던 괴물이 몸을 일으키고 달려와 주먹을 날렸다. 희민은 봉을 가로로 잡고 앞 부분을 위로 올려 녀석의 주먹에 맞혔다. 녀석의 주먹에 파란빛이 번쩍이면서 겉껍질이 부서지는 감촉이 확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봉의 상태도 좋은 것 같지 않았다. 희민은 그에 연연하지 않고 봉 끝을 녀석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돌이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나면서 청록색의 피가 상처 사이로 흘러나왔다. 괴물은 두 손으로 봉을 잡고 힘겨운 얼굴로 희민을 노려봤다. 바로 그 순간 총알이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괴물은 죽지 않고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총알 두 개가 더 추가되었다. 괴물은 버티는가 싶더니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뒤에서 군인들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희민은 괴물의 배에서 봉을 빼냈다. 군인들은 갑자기 나타나 괴물을 쓰러뜨린 의문의 여성이 자신들과 함께 싸워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희민은 봉을 회수하자마자 건물 옥상 위로 뛰어올라 사라졌다.

봉이 부러지지 않고 괴물 두 마리,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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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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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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