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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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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08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17 18:30
조회
771
추천
8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DUMMY

긴 세월이 지나 만나게 된 동족들이 밝고 넓은 통로 좌우로 늘어서서 오랫동안 기다린 자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괴물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바로 옆에 있던 동족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주자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동족들은 괴물과 다르게 청색의 전투복을 몸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에도 두르고 있었다. 괴물은 자신의 전투복을 내려봤다. 붉은빛이 흐르는 검은 전투복은 광택이 나는 그들의 전투복에 비하면 수준이 한참이나 떨어져 보였다.


우주선 내부는 괴물이 봐왔던 그 어떤 장소보다 깨끗하고 정교해 보였다. 그는 이 흰색의 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어 앞을 걸으면서도 시선은 항상 주변에 박혀있었다. 수많은 동족이 서 있던 길이 끝나고 넓은 방이 나왔다. 두 명의 동족이 아치형 문 좌우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노란색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두 동족은 허리를 숙여 그를 반겼고 뒤에 있던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 안에 또 다른 방이 있을 거라 생각한 괴물은 최대 다섯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오자 이상하게 여겼지만 동족들의 손짓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들어왔던 문이 닫히고 바닥이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움직이던 바닥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이번에도 또 하나의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동족들이 그를 안내했다. 괴물은 그들의 인도를 받아 좁은 통로를 한참 동안 돌아다녔다. 마침내 어느 작은 문 앞에 도착하자 동족들이 그에게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괴물이 다가가자 작은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그 안을 이루고 있던 수많은 문들이 차례차례 열렸다. 문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통로를 지나면서 빛이 점점 약해지고 전체적으로 어두워졌다.


마침내 마지막 문이 열리고 사방이 갑자기 밝아졌다. 방 안에는 한 명의 동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검은 전투복을 온몸에 두르고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동족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무언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공중에 떠있었다. 그 때문일까, 괴물은 방금 전까지 초라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검은 갑옷이 다르게 느껴졌다.


공중에 떠있는 동족의 모습은 놀라웠지만 방을 이루고 있는 벽으로 우주선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괴물은 그 광활한 시야를 공유한 덕분에 마치 자신이 우주선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단순히 투명한 재료로 만들어진 벽이 아니었다. 괴물은 동족들의 인도로 자신이 우주선 중심부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중심부에서 바깥이 바로 보일 리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위대한 자여.”


처음 들어보는 동족의 말에 괴물은 벽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동족은 가까이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수 세기가 지나 결국 그대만이 임무에 성공했습니다. 오랜 세월 우주를 떠돌아다닌 우리에게 이는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괴물은 그가 선장이란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얼굴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이제 다음 계획을 실행할 때가 왔습니다. 불행히도 이 별에는 우리를 맞아줄 땅이 없어 보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별의 대표와 협상을 했겠지만 지금은 우리의 사정이 여의치 않군요.”


괴물은 선장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병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본대는 언제쯤 도착합니까?”

“본대라고요?” 선장은 눈을 크게 떴다. “불행히도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우리 종족 모두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위대한 자여. 당신은 이 별에 오기 위해 퇴화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기억을 잃은 것 같습니다.”


선장이 말은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괴물이 가진 기억은 어떤 위험한 임무에 지원했다는 것이며 그것은 모두 이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이름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자 갑자기 가슴이 울컥해졌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주로 올라가 준비를 할 시간입니다. 그곳에서 공격에 사용할 거대하고 치명적인 무기들을 이 별의 궤도에 불러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이 우리를 순순히 보내줄까요?”

“우리들의 뜻대로 될 겁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선장은 팔을 들어 먼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인간들의 날 것 다섯 대가 날아오고 있었지만 모습이 미처 제대로 보이기도 전에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상에 흉물스럽게 모여 있던 인간들의 집 사이로 주황색 불꽃이 튀었다. 괴물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지 않은 자신에게 놀랐다. 머리는 몰랐어도 몸은 이미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의 기술력은 우리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합니다.”


괴물은 선장의 말에 이견이 없었다.



※※※



“됐어. 이제 들어가.”


이진의 말에 박화양은 심호흡을 하고 복잡하게 그려진 진 안으로 발을 내밀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정신을 집중하는 사이 온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길수야 준비됐냐.”


박화양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임길수는 근처 편의점에서 몰래 훔쳐온 과도를 보여주고 고개를 돌려 친구의 아들을 봤다. 손에 작은 염주 알을 들고 점을 칠 준비를 마친 문호가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신호만 떨어지면 저 거대한 것을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카운트할게요.”


문호가 말하자 임길수는 칼을 든 손을 허리춤으로 옮겼다.


“오, 사, 삼, 이, 일.. .지금!”


'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임길수의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우주선 외부가 푸른빛으로 번쩍이면서 바로 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자로 잰듯한 푸른 줄이 선체 밑바닥에 새겨졌다. 곧 그 줄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우주선에서 연이은 폭발이 일어났다.


“제길, 역시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얕아.” 임길수는 투덜대면서 박화양을 돌아봤다. “떨궈라.”


박화양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을 편 오른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우주선이 공중에서 기우뚱거렸다. 박화양은 폈던 손을 천천히 쥐었다. 우주선 주변에서 푸른 불꽃이 사정없이 튀었다. 박화양은 정신을 집중하다가 한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높이 들었던 손을 땅을 향해 쳐 내렸다. 공중에 있었던 우주선이 잠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땅에 내리 찍혔다. 아래에 있던 수십 개의 건물이 우주선에 깔리면서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흙먼지가 일어났다.


흙먼지가 어느 정도 걷혀 간신히 눈을 뜰 수 있게 되었을 때, 일행은 바로 앞에 떨어져 있는 우주선을 볼 수 있었다. 땅에 떨어져 충격을 받긴 했어도 우주선은 원래 모습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느껴지는 분위기로는 당분간은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았다.


“푸핫, 역시 이건 많이 힘들어.”


박화양은 숨을 몰아쉬며 옥상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임길수는 옆에서 바닥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보면서 물었다.


“이제 저놈들이 어떻게 나올까?”


임길수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땅에 아무렇게나 늘여져 있는 것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최수호는 둘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우주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까진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까지 방심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을 때였다. 계획이 진행되는 걸 조용히 보고 있던 희민이 최수호에게 다가와 말했다.


“수호 어르신. 저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요.”

“다녀올 곳? 어디?”


희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김 요원 아저씨한테 부탁한 게 있거든요. 그리고 문호 씨도 같이 갔으면 해요.”

“저요?”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문호는 깜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대로는 제가 불안해서 버티지 못해요.”


분명 그건 맞는 말이었다. 희민은 아직까지 미숙한 부분이 있었고 여자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희민 본인이었다. 최수호는 우주선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몰랐지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젊은이들을 다른 장소에 보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알았다. 대신 빨리 갔다 와라.”

“감사합니다. 문호 씨. 가요.”


문호는 아직 가겠다고 확실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얼떨결에 희민의 뒤를 끌려가듯 따라갔다. 박화양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두 젊은이가 떠나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봤다. 이진이 옆에서 부적을 꺼내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리듯이 말했다.


“제멋대로인 양반께서도 애들은 신경 쓰이나 보네?”

“신경 꺼.”


이진은 부적에 불이 붙길 기다리다가 벌을 줄 생각으로 불똥을 살짝 튀겼다. 박화양은 팔에 불똥이 내려앉자 화들짝 놀랐다.


“어머, 미안.”


이진은 웃음을 참으면서 재빨리 임길수에게 몸을 돌렸다. 박화양은 화난 얼굴로 팔에 묻은 새까만 재를 털어냈다.



※※※




“희민 씨!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거에요?”


앞서 가는 희민을 간신히 따라잡은 문호가 외쳤다.


“본부요.”


짧고 무뚝뚝한 대답은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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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0) +1 12.10.22 816 10 11쪽
35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9) +1 12.10.19 869 8 10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1 12.10.17 772 8 10쪽
33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7) +2 12.10.15 839 10 10쪽
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3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9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1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0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2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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