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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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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16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15 17:16
조회
839
추천
10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7)

DUMMY

“허허. 저놈이 뱀을 잡아버렸네.”


임길수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박화양의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아직도 기다려야 하나?”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상기되어 있었다.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건지 가르쳐 주지도 않고 무작정 따르라고만 하니 이보다 답답할 수가 있나.” 임길수는 투덜대면서 귀에 꽂은 이어폰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다들 녀석이 뱀 잡은 거 봤지? 덩치 양반은 아직도 기다리라고 하시니 열 받아도 조금만 더 참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몇 개의 잡음이 들리는 걸로 봐서 버튼만 누르고 말은 하지 않은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건물 사이사이로 난 골목을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임길수는 그들이 될 수 있으면 가까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그럴 리 만무했다. 군인들은 점점 더 괴물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저 녀석, 뭔가 한다.”


박화양의 말에 임길수는 시선을 괴물에게 옮겼다.




※※※




괴물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긴 사각형 모양의 기계 장치를 왼쪽 팔목에 갖다 댔다. 기계가 스스로 움직이더니 팔목에 착하고 감기면서 처음 보는 문자와 기호들이 떠올랐다. 괴물은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몰랐지만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이더니 어떤 명령을 입력했다.


명령은 몇 차례에 걸쳐 입력해야 했고 반복은 계속했다.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명령을 입력하고 있을 때 괴물은 자신의 정체와 함께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아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 중 상당수가 돌아오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두통이 간신히 진정됐을 때 드디어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괴물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상공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일그러진 공간을 뚫고 나오려 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려한 곡선을 가진 검은 선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모습이 드러날수록 점점 가늘어졌지만 이 지역의 태양을 가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이 순간을 위해 괴물은 기약도 없는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참아내야 했고, 태어나자마자 미물들에게 목숨을 위협당했으며, 인간의 감시에서 굴욕의 나날을 보냈다.

괴물은 자신의 동족이 타고 있는 우주선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나에게 이름을 내려주시오!”




※※※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하려고 이어폰 버튼을 누르던 임길수는 뭔가 이상한지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다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핸드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던 군인들을 훔쳐봤다. 군인들 역시 뭔가 문제가 생긴 건지 허둥지둥 대고 있었다. 임길수는 입으로 끙소리를 내며 박화양에게 말했다.


“야. 네 이어폰 작동 제대로 되나 한번 봐봐.”

“왜?”

“일단 빨리해봐.”


박화양은 이어폰에 귀를 기울여 보다가 버튼을 눌러 아-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이어폰을 귀에서 빼버렸다.


“이거 맛 간 거 같은데?”

“내 것도 그래. 핸드폰 전원도 안 들어와.”


둘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다가 동시에 상공에 떠있는 우주선을 올려봤다.


“저것 때문인가...”

“아마도 그런 거 같군.”


그때 최수호 가족이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런 거였나…”


우주선을 올려다보며 다른 이들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최수호는 박화양에게 성큼성큼 걸어와 손가락으로 우주선을 가리키며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저게 네가 원했던 거냐?”

“아니, 솔직히 저런 건 예상도 하지 못했어.”


최수호의 주먹이 박화양의 가슴을 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문호가 깜짝 놀랐다. 박화양은 아무 말도 않고 주먹을 날린 친구의 얼굴을 주시했다.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모습은 늙긴 했어도 옛날과 다른 게 없었다.

임길수가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야야. 그만하고 저것 좀 봐라.”


모두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뱀의 머리 위에 서 있던 괴물의 몸이 밑에서 위로 서서히 빛나고 있었다. 이내 머리까지 모두 빛으로 감싸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위로 튕기듯이 올라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네.”


허무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임길수는 모두를 돌아봤다. 그는 한 명이 없는 걸 확인하고 기운을 느끼는 데 집중했지만 그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희민이는 어디 있지?”




※※※



바로 앞에서 괴물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 희민은 머릿속이 텅 빈 채로 골목에 앉아 있었다. 우주선이 나타나자마자 근처에 있던 전자가게 안의 물건들이 일제히 작동을 멈췄다. 가지고 있던 이어폰과 핸드폰도 먹통이 되었다. 짜증 나서 이어폰을 아무렇게 버리고 발로 밟아 부숴버렸다.


우주선이란 것이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은 괴물 혹은 좀 더 큰 괴물이 나타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다면 괴물은 외계인이란 생각에 헛웃음이 자꾸 나왔다. 박화양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을지 궁금했다.


멀리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와 그쪽을 바라보니 하늘에서 점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날아오는 것들이 심하게 흔들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밑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전투기였다. 전투기 다섯 대는 그렇게 땅에 떨어졌고 일부는 폭발했다. 그것들이 추락한 곳은 우주선이 있는 곳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희민은 정신을 차리고 일행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다행히 바로 근처였다. 등을 기대고 있던 건물 위로 올라간 희민은 도로를 건너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도중에 골목 사이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뭐라 소리쳤지만 무시했다. 일행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앞으로 나서려던 문호를 막고 임길수가 그녀를 반겼다.


“너 어디 있었냐? 기도 느껴지지 않던데.”

“기가 안 느껴져요?” 희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부러 숨기진 않았는데.”

“그랬어?”


임길수는 잠깐 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희민을 바라봤다. 모두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길수의 그 표정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희민은 전투기가 떨어진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전투기가 떨어진 것 같던데. 보셨어요?”

“봤어. 아무래도 저 우주선 때문이겠지.”


희민은 우주선보다 우주선을 올려다보고 있는 박화양에게 신경을 썼다. 지금은 자신을 대신해 궁금한 점을 물어봐 줄 사람도 없었다. 직접 물어봐야 했다. 그러기 위해 박화양을 부를 호칭을 생각하고 있을 때 최수호가 먼저 선수를 쳤다.


“지금이야말로 명확한 답을 들어야겠다. 더 이상 늦출 수도 없어. 네가 하려고 했던 걸 당장 말해!”


그 호통에 어떤 일에도 자신을 잃지 않던 박화양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지만, 항상 온화하던 최수호가 역정을 내는 모습 또한 모두에게 낯선 모습이었다. 박화양은 최수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내가 그동안 죽여온 괴물 수가 13마리. 사막에서 만났던 그 녀석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와 싸웠었지. 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강력했다. 그런데 괴물을 처치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 녀석들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난 그것이 뭔지 궁금했다.”


박화양은 하늘 위에 떠있는 우주선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이제 꽤 늙었고 이 이상 시간이 지나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막아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게 될까 두려웠다. 귀국해서 괴물을 느끼고 찾아냈을 때, 난 그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나에게 있어 이것은 녀석들의 목적을 알아내 파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만약 내가 잘못되더라도 이 땅에는 너희들이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었지.”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임길수가 팔짱을 낀 채로 최수호 옆으로 걸어왔다. 그는 박화양을 빤히 바라보면서 불만스럽게 말했다.


“결국 네가 괴물들을 끝내고 싶었단 거잖아.”

“그래.”

“30년이나 지났는데 넌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어차피 미리 알았어도 우리 쪽에선 괴물을 미리 처리하려고 할 게 뻔하니 그따위로 행동했구만?”

“걱정 마라. 책임은 진다.”

“시끄러. 어차피 일은 터진 거, 누가 너 혼자 맛있는 거 다 먹게 놔둔 데?” 임길수는 여전히 화를 내면서 박화양 옆에 서서 우주선을 올려봤다. “저걸 떨어뜨리려면 힘 좀 꽤나 써야겠구만.”


어느새 최수호도 박화양 옆에 서 있었다. 박화양은 좌우에 선 친구들을 그리운 얼굴로 번갈아 보다가 굳은 얼굴로 우주선을 올려봤다.


“좋아. 아들, 커다란 걸로 그리자.”


이진은 주머니에서 숯을 하나 꺼내 문호에게 던졌다. 문호는 숯을 받아들고 잠시 망설였지만 어머니가 숯으로 바닥에 진을 그리기 시작하자 말없이 돕기 시작했다. 진은 이전에 봤던 것들과 비교해 안에 그려지는 문양과 배치가 상당히 달랐고, 그리는 속도 또한 이전 것들의 배 이상 걸렸다. 하나의 문양을 그리고 잠시 동안 정신 집중을 한 다음에야 다음 문양을 그릴 수 있었다.


점을 치는 두 사람만 그리는 진은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었다. 진이 그려지는 동안 희민은 혹시라도 방해될 것이 없는지 주변을 단단히 살폈다.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희민은 우주선을 올려봤다. 청색과 붉은색의 빛이 우주선 밑부분에서 수없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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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0) +1 12.10.22 817 10 11쪽
35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9) +1 12.10.19 869 8 10쪽
34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1 12.10.17 772 8 10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7) +2 12.10.15 840 10 10쪽
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4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9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1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7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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