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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19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05 20:56
조회
914
추천
9
글자
8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DUMMY

“아, 그 사람. 그런데 왜 혼자 왔어?”

“대충 응급처치할 도구는 주고 왔어요. 옷장에 다리가 부러진 것 같더라고요.”

“아니. 데려왔어야지.”


희민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수 요원인데 그 정도도 못 넘기겠어요? 애초에 119가 아니라 절 부른 것도 이상한데.”

“그래도 다친 사람이잖니.”

“몰라요. 전 할 만큼 했어요.”


남자들은 여자들의 말싸움을 멀리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만에 하나 불똥이라도 튀면 그 화를 자신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될 게 뻔했다. 남자 셋은 모두 이 상황이 원만하게 풀어지길 바랬다.


“준비는 끝났나요?”

“그래.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최수호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냥 고민만 했지. 사실 한 건 아무것도 없어.”


임길수가 한 농담은 평소였으면 아무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겠지만 이번에는 삭막한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다행히 그 말을 끝으로 희민과 이진의 신경전은 종료되었다.


임길수가 선두로 구멍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갔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중간쯤 내려왔을 때 희민은 어제 같이 갇혀 있었던 여자를 생각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먼 옛날에 일어난 일 같았다. 그런데 그 여자의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김 요원 같이 간단한 이름이 아니었다. 사실 김 요원의 진짜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역시 그때 녹음기가 있었어야 했다.


땅굴에 제일 먼저 도착한 임길수는 품에서 휴대용 손전등을 꺼냈다. 손가락 두 마디 만한 작은 크기였지만 땅굴 전부를 밝힐 수 있었다. 핸드폰 라이트를 켜려던 희민은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이야 밝네. 역시 기술의 진보는 대단해.”


임길수가 감탄하며 땅굴 이곳저곳을 비췄다.


“그런데 그거 한 번에 세 시간 밖에 못 가요.”


문호가 땅굴에 도착하고 말했다. 손전등은 원래 문호 것이었는데 임길수가 선두에 서면서 잠시 빌려줬다.


“걱정 마. 설마 세 시간이나 여기에 있겠냐. 자, 제군. 앞으로 전진!”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가는 임길수 뒤로 최수호가 소리 높여 물었다.


“너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냐?”


그 말에 걸음을 멈춘 임길수가 머쩍어하며 뒤를 돌아보기가 무섭게 모두 웃으며 그를 지나쳤다.


“이쪽 맞대요.”


문호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들이 날 놀리다니!”


임길수는 일부러 심통 난 척하면서 장단에 맞춰줬다.


땅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기분 나쁜 기운이 짙어졌다. 이미 중년들은 그 점을 눈치채고 모든 신경을 앞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점은 희민도 마찬가지였지만 문호만 유일하게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희민 씨.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요?”

“보통 건물이 쓰러지면 다 같이 쓰러지지 윗부분만 따로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있던 호텔은 아무리 많이 기울어졌어도 그렇지 윗부분만 동강하고 떨어졌어요. 충격은 분명 아래쪽에서 일어났는데,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문호가 장황하게 자신의 관심 분야를 늘어놓았지만 희민은 별 관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눈을 빛내는 그가 부담스러워 대화를 빨리 끝낼 요량으로 짧게 대답했다.


“부실 공사였나 보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대답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상관없었던 것 같았다. 문호는 자기가 알고 있는 건축 관련 지식을 총동원해 호텔의 윗동만 떨어지는 상황은 좀처럼 일어날 수 없다고 열을 내며 말했다. 희민이야 건축 쪽에 관심도 없었고 또 왜 호텔 윗동만 뚝 떨어졌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 문호의 얘기는 듣기 괴로운 소음하고 다를 바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른들은 두 사람과 약간 거리를 두고 걷고 있었다. 희민은 그들이 모두 문호에게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 걸음을 빨리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문호는 그걸 모르는 건지 여전히 옆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희민은 빨리 이 땅굴 끝에 있는 괴물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문호도 입을 다물 테니까.


“멈춰.”


선두에 있던 임길수가 더 이상 오지 말라고 손바닥을 보이더니 곧이어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냈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이제까지 감지하지 못했던 다른 소리가 들렸다. 가늘고 규칙적인 그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열심히 말을 해대던 문호도 그것을 알아채고 입을 다물고 진지해졌다. 드디어 그의 열변에서 벗어나게 되자 희민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던 땅굴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히 방향을 틀었다. 모두 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고 앞에 선 임길수의 신호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가 혼자 갔다 오겠다고 신호를 보내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와 함께 불빛이 없어졌기 때문에 희민이 핸드폰 라이트를 켜서 주변을 밝혔다.


돌아올 시간을 훨씬 넘겨 불안해하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임길수가 돌아왔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안에 있는 것 같다.”


모두 모퉁이를 돌아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이 앞부터 갑자기 넓어져.”


앞장서던 임길수가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췄다. 지금까지 통과해 온 땅굴이 작아 보일 정도로 큰 공간이 펼쳐졌다. 임길수는 먼저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다들 그 뒤를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바닥이 있는 건지 의심될 정도로 긴 경사였다. 바닥에 닿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주변의 넓이에 위압됐다. 모두 이곳이 바로 괴물의 둥지라고 직감했다. 임길수가 갖고 있던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추다가 한 곳에 멈춰 섰다.


“아...”


최수호가 탄성을 내뱉었다. 거대한 갈색 뱀이 똬리를 뜬 채로 땅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얇은 막에 감싸여 있는 초점 없는 눈이 그들을 응시했다. 문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입으로 대놓고 싫은 소리를 냈다.


“괴물은 괴물이야. 거대 뱀 같은 건 옛날 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는데.”


임길수가 뱀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뱀의 눈이 바로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다들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괜찮아. 자고 있어. 그나저나 수호야. 이거 어떻게 할까? 잘못 건들면 완전히 날뛰게 될 텐데.”

“글쎄, 간단한 방법은 그냥 여기 봉인하는 건데. 그건 책임 전가고... 나중을 생각하면 좀 피해를 보더라도 당장 죽이는 게 낫겠지.”

“진이 생각은 어때?”

“몰라. 봉인이든 당장 죽이는 거든. 둘 다 좋은 생각 같진 않아.”

“점 한 번 쳐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점으로 칠 수 없어. 선택은 우리 몫이야.”


임길수는 일부러 끙 소리를 내면서 갈색 뱀의 구석구석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그때마다 스멀스멀 움직이는 뱀의 몸이 드러났는데 문호는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볼만한 건 다 본 임길수가 손으로 뱀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내 생각엔 봉인하는 게 낫겠다. 적은 피해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래. 내 생각도 같아. 어?”


최수호는 말을 하다 말고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왜 그래?”

“너 본다.”


임길수가 그 말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깨어난 뱀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선수!”


우렁찬 기합과 함께 임길수의 주먹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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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4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1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9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2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1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1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8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4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800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5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5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7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2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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