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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597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10.19 17:04
조회
868
추천
8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9)

DUMMY

본부로 가는 두 사람의 시야에 대피한 민간인들과 군인들이 잡혔다. 평소 같았으면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이동했을 테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재빨리 움직여서 들키기 전에 사라지는 쪽을 택했다. 본부가 있던 곳에도 민간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각자 대비책을 생각해야 했다.


다행히 본부 근처에는 민간인이 없었다. 대신 김 요원이 김가진과 다른 요원들과 함께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부가 있던 자리에는 천막 대신 몇 대의 검은 차가 놓여 있었다. 그들은 옥상에서 떨어져 내리는 두 사람을 보고 살짝 뒷걸음질쳤다.


“부탁한 대로 했나요?”


희민이 사람들은 무시하고 자동차 안을 살피면서 물었다. 김 요원이 휠체어를 끌고 가까이 다가왔다. 희민이 그에게 연락한 시간은 뱀이 괴물과 한참 싸울 때였다. 갑작스런 요청에 요원들은 차를 돌려 희민의 집에 가서 물건을 가져와야 했다.

김 요원이 말했다.


“예. 말씀하신 대로 종류별로 구분해서 가져왔습니다. 집 바닥 밑에 이런 물건들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수고했어요. 급하니까 지금 당장 차 밖으로 빼서 모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전화도 안 되고 해서 상당히 걱정했습니다.”

“우주선이 나타나고부터 이어폰하고 핸드폰이 망가졌어요.”

“그런... 그럼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겁니까?”


희민은 문호를 돌아봤다. 김 요원과 문호 모두 그녀가 돌아본 의미를 단박에 간파했다. 문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우주선은 저희가 지상으로 추락시켰습니다.”


희민을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문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문호는 우쭐한 기분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현재 저희 쪽 어른들이 우주선의 상태를 주시하고 계십니다. 때문에 저희도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문호는 말하면서 요원들이 차에서 꺼내는 물건들을 확인했다. 모두 하나같이 낡은 봉이었다. 희민은 요원들 옆에서 그것들은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요원들의 자동차가 보통 자동차보다는 약간 큰 모델이기는 하지만 가지고 오는 데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고 문호는 생각했다.


“저기 혹시 말이야.”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문호는 몸을 돌렸다. 바로 뒤에서 김가진이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얘기하려고 했었다. 그에 대해서는 희민이 일전에 설명해줬었다. 그리고 상관없지만 임길수가 말한 괴짜지만 착한 녀석이란 말도 떠올랐다.


“혹시 괜찮다면...”

“말씀하세요.”

“그 괴물 녀석들 갑옷, 아니 조각이라도 떨어지면 나한테 좀 가져다줄 수 없을까?”

“그걸 어디다 쓰시게요?”


말을 한 직후 문호는 김가진이 어떤 용도로 그것들을 쓸지 대강 눈치챘다. 문호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이내 결심했다.


“될 수 있으면 가져오도록 노력해볼게요.”


김가진의 얼굴에 기쁨과 감사가 떠올랐다. 그는 문호의 두 손을 잡고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고맙네. 잘만하면 자네와 내가 과학을 몇 단계는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문호가 난처한 웃음을 짓고 있을 때 봉을 보고 있던 희민이 그를 불렀다. 문호는 김가진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희민에게 다가갔다.


“이제 이걸 가지고 가야 해요.”


희민이 말한 것은 수십 개의 봉이었다. 하나로 뭉쳐져 끈으로 묶인 봉들은 그 안에서도 종류에 따라 따로 묶여 있었다. 문호가 그 엄청난 양에 넋이 빠져 있을 때 희민은 다른 곳에 놓인 봉들을 등에 짊어지고 움직이지 않게 끈을 배에서 묶었다. 대충 봐도 희민이 든 봉의 수가 훨씬 많아 보여 문호는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등에 짊어지고 보니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지는 않았다.

희민은 봉들이 제대로 묶였는지 확인하고 김 요원에게 말했다.


“그럼 다들. 위험하니까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세요.”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두 사람은 골목길로 달리기 시작해 한 번에 위로 올라가기 적당한 건물을 골랐다. 무거운 짐을 든 상태에서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요원들은 분주히 퇴각할 준비를 했다.



※※※



괴물은 갑작스런 추락에 잠시 동안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다. 사방이 온통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서 벽을 짚고 나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붉은빛은 벽에서 나오고 있었다. 우주선 주변을 보여주던 벽에서 검은 화면에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붉은 문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검은 갑옷을 입은 선장은 방 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일어 나섰습니까.”


선장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괴물은 몸을 제대로 세우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내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선체가 추락해버렸습니다. 주변을 탐색한 결과,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사방에서 적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선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갑자기 나타난 문제를 처리했다. 갑자기 주변의 붉은 문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벽들이 하나둘씩 다시 주변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큰 고비는 넘긴 건지 선장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지금의 충격으로 공간 도약 체계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시간이 꽤 필요합니다.”


괴물은 선장의 말을 들으면서 우주선 주변을 살펴봤다. 사방에서 녹색 옷을 입은 인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직 거리는 멀었지만 배까지 접근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미 동족들은 배를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저도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자여. 부관들에게 갑옷을 손봐달라고 통보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선장은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정식으로 이름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괴물은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으로 방을 빠져나왔다. 문들이 다시 차례대로 열리면서 통로를 지나는 그는 자신감 넘치는 걸음을 하고 있었다. 통로 끝에서는 밝은 빛과 함께 노란 전투복을 입은 동족 두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괴물은 그들이 부관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굽이진 통로를 통과한 그는 이번에는 여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바닥과 천장에 그려져 있는 몇 개의 원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부관들은 그를 바닥에 그려진 원 중 한 곳에 서 있게 하고 문을 통해 옆 방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방안에 부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제 추가 장비가 지급될 겁니다. 이전에 하셨던 것처럼 하시면 됩니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괴물은 하늘에서 떨어진 괴물체에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갔던 일을 생각했다. 엄청난 굉음을 내며 떨어진 그 물체는 의외로 한주먹도 되지 않는 사각형 금속이었다. 그것에 이끌리듯 손을 갖다 대자 그 작은 물체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손과 팔을 통해 몸으로 이동하더니 순식간에 넓게 퍼져 지금 입고 있는 전투복이 되었다.


몸 앞의 바닥에서 동그란 구멍이 열리더니 그때 보았던 조각보다 조금 더 작은 검은색 금속이 떠올랐다. 괴물은 공중에 떠있는 그것을 손으로 잡았다. 그 순간 예전처럼 팔을 타고 움직인 금속은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전투복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몸을 타고 흐르던 붉은빛이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




“애들이 늦는군.”


최수호가 추락한 우주선에서 나오고 있는 괴물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청색, 노란색, 녹색 등 각기 다른 색깔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일행을 곤란하게 했던 놈과 같은 검은색은 없었다. 옆에 있던 이진이 손에 헝겊을 두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수가 굉장히 많아.”

“30년 전이었다면 뼈도 못 추렸겠는걸.”


최수호는 뒤로 돌아 회복에 여념이 없는 박화양과 임길수에게 말했다.


“빨리 와라.”

“알았으니 먼저 가셔.”


임길수가 대꾸하듯 말하자마자 부부는 옥상과 옥상을 넘어 괴물들이 모여 있는 땅으로 뛰어내렸다. 괴물들은 두 사람을 보고 공격 태세를 취하기도 전에 최수호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괴물 다섯에게 일격을 한 번씩 날렸다. 방어막이 없어지고 충격을 받았지만 그 정도로 괴물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진이 다가와 그들의 목을 손끝으로 찔렀다. 전투복 사이에 드러난 껍질은 단단했지만 맥없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공격을 받은 괴물들은 목을 청록색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했다.


한 번에 다섯을 쓰러뜨린 두 사람은 건물을 등지고 수많은 괴물과 대치했다.


“다섯. 나쁘지 않았지만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


아내의 말에 최수호는 동의했다. 그 순간 녀석들 사이에서 손가락 크기의 빛나는 탄이 날아왔다. 두 사람은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바로 뒤에 있던 벽에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이 나면서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놈들 총도 쓰네?”


최수호가 놀라면서 말했다. 다시 한 번 두 사람을 향해 탄이 날아왔다. 최수호는 옆으로 피했지만 이진은 피하지 않고 헝겊을 감은 손으로 탄을 쳐냈다. 왔던 방향으로 튕겨 나간 탄은 총을 쏜 녀석이 아닌 옆에 있던 엉뚱한 녀석의 팔에 맞았다. 녀석의 팔이 한순간 푸른색으로 빛났다.


이진은 탄을 튕겨낸 손을 살펴봤다. 헝겊이 조금 그을렸을 뿐이었다. 그녀는 손에 감은 헝겊을 팽팽하게 당겼다.


“좋아. 다시 한번 쏴봐라. 아가들아.”



※※※




골목과 골목 사이에는 군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 희민과 문호는 이미 싸움이 시작된 것을 멀찍이서 보고 알아챘다. 앞서 가던 희민이 손짓으로 문호에게 멈추라고 신호했다. 적당히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곳에서 멈췄을 때 희민이 손가락으로 옆에 있던 빌딩을 가리켰다. 근처에서 제일 높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빌딩이었다.


“이 빌딩으로 올라가죠.”

“예? 하지만...”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빨리요.”


그러면서 희민은 먼저 빌딩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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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10) +1 12.10.22 816 10 11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9) +1 12.10.19 869 8 10쪽
34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8) +1 12.10.17 77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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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6) +1 12.10.12 963 10 14쪽
31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5) +1 12.10.08 810 8 11쪽
30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4) +3 12.10.06 928 8 11쪽
29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3) +1 12.10.04 796 8 11쪽
28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2) +2 12.10.02 871 8 10쪽
27 괴물이 우는 소리: 오 장 - 격돌(01) +1 12.09.30 1,030 7 11쪽
26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6) 12.09.28 840 8 9쪽
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7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3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799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18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3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1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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