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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598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9.11 14:56
조회
743
추천
9
글자
10쪽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DUMMY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간단히 목 인사를 하고 뒷좌석에 탔다. 택시가 출발하자 남자가 말했다.


“이런 곳에 일부러 올리는 없을 테고. 기자신가?”

“아니요.” 희민은 손을 흔들었다. 기자들이 이곳에 많이 오긴 하나보다.

“그럼 왜 이런 곳에 왔어요?”

“그게, 도심 한가운데서 지진이 났다길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싶어서요.”


희민은 머릿속을 휘저으면서 간신히 그럴싸한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그쪽 공부하는 대학생인가 보군요.”

“아, 네. 그래요.”

“그럼 하나 물어보겠는데 이번 지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남자가 좌석 사이로 머리를 불쑥 내밀면서 말했다. 오래된 검정색 뿔테 안경, 정리되지 않은 수염, 너저분한 머리가 보기 싫어도 억지로 눈에 들어왔다.

“생각이요?”

“네. 현장을 직접 봤으니 뭔가 느낀 바가 있었을 거 아닙니까.”

“음... 그냥 좀 뭔가 이상한 것 같았어요.”


도저히 이쪽으로 아는 게 없어서 대충 둘러댔다. 그런데 대답을 들은 남자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그렇지. 역시 그쪽 과라서 뭔가 잘못된 걸 아는군. 그게 왜 이상한 거냐면 말이죠. 이게 사실은 지진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희민은 흠칫 놀랐다. 남자는 그 반응을 진실에 대한 열망으로 오해하고 말을 이었다.


“이건 뭐 고급 지식도 아니고 비밀스러운 것도 아닌데, 지진이 일어나는 파장 있잖아요. 그게 모두 같을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한 건 있어요. 그런데 이번건 그게 아예 틀려. 이미 제 주변에서는 모두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다들 그냥 쉬쉬하는 거지.”

“왜요?”

“왜긴 왭니까. 그 말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무서우니까 그러는 겁니다. 아니면 모르지. 어떤 단체에서 압력을 받았다던지 할 수도 있죠. 죄송합니다. 제가 음모론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말하는 사이 택시는 사람들로 가득한 길에 들어서고 있었다. 남자는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가씨도 이쪽 흥미가 있어 보이는군요. 혹시 조수로 일할 생각이 있다면 여기로 연락해주세요. 좋게는 못해줘도 최저 시급은 줄 수 있으니까. 아, 기사님. 저 앞에 내려주세요.”


남자가 택시 값을 계산하는 동안 희민은 그의 명함을 살펴봤다. 김가진 과학 연구소라고 적혀 있는 그 명함은 만든 지 오래돼서 모퉁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의 직급은 소장이었다.


기자가 아니었구나. 희민은 속으로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명함을 넣었다. 그리고 남자가 낸 돈의 반에 해당하는 돈을 꺼내면서 택시에서 내렸다.

김가진은 택시에서 내려 가방을 고쳐 메면서 말했다.


“아가씨는 어떻게 가나요? 전 지하철로 가는데.”

“저는 버스로 가요.”


희민은 이 남자와 같이 지하철을 탈 생각을 하니 조금 기다렸다가 다음 차를 타는 게 나을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


“그래요. 아쉽네요.”

“그리고 이거. 택시 값이에요.”


희민이 들고 있던 돈을 내밀자 김가진은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내야 할 돈이었는걸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시선은 오랫동안 지폐에 머물고 있었다. “그럼 여기서 헤어집시다. 생각 있으면 연락하세요.”


김가진이 사람들 틈에 끼어 역 안으로 사라지는 동안 희민은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병 두유를 하나 샀다. 벌써 주변이 어두워지며 석양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참 이상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며 두유 뚜껑을 손으로 잡았다. 뚜껑이 열리는 경쾌한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



희민의 손에는 커다란 비닐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산 과자와 음료, 제과점에서 산 빵이 들어 있었다.. 매번 얻어먹기만 하는 것도 염치없으니 최소한 이 정도 보탬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대편은 괜찮다고 말할 게 뻔했지만 스스로 빚을 지는 기분이어서 불편했다.


한 번에 세 층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엘리베이터를 야근하는 회사원들과 함께 타고 간신히 30층에 도착했다. 카페에는 문호가 혼자 탁자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요?”


문호가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희민은 그 질문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다른 분들은 어디 가셨어요?”

“어제 했던 봉인을 강화하기 위해 나가셨어요. 하루라도 빨리하는 편이 더 튼튼하거든요.”

“그래요.”

“그것들은 뭐예요?”

“그냥 먹을 좀 사와 봤어요.”


희민은 봉투를 바 위에 올려놓았다.


“우와,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먹어도 될까요?”

“네.”


문호가 봉투를 뒤져 먹을 걸 꺼내는 동안 희민은 그가 사용하고 있던 노트북을 들여봤다. 옛날 신문 뉴스들을 정리해 놓는 듯한 사이트로 보였다. 화면은 옛날 신문을 그대로 본뜬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사건이 적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9년하고 5개월 전에 일어났던 신도시 폭발 사건이었다.


“문호 씨, 이거 어르신들이 항상 말하는 30년 전 사건이에요?”


희민의 물음에 문호는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다 말고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예. 할 일도 없고 해서 한 번 찾아봤어요.”


신문 전면을 가득 채운 폭발 사건 기사는 요즘 신문과는 다르게 한자가 가득해 읽기 힘들었다. 희민은 알고 있는 한자를 한 개씩 찾아 기사 내용 중에 달인에 대한 얘기가 한 줄도 없다는 걸 겨우 알아냈다.

문호는 음료를 따른 컵을 양손에 들고 가져와 그 중 하나를 희민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버지께 얘기 들어보니 도시 하나가 완전히 날아간 사건이라길래 자료가 남아 있을 줄 알았죠.”

“이것 때문에 박화양이란 분이 홀로 사라진 거군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문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근처 테이블에 앉아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전원을 켰다.

희민은 기사를 조금 더 살펴봤지만 특별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큰일이었겠지만 글자로만 접한 대참사는 애석하게도 아무런 느낌도 전해지지 않았다. 희민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지갑 안에 들어 있던 명함을 꺼냈다. 새 탭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려 김가진이란 이름을 검색했다. 여러 사람이 검색 결과에 표시됐지만 과학 연구소와 관련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희민은 허탈한 심정으로 인터넷 창을 닫았을 때 문호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혹시 내일도 나갈 일 있어요?”

“아니요. 왜요?”

“길수 아저씨가 내일 비 올 것 같다고 해서요.”

“날씨 같은 건 점을 쳐보면 알 수 있지 않아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에 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우리가 할 행동을 점치는 건 거의 맞아도, 자연의 움직임은 대부분 알 수 없어요. 아마 일기 예보하고 비슷한 확률일걸요.”


희민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컴퓨터로 날씨를 검색했다. 일기 예보에는 내일 비가 내린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 거였어?’


희민은 새로 알게 된 사실에 감탄하면 문호가 준 음료를 홀짝였다.




※※※




“아따, 고놈 다시 봐도 무섭게 생겼구만.”


임길수는 손전등으로 돌이 된 뱀을 비추며 말했다. 이진은 뱀의 머리부분에서 봉인을 강화하고 있었고 반대편에서는 최수호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뱀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임길수가 최수호 곁으로 다가갔다.


“자, 학자 양반 불을 대령하오니 빨리 녀석의 정체를 밝혀내옵소서.”


오래된 고서를 들고 있던 최수호는 임길수의 팔을 잡고 손전등 불빛이 고서를 비추게 했다. 온통 한자로 가득한 고서는 벌써 반 이상이나 읽었지만 책장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넘어가고 있었다.


“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안 나왔냐?”


임길수는 자세가 불편한지 팔의 위치를 바꾸며 물었다.


“흰 뱀에 대해서는 한 번 나왔는데 갈색 뱀은 없네.”

“그림이라도 있으면 좋겠구만 온통 한자 뿐이노.”

“넌 이게 그림책인 줄 아냐.”


두 사람은 동시에 피식 웃었다. 임길수는 다시 한 번 팔의 위치를 바꾸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박화양이도 이 녀석을 느꼈을까?”

“글쎄. 우리도 이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알아차렸으니까 멀리 있는 그 녀석은 모르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렇게 깊숙이 있는 걸 느꼈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야, 움직이지 마. 책 안 보인다.”


그때 이진이 공중에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눈을 떴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걸어오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조용히 좀 해라, 인간들아.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되잖아.”

“미안미안. 어떻게 작업은 잘됐어?”


최수호가 두 사람분의 사과를 했다.


“누가 건드리지 않는 이상 일 년은 저 상태로 있어야 할 거야. 그런데 책에서 뭐 쓸만한 건 찾았어?”

“아니, 아무것도. 이제 읽기 시작했으니까 뒤로 가면 나올지도 모르지. 하지만 읽을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 그럼 나도 나중에 시간 내서 봐야겠네. 당신보다 느리긴 해도 나도 볼 줄 아니까.”

“그래 주면 고맙지.”

“그런데 이 봉인 말이야.”


임길수는 제 딴에는 재미있다고 손전등을 얼굴 밑에서 비추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옛날 얘기 같은 거 보면 몇백 년이나 몇천 년 정도 봉인되던데. 그런 건 안 되는 거야?”


이진은 아무 말 없이 임길수가 들고 있던 손전등을 확 낚아챘다. 임길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진은 그 부분은 무시하고 방금 전 질문에 대답했다.


“그런 건 봉인할 줄 아는 인간이 몇십 명에서 몇백 명이 있어야 가능해. 옛날이야 그렇게 모이는 게 쉬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그거 아쉽구만.”

“됐고, 나중에 한 방에 죽일 방법이나 생각해 놓는 게 좋을걸. 그나저나 오늘은 이걸로 끝?”


이진은 남편을 바라봤다. 최수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나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긴 했는데 어떻게 할까? 반대편을 좀 살펴볼까?”

“난 상관없어.” “난 찬성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좋아. 적당히 살펴보고 돌아가자.”


세 사람은 돌이 된 뱀을 뒤로하고 땅굴 반대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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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5) 12.09.26 792 8 13쪽
24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4) 12.09.24 757 7 13쪽
23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3) 12.09.22 995 8 11쪽
22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2) +2 12.09.20 996 23 12쪽
21 괴물이 우는 소리: 사 장 - 괴물(01) 12.09.18 973 15 9쪽
20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8) 12.09.16 799 7 9쪽
19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7) 12.09.14 884 7 12쪽
»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6) 12.09.11 744 9 10쪽
17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5) +2 12.09.09 829 9 12쪽
16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4) +1 12.09.07 823 7 10쪽
15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3) +1 12.09.05 914 9 8쪽
14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2) 12.09.03 726 10 10쪽
13 괴물이 우는 소리: 삼 장 - 땅굴(01) 12.09.01 921 9 10쪽
12 괴물이 우는 소리: 이 장 - 재해(07) 12.08.30 1,0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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