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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54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11 13:10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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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프시케

DUMMY

자그마한 마을. 녹음이 사방에 가득하다. 햇볕이 쨍하게 비추는 봄날의 한적한 시골이 떠오른다.

비록 무명이 시골에서 머문 기억은 없으나 무심코 떠올릴법한 아늑한 시골의 풍경.

그러나 분명히 그가 살던 세계와는 이질적이다.


“상당히 평화로워 보이는데. 용사라는 게 정말 필요해?”


무명은 프뤼나의 뒤를 따라 정돈된 흙길을 걷는다. 가끔 밖을 걷고 있는 주민들과 인사하며 계속해서 걸어가며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불타고 있다면 필요할 틈도 없겠죠.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여유가 좀 있어요.”


“뭐. 부활하기 며칠 전 같은 상태라는 건가? 어쩜 지겹지도 않는 설정인지.”


“비슷하다고 말해두죠. 아직은 그저 심심해하고만 있는 모양이에요.”


프뤼나는 뒷짐을 진 채로 한 바퀴 돌며 말한다. 가볍게 미소 짓는 얼굴이 태양 빛을 받아 눈부시다.


“굳이 내가 할 필요 없는 거 아냐?”


“이해해요. 저라도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조금은.”


프뤼나의 눈에서 장난기가 엿보인다.


“세상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좋아요. 어느 영웅님이 해결할 때까지 저희는 기다리죠.”


“비꼬지 마. 어쩔 수 없는 거야.”


무명의 시선은 바닥에 꽂힌다.


“네―. 그럼 그건 둘째치더라도 아르바이트라도 구하러 가실까요?”


“일?”


무명은 되묻는다. 용사와 일. 흔히 ‘퀘스트’라고 불리는 무궁무진한 잡다한 일들이 떠오른다. 그런 것들이 지긋지긋해 RPG게임조차 하지 않았다.

문득 게임에는 장비창이나 스킬창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혼자 있을 때 한 번 시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연하죠. 설마 숙식을 날로 먹을 생각이셨나요? 당연히 돈이 필요하죠.”


역시나 정론이다. 하지만 무명은 학생이었기에 일을 해서 돈을 벌어본 경험은 없었다.


“무슨 일? 힘쓰는 일은 조금 사양하고 싶은데.”


만약에 성인이 되서 일을 한다면 편의점에서 바코드나 찍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양할 처지에요? 아무튼, 제 어머니를 도와주는 일이랍니다. 주변을 익히는데도 좋죠.”


프뤼나를 따라 무명은 나무로 된 마을 문을 통과한다. 하지만 마을을 지키는 벽은 없어 문은 정말 안과 밖을 정하는 형식상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외부의 침략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 뜻인 셈이다.


“힘 써야 하는 건 부정하지 않네.”


“여러 잡무가 포함되어 있답니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어머니의 재량에 달렸죠.”


무명은 프뤼나의 어머니를 상상해본다. 비슷한 외모의 조금은 주름 진 얼굴. 그리고 장난기 있는 말투.

성격이 비슷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머니. 프뤼나에요.”


마을에서 5분 거리. 버섯을 떠올리게 하는 외관의 작은 건물에 간판이 달려 있다.

간판을 보고나서야 무명은 이상함을 느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간판의 글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자였기 때문이다. 프뤼나와 말이 통하는 것이 기적인 셈이었다.


“어머. 반가워. 네가 무명이구나?”


문고리가 돌아가며 열린 문에서는 무명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나온다. 짙은 푸른색 머리의 나긋해 보이는 인상. 오른쪽 눈가의 눈물점이 쳐진 눈매와 어울려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가슴이 크다.

프뤼나와 비슷한 옷이다. 다만 장식의 모양이나 옷 색 같은 디테일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가슴이 커서 얼핏 보면 다른 옷 같다.

프뤼나가 청순한 소녀의 이미지라면 이쪽은 자극적인 아가씨다.

가슴이 커서 시선이 곤란하다.

바람이 선선하게 분다.

가슴이 컸다.


“안녕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어 보인다.


“먼저 가보겠어요. 마음껏 부려먹으세요.”


프뤼나는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한다.


“···노예를 맡기고 간다는 말투인데.”


멀리 사라져 가는 프뤼나의 뒷모습을 보며 무명은 중얼거린다.


“걱정 마. 힘든 일은 안 시켜. 아, 나는 프시케라고 해. 편하게 불러.”


해맑게 웃는 프시케의 얼굴은 프뤼나와 똑 닮아 있다. 웃는 얼굴이 어딘가 무서운 것도 똑같다.


“프시케씨, 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니면 사장님?”


무명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둘 다 좋아. 아무튼 프뤼나가 조금 짓궂은 면이 있어서 설명 제대로 안 해 줬지?”


“네.”


“역시, 그 아이도 참. 네가 여기 온 건 우연이야. 가끔 있는 자연재해적인 사고지.”


1층은 일을 접수하는 곳으로 앉을만한 곳은 바닥뿐이었다. 덧붙여 잡동사니와 쓰레기들이 가득해 좁은 공간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프시케는 다용도실로 쓰는 2층으로 무명을 이끈다. 의자를 내어 서로 자리에 앉고서 설명을 이어간다.


“어떻게 전송되는지 원리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원래 세계의 것이 이쪽 세계의 것으로 재구성 되거든. 그때 네 물품 속에서 이름을 봤어.”


무명은 나름 납득을 한다. 지갑이나 학생증 같은 것을 갖고 있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눈 뜨기 전의 상황은 기억나지 않아 그렇다고 여길 뿐이다.


“그럼 어떻게 돌아가죠? 프뤼나는 용사···가 되라고 했는데.”


“용사? 후후. 아마 장난이라고 생각해. 요기(妖氣)가 생기고는 있지만 우리가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 거야. 여기는 아주 평화롭고.”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운 무명이다.


“아, 돌아가는 방법을 물었지.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러한 술식(術式)이 오래전에 있었는데 지금은 찾기 어려울 거야. 차원전송 사례 자체가 몇 백 년만이 거든.”


“그걸 찾으면 되는 거겠죠? 술식이라는 거.”


무명에게 술식이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생소했으나 어렴풋이 마법의 개념이라고 이해를 한다. 판타지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익숙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 아마 내 일을 돕다보면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을 거야. 아마 그래서 프뤼나가 부탁을 내게 했을 거고. 장난기는 심하지만 착한 아이야.”


“좋아요. 그럼 저는 결국 무슨 일을 하는 거죠?”


프뤼나가 정말 좋은 아이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느낀다.


“오늘일은 아직 없어. 일종의 흥신소거든.”


프시케의 말은 무명이 싫어하는 퀘스트를 받아 해결한다는 뜻이었기에 그는 절망한다.


“······.”


“청소나 좀 할까? 내가 좀 정리를 못하거든. 부탁할게.”


과연 프시케의 말대로 꽤나 어질러져 있다. 뭐든지 눈에 보여야 직성이 풀려야 한다는 듯 서랍이나 보관함을 무시하고 죄다 밖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게다가 속옷도 있어, 얼른 눈을 돌린다.


“···여기서 생활하시나 봐요? 조금 외져 있는데.”


“가끔 자는 정도. ···앗. 내 속옷.”


무명의 시선이 의도적으로 한 곳을 회피한다는 것을 본다. 그 한 곳에는 상당한 크기의 본인의 브래지어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흠흠. 여기는 내가 할게.”


“···그게 좋겠네요.”


사춘기를 막 지난 남자에게는 너무 자극적이다. 조금 긴장을 풀자 프뤼나와 비슷한 달콤한 향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심코 가슴에 시선이 가는 것을 참는다.


갑작스레 프시케는 앗, 하고 외치며 손바닥을 마주친다. 무명이 해야 할 일을 떠올린 것이다.


“청소를 시킬 때가 아니네. 중요한 것부터 하자.”


“청소도 충분히 중요해 보이는 데요···?”


원래 무명도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지금만큼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쿵. 쿵.


중요한일이 무엇인지 말하려는 때에 누군가 1층에서 거칠게 문을 두드린다. 프시케는 표정으로 무명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급히 내려간다.


“네, 나가요―.”


무명도 가만히 앉아있기 뭣했기 때문에 프시케를 살며시 따라간다. 키 큰 사내가 덩치 좋은 푸른빛 도는 갑옷을 입고 있다. 예산의 문제로 가슴부위와 장갑, 허리 부분만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은 천과 가죽으로 되어 있다.

그런 복장에 무명은 위축이 든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현실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추적 술식이 필요하다. 근데, 그 친구는 처음 보는군?”


“리안씨. 오랜만이야. 잠깐 기다려 찾아올게. 이 아이는 무명. 전송자.”


리안은 딱 다섯 명 있는 경비대 소속이다. 근처의 마을 3개를 포함해서 총 4개의 마을에서 결성된 것으로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고 있는 조직이다. 변방의 특성상 일이 많이 없으나 가끔 사소한 일이 있고는 했다.


“오호. 그런가.”


그리 흥미로워 하는 말투는 아니다.


짧은 머리의 리안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무명을 살핀다. 살짝 어두운 빛의 붉은 색머리가 인상적이다. 프시케는 접수대 안쪽의 창고에서 요구받은 술식을 찾으러 간다.


“이 곳은 무슨 일로 왔지?”


“한동안 식객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일을 도와줘야 한다고 들어서요.”


경험할 일 없던 날 선 적대감에 무명은 긴장한다.


“흠. 그렇다면 그 프뤼나 집에?”


리안은 무언가 생각하려는 듯 턱을 어루만진다. 그 사이에 프시케는 필요한 것을 가지고 온다.


“리안씨. 여기 있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경비대 일로 쓰는 거지?”


쪽지모양으로 접힌 부드러운 천을 건넨다. 술식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 여기 대장님 결재서다.”


리안은 품안에서 대금이 포함된 결재서류를 건네자 프시케가 서류의 내용을 확인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 이방인. 사고치지 마라.”


“······걱정 마세요.”


리안은 무명에게 충고를 하고는 흥신소를 떠난다. 무명은 다소 불쾌했으나 우선은 넘어가기로 한다.


“후. 리안의 말에 괘념치 마. 아무튼, 중요한 거라는 건 술식이야. 글자를 조합해서 룬을 만들고 룬을 통해서 단어를 만드는 거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지.”


“그걸 배우는 건가요?”


“맞아. 근방에서는 우리 밖에 못하거든. 쉬워보여도 좀 어려운 일이야. 그래서 우선 글자부터 배워야지.”


무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의미에서 옆 마을에 학교에 다녀올래? 거기 도서관이 있어. 거기 사서 분에게 책을 부탁해.”


“······설마 가는 길에 괴물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죠?”


“안전해. 그저 길을 따라가면 돼. 갈림길에서 오른쪽. 그리고 나올 때까지 쭉 직진.”


무명은 반신반의 하며 길을 나선다. 가는 길에 몰래 스킬창이나 상태 창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전혀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한 숨을 푹푹 쉬며 길을 홀로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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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1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1 2 11쪽
18 상충 22.05.28 17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5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5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6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8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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