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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42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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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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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수수께끼 (2)

DUMMY

일행은 유적지를 찾아 호숫가에 도착한다. 맑고 투명한 물이 넓게 펼쳐진 꽤나 큰 호수로, 주변의 식수원이기도 했다. 주민들에게 물어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하나 같이 크게 관심이 없는 투였다.


찾는 유적지는 호수 가운데에 섬처럼 있는 자그마한 땅덩어리 위에 있는 것으로 물가에 있는 탓인지 제법 더럽다. 누가 관리를 할 이유도 없으니 더더욱 지저분하다. 멀리서 봐도 이끼나 때가 보일 지경이다.


다행히도 헤엄쳐 갈 걱정은 없이, 중앙의 섬으로 가는 길은 있었다.


“장관이네.”


“응. 그러게.”

다소 유적지가 더럽기는 해도 그 풍경자체로 위엄이 느껴질 정도로 웅장하다. 일행은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을 걷는다. 잔잔한 호수 곁을 거닐고 있으니 마음이 꽤 평화로워지는 기분이다.


기분만, 그렇다.


“가까이서 보니··· 냄새가 좀 심하네.”


물 찌든 내와 곰팡이 냄새로 절로 미간이 찌푸려 질 정도라, 리사는 코를 틀어막으며 불평한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유적지는 휑한 바람만이 분다.


“기묘하달까, 뭐라 해야 하지.”


“왜 그렇지?”


“요기라고 할 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냥 낡은 건물일지도.”


여전히 답답한 공기만 느껴진다. 요기라고 짐작되는 기운은 아무것도 없다. 찝찝한 습기만이 가득할 뿐이다.


“지금에서야 좀 늦기는 했지만, 리사 너는 그냥 밖에서 기다리는 게 어때?”


생각해보니 위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너무 배제하고 있었다. 요기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도록 술식을 걸어줄 수야 있었지만 그 외에 변이체라던가 등의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게다가 로팜의 유적지처럼 혈옥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면 술식으로는 택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말해줘야 했다.”


쿠르릉, 소리를 내며 입구에 빼곡하게 철책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앗, 함정?!”


“부술 수는 없겠어?”


“칼이 없다. 자그마한 거로는 벨 수 없다. 게다가 재질로 보니 쉽게 부숴 질 것도 아니다.”


“젠장.”


애꿎은 철책만 손으로 쳐보지만 손만 아플 뿐이다.


“역시 그 매부리코, 악당이었나? 함정이나 파두다니.”


“속단하긴 이르다. 유적지 얘기는 이 쪽에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일단 이 곳을 조사해 보는 게 우선 아니겠나?”


“리안 말이 맞아. 조사부터 해보자.”


둘은 언뜻 침착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표정은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 역시 최악의 사태가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연상해버린 것이다.


나라도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굳게 먹지 않으면 큰코다칠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무명은 마음을 다짐한다.


“후. 그래. 안쪽으로 들어가자. 걱정은 되지만 말이야. 혹시 모르니까 정화술식부터 붙일까?”


“그 편이 나을 수도 있겠군. 미안하지만 부탁한다.”


무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식을 작성한다. 몇 번하니 꽤나 익숙한 작업이다.


“프시케님이 그날 하셨던 그 술식이야?”


“비슷하지. 그걸 따라했으니까. 다만 효율 자체는 조금 떨어져.”


“왜? 완전히 따라한 거 아냐?”


“맞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어. 술식의 특성상 이해도의 차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지만···. 조금 더 배울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각의 옷에 술식을 새겨주는 것을 끝마친다.


“적어도 여기는 미로 같지는 않군.”


“지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로팜의 유적지에 비하면 쾌적할 지경이다. 빛도 잘 들어오니 관광하는 느낌까지 들 지경이다.


“그 유적지 중앙에 무슨 의식을 치르는 곳이 있었지. 그 곳에 결계가 있었고. 건축 양식은 비슷해 보여. 완벽히 똑같다고는 못하겠지만 같은 시대라고는 생각해.”


어느 시대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만한 지식은 없지만 한 번 봤던 것은 완벽히 기억하므로 적어도 동시대라고 짐작할 수는 있다.


“잠깐, 여기 문 맞지?”


리사가 가리킨 곳은 녹슬고 헤져 있지만 분명히 문이었다. 빛바랜 베히모스 얼굴 조각상이 문 잡이로 만들어져 있지만, 반쯤 부서져 있다.


“지금이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이지.”


문 안쪽에 무엇이 기다릴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흔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개 수호자를 자처하는 커다란 보스 몬스터일 것이다. 그래서 우선 리사가 안전하도록 뒤로 배치하고 문을 연다.


상당히 무거워서 리안과 같이 힘을 줘서야 겨우 열 수 있다.


“헉.”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상당히 훼손이 많이 되었음에도 과거의 찬란함 편린이 엿보일 정도로 웅대한 광경이다. 은은한 녹색의 골렘 같은 조각상이 앉아 있지만 때와 이끼로 무성하게 덮여있다.


무명은 자기도 모르게 방의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조각상 앞에서 멈춰 선다.


“조심해라. 어떤 장치가 되어있을지 모른다.”


“이거··· 아름하이트로 만든 모양이야. 아마 과거에는 대량으로 가공할 수 있었나 봐.”

“과연. 대단한 소재일 것이라 생각은 들었지만 그 광석이었나.”


잔뜩 묻은 이끼를 손으로 걷자, 웅대한 몸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습기에도 녹은 슬지 않았다.


“여기 뭐라고 쓰여 있는데.”


리사가 이끼 아래에 묻혀있던 글귀를 가리킨다.


“어디 보자, 달빛 아래 천둥. 천둥이 비치면 하늘을 맑다. 맑은 하늘에는 해가 떠 있고, 해가 지면 비가 내린다.”


“암호문이군.”


“그냥 시 구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아. 읽었거나.”


리사가 번쩍 손을 들어 이목을 끈다.


“하지만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겠지?”


“바로 정확해.”


찡긋, 하는 얼굴에 꿀밤 한 번 해주고 싶지만 그러기도 귀찮다.


“그럴 줄 알았지.”


“혹시 이 암호가 쓰일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벽들에 낙서 된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맞아. 아직 다 뒤져보지 않았으니까. 여유를 조금 가지면서 하자. 급할 필요 없어. 정 안되면 술식으로 어떻게든 부딪혀 볼테니까.”


리안의 의견이 틀릴지라도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


거대 아름하이트 조각상을 뒤로 하고 일행은 방을 나온다. 꽤나 돌아다녀봤지만, 결계로 유추되는 곳은커녕 요기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함정이랄 것도 보이지 않았으니 답답할 뿐이다.


“여기도 조각상이 있네. 엄청 작지만.”


“글귀가 적혀 있을까?”


커다란 것과 형태가 꽤나 다르기 했지만 분명히 아름하이트 조각상은 맞다.


“있다. ‘별의 아래에 있는 것은?’”


리안이 조각상을 들어 살펴보자 의문문의 글귀가 적혀있다.


“별 아래? 그건 안 쓰여 있었는데.”


리사는 반사적으로 확실하냐고 물어보려다가 무명이 기억력만큼은 확실한 것은 없어서 그만둔다.


“그렇다면 다른 조각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역시 비슷한 방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군.”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일행은 이미 유적의 상당 부분을 걸어왔기 때문에 남은 조사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구역을 샅샅이 뒤진 끝에 하나의 글귀를 더 찾아냈다.


“별 아래에는 모래. 눈 아래에는 비. 그리고 날은 개지 않는다.”


“아, 질색이야. 이런 상징성 가득한 문구.”


“난 재밌는데. 근데 정말 들어본 거 같아.”


“아무튼 아까 찾았던 조각상에 모래를 두면 되겠군.”


“잠깐만, 리안. 너 바보지?? 그걸 그대로 해석해도 된다고 생각해?”


리사의 눈이 반짝인다.


“무슨 문제 있나?”


“만약에 정답이 해였다면 거기에 해를 둘 생각이야?”


“···다른 해답이 있다면 제시해 봐. 난 이런 거 질색이야.”


무명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비가 내리면~♪ 천둥이 치고~♬”


“뭐야,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그래? 게다가··· 음치였네.”


“야이씨, 기다려봐. 이 노래 가사랑 비슷했던 거 같으니까.”


다소 음정이 불안정한 것은 둘째 치고 동요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있는 것을 보자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것만 같다. 이성적인 귀여움이 아니라, 순수한 아이 같은 귀여움으로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온다.


“아, 역시! 이 노래랑 맥락이 비슷해. 제목은 ‘팬텀 로즈’야.”


“가사랑은 다소 떨어져 있는 이름이군.”


“응. 그래서 확실히 기억에 남아. 어머니가 이야기꾼을 고용했었는데, 그 때 들었던 것 같아.”


“역시 귀족 아가씨야.”


“아무튼, 장미에 관한 이야기인데 꽃이 피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였어. 결말은 슬펐지만 말이야.”


“······보통 이야기에서 꽃은 소녀, 여자에 비유되고는 하지. 여자에게 있어서 별이라는 건 뭐지? 별, 보통 밤하늘에 떠있는 것. 멀리서 바라보는 것···. 모래의 의미는 뭐지···? 어째서 별 아래에 모래가 있을까. 게다가 눈 아래에 비? 정말 이야기가 상관이 있을까······.”


무명은 잠시 생각을 여과 없이 중얼거린다.


“···장미는 별을 올려다보며 언제 피어오를 수 있을지 고민했답니다. 하지만 장미가 사는 곳은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속.”


리사는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장미를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물질적인 답은 나오지 않는다. 떠오르는 답들은 하나 같이 부정형의 것들이라 조각상이 있던 곳에 둘 수 없는 것들이다.


“아니 잠깐만, 전제 조건이 틀렸을지도 몰라. 조각상은 단지 의문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어. 처음 그 방에 답이 있을 거야. 내 직감이지만···.”


리안과 리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행은 거대한 조각상이 있던 방으로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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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께끼 (2) 22.06.22 8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9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1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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