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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46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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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출발 (2)

DUMMY

무명과 리안은 광대에게 빙의한 혈자, 아키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다. 리사는 어쩔 줄 몰라 겁을 참고 있다.


곧이라도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 분위기지만 좀처럼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렵다.


상황의 주도권은 명명백백 아키가 쥐고 있다.


하지만 굳이 각오를 하고 싸울 필요는 없다. 프뤼나의 실마리를 잡아야 할 뿐이다.


“아아, 시간도 없고, 재미도 없고. 잘 들어. 특별히 말해주는 거니까.”


아키는 지루하다는 듯 하품하는 척을 한다.


“혈옥으로 가. 그게 걔를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이야.”


“개소리 하지 마. 그걸 어떻게 믿어?”


얼토당토 않는 소리에 기가 찬다. 거리로만 따져도 극과 극인데 어떻게 혈옥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내 최대이자 유일한 호의라구. 요기로 술식을 써보긴 했어?”


술식을 쓰는 데에는 매우 적은 양의 마나가 필요하다. 그리고 요기는 마나와 근본이 같다. 이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무명은 요기로 술식을 쓸 가능성에 도달했다. 하지만 제대로 다룰 수가 없는데다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몰랐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리안이 대신 물어본다.


“해보면 알걸?”


“···저기, 한 번만 해볼래? 딱 한번만.”


가만히 있던 리사가 첨언한다.


그녀 역시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최소한의 가능성마저 부정해서는 진도가 나갈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무명도 이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어딜봐도 악역 같은 저 혈자의 말에 따르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분명 요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있다. 리사의 권유도 있으니, 딱 한번이라면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에 꼭 쥐던 엘리의 특제 펜을 특제 주머니 넣어두고, 옷 안쪽주머니에서 짧은 연필을 꺼낸다.


리안은 조용히 아키를 노려본다. 혹시나 틈을 타 도망가거나 공격을 해올 수 있으니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유롭게 몸을 괴상하게 비틀고 있을 뿐 무명이 술식을 다 짜는 동안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짜는 술식은 프뤼나를 추적하는 것. 그녀의 고유 마나 정보 자체를 외워버려 번거롭게 멀리 돌아가는 설정은 필요하지 않는다.


체내의 요기에 집중한다. 결계 안에서 마법을 썼을 때의 감각을 잘 재현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무명은 이내 재주 좋게 요기를 이끌어 낸다. 그에게 특별히 마나(요기) 컨트롤의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재능은 스스로 자각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에 있었다. 언젠가 프뤼나가 이를 말해주었으나 무명은 단순히 생각하고 넘겼다.


“···된다?”


반신반의하지만 결과는 분명히 나온다. 추적 술식은 대상의 행적을 쫓는 것으로 여러 술식의 복합적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식들을 겹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이번에 사용한 것은 위치를 특정 하는 것으로, 본래 지도 위에 그리는 식이다. 하지만 살짝 변형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위치보다는 대략적인 것으로 간소화해, 지도를 완벽히 외워버린 것으로 절충한 것이다.


우려와는 다르게 다행히 요기를 사용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어디지?”


“······동쪽. 케아보다 더 동쪽.”


“거기는··· 혈옥이잖아.”


리사는 떨린 목소리로 사실을 읊는다.


“말도 안 된다. 어떻게 벌써 거기까지 갈 수가 있지?”


“하하하. 벌써 갔을 지는 나도 몰랐네―.”


“너···, 네가 무슨 방법으로 보낸 거지?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아아, 재미없게, 너희들이 바보라서 수다만 떨다 시간이 다 됐잖아. 어떻게 할 거야? 꼭 책임을 물을 거니까 기대하는 게 좋아♡”


아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빙의한 광대의 몸을 인간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유연함으로 팔 다리가 따로 기괴하게 움직인다.


그러고는 리안와 리사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요기를 내뿜으며 검은 기운과 함께 증발하듯 사라진다.


“크크큿. 그럼 내 역할은 끝이군―.”


이상하게 움직였던 관절이 한 순간에 제자리로 돌아오더니, 아까의 그 날랜 움직임으로 일행의 시야에서 재빠르게 사라진다.


무명의 술식에 한 눈이 팔려버려 리안이 한발자국 뒤늦게 반응해보지만 늦는다. 분한 마음에 괜스레 흙만 걷어찬다.


“젠장!”


“괜찮아―. 적어도 프뤼나의 위치는 알았잖아.”


애써 침착하려 애쓴다.


“맞아. 그 혈자가 뭐라하든 해야할 일을 하자.”


리사는 긴장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는다.


“미안. 생각해보니 반강제로 끌고 왔네.”


“괜찮아, 괜찮아. 그것보다 혈옥에 들어가는 법은 알아?”


“현재 기사단 관리 하에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근처도 못간다.”


리안이 대신 답을 내려준다.


“그럼 방법이 없나? 프뤼나가 정말 본인의 힘만으로 그 곳에 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데, 무언가 다른 방법이 있는 거 아냐?”


“아무래도 그렇겠지. 예를 들어 그 유적의 결계라던가.”


“맞아. 그러고 보니 엘리에게 그 구체 조사를 부탁했었지? 뭐래?”


정신이 없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언뜻 보석처럼 보이는 구체. 요기에 반응해 빛을 내뿜는 것 같았다.


“영혼석이라는 군. 금지된 지 몇 백 년의 물건이라 오랜만에 본다고 했다. 그 영혼석 누가 이미 썼다고도 했다.”


“설명을 안 들어도 뭔지 알 거 같아. 왜 금지 됐는지도.”


영혼석은 생물의 영혼을 가두는 데 사용되는 보석이다. 강력한 마법의 매개체로 사용 가능하지만 영혼이라 하는 것에 실체가 불분명해 금지된 물건이다. 제조법 자체가 파기되어 현재로써는 파편조차 보기 힘든 물건이다. 이는 대체로 무명의 추측과 비슷했다.


“무슨 마법을 썼는지는 안대?”


“공간 마법일 것 같다는 군.”


“······.”


리사는 둘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있다.


“왜 그래? 리사, 아까부터 말이 없네.”


“아마 우리 집에 부탁하면 어떻게든 혈옥에 들어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리 내켜하는 표정은 아니다. 아마 어떤 집안 사정 때문에 집을 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대장님에게 부탁을 해보면 어쩔 수 있을지도 모른다. 3 기사단 소속이셨다.”


“그래. 그럼 그러자.”


리사의 눈치를 본 둘은 두 번째 수를 선택하기로 한다.


“내가 이럴 줄 알고 프시케씨 집 근처로 좌표를 하나 설정해 뒀지.”


“호오. 이제 그것도 사용 가능한가.”


“응. 보고 외웠으니까.”


무명은 다시 펜을 꺼내 프뤼나가 했던 것처럼 같은 술식을 짠다. 이제 원리는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목적지는 집. 좌표의 정의를 설정하고, 이동하는 것은 사람. 의복을 포함하는 정의를 쓰고, 배제할 것의 정의를 쓴다.


확실히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나름 빠르게 한다고 했지만 제법 시간이 걸린다. 마구잡이로 써 내렸던 프뤼나와 다르게 꽤나 정렬해서 쓴다.


완성한 술식이 잠시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술식의 글자들이 깨지듯 사라진다.


“어라···?”


급하게 검토해보지만 결코 실수한 것은 아니다.


“이상한데. 뭐가 문제지?”


“컨디션의 문제 아닐까? 마음 문제라던가.”


“헤일 산맥 쪽 이동하는 건 어떤가?”


“잠깐 기다려 봐.”


무명은 술식을 다시 짠다. 좌표를 산맥에서 로팜 지방으로 향하는 입구 쪽으로 바꿔서.


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뭔가··· 이상한···.”


프뤼나라면 이유를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가보자. 빨리!”


“리사, 업혀라. 그 편이 빠르다.”


“알았어!”


리사는 얌전히 리안의 등에 업히기로 한다. 상황이 돌아가는 모습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지만 유난히 얌전한 탓에 무명은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참는다.


저 너머로 보이는 산맥이 가까워질수록 불길함이 커져간다.


아니, 단순한 불길함이 아니었다.


짙은 보라색 먹구름이 스멀스멀하게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뭐야 저거···? 역전 현상?”


리사가 중얼거린다.


다시는 보기 싫은 흉흉한 먹구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지옥 같은 하루였다. 리사는 운 좋게도 변이체와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참상이었다.


직접적으로 변이체와 싸웠던 무명과 리안은 더했다. 게다가 무명은 유적 속 결계에서 변이체와 한 번 더 마주했다. 전투는 이제 질색이다.


“···?! 뭐지?”


지방의 경계선에 도달한 일행이지만, 어째서인가 들어갈 수 없다. 커다란 막이 둘러싸고 있는 듯하다. 리안이 칼을 휘둘러 베려 해보지만 공간이 칼날을 밀어내고 있는 감각이다.


무명 역시 술식으로 시도를 해보지만 하는 족족 막히고 만다.


“어떡해···?! 왜 못 들어가는 거야?!!”


아무리 한탄해도 들어갈 수가 없다. 하늘의 먹구름은 이제 아예 온 지역을 뒤덮고 있다. 안에서 무슨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는 만큼 초조함만이 일행을 감싸고 있다.


“제길!! 왜 아직도 무능력한거냐고!!”


무명은 자신의 무력함에 절규한다. 리안 역시 내색하지는 않지만 이를 꽈악, 깨문다.


“괘, 괜찮아. 아마도. 프시케님하고 베르가님도 계시자, 잖아?”


리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행을 격려해본다.


“어떡할 건가? 기다릴 건가?‘


“모, 모르겠어.”


머릿속이 새하얗다. 누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프, 프뤼나라면 출발하자고 했을 거, 거야.”


“······그래. 그 말이 맞아. 리안, 가자.”


분명 프뤼나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후회할 것도 없다. 실수라고 해봤자 조금 더 서두르지 못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나아가야 한다.


급한 건 마을뿐만이 아니다. 혈옥에 있는 프뤼나도 분명 위험한 상황일 것이다.


마을은 프시케와 베르가, 경비대에게 맡기기로 한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일행은 다짐을 하고 머나먼 여정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마을에 다시 돌아가는 일은 머나먼 후일이 된다.




1장, 끝.


작가의말

24화 맞추고 싶었는디.. 오바 나버린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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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9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 출발 (2) 22.06.07 11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1 2 11쪽
18 상충 22.05.28 17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8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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