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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21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25 11:00
조회
22
추천
4
글자
10쪽

헤일 산맥

DUMMY

푹신한 퀸 사이즈의 침대는 프뤼나의 독차지였고, 무명은 소파에서, 리안은 벽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일어난 일행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서도 전 날의 일로 짧은 회의를 했다.


결론적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위선의 호의라고 해도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의 위기는 유야무야 넘겼지만 흑막이 언제 일을 벌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무리 될 때쯤 아침 식사가 도착했다. 루시드의 배려로 3명이 충분히 먹을 양의 식사였다.


무명은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평을 내렸다.


목적지인 헤일 산맥 정상까지는 제법 거리가 되었다. 마음먹으면 하루 꼬박 걸려서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으나 그럴만한 체력은 못 되었다.


“저번처럼 텔레포트 같은 건 안 되고?”


“그렇게 간단한 마법이 아니에요. 대상이 되는 좌표가 정확해야 해요.”


“꾀부릴 생각 말고, 체력 단련이라 생각해라.”


“하아.”


헤일 산맥에 용이 산다는 소문은 이미 기억의 저편에 넣어두었다. 일상적인 대화에 마음이 놓인다.


일행은 숙소를 나와 중앙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다.


“하루 걸리면 야영도 해야 하나.”

“글쎄요. 이 근방이면 야영이 아니라 노숙이 맞는 말이겠죠?”


위험요소라고 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밤공기조차 그리 차갑지 않아 흔하디흔한 감기 걱정도 딱히 없다.


“북쪽은 농경지대다. 산맥까지 가는 길에 띄엄띄엄 집들이 있으니 그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가능하면 쉬지 않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어때요?”


“동감이다.”


“너희,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어?”


“전혀.”


리안은 칼같이 부정한다. 정말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걷기만 한다.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북쪽 마을의 풍경은 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곡창지대다. 아직 곡식이 익지는 않는 계절이었으나 그 나름대로 운치가 느껴진다.


리안의 말대로 처음 한 곳에 뭉쳐있는 건물들을 빼면 밭이나 논을 두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보이는 산맥. 산이 이어져서 산맥인 것이지 확실히 높아 보이지는 않다. 그래도 등산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조금 어두워지는 기분이다.


“다행히 높진 않아 보이는데.”


“하지만 꽤나 등산은 힘들 거예요. 마나의 농도가 짙다는 건 물 속을 걸어 다니는 느낌이거든요.”


무명의 표정이 굳는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체력이나 몸을 쓰는 일은 싫다.


“걱정 마세요. 마나 느낌만 이해하면 되잖아요.”


“그래. 그러고 나서 훈련하면 된다.”


“왜 자꾸 너는 훈련시키려는 거야···.”


“걱정 반, 재능 반.”


“재능? 나 살면서 힘쓰는 일 안 해봤는데.”


“변이체와 싸웠을 때 느꼈다. 갈고 닦을 만 하다.”


“축하해요. 칭찬 받으셨네요.”


영혼 없는 축하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이고.”


어느새 마을의 초입이다. 구멍가게 같은 소규모 편의시설이 몇 채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다.


“리, 리안씨.”


노년의 남성은 구멍 가게를 나오다가 우연히 리안을 보자마자 달려와 손을 붙잡는다.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다.


“무슨 일 있나?”


“중요한 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산맥의 소문 알고 있소?”


“소문··· 용이 산다는 그거 말인가?”


“용이 나타나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오오. 프뤼나냐. 아니, 나타난 것은 아니고 울음소리가 들렸으이.”


무명은 움찔한다. 잘 생각해보니 여기는 마법이 실재하는 세계인데 용이라고 없을 이유가 없다. 조금 너무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본 적은 없다는 얘기군.”


“그렇다만···. 한 밤중에 확실히 들었으이. 방금 마을을 돌면서 얘기해봤는데 나만 들은 게 아니구려.”


“······마침 산을 오를 생각이었다. 겸사 조사를 해두지.”


리안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말한다. 경비대로써 마을의 안위 문제는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다.


“고맙구려.”


노년의 남성은 감사인사를 연거푸 하고는 자리를 뜬다.


“어··· 소문 이겠지?”


“모르지. 조사를 해보지 않는 이상···. 프뤼나, 대장님에게 연락은 가능한가?”


“아뇨. 고유 마나가 있다면 가능한데, 저희가 하는 방식으로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신호가 가는거 아시잖아요?”


“그래, 그랬지.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다.”


“저기, 나는 여기서 기다리면 될까?”


“그럴리가요. 무명씨, 용이에요, 용. 이쪽 대륙에서 용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게다가 이런 시골 지방에서잖아요.”


“나도 용이 보고 싶긴 한데. 위험하지 않아? 그리 좋아 보이는 이미지라고는 못 느꼈는데.”


방금 노년의 남성이 말한 분위기로 봤을 때는 불길


“글쎄다. 목격자가 없어 전승된 것도 별로 없다. 개체차가 있다는 얘기만 봤다.”


“그래서 쫄리세요?”


“뭐?”


“겁먹었냐구요. 맨몸으로 요기도 받아냈으면서도 아직 겁먹을게 남았어요?”


“그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용에 대해서는 알아요?”


무명은 할 말을 잃는다.


“논쟁 끝났으면 가자. 아무래도 시간이 급하다.”


“논쟁이라뇨. 훈계죠.”


무명은 훈계라는 프뤼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그런 웃음이라도 어쩐지 긴장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다. 너무 걱정만 하는 것은 분명 안 좋은 버릇이라 생각하며 자신감을 갖자고 생각한다.


“가면서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


리안의 제안대로 일행은 산을 향하면서도 가는 길에 주민들에게 정보를 수소문해간다.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거대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하면서도,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이제껏 살아오면서 처음 듣는 소리였고 그 소리가 용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중턱부터 시작되는 마나 농도 문제로 산을 올랐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일행은 산 입구에서 멈춰 서 이야기를 정리한다.


“누가 장난치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군.”


“소리 마법은··· 글쎄요, 써보려는 생각이 없어서 뭐라 조언할 수는 없겠네요.”


프뤼나는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 즉석에서 비슷한 마법을 써보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계산을 통해 쓸 수는 있겠지만 최적화를 하지 않아 난이도 면에서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가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어머. 장난이라는 얘기에 기분이 좋아지셨나 봐요.”


무명은 프뤼나의 놀림에 딱히 답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가봐야 알겠지.”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마나의 흐름은 상당히 꼬여있어요. 농도가 짙어서 그런 건 아니고 외부적 원인이 있는 거 같아요.”


일행은 산을 오른다. 등산로가 만들어지지 않는 산길은 상당히 험하다. 게다가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도 없어 무척이나 스산하다. 곧이라도 야생 동물 같은 무언가가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이제야 비로소 정상까지 하루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마을을 천천히 가로질러 걸어도 세 시간 정도였음에도 하루라고 말했던 것은 산길이 험한 탓인 것이다.


“힘들긴 한데··· 마나라는 감각은 느껴지진 않는데.”


“중턱은 가야돼요. 힘드신 건 체력문제에요. 저보다도 체력이 없으시면 어떡해요?


수풀을 헤쳐 나가며 겨우 오른다. 프뤼나와 리안이 주변에 위험한 요소는 없으니 안심하라고 해줬지만 긴장감의 끈이 놓이지 않는다.


그렇게 험난한 산길을 몇 분이나 걸었을까. 해도 잘 보이지 않아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알 수가 없다.


“헉―.”


갑작스럽게 숨이 막힌다. 아니, 오히려 숨이 너무 가빠르게 쉬어진다. 시야가 흔들리며 흐릿해져간다.


“진정해요.”


프뤼나가 무명을 가볍게 안아준다.


“이건···. 둔한 나라도 알 수 있겠군.”


리안의 안색도 상당히 나빠져 있다.


“누군가 확실히 여기서 뭔가 꾸미고 있어요.”


“하, 함정?”


프뤼나의 품에 안겨 겨우 정신을 붙잡은 무명은 힘겹게 목소리를 짜낸다.


“굳이 귀찮게 함정까지 팔 정성이 있을지는, 모르겠군.”


리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긴급용 술식을 짤게요. 잠시 무명씨 좀 맡아주세요.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는 없어도 편할 정도로는 할 수 있을 거예요.”


무명을 리안에게 넘겨주고는 주변을 잘 정리한다. 잡화 상점에서 챙겼던 펜으로 바닥에 글자를 써내려 간다.


여전히 난잡하게 쓰는 술식이었지만 효력은 제대로다.


흰색 빛을 내며 떠오르는 룬은 일행 각각의 옷에 스미듯 부착된다. 그러자 한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인챈트를 부여한 것이다. 일시적이라 효과는 그리 길지 않다.


“고마워···.”


그래도 여전히 전신을 덮는 압박감은 남아 있다. 이것은 마나 탓이다.


“누군지 얼굴은 봐야겠군. 프뤼나 혹시 모르니 후퇴준비를.”


“거창하게 말씀해도 도망칠 준비를 하라는 거잖아요? 문제없어요.”


“프시케씨처럼 지팡이 같은 건 못 만들어줘?”


세계의 역전 현상 때 프시케는 마나를 부여하는 술식으로 일회용 지팡이를 만들어 준 기억을 떠올린다.


“만들 수 있어요. 근데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이건 진짜 상처인데.”

도움하나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상당히 아프다. 그래도 어떻게든 술식을 다시 흉내내든 새롭게 써보든 할 수도 있을 텐데.


“아마도 알아서 해결해주겠다는 뜻이니 조금 참아라.”


“아닌데요.”


“······.”


모두가 침묵할 때였다.


“쿠오오오오―!!!!!!!!!”


확실히, 용이 울부짖는 소리라 할 굉음이 울려 펴진다. 그저 포효소리일 뿐인데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젠장. 진짜 있다고?”


“아뇨. 아마 흉내 내지는 위조.”


당황하는 무명과는 다르게 프뤼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난 살면서 괴물이랄 것을 딱 두 번 봤다. 하나는 너와 봤던 변이체고, 하나는 와이번이었는데, 성체가 아니라 맞붙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위압감만큼은 진짜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리안 역시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일행은 계속해서 나간다. 프뤼나의 마나 탐지로 진원을 추측해가며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이런이런. 겁을 먹지 않는 꼬맹이들이구만.”


어느 동굴 앞에 도달했을 쯤, 뒤에서 맹맹한 목소리가 들린다. 전혀 인기척을 눈치 채지 못했던 일행은 급히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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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야영 22.06.17 7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9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0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4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19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2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4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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