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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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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39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10 11: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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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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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습격 (1)

DUMMY

프뤼나를 찾기 시작한지 벌써 수 일이 지났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혈옥에 있었고 그 곳은 일행이 살던 마을과 극과 극으로 떨어진 곳이었다. 게다가 일반인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어 우회로를 찾아야 했다.


과거 혈옥에 대처하는 3 기사단 소속이었던 베르가에게 어떻게 부탁을 해볼 생각이었으나 마을이 결계로 봉쇄된 탓에 하는 수 없이 일행은 험난한 여정을 시작해야만 했다.


차선책으로 리사의 집안이 귀족가인 것을 이용하기로 해 그들은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명은 걱정과 초조함에 마음이 조금씩 피폐해져 가고 있다. 리안이나 리사도 마찬가지였다.


리사의 집까지 대략 절반까지 왔고, 한 여관에서 일행은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으··· 힘들다. 집이 그립다 그리워.”


리사는 딱딱한 나무침대에서 버둥거리며 한탄한다.


“절반쯤 왔다며? 좀만 참자.”


무명과 리안의 방, 리사의 방을 따로 잡긴 했으나 잠을 잘 때만 각자의 방에 있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사가 심심함을 못 견뎠다.


“아니, 진짜 우리 집 말고, 도서관 말이야.”


“네가 택한 길이다.”


“알아~. 힝, 그래도.”


무명과 리안에 비하면 다소 연약한 소녀지만 그녀가 일행에 동참하게 된 것은 사소한 호기심과 사소한 용기였다. 게다가 나라에서 도서관을 부순다고 했으니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비록 그녀가 귀족 영애라고 해도 말이다. 집으로 한 번 돌아가기로 한 것은 비록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정을 떠나는 것 보다 더 한 용기를 낸 것이다.


내색하지 않는 것은 리사 뿐 아니라 일행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언젠가 터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결국 프시케씨가 말한 신분 혜택은 없던 셈 아냐?”


무명은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아, 그거 말인데. 사실 귀족이라 해도 일반 귀족이면 본인 영지 내에서만 유효한 경우가 대부분이야. 너희들이 말한 루시드 공처럼 작위가 높지 않다면 말이지. 어디에나 예외가 있긴 하지만, 우리 집안은 아냐.”


“그렇다면 결국···.”


리안이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리사가 받는다.


“결국 지갑이지 뭐.”


“아니 그렇게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건 둘째치더라도 말이야···. 프시케씨가 그 사실을 몰랐을까?”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던 것은 프뤼나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언니, 프시케였다. 상냥하고 따스해서 그야말로 ‘어머니’같은 이미지였다. 그녀가 그 사실을 모르고 리사를 붙여 보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당연히 아니겠지. 나도 조금 생각을 해봤는데, 일부러 나를 멀리 보내려고 한 거 같아. 마을이, 지역이 봉쇄될 것을 감지한 게 아닐까.”


“뭐? 네가 생각을?”


“야이, 죽어!”


리사는 기운도 좋게 무명이 앉고 있던 흔들의자를 거세게 발로 연달아 찬다.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그게 사과야??”


거세진 발길질에 결국 의자가 부서져 무명은 화려하게 바닥에 엎어진다.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을 해버렸다.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혹시, 프뤼나도 어딘가 여유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똑똑. 노크 소리에 무명의 생각의 바다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여전히 바닥에 엎어인 채로 꼴불견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리안이 무명 대신에 문을 열어 맞이한다.


“큰 소리가 나서 왔다우. 무슨 일 있소? ···이런.”


여관 주인, 톰이었다.


“의자라면 배상해주겠다. 볼 일은 그것뿐인가?”


“아, 아니오. 일들 보시우.”


톰은 빠르게 자리를 떠난다. 엎어진 채로 봐도 무언가 숨기는 기색이 있는 게 분명하다.


“저 사람, 곤란해 보이는데?”


“확실히. 할 말이 있어보였다.”


“···내비 두자. 그냥 아침이 밝으면 떠나는 거야.”


무명은 이제야 일어나 옷의 먼지를 턴다.


“의외로군. 돕지 않겠다는 건가?”


“의외야? 프뤼나가 혈옥에서 언제까지 안전할리가 없잖아. 잊은 건 아니겠지, 리안. 게다가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것도 단순히 망상이잖아?”


“네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다 돕고 다니다가는 돌이킬 수 없어.”


“하. 마치 인생을 다 살아 본 것처럼 이야기 하는군. 내가 너를 믿게 된 건 몸을 바쳐 움직이는 그 무모함 때문이었다. 그 때의 너는 어디로 갔지?”


“···나는 나를 위했던 거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나는 그 때와 달라지지 않았어.”


“그만 싸워!! 혈옥에 가든 사람을 돕든, 싸울 시간은 없잖아?!”


리사가 마침내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른다.


“나도··· 프뤼나가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가 없을 뿐이다. ······재미없는 내 이야기는 시간이 되면 하지.”


“사람들을 돕기 싫다는 건 아냐. 조금, 아주 조금은 우선순위를 두는 게 맞지 않느냐는 거지.”


“나는 둘 다 맞는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싸우지 마.”


“실망했을 뿐이니까 걱정마라 리사.”


“나도.”


“우이씨. 그럼 이렇게 해. 일단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 가는 길에 해결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아니면 뭐. 일단 생각은 해보는 걸로.”


무명과 리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이왕 말한 김에 한마디만 더할게. 무명, 너는 조금만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리안, 넌 항상 너무 도덕적이야.”


리안과 무명은 머쓱해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같이 가자. 주인장아저씨한테 여쭤보러.”


그러나 일행의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저기, 아까 뭔가 다른 할 말이 있던 거 맞지? 무슨 일 있었어?”


무명은 리사의 중재대로 마음을 누르며, 심란한 표정으로 카운터에 앉아 있는 톰에게 말을 건넨다.


“아, 아니라우. 모험가 양반. 이미 도움 요청을 했다우.”


“그런 것 치고는 꽤나 곤란한 표정이라서 말이지. 나는 저 남쪽 지방 아리스에서 경비 일을 해온 리안이라고 한다. 이야기 정도라도 하면 마음이 조금 풀릴 지 어떻게 알겠나.”


“맞아, 옛날에는 모험가들이 해결해주고는 했다며.”


톰은 한 숨을 크게 들이 내쉰다.


“아내가 사라졌다우.”


“아내가? 분위기로 보아하니 싸운 모양은 아니군.”


“납치 당한게 분명하다우. 잠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수상한 후드가 범인임에 틀림없으이!!”


“···사이가 좋았어?”


무명은 나지막하게 묻는다.


“굳이 말하자면 그리 좋지는 않았다우···. 하지만 없으면 쓸쓸한 것이 부부가 아닐까 싶다우.”


“찾아볼게. 언제 그랬어?”


일행은 톰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는다.


6일 전의 밤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별 볼일 없는 하루였다. 여관 일을 하느라 바빠 뭘 할틈도 없이 침대에 드러누운 날. 아내도 역시 피로함에 겨우 잠을 청할 때다.

아내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이라도 마시나 싶었는데 창문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비춘 것 같았다.

잠을 이기지 못해 결국 눈을 부쳤지만 그게 아내를 본 마지막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무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저씨 미안한데, 우리도 시간이 없으니 딱 하루만 찾아볼게. 짐작 가는 곳은 있고?”


톰은 그리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다. 나라 녹을 받는 기사들도 해결을 못하는데 과연 이 모험가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전혀 없소···.”


“그렇다면··· 고유 마나는 없을 거 같고. 뭔가 애지중지했던 물건은?”


“목걸이는 있우. 항상 차고 다녔지만··· 잘 때는 벗으니. 지금은 내가 챙기고 있우.”


“잠깐만 빌릴게.”


톰은 무명이 다소 못마땅하지만 눈빛이 잡배들과는 다른 것을 보고 한 번은 맡겨보기로 한다. 품 안에 고이 간직한 목걸이를 꺼내 건네준다.


“가끔 물건에도 소유자의 마나가 깃들기도 한대. 그렇다면 추적하는 간단하니 혹시 모르지.”


그런 무명을 리사는 훈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왜, 뭐?”


어쩐지 그 눈빛에 부끄러워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프뤼나··· 생각이 났구나?”


“그건 그거야. 그냥 우리가 이렇기로 합의 봤잖아.”


“그래. 그렇지.”


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무명은 마나 펜을 꺼낸다. 엘리라는 드래곤 연금술사가 제작해준 특제 펜으로 마나가 없어도 술식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몸에 마나 대신 불안정한 요기(妖氣)를 지닌 탓에 일반적인 환경에서 일반적인 술식을 쓰기 위해서는 필수인 도구다.


‘소재는 목걸이. 대상 마나 추출. 마나 분석. 확산, 유사 마나 검색. 위치 확인. 추적.’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술식이지만 곧장 해낸다. 당연하게도 기본은 한 번 본 것으로 외웠고 응용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쩐지 정화 술식만큼은 숙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우선 그 문제는 제쳐두고,


“됐다. 다행히 근처야.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줘.”


무명은 일행에게 손짓하며 여관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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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9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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