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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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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25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27 11:00
조회
14
추천
3
글자
10쪽

산책

DUMMY

“잘 다녀와.”


프시케는 떠나려는 무명, 프뤼나, 리안을 살갑게 배웅해준다.


일행은 프시케의 흥신소 뒤편에 설치되어 있는 전송진 위에 선다. 일행이 이 곳에서 모이기로 한 이유는 프시케에게 얘기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전송진 때문이었다.


프뤼나가 무명을 감옥에서 꺼낼 때 사용한 술식과 원리는 같다. 비교하자면 반영구적으로 북쪽과 동쪽으로 지역의 끝에 각각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송진은 빛을 내면서 작동한다.


역시나 아주 잠깐의 순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헤일 산맥 사이로 트여있는 길이다. 길 양 옆으로 산맥이 보이는 것이 꽤나 웅장한 풍경이다.


“어우. 고맙긴 한데, 이렇게 까지?”


무명은 프시케에게 받은 짐이 한 가득이다. 배낭에 우겨다짐으로 쑤셔 넣은 것들의 대부분은 술식이 새겨진 것들이다. 그리고 여러 도구들이 들어 있어 신규 모험가 패키지를 구매한기분이다.


‘차라리 게임이라면 간소하게 인벤토리가 있을 텐데.’


거기에 특별히 부탁한 마나 부여가 인챈트 된 천도 받아왔다.


“어머니가 조금 호들갑이셨죠.”


“그래도 나름 엄선된 거다.”


리안의 말은 옳다. 받은 도구들은 사용감이 있긴 했지만 문외한인 무명이 봐도 꽤나 재질이 좋은 것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법을 쓰려면 복잡한 절차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조잡하게 쓴 기억이 있는데. 나 혹시 재능 좀 있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해당하는 식까지 포함되어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에잉.···그래도 그걸로 술식을 쓰긴 썼다고.”


“그건, 그건 인정해드릴게요.”


“굉장히 인정하기 싫다는 말투군.”


인정하기 싫은 것보다는 어떤 현상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어떤 경위로 쓸 수 있었던 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노릇이다.


길을 따라 일행은 계속해서 걷는다. 프뤼나의 설명에 따르면 그리 멀지도 않고 꽤나 평화로운 곳이라고 한다. 가끔 흉포한 괴물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계절에는 나오지 않다고도 한다.


“하하. 꼭 그렇게 말하면 만나더라?”


“인생이 그런 법이죠. 만나기 싫은 상대는 만나고, 만나고 싶으면 헤어지고.”


“늙은이 같은 소리는 그만 해라.”


리안은 가볍게 일침을 놓는다.


따스한 오솔길이 계속해서 이어지니 한가로이 산책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악―.”


그런 바람도 잠시다. 무명은 갑작스러운 따가움에 짧은 비명을 지른다.


“왜 그래요?”


“뭔가 벌레에 물린 것처럼 등이 따끔한 게···.”


“등? 혹시 벌레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명의 등은 요기로 꽤나 잠식되어 있어 리안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 아냐. 지금은 괜찮아. 진짜 물린 거 같아. 헉, 설마 그 괴물이 벌레라던가.”


“네 발 달린 짐승이에요.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어떻게 조심해야지?”


“벗으세요.”


“뭐?!”


프뤼나는 고풍스럽게 고개를 까닥이자, 리안이 얼른 무명이 매고 있던 배낭을 벗긴다. 프뤼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다가가서 옷깃을 잡는다.


거침없는 태도에 화들짝 놀란 무명은 손사래 친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요.”


무명은 반쯤 벗어 등을 보여준다. 여전히 거멓게 요기에 잠식된 등이 불쾌하다.


“더 퍼지거나··· 한 건 아닌 거 같다. 다시 입어라.”


“어휴. 길바닥에서 이게 무슨···.”


잠깐의 소란이 지나가고 일행은 다시 목적지를 향한다. 마을과 숲의 갈림길에서 숲 쪽을 택하고는 계속해서 걷는다.


어느새 태양은 점심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계속해서 걷기만 하다 보니 만성 운동 부족인 무명은 슬슬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저기, 우리 밥 먹을 시간 안됐어?”


“슬슬 시간이긴 하네요. 리안도 배고픈가요?”


“나는 괜찮다. 하루 이틀 굶어도 문제없다.”


“굶어도 문제없다고요? 바보 같네요.”


리안의 눈썹이 움찔한다.


“어머니가 도시락 싸주신 거 있죠?”


프시케는 배낭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절인 과일류를 넉넉히 담았다고 했다.


“아마도?”


배낭을 뒤적거려 찾아보니 상당히 뭉개진 과일이 두 손에 가득 잡힌다. 게다가 깔고 앉으라고 돗자리용으로 천까지 준비되어 있다.


“역시 준비성이 철저하시군.”


일행은 가벼운 식사를 한다. 자그마한 방울토마토 같았는데, 맛이나 식감은 사과에 가까웠다.


“입맛에 맞으세요?”


“응. 맛있네.”


“앗, 입가에 묻었어요.”


“내가 닦아주지.”


“됐거든!! 앗―”


무명은 리안의 손길을 거부하려다 아까와 같은 통증을 느낀다.


프뤼나와 리안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은커녕 왜 그런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라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근처에 사나운 벌레라도 생긴 걸까요? 아니면··· 글쎄요.”


프뤼나는 가설을 한 가지 생각했지만 말을 꺼내기에는 부담스럽다.


“분명히 말해라.”


“나도 조금 집히는 게 있어. 요기가 있을지도 몰라.”


“우연이네요.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정말 가능성의 문제잖아요.”


그렇다. 정말 지극히 낮은 가능성이다. 혈옥과 맞닿은 국경이 아닌 이상 볼 일이 없다. 무명이 겪었던 그 일은 원래라면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원래라면 그랬다. 하지만 무명이 차원을 건너 온 순간부터 과연 원래대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만약 정말 요기가 있다면 어쩔 거지?”


“사람을 불러야겠죠.”


“사람? 중앙 사람들이 올 것이다.”


“알아요. 하지만 저희가 그런 정치판에 껴서 뭘 할 수 있나요?”


나라의 중심에서 요기를 가지고 권력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일행은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그저 수상함만 경계할 뿐이다.


“다들 진정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자. 우연히 봤을 경우만 대비하는 건 어때?”


“우연히···. 좋다.”


그것과 별개로 겪고 싶지 않은 이벤트다. 무명과 리안은 상당히 고생을 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가능한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가요. 그리베이시아를 채집해야죠.”


엘리에게 부탁받은 마나 포션의 주재료인 약초의 이름이다. 일행은 자리를 정리하고 얼른 서두르기로 한다.


다행스럽게 염려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요기를 발견한 것도 아니었다.


숲이 우거진 곳을 헤쳐 지나가지만 등산보다는 편하다. 얼핏 둘러보아도 무명이 알고 있던 식생들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


별 힘들이지 않고 그리베이시아를 채집한다.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아 희소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채집할 때 주의사항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야.”


“기대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실망인 눈치인데요?”


“전혀 아니야. 난 이 평화로움을 사랑한다고.”


“평화? 그런 게 있었어요? 낙관적이시네요.”


“네가 비관적인 거다.”


“맞아요.”


“인정하지마라.”


순순히 인정하는 프뤼나가 더 불쾌한 리안이다.


“왜요? 사실인데요.”


“이제 왔던 길로만 돌아가면 되는 거지?”


“돌아가는 건 쉽죠. 좌표가 특정되어있으니까요.”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술식이지만 프뤼나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공간전이 술식에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출구 좌표가 필요하다. 이 짧은 나들이를 출발할 때 프시케의 전송진을 사용해서 그것을 좌표 삼는 것이 가능하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솔직히 체력적으로 완전 한계야.”


“무명, 당장 내일부터 단련할 필요가 있겠군.


“으아아악, 안 들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신도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프뤼나보다 체력이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한 편 프뤼나의 술식을 지켜본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니 어느 정도 틀이 보인다. 단순히 순간 이동하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을 고정시키고 대상을 인물에 한정하는 식의 부가적인 요소가 있음을 깨닫는다.


“다 봤죠? 변동적인 건 여기 이 좌표와 환경 요소. 대개는 이 둘만 신경 쓰면 되요.”


확실히 감옥에서 봤던 술식과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응? 아. 그래. 여기 글자들이 다르고 또 이 부분도 다르네.”


“···저걸 다 외워서 확인할 수 있다니.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군.”


“그럼 갈게요.”


신비한 빛과 함께 일행은 출발했던 산맥이 양 옆에 펼쳐진 웅장한 길로 돌아온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해 하늘이 노랑 빛을 띠기 시작한다.


“정말 다행이야. 별 일 없어서.”


“기억력은 좋으면서 바보에요? 아니면 무명씨가 요기에 아파한 건 제가 꿈을 꿨던 걸까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그 엘리라는 사람이 꽤나 박식한 모양인데 물어보자.”


“확실히 무명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군.”

“그렇죠?”


“뒷담은 뒤에서 해.”


“아무튼 다시 산을 오를 시간이네요.”


“···업어줄래?”


“싫다.” “싫어요.”


“여기까지 편하게 왔으면서 그러기에요?”


무명은 한숨을 쉰다.


“이런.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엘리다. 여전히 공중에 뜬 채로 의미심장한 미소로 맞이한다. 무명은 배낭에 고이 넣어둔 그리베이시아를 건네준다.


“따라오느니라.”


“잠깐만, 우리는 오늘 내내 걸어서 피곤하다고.”


“내내? 아직 밤은 되지 않았느니라.”


그렇게 무명은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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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0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19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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