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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41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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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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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원

DUMMY

루시드에게 연락을 해봤으나 조사하는 데에는 역시 시간이 소요될 모양이라 결국 시간이 상당히 비게 되었다.


그렇지만 무의미한 시간들은 아니었다.


리안이 체력 단련을 맡아주었다.

육체적인 부분만큼은 정말 죽어라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평생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운동이었기에 상당히 고되었으나 나름 보람찼다.


무명은 훈련을 하다 보니 자신의 몸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요기 때문이 아니라 분명히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향되어 있었다.


세계에 맞춰 몸이 어느 정도 보정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낮에 체력 단련이 끝나고 나면 공부를 했다.


하지만 프뤼나의 강의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유의 신랄한 말투는 가르침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명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한 설명이었다.


대체적으로 책을 읽어 기본을 습득하고 이해는 프시케의 도움을 받았다. 가끔 리사에게도 배우기도 했다.


게다가 시간이 비는대로 프시케의 흥신소 일까지 도왔으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랐다.


그렇게 숨 가쁜 시간이 흘렀다.


비록 10일간의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당한 체력과 수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약속된 날짜가 되어 무명은 다시 엘리를 찾아 간다.


리안은 경비대의 일로 미처 오지 못했고, 프뤼나 역시 프시케의 일을 돕느라 바빴다.


“반갑구나. 헌데, 전에 봤던 것과 인상이 조금 달라졌구나. 어째 좀··· 많이 지쳐 보이는 구나.”


엘리는 반갑게 무명을 맞이한다. 여전히 가마에서 무언가를 끓이고 있다. 안본 사이에 옷이 몸을 가리는 면적이 상당히 좁아져있다.


“좀, 많은 일이 있었지···.”


“하하핫. 농담이니라. 제법 눈빛이 좋아졌느니라.”


“농담이 아니라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니까. 하체 운동 다음엔 상체··· 운동만 하면 다행이었지··· 이 10일 동안 근육통이 없는 날이 없었다고.”


“아직 육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느냐.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지식도 마찬가지니라. 거기에 도달한 순간 절망뿐이니라. ”


엘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얘기한다. 뒷사정이 상당히 쌓여 있는 모양이라 물어보기에는 미안해 화제를 돌리기로 한다.


“그래서, 10일이나 기다려 달라고 한 건 뭐 때문이었어?”


그녀의 표정은 금세 밝아진다. 이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더니 선반에서 천에 감싸진 것들을 꺼내준다.


“내 그대를 위한 몇 가지 물품을 만들었느니라. 하나같이 연금술의 집대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니라.”


“펜···하고 작은 가방으로 보이는데?”


얇은 펜 두 자루와 가죽으로 된 자그마한 주머니다.


“영구한 펜과 무한한 공간을 가진 가방이니라.”


“고양이 로봇 같은 소리를 하네···.”


“뭐. 말로는 그렇지만 분명 한계는 있느니라. 그래도 평범하게 살면 끝을 모를 정도의 공간이니라.”


어쩐지 그런 가방은 정말 있을 거 같아 무명은 쉽게 납득한다. 오히려 없는 게 어색할 거 같다.


“그럼 펜은? 의미가 있나 싶은데.”


“잉크가 없느니라. 대신 공기 중에 마나를 사용해서 그야말로 영구한 펜이니라.”


무명은 펜의 쓰임새를 단박에 눈치 챈다.


“···나도 이걸로는 술식을 쓸 수 있구나?”


“오호. 눈치도 제법 있는 모양이구나. 간단한 마법도 가능하니라.”


“간단한 거라면, 설마?”


“뾰롱이니라.”


“그럴 줄 알았지.”


책에서 보니 ‘뾰롱’은 원리가 굉장히 간단해 정말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마법이었다. 기초라고 할 만한 이유를 깨달았다. 10일 동안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어 상당한 지식을 얻은 것이었다. 비록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편향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역사 정도는 확실히 외울 수 있었다.


“물론 요령만 있다면 조금 더 복잡한 것도 가능하겠다만, 네가 지닌 건 마나가 아니라 요기라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리 나라도 짐작할 수 없느니라.”


“괜찮아. 상상했던 것보다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난 또 포션 몇 개 주고 끝날 줄.”


“어허. 이 몸을 뭐로 보고 그런 망발을 하는 것이냐. 게다가 이 몸의 가호까지 서려있는 것이니라.”


“용이었지···? 분위기가 음, 좀 가벼워서 자꾸 까먹네.”


용의 가호는 일종의 인챈트와 비슷하다. 위압적인 효과는 없으나 소소한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보호의 속성을 띄어 착용하는 것으로도 방어력이 올라간다.


“주머니 안에는 포션도 되는대로 넣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야. 게다가 내 고유마나가 붙어 있으니 연락도 편하니라.”


“고마워. 잘 쓸게. ···근데 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해주는 것처럼 말해?”


“당연하지 않느냐? 그대 몸에 깃든 요기에 대해 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


“아··· 그래. 그렇지. 한동안 그걸 생각할 여력이 없어서 잊고 있었네.”


등에 옮은 요기는 요 며칠 동안 아무 일 없었기에 자연스레 잊고 있었다. 딱히 불편한 점이 없어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훈련과 공부가 너무 고되기도 한 탓도 있었다.

“꽤나 이 곳에 적응한 모양이구나. 그대 세계가 그립지는 않느냐?”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 아직도 실감이 없는 걸까? 돌아가려면 술식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 한다는 데···.”


“내 기억으로는 그대들이 혈옥이라고 부르는 지대 어딘가에 도움이 될 게 있느니라. 최종 목적지를 그리로 정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니라.”


“그래야지. ···그 길에 요기에 대한 뭔가도 있을 테니.”


“응···? 그대와 같이 있던 아가씨가 이 쪽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구나.”


엘리는 프뤼나가 가까이 오는 것을 그녀의 마나로 알아차린다. 감지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프뤼나? 집에서 보기로 하지 않았나···.”


“집? 후후훗···. 그대들 동거하는구나. 암, 무릇 그래야지.”


“그냥 내가 얹혀사는 거라고···. 침대도 없이 좁은 소파에서 자야했다고···.”


“그래그래. 그러겠지. 하하하.”


엘리는 호탕하게 웃는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였지만 단순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고운 곡선의 몸을 하고 있다.


엘리에 대해 깊게 생각할수록 뇌가 정지가 될 거 같아 그냥 용이라고 생각 하는 편이 좋다.


“그대. 그 아가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잠시의 정적 속에서 엘리가 진중하게 묻는다.


“말투나 표정은 소시오패스? 같은 느낌인데, 그래도 배려심 있고 착한 애 정도일까.”


“소시오패스? 그건 무슨 말이느냐.”


“아, 여기에는 그런 말이 없나. 뭔가 감정 없··· 아. 미안해 내가 정확한 뜻을 모르겠네.”


무명은 단어의 뉘앙스만 생각날 뿐, 구체적인 뜻을 찾아보지는 않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표현하려는 의미와 분명히 달랐다.


결론적으로 그냥 단순하게 성격이 더럽다고 표현하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좋도다. 다만 내 감으로는 무언가 숨기고 있을 것이니라.”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다.


“······솔직히 나도 이상한 점이 아예 없는 것 같지는 않아.”


언제나 무감각하게 있는 프뤼나의 모습은 어딘가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다.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어 곁에 있어도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염두에 두는 편이 좋다는 것이니라.”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 아냐···?”

“하하핫. 역시 재미있는 사내로다. 그걸 생각한다 해도 본인 앞에서 입 밖으로 낸다?”


무명도 머쓱하게 웃는다.


뜀박질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프뤼나가 상당히 가까운 모양이다.


엘리는 방금까지의 일을 함구하라는 뜻으로 검지로 입술을 가로막는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프뤼나가 엘리의 동굴 앞에서 숨을 고른다.


“무명씨. 연락이 왔어요. 루시드씨의 연락이에요.”


언제나 고운 은발의 머리가 살짝 부스스한데다가 옷에 풀 같은 것들이 달라붙어 있다. 상당히 서두른 것이 보인다.


“급한 일인 듯 하니 데리고 가거라. 잘 썼느니라.”


엘리는 거만한 태도로 말한다. 프뤼나를 살짝 놀려줄 생각이다.


“잘 썼다고요? 아무튼 무명씨 가요.”


하지만 프뤼나는 반응하지 않는다.


무명은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지만, 급한 부름에 서두른다. 단지 엘리가 경고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평소와 어딘가 다르다.


“다음에 봐!”


무명은 작별 인사를 잊지 않고 크게 손을 흔든다.


“오냐.”


그런 무명을 대견하거나 기특하다는 듯 어머니스러운 미소로 받아준다.


“많이 급한가봐? 서두르는 게 너답지 않은걸.”


“저답다는 게 뭐죠? 그걸 누가 정의하나요?”


무표정하게 받아 치는 모습이 여전히 그 프뤼나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싱숭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게?”


“엘리 씨가 뭐 줬나요?”


“펜하고 가방. 그리고 포션 몇 개?”


걸음을 서두르면서도 무명은 받은 것들을 슬쩍 보여준다.


“아하.”


“그걸로 끝이야?”


커다란 리액션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심한 반응이다.


“뭐에요. 좀 더 재밌는 반응이 필요하신건가요? 와. 정.말. 대.단.해!”


“그래. 내가 미안하다.”


아무리 봐도 프뤼나는 평소대로다. 갑자기 신경 쓰이게 된 건 엘리의 말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무명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화려하게 넘어진다. 하지만 리안의 도움으로 기초 단련이 된 덕분에 용케 다치지 않는다.


“아야···.”


“괜찮으···셋 꺅!”


프뤼나가 무명을 살피려 가다, 역시 나무뿌리에 발이 걸린다.


둘이 엉키 듯 겹쳐 프뤼나가 무명을 덮는 모양새가 된다. 험하게 구른 탓에 둘의 옷은 조금 엉망이 된다.


“괜찮아?”

“네···.”


뇌를 자극하는 프뤼나의 아슬아슬한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뛴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곤란하다.


“무명씨···.”


당장 비켜 일어날 법도 한데, 프뤼나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과시하듯 숨결을 점차 가까이 한다.


“장난 그만쳐. 바쁘다며···?”


“장난이요? 저는 진심이에요.”


프뤼나가 손을 잡아 오자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뭐가 안 되냐고 물으면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가면 큰일이 날 거 같다.


무명은 퍼뜩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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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9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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