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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23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16 17: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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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의심 (2)

DUMMY

한 편, 프뤼나는 도서관을 찾아 갔다. 그녀 나름대로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언니인 프시케의 말에 따르면 가장 큰 혼란이 있었다.


“오랜만이네.”


여전히 피폐한 얼굴인 리사는 카운터에서 엎드려 반 쯤 자고 있는 상태로 인사한다.


세계의 역전 현상으로부터 삼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쉴 틈은 없었다. 현상이 끝나고 근육통으로 만 하루 몸 져 누운 것이 휴식의 전부였다. 현상의 참고인으로 불려가고 마을의 뒤처리에도 빠질 수 없어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반가워요.”


“여전히 그 말투는 그대로네. 그런 컨셉은 슬슬 놓을 때 아냐?”


“그 가슴도 여전히 작네요.”


가볍게 도발에 응수한다.

“야이씨···. 그래 가슴 작다. 어쩔래?????”


리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프뤼나 앞에 가슴을 쫙 피며 당당히 선다.


“가슴도 작아 속도 좁은 건가요? 아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상냥하실 걸까요?”


프시케는 확연히 남다른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너도 큰소리칠 정도는 아니잖아?? 게다가 언제까지 어머니라고 부를 건데? 언니잖아?”


“물음이 너무 많아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책 더 읽으셔야겠어요.”


“아. 진짜 너랑 말하다보면 끝이 없네.”


“그래서, 정말 궁금해요?”


프뤼나는 리사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두 사람의 거리는 숨결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좁혀진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프뤼나는 마치 입맞춤이라도 하려는 듯 얼굴을 가까이 댄다.

티끌 하나 없는 고운 흰 피부는 좋은 살결 냄새가 난다. 분홍빛 도는 입술이 윤기 나게 반짝이며 빛나는 것이 괜스레 시선이 간다.


“뭐, 뭐가?”


같은 여자지만 그 요염한 모습에 절로 침이 삼켜진다.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유 말이에요―.”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자 매혹 마법에 걸린 것처럼 리사의 심장이 빠르게 뛰며 몸이 굳는다.


프뤼나의 손가락이 간지럽게 리사의 팔을 타고 오른다. 리사는 직감적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마음 속 무언가가 흔들려버릴 것 같다고 느낀다.


“우리가, 더 깊은, 사이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대사 한 구, 한 구마다 프뤼나의 손길이 부드럽고 대담하게 몸을 타고 흐른다.


마침내 손길이 가슴팍에서 멈추어 서자 결국 리사의 다리가 풀려 버린다.


“농담이에요.”


“하하···하.”


리사는 얼이 빠진 사람 마냥 주저앉아 있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는다. 프뤼나가 원하던 정말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도서관장님은요?”


“···어? 관장님? 몰라. 은퇴하신대.”


리사는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주섬주섬 일어나 옷을 가볍게 턴다.


요기의 영향이 적어져 도서관장의 건강이 양호해긴 했다. 하지만 일에 복귀할 것이라는 리사의 기대를 무너트리고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을 한 것이다.


“건강 문제인가요?”


“아마 아닐걸. 건강해지신 건 같긴 해.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으셔서 덕분에 내 일만 산더미야···. 고향으로 가신다고 했어.”


“타향 분이셨죠? 아마 케아 지방에서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케아는 가장 동쪽에 있는 지방으로 혈옥과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반대로 프뤼나 등이 살고 있는 이 곳, 아리스는 가장 서쪽으로 바다와 맞닿아 있다.


“맞아. 전방 쪽이라서 요기 문제라면 더 위험할 텐데. 사정이 있으시겠지.”


“도서관장님, 지금 집에 있으신가요?”


“아니. 중앙에서 절차를 밟고 있을 거야. 곧 여기로 돌아오시면 인수인계 할텐데. 기다리려고?”


거주지 변경을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했다. 복지를 비롯한 여러 문제 때문에 사회적인 차원에서 결정된 정책이다.


“아뇨. 그럴 시간은 없어서요. 아, 무명씨는 어땠나요?”


프뤼나는 무심하게 묻는다.


“어땠나니 무슨 질문이야?”


리사는 고개를 살짝 갸웃한다.


“말 그대로랍니다.”


“···그냥 조금 변태 같지만 착한 애? 지금 보니 네가 더 변태 같기는 하지만.”


사실 같이 있던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아 뭐라 평가하기는 힘들었다. 분명한 건 나름대로 매너와 예의를 갖추었다는 것 정도다.


“어머어머. 제 어디가 그렇다는 말씀이신가요? 자세히 말해 주시겠어요?”


“장난 그만 쳐. 이제는 안 당해줘.”


다시 한 번 몸을 들이대려는 프뤼나를 가볍게 밀어 낸다.


“아쉽네요. 꽤나 귀여운 반응이었는데. 아무튼 제 볼 일은 다 봤어요. 고생하세요.”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기 할 말만 하는 게 똑같네.”


“그게 제 매력이죠.”


리사는 프뤼나의 넘치는 자신감이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난다. 물론 시기가 날정도로 예쁜 건 사실이지만 저 성격을 누가 감히 받아 줄지는 정말 유감을 표할 뿐이다.


가뜩이나 피곤한 몸이 정신까지 피로해진 기분에 리사는 다시 카운터에 앉아 엎드린다. 그러고는 적당히 손을 흔들어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프뤼나는 문을 나서려다 문득 멈춰 선다.


“깜빡 했네요. 혹시 5일 전에 사건이 일어난 거 알고 계셨나요?”


“5일 전? 음, 글쎄. 관장님이 그 때 앓기 시작했었나.”


그 날 일어났던 살인 사건은 경비대가 고의로 외부로 밝히지 않았기에 오히려 프뤼나가 아는 것이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녀가 그 사건을 알고 있는 것은 심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일과는 마을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다. 그 과정에서 곤란한 일들을 수집해 프시케에 전해주는 일도 하긴 했다.

이 때문에 소문이나 정보에 통달한 것이다.


“그래요? 그럼 정말 가볼게요.”


“그래, 그래.”


프뤼나는 고개를 꾸벅이며 문을 나서자 태양은 정오를 가리키고 있다.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 모양이네요. 우선 무명씨에게 가볼까요?’


경비대장 베르가의 말에 따르면 무명은 경비대 감옥에 있을 터다. 말이 감옥이지 가끔 숙소로 쓰고 있는 곳이다. 웬만하면 서로 아는 사이다보니 얼굴 붉힐 범죄는 그리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걸음을 재다보니 금세 경비대 막사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프뤼나. 무슨 일이지? 대장님이 너희 집 쪽으로 향했는데. 엇갈렸나봐?”


파라이아가 감옥으로 가는 계단 앞에 서 있다. 적당히 느슨한 태도로 피젯 스피너 같은 장난감으로 장난 치고 있다.


“어머. 그랬나요? 무명씨를 보러왔어요.”


조금 걸음을 서두르는 판단이 옳았다고 속으로 안심한다.


“그 자라면 편하게 누워 있을 거다. 내 대신 편의를 봐준다면 고맙겠어.”


프뤼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하 감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심심해.”


가만히 누워 눈만 굴리려니 여간 고통이 아니다. 지하라 불도 들어오지 않아 시간이 가는 게 맞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오랜만이네요 무명씨?”


“프뤼나?”


고개를 간신히 움직여 바라보자, 그리운 듯 말 듯 장난기가 엿보이는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어때요. 용사가 될 마음은 생겼나요?”


“······네가 꾸민 일이라고 들리는데.”


농담 삼아 던진 말이다.


“설마요. 아무리 저라도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요?”


“그러시겠지.”


프뤼나는 침대 옆에 덩그러니 놓인 접이식 의자에 앉는다. 베르가가 두고 간 의자였다.


“몸은 옴짝도 못 하시나 봐요.”


한 눈에 속박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지만 모른 척 한다. 최하급의 기초 수준 마법으로 마나의 흐름을 고정시키는 구조다. 흐름만 살짝 건드리면 풀리는 수준이다.


“어때요? 변이체와 싸운 감상은?”


“···그냥 얼렁뚱땅이었어. 리안이라는 사람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요기하고 마주한 기분은요?”


프뤼나는 허리를 숙여 무명을 위에서 내려다 바라본다.


“다신 보기 싫어. 기분 나쁜 진흙탕에서 숨도 못 쉰 채 헤매는 기분이었어. 그 이상으로 불쾌하긴 했는데 설명을 못하겠네.”


무명은 프뤼나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워 피한 채로 말한다. 하지만 프뤼나가 억지로 시선을 맞춘다. 역광인 탓에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초록빛을 띠는 눈동자는 눈부시게 느껴질 정도로 빛난다.


“슬슬 움직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야 당연하지······?”


대답한 순간에 자신의 몸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근육통은 배신하지 않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침대에서 나와 기지개를 쭉 피며 스트레칭 하자 관절과 근육들이 앞 다퉈 비명 지른다. 몸이 딱딱할 정도로 굳은게 느껴진다.


“속박 마법을 해제했답니다. 아무래도 무명씨 위험한 모양인데요?”


“내가?”


“절반 정도의 예상이지만, 아마 범인으로 낙인찍힌 모양이에요. 요기에 관련 된 일이니 저 멀리 수도까지 끌려가겠죠.”


마법으로 신체를 묶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짐작했다.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자 그런 오해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어떻게 풀어야할지는 도저히 답을 내리진 못했다.


생각해보라, 외부 인이 와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 원인으로 몰리는 외부 인. 흔한 클리셰 중 하나다.


“오해는··· 풀면 되지.”


“순수하시네요. 세상사람 모두 그렇게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어요?”


세상이 마냥 편하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무리 꼬맹이라도 알 것이다. 무명 역시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감옥에서 눈 뜰 리도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증명하죠.”


“아무것도 모르는데 가능할까?”


“들었어요. 그 대단한 기억 능력. 지금부터 하나씩 조사하면 되지 않겠어요?”


무명은 잠시 침묵한다. 정말 상황이 그러하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완전 기억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 단순한 정보와 그것을 바탕으로 답을 이끄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지만 못 할 것은 없다.


추리 장르물이라면 한 때 즐긴 적이 있다. 삼류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부터 흥미를 잃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술식 써봤다면서요?”


무명은 분명하게 이세계 언어와 다른 한글을 사용해서 술식을 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연에 우연이 거듭해서 성공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다.


“다시 해본다고 해도 되리라는 보장은 없어.”


“그 사실만으로도 좋아요. 다행히 이해하신 것 같으니 탈출해볼까요?”


프뤼나는 허리 부근의 장식에서 분필을 꺼낸다. 그러고는 바닥에 일정한 규칙으로 술식을 짜기 시작한다. 바닥도 모자란 지 벽면까지 이용해 대규모로 작성한다.


“술식하고 마법의 차이는 뭘까요?”


프뤼나는 사방에 글자들을 잔뜩 쓰는 중에 문득 무명에게 묻는다.


“마법은 아직 본 적이 없는데.”


속박 마법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못 본 새에 당한 것이기에 논외로 치기로 한다. 생각해보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수십 종류의 작품 속 마법이 생각나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시전 속도는 마법이 우월하고 기능 면에서는 술식이 우월하죠.”


써내려간 글자들이 프뤼나와 무명의 발치에 모여들고는 녹색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빛에 한없이 불안함을 느끼지만 프뤼나는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짓는다.


“가볼까요?”


무명이 무어라 대답할 시간 도 없었다.

이윽고 아주 짧은 순간 바닥에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생기고는 둘의 모습이 감옥에서 사라진다.


지하에서 새어나온 초록색 빛에 지키고 있던 파라이아가 급히 달려온다. 그러나 이미 프뤼나와 무명은 감옥 안에서 사라졌다.


“이런. 나오고 싶으면 그냥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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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0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4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1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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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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