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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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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35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01 11: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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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유적지

DUMMY

“리안! 급한 일이야!! 프뤼나가 납치된 거 같아!!”


무명은 잔뜩 창백한 얼굴로 땀을 흘려가며 소리친다.


리안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경비대장인 베르가의 부탁으로 윗 지방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즉, 무명이 있던 헤일 산맥에서 내려가기만 하면 만날 수 있던 것이다.


“뭐?!! 질 나쁜 농담 하지 마라.”


“그런 걸로 농담할 리가 없잖아.”


무명은 방금 있던 일을 설명한다. 엘리에게 연금품을 받은 것과 아키라는 이름의 혈자를 만난 것을 전부 상세히 이야기한다. 물론 프뤼나로 변해서 엄한 짓 하려는 내용은 조금 생략했다.


“그럴 때가 아니야. 근처에 결계가 쳐져있거나 마나가 단절된 곳이 있어?”


무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마냥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는 곰곰이 지역들을 떠올려 보지만 쉬이 짐작 가는 곳은 없다.


“이 주변에 그런 특이한 곳이 있다고는 못 들었다.”


“젠장. 그 혈자 놈이 결계에 숨긴 건가?”


“혹시···, 유적지에 있을 수도 있다.”


“유적지라면 프뤼나가 말했던 그 곳?”


“정말 혹시나다. 말한 것 같은데, 자세하게는 모른다.”


“만에 하나라도 좋아. 헤일 산길을 따라가서 갈림길에서 오른쪽. 맞지?”


가타부타를 따질 여유가 없다.


“이봐들.”


그렇게 걸음을 재촉하려는 찰나에 누군가 부른다.


“파라이아?”


리안과 같은 소속의 경비대원이다. 무명은 이 남자가 자신이 경비대 감옥에 있을 때 간수로 있던 사람임을 한 눈에 알아본다.


“네 일은 끝났나?”


“그런 셈이지. 전언을 갖고 왔다.”


파라이아는 슬쩍 리안과 무명을 훑어본다.


어쩐지 기분 나쁜 눈빛이다, 무명은 생각한다.


“전언? 누구의? 대장님인가?”


“루시드 님이다.”


“···자네가 정보원이었나?”


리안은 애써 화를 감춘다. 같은 경비대에 그런 첩자가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권력욕이든 부든 명예든, 이를 위해 마을의 정보를 넘기는 자가 결국 있었고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이야기다.


“리안, 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지만, 그 분은 진정 나라를 위하시는 분이다.”


“······.”


아무 말 없이 파라이아를 노려본다. 프뤼나 얘기를 조금 늦게 들었다면 벌써 주먹이 나갔을지도 모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무명이 얼른 끼어든다.


“그것보다 프뤼나가 납치됐거든? 그 이상으로 급한 얘기가 아니면 나중에 듣고 싶은데.”


리안의 마음은 헤아릴 수는 있었지만 완벽히 공감은 할 수 없다. 단지 일의 우선순위를


“라팜 지방의 유적지에서 방대한 요기를 찾아냈다. 강한 결계가 쳐져 있어 진입은 불가능 했지만 내부에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결계라는 단어에 일행은 흠칫한다.


“그 정보 확실한가?”


“그래. 프뤼나에게서의 정보니까.”


“···!!”


“몰래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프뤼나가 먼저 내게 접촉했다. 루시드님에게 보고를 올렸고, 결과를 전달해주려고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너희들도 내가 정보원인 것을 알게 될 테니 직접 나섰다.”


무명과 리안의 시선이 교차한다.


“알아들은 걸로 알고 물러나지. 끝나면 내게 다시 연락해줬으면 좋겠군.”


파라이아는 그렇게 할 말만 딱 하고서는 돌아간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뭔가 프뤼나의 생각대로 되고 있다는 건 기우겠지.”


“나도 마냥 깨끗한 기분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기 전에 가보는 게 맞겠지.”


설명을 제대로 못 하겠지만 항상 프뤼나가 사건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기분은 지울 수 없다.


단순히 쥐고 있다면 어떻게든 문제는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어떤 방향으로 휘두르고 있는 것 같다.


무명과 리안은 유적지를 향해 서두른다. 단순히 파도에 휩쓸려 가는 처지라고 해도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는다면 몸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다.


10일 전 만해도 체력 부족으로 골골했겠지만 이제는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붙었다. 단 10일만에 이렇게 된 것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요소에는 요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명, 등은 괜찮나?”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음산한 유적지의 입구에 서서 둘은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끼가 낀 석조 건물로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들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지만 다 낡아 이 빠진 마냥 초라하다.


“응. 정말 여기에 요기가 있다면 그리베이시아가 오염되어 있다는 것도 납득이 가네.”


“하지만 물어보니 그 약초 외에 식생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 약초가 그런 거에 많이 민감한가 봐. 아무래도 마나 포션의 재료이기도 하니까.”


무명은 책에서 읽었던 것을 그대로 말해주자 리안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신호로 음산한 유적으로 발걸음을 뗀다.


“···!”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둘은 확신한다. 변이체와 싸웠던 그 때 느꼈던 암담하고 묵직한 공기다.


내부 역시 입구와 비슷한 문양이 벽에 둘러지듯 그려져 있다.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지하 계단으로부터 새어나온다.


“지하로 내려 가야하나 보네.”


“···기분 나쁘군.”


“동감이야.”


공감하는 한 편으로 무명은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낀다. 방금까지 아키에게 습격당해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일은 이미 없던 것 마냥 모험이라는 것에 두근거린다.


귀찮은 사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꺼려했지만, 막상 닥치니 즐겁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어딘가 변해버린 느낌이다.


계단을 내려가, 조심스러운 탐색을 진행한다.


“무명, 지금 술식을 쓸 준비는 되어있겠지?”


“그래. 준비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엘리에게 받았던 펜을 소중히 쥔다. 정화술식은 이미 역전 현상 때 프시케가 쓴 것을 봤기 때문에 따라 쓰는데 문제는 없다. 그 응용도 배웠으므로 관해서 걱정은 없다.


희한하게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요기의 묵직한 영향력이 옅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과 다른 미묘한 감각이 옷을 뚫고 피부를 훑는 것 같다.


“저기, 리안. 나만 이상한 느낌 받는 건 아니지?”


“요기말인가? 두 번째지만 영 적응이 되지 않는군.”


하지만 리안은 그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키?”


무심코 내뱉은 말에, 비로소 뇌가 이해를 시작한다. 혈자, 아키가 무명의 등에 불어넣었던 요기의 그 감각이다.


리안이 중얼거림을 못들은 눈치라 굳이 말하지 않기로 한다.


기색을 보니 못들은 것이 아니라, 여유가 없었다. 무명은 눈치껏 리안을 불러, 그의 갑옷에 정화 술식을 새겨준다.


“고맙군.”


상당히 넓은 내부를 돌아다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간다. 성인이 겨우 지나갈 수 있게끔 좁다.


“이상하군. 이 곳이 이렇게 깊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기억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요기가 짙다면 관광지로 써먹을 방도도 없지 않은가.”


“나도 동감이야. 아키라는 녀석이 여기를 본거지로 삼으려는 게 아닐까 싶어.”


“조심하는 편이 좋겠군.”


무명은 이 곳이 요기가 짙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기묘하게도 하나도 무겁지 않다.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그저 앞으로 걷는다. 마치 미로를 걷듯 빙 도는 느낌이지만 외길이다.


“거기, 조심해!”


리안은 무명의 외침 덕에 요기 웅덩이를 아슬하게 피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곳곳에 요기가 질척하게 깔려 있다.


“이건 심하군···.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겠어.”


“여기 샛길은 괜찮아 보이는데.”


“길 맞나? 단순히 갈라진 틈으로 보인다만.”


“바람이 새고 있어. 길이 있을거야.”


리안은 무명의 설득에 그 틈을 힘으로 부숴 연다.


그러자 커다란 광장 같은 공간이 웅장하게 맞이한다. 단조로운 석조로 된 기다란 길과는 다르게 상당히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넓게 트인 천장에, 비석으로 보이는 돌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제단으로 보이는 것이 놓여 져 있다.


제단 뒤로는 자그마한 돌담이 감싸듯 세워져 있는데 다소 색 바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구조상 빙 돌다보면 이 광장에 도착하는 구조였다.


“무언가 의식을 치르는 방 같군. 아니면 무덤인가?”


무명은 제단 앞으로 다가간다. 벽화의 그림은 제사를 지내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은 듯하다. 그 다음 장면에는 빛 무리가 퍼져가고, 그 다음 장면은 무언가 풍경이 그러져 있다.


“아냐. 여기는···.”


무명은 말을 흐린다. 자신이 방금 느낀 이 감각이 정답이 아니길 바란 마음이다.


“여기는?”


“혈옥 그 자체야.”


“···? 그게 무슨 소리지?”


“리안, 혹시 주변에서 마나를 느낄 수 있어?”


리안은 곧 질문의 의미를 알아차린다. 혈옥과 밖의 차이점, 혈옥에는 대기의 마나 흐름이 없다. 대신 요기가 마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몸에 마나 대신 요기를 짊어 진 신세가 된 무명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프뤼나들이 마나라고 부르는 것이 어떠한 느낌인지 드디어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순간이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다.


“···흐름이 분명하게 없다. 나도 이런 쪽으로는 전문이 아니지만 분명하게 없다는 것을 알겠군.”


“프뤼나를 찾아야 돼.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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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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